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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리뷰 <오두막>
내 상처로 지은 집에서 만난 하나님
2009년 04월 24일 (금) 07:20:21 양봉식 기자 sunyang@amennews.com


   
▲ 윌리암 폴 영 지음/한은경 옮김/세계사
<오두막>을 만난 것은 내게 큰 축복이었다. 서점에 나갔다가 뜻밖에 눈에 들어온 책에 대한 포스터가 이 책을 사고 읽게 된 계기였다. 소설을 그다지 선호하지 않는 내게 있어서 이 책은 큰 모험이자 꽤 큰 투자를 한 셈이다.

하지만 모험과 투자에 상응하는 매우 큰 소득이 있었다는 점에서 책을 구입한 것이 후회스럽지 않다. 그리고 이 책을 다 읽고 난 다음 되도록 많은 이들에게 이 책을 전해주고 싶다는 생각이 마음에 자리를 잡았다. 소설임에도 불구하고 밑줄까지 그어가며 읽었다.

가족의 이야기로 시작하는 장편소설 <오두막>은 주인공이 자녀를 뜻밖의 사고로 잃은 뒤 겪는 고통과 상실, 슬픔을 치유하는 과정을 담고 있다. 책의 주인공 맥켄지는 자녀들과 캠핑을 갖다가 불의의 사고를 당한다. 둘째인 미시가 납치당하고 시신을 찾지도 못하게 된다. 딸은 잃은 지 얼마 되지 않아 그는 다시 캠핑 장소였던 오두막을 찾아간다.

물론 그는 유쾌하지 않은 추억을 더듬기 위해 오두막에 간 것은 아니다. 맥은 우체통에서 “매켄지, 오랜만이군요. 보고 싶었어요. 다음 주말에 오두막에 갈 예정이니까 같이 있고 싶으면 찾아와요. -파파-”라는 쪽지를 본 뒤에 결행한 일이다.

추운 겨울, 3년 반 만에 찾아간 오두막은 텅 비어 있는 냉동실 같았다. 맥은 그곳에서 잃어버린 딸에 대한 회한으로 눈물을 흘린다. 자신을 초청한 ‘파파’를 만나지 못한 가운데 울부짖던 그는 자살까지 생각해본다.

그런 가운데 그는 추운 겨울인 오두막 주변이 갑자기 아름다운 여름전경으로 바뀌는 것을 경험한다. 초라했던 오두막은 튼튼하고 아름다운 통나무집으로 변하고, 오두막 지붕 너머 호수와 완벽한 조화를 이루는 광경을 목격한다. 더구나 비어있던 오두막은 안에는 여러 목소리가 선명하게 들려온다. 환상이라는 생각에 머리를 흔들어보지만 상황은 변화지 않는다. 그는 결국 나왔던 오두막 안으로 다시 들어간다.

맥은 그 안에서 세 분 하나님을 만난다. 성부하나님은 몸집이 큰 흑인여인이었다. 반갑게 맞아 준 그는 여자였지만 맥켄지는 그를 파파로 부른다. 이 소설에서 성령은 여자의 모습으로 등장한다. 그러나 여자의 모습은 매우 신비스럽다. 오두막에서 만난 며칠간의 하나님과의 대화 이야기는 이야기 전개상 상식적이고 또 황당할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오두막에서 일어나는 일은 우리의 궁금증과 고민, 그리고 일상에서 일어나는 이해 못할 일에 대한 신의 태도 등 다양한 의문들을 풀어내고 있다. 이 책은 하나님과 인간의 관계, 특히 불행한 인간의 삶 속에 개입하시는 하나님의 선하신 뜻이 어떻게 실행되고 있는가를 경험하게 한다. 또한 삼위일체이신 하나님에 대한 이해와 신비적인 연합, 그리고 그 연합으로 초청하시는 하나님의 사랑을 깨닫게 한다.

인간은 불행을 경험한다. 그것은 자신의 의도와 상관없이 일어난다. 끔찍한 사건은 신에 대한 분노를 향하게 하기도 한다. 맥켄지도 그런 사람 중에 하나였다. 자녀들과 오두막에 갔다 사랑하는 자녀를 잃어버린 맥켄지의 슬픔을 헤아릴 수 있는 사람은 동일한 경험을 한 사람의 경우다.

저자는 성령을 이렇게 묘사한다.
“그녀가 뒤로 물러서자 맥은 그녀를 더 잘 보고 싶은 마음에 자기도 모르게 그녀 쪽으로 곁눈질을 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그녀에게 시선을 집중하기가 쉽지 않았다. 그녀는 빛 가운데 아른 거렸고, 바람이 거의 불지 않는데도 머리칼이 사방으로 흩날리고 있었다.”

뭔가 신비로운 성령님과 함께 등장하는 백인 남자는 작업복 같은 옷을 입고 연장이 담긴 벨트에다 장갑까지 끼고 있었다. 그는 목수 일을 했다. 세 사람이 사는 오두막, 맥은 그곳에서 자신의 상처와 분노를 다루기 시작했다.

<오두막>에서 맥켄지는 자신이 경험한 딸 미시의 죽음에 대한 자책감, 그리고 그런 상황을 허락하신 하나님에 대한 분노를 표출한다. 이 책은 신학적이고 교리적인 문제를 절묘하게 이야기를 통해 풀어간다. 교리적인 것을 강요하거나 설명하지 않지만 독자는 쉽게 세 분 하나님을 이해하는 길로 빠져든다.

초월적인 하나님은 우리의 사고의 범주를 벗어나서 활동하신다. 물론 우리의 사고 안에도 들어오시고 우리의 이해 속에서도 활동하신다. 그러나 우리의 틀을 벗어난 하나님에 대해 우리는 화를 내거나 이해할 수 없는 고집스럽고 또 나를 판단하고 심판하는 분으로 오해하기도 한다.

<오두막>은 일상에서 우리가 쉽게 판단하고 이해하는 하나님을 벗어나는 시각을 제공한다. 이 책의 주인공인 매켄지는 우리 자신의 모습일 것이다. 자녀를 잃은 것은 슬픔 일이지만 하나님도 그런 경험을 하셨다. “그건 하나님이시니까 괜찮지만 우린 인간이잖아요”라고 항변할 수 있다.

그러나 생각을 더 넓히면 우리의 항변은 얼마나 궁색한 변명인가를 깨닫게 될 것이다. 그리스도인은 삼위일체 안에 거한다. 그것은 영원한 연합이다. 예수님은 맥켄지에게 삼위 안에 거하는 것을 “구체적이고 물질적인 천지창조를 통해 만들어진 인간은 영적인 생명, 즉 나의 생명에 의해서만 다시 한 번 안에 거해질 수 있어요. 매우 실질적이고 역동적이며 행동적인 결합이 요구되는 일이죠.”라고 설명한다.

저자의 삼위 하나님에 대한 신학적 통찰은 매우 날카롭고 깊다. 삼위일체의 하나님은 독립되어 있지만 분리되지 않는 관계 속에서 서로 연합한다. 그것은 독립을 추구하지 않으며, 그 관계는 서로 안전한 관계다. 인간도 하나님 안에 있을 때 연합과 안전과 평안이 있다. 인간의 서로에 대한 관계도 만찬가지다. 그러나 관계를 버리고 “독립을 택하면서 서로 위험한 존재가 된다.”

맥켄지는 삼위 하나님의 신비를 오두막의 형상화된 하나님의 보이는 모습을 통해 하나 하나 짚어간다. 매우 형이상학적인 내용을 소설 형식으로 그것도 따분하지 않는 방식을 통해 하나님과 사람과의 관계를 풀어 간다.

<오두막>은 딸을 잃은 한 아버지가 상실감과 슬픔을 극복하는 과정을 그리고 있지만. 단순한 상실과 회복을 담고 있지 않다. 삶에서 이해할 수 없는 악, 인간이 가지고 있는 자유와 지혜의 한계, 그리고 하나님의 사랑이 이 책에 고스란히 녹아 있다. 사람들은 이 세상에서 자신의 능력을 따라 무엇이든지 성취하고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막상 그 능력 밖의 문제에 부딪치면 절망하고, 하나님을 향해 원망의 마음을 품는다.

맥켄지를 오두막으로 초청하시는 하나님은 친절하게 그를 맞이하고 그와 이틀간의 함께하심으로 하나님의 임재와 그분의 지혜, 함께하심과 사랑이 무엇인지 경험하게 한다. 이 책을 읽는 독자는 의외로 우리가 생각하지 못한 깊은 하나님의 사랑이 우리 삶을 만지고 계심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우리는 너무 쉽게 하나님을 심판의 자라에 앉힌다. 우리의 삶의 불행에 대해 하나님을 향해 소리치고, 그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것에 대해 비난한다. 맥도 그랬다. 하지만 우리는 전체를 보지 못하고 부분을 본다, 하나님은 전체를 보고 계시며 영원을 보고 계신다. 맥켄지는 심판자의 자리에서 하나님을 심판하라는 지혜의 여인 소피아의 요구에 당황한다.

“심판을 하려면 심판받는 사람보다 자신이 우월하다고 생각해야 하죠.”

인간의 심판은 상대적이다. 자신의 가치관과 신념, 이익과 편견을 중심으로 상대방을 심판하고 비판한다. 균형을 잃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절대적인 기준은 오직 하나님 한 분 뿐이다. 하나님을 심판하려고 심판석에 앉았던 맥은 그런 자신의 모습을 발견한다. 딸을 잃어버린 것에 대한 분노, 그 모든 상황에 대한 자신의 생각은 올바르지 않았음을 깨달은 것이다.

<오두막>은 종교적으로 살아가려는 이들에 대한 위험도 지적한다. 종교는 살아있는 하나님을 화석화시킬 위험성을 가지고 있다. 조직과 교리는 필요하지만, 그것에 매일 수 있다는 위험성을 잊어서는 안 된다. 선악을 판단하기를 좋아하는 인간은 교회 안에서도 그 습관을 그대로 적용하려고 하기 때문이다.

“맥켄지, 종교란 올바른 대답을 얻는 것이고, 그중에는 물론 옳은 대답도 있어요, 그러나 나는 당신을 ‘살아 있는 대답’으로 데려가는 과정이죠, 당신이 일단 파파에게 의탁하면 그는 당신을 안에서부터 변화시킬 거예요. 세상에는 머리는 굴려가며 옳은 이야기를 하는 똑똑한 사람들이 많아요, 그들은 정답만을 말하도록 주입받았죠, 하지만 그들은 나를 전혀 몰라요, 그들이 설령 옳다 하더라도 내 뜻을 이해한다 하더라도 그 대답이 옳다는 것을 어떻게 알 수 있죠?”

규칙은 자유를 가져오기는커녕 남을 비난하는 힘만 갖고 있다. <오두막>은 하나님 안에서 하나님을 알고 관계를 맺는 것이 규칙 안에서가 아님을 말한다. 그렇지만 적어도 맥켄지는 그 규칙의 틀 안에서 하나님을 바라보고 있었던 것이다. 이것은 자신의 이해 차원에서 하나님을 해석하고 만나게 된다. 그러나 하나님은 자녀와의 만남을 일부가 아니라 전부다.

“맥켄지 당신도 알겠지만 나는 당신의 일부, 당신의 삶의 일부를 원하는 게 아니에요, 당신은 나에게 가장 큰 부분을 줄 수 없어요, 만약 그렇게 하더라도 그건 내가 원하는 바가 아니에요, 나는 당신의 전부, 당신의 전체와 당신의 시간 전부를 원해요.”

믿음의 상실, 분노와 상처를 회복시키는 심오한 대화는 결코 지루하지 않다. 더구나 이 책은 삼위일체의 역사를 이해하고, 인간의 역사 안에서 활동하시는 하나님의 사랑이 무엇인지 알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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