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 이후, 지금은 배꽃과 복숭아꽃 시절이다. 우리가 즐겨먹는 과일인 배와 복숭아 꽃을 말한다. 그런 꽃이 있는지도 모르는 도시사람이 많다. 그 아름다움이 요즘 말로 ‘장난’이 아니다. 시간이 넉넉하지 않다. 그것도 지금부터 1주일 정도가 절정이다. 벚꽃의 아쉬움이 남는다면, 또는 배꽃과 복숭아꽃의 신선함에 흠뻑 젖어보고 싶다면 지금 자동차 핸들을 경기도 안성 등으로 돌리면 된다. 이제 막 꽃망울을 터뜨리기 시작했다. 아니 벌써 만개한 곳도 많다.

그 화려함이 벚꽃에 뒤지지 않는다. 순백색의 배꽃을 보고 있으면 하늘에서 솜눈이라도 내린 것 같다. 가까이 다가가면 그 화사함을 더욱 뽐낸다. 복숭아꽃은 어떤가. 화사한 분홍색이 영락없는 봄처녀다. 처음 대하는 사람은 “이것이 배꽃과 복숭아꽃이야!”라며 감탄하게 된다.

▲ 청순한 배꽃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고 기자(<교회와신앙>, www.amennews.com)도 급하게 자동차 시동을 걸었다. 경기도 안성을 향해 엑셀을 밟았다. 그렇지 않아도 지난 주, 벚꽃 구경하러 남산에 찾아갔다가 주차할 곳을 찾지 못해 돌아왔던 것이 사뭇 아쉬웠었다. 그러던 차에 ‘배꽃이 피었다’는 지인의 귀띔에 곧바로 차에 오른 것이다.

경기도 안성시 서운면 양촌리에 위치한 개성교회(박현수 목사)가 목적지다. 약 2천 평의 과수원에 배와 복숭아나무가 심겨져 있다. 몇 그루나 될까? 숫자가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싶다. 온 동네가 모두 배나무 과수원이다. 20년 수령의 그 과수는 사람으로 치면 청년의 때에 해당된다고 한다. 청년들이다. 봄 청년들 말이다.

▲ 길가의 개나리꽃이 배꽃과 복숭아꽃의 어울림을 시기라도 할까?

박현수 목사가 마침 자리를 비웠다. 과수 농사를 하는 이들에게 지금은 가장 바쁜 때다. 배꽃이 활짝 핀 것만큼 손가는 일이 많기 때문이다. 배꽃 속에 파묻혀(?) 있는 박 목사의 아내 김성난 목사를 만날 수 있었다. 배나무 과수원에서 한창 일을 하고 있는 그의 모습이 배꽃 속에서 보일 듯 말듯 했기 때문이다.

“지금이 최고 멋있을 때예요. 지금부터 1주일 정도 가지요. 바로 옆에 저수지 있어서 멋있고, 공기 좋고, 꽃 예쁘고 아주 최고입니다.”

김 목사는 기자를 데리고 배밭 안으로 데리고 들어갔다. 보여줄 것이 있다는 것이다. 활짝 핀 배꽃 사이를 헤집고 안으로 들어갔다. 그것만으로도 신기하고 멋있었다. 큰 바구니에 한 가득 배꽃망울을 따 놓은 것을 보여주었다.

“숫나무 꽃봉오리를 딴 것이에요. 이것을 공장으로 가져가서 숫나무 액을 뽑아옵니다. 그런 후 그 액을 일일이 암나무 꽃에다 발라 주어야 해요. 그러면 수정되는 것입니다.”

▲ 숫나무 꽃망울을 땄다. 인공수정을 위해서다. 귀여운 동네아이.

배나무는 숫나무와 암나무가 따로 있다. 마치 동물의 숫컷과 암컷처럼 말이다. 숫컷에서 정액을 취하듯 숫나무에서 그 액을 뽑아온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을 붓으로 묻혀 활짝 핀 암나무 꽃에다 묻혀준다고 한다. 인공수정이다. 그러면 얼마 지나지 않아 손톱만한 배 알이 열린다고 한다. 8년간 배 농사를 짓고 있다는 김 목사도 이 대목에서 “아무리 생각해도 정말 신기해요!”라며 놀라워한다. 자연의 섭리가 그를 항상 감격하게 만드는 것이다.

“벌이나 벌레들에 의해서 자연 수정되는 것도 있어요. 그런데 신기하게도 인공수정시키는 것이 알이 토실토실하니 더 잘 열려요. 동시에 해야 하는 일이기에 그 때는 여러 사람을 동원시켜서 빨리 끝내야 해요.”

▲ 키가 큰 게 배나무의 숫나무다

청주와 이곳 안성에서 동시에 남편 박현수 목사와 번갈아 가며 목회를 해왔다. 최근에 청주 사역을 정리하고 이곳에 집중하기로 했다. 살림살이를 정리할 틈도 없이 배꽃을 가꾸느라 손발이 바쁘다. 과수원뿐만이 아니다. 거위와 칠면조 심지어 타조도 키우고 있다. 개들은 기본이다. 여러 마리나 된다. 말 그대로 자연학습장인 셈이다.

“청주 사역이 정말 잘 되었어요. 튼튼히 부흥되고 있었죠. 놓치기 정말 아까웠어요. 그러나 여기까지가 우리들의 사역임을 발견하게 되었어요. 아쉽지만, 그것이 올바른 결정이라 생각하고 떠나오게 된 것이죠.”

▲ 창피하다며 사진을 피하려는 김성난 목사

집안에 작은 예배당을 마련해 놓았다. 비닐하우스식이라도 안이 큰 예배당을 마련하는 게 과제다. 지인들이라도 와서 마음껏 자연과 벗 삼고 기도의 삼매경에 빠지게 하기 위해서다. “이렇게 아름다운 자연 속에서 마음껏 찬양하고, 기도하는 곳도 그리 많지 않을 거예요”라는 김 목사의 바람처럼 말이다.

“배꽃, 복숭아꽃 보러 오세요. 돗자리 가지고 오셔야 해요. 김밥도 물론이구요. 배꽃 수정하는 일 도와주시면 더 좋아요.”

도시에서는 결코 맛볼 수 없는 아름다운 ‘배꽃, 봉숭아꽃의 축제’를 이번 주에 가져보면 어떨까?

▲ 지금 배밭엔 솜눈이라도 내린 것 같다

▲ 화사한 복숭아꽃

▲ 복숭아꽃길을 걸어보자

▲ 지금은 가뭄이다. 자동 급수장치가 한 몫을 하고 있다.

▲ 배꽃과 복숭아꽃은 잘 어울리는 청춘남녀와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