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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를 푸르게 세상을 아름답게
광동교회, 안동교회, 월곡교회의 녹색운동
2002년 03월 01일 (금) 00:00:00 서대경 기자 kofkings@chol.com

삭막한 담장을 허물고 곳곳에 예쁜 정원을 꾸며서 지역 주민들에게 편안한 휴식공간을 제공하는 교회가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아마도 이런 곳이라면 비기독교인이라 할지라도 교회를 바라보는 시각이 180도 달라질 것이 분명하다. 더욱이 교회에서 푸르고 싱그러운 나무까지 볼 수 있다면 그야 말로 금상첨화(錦上添花)다.

   
▲ 광동교회는 기독교환경운동협의회가 주관한 2001년 녹색교회 콘테스트에서 대상을 수상했다.
그런데 실제로 이와 같은 교회가 늘어나고 있다. 지난 1월 23일, 서울시는 교회들이 작년 한해 동안 담장을 허물고 나무 울타리를 설치했으며 공원을 조성하는 등 '녹색서울' 만들기에 앞장섰다고 발표했다.

이처럼 서울시가 추진하고 있는 '녹색서울' 만들기에 동참한 교회는 작년 한해만 모두 12곳. 이들 교회는 기독교환경운동연대가 전개하고 있는 교회녹화사업 '교회를 푸르게' 운동에 동참한 교회이기도 하다. 지난 2000년 8개 교회를 시범교회로 시작한 이 사업은 작년에 12곳으로 확대되면서 지금까지 총 20개 교회가 사업에 참여했다.

교회의 모습은 전국 어디를 가나 비슷하다. 콘크리트 건물에 형식적으로 나무 몇 그루 심겨있는 것이 대부분이다. 더욱이 세상과의 경계를 표시하는 담은 하늘 높은 줄 모르게 높아지고 만민이 기도하는 집으로 누구든 쉽게 갈 수 있어야 할 교회의 문은 굳건히 닫혀 있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교회를 푸르게' 운동은 이런 것을 배격한다. 교회 내에 정원을 조성하며, 담장을 허물고, 옥상을 푸르게 가꿀 것을 권장한다. 또 공간이 여의치 않을 경우에는 담쟁이 넝쿨을 심거나 한 평 짜리 공원을 만들도록 한다. 물론 교회는 폐쇄된 공간이 아니라 열린 공간으로서 누구든 와서 쉴 수 있도록 늘 개방한다.

'교회를 푸르게' 운동을 통해 태초에 하나님께서 만드신 동산의 아름다움을 회복하는 것이 목적이라고 밝힌 기독교환경운동연대 유미호 기획실장은 그러나 "단순히 나무 몇 그루를 심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기독교인들에게 자연과 이웃이 더불어 살아가야 함을 일깨워주고 모든 피조물이 구원에 이르도록 하는 데 그 중요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담을 허물고 세상 속으로
서울 성북구 월곡동 주택가 작은 골목에 위치한 월곡교회(정진우 목사)는 담을 없애버린 대표적인 교회다. 정진우 목사는 오랫동안 교회를 지켜왔던 철제대문과 시멘트 담을 과감히 허물고 그 자리에 조그만 하얀 대문과 나무를 식재한 울타리를 조성했다.

   
▲ 교회 벽에 친숙한 그림을 그려 넣은 월곡교회
또 교회마당은 친환경적으로 조성돼 아이들의 놀이공간과 주민들의 휴식공간으로 십분 활용되고 있다. 작은 평수이지만 잔디를 심어 아이들이 자연을 느낄 수 있도록 했으며 교회는 누구든 와서 쉴 수 있도록 24시간 개방하고 있다. 특히 교회에서 운영하고 있는 공부방 벽면은 아이들에게 정서적으로 안정감을 주기 위해 재미있는 그림을 그려 넣어 칙칙한 골목 분위기를 밝게 바꾸어 놓았다.

교회가 위치한 곳이 미아리 텍사스촌 근처이고 또 넉넉하지 못한 서민들이 많이 살아가는 곳이기 때문에 정목사는 교회에 부임한 첫날부터 자신이 감당해야 할 독특한 선교과제가 있음을 느꼈다고 한다. 그가 교회의 환경을 바꾼 것 역시 이런 생각이 반영된 것이다.

정목사는 "교회가 지역 사회와 가까워질 수 있는 가장 놓은 방법은 담을 허무는 것"이라며 "환경을 바꾸고 보니 교인들의 반응도 좋고, 지역주민의 쉼터로 활용되는 등 처음에 의도한 것보다 더 큰 효과를 봤다"고 말했다.

환경을 개선한 뒤 월곡교회가 얻은 가장 큰 소득은 주민들을 비롯한 교인들이 자신감을 얻었다는 것. 모두들 좁고 지저분한 골목에 익숙해져 좀 더 깨끗하고 쾌적한 환경을 생각하지 못했으나 이제는 조금만 노력하면 아름답고 예쁜 환경으로 바꿀 수 있다는 가능성을 발견하게 되었다. 정목사는 바로 이러한 노력이 교회가 존재하는 목적이라고 힘주어 설명했다.

"추하고 더러운 죄가 있는 세상이지만 좀 더 관심을 가지고 사랑한다면 교회가 교회다워 질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교회가 구원의 방주와 같은 공간에서 머무는 수준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교회는 세상을 섬기는 데 목적이 있는 것입니다." 올해 월곡교회는 환경위원회를 구성해 친환경적인 생활을 할 수 있도록 교회 내·외적인 환경개선운동을 보다 적극적으로 펼쳐나갈 예정이라고 한다.

도심 속 고요한 쉼터

기독교환경운동협의회가 주관한 2001 녹색교회콘테스트에서 대상을 수상한 광동교회(방영철 목사)는 외부 도움 없이 교회 스스로 환경을 개선한 경우다.

이 교회 역시 담장을 모두 허물었으며 담장이 있었던 자리에는 나무와 화초 등을 심어 놓았다. 더욱이 커다란 대문을 없애고 제주도식 대문으로 교체해 오고가는 사람들의 눈길을 끌고 있다. 또 다른 특징은 화장실을 개방하고 있다는 것. 교회 간판 밑에 화장실 안내 표지판을 달아 놓아 필요한 사람들이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해 지역주민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더욱이 노숙자들이 씻고 빨래를 할 수 있도록 화장실 한 칸에 샤워시설을 설치했으며 헌옷까지 비치해 옷을 갈아입을 수 있도록 세심하게 배려했다. 교회의 정원은 흡사 노천 까페와 비슷하다. 누구든 쉴 수 있도록 의자를 비치해 놨으며 항상 찬송가와 복음성가 등 음악이 흘러나와 편안한 느낌이 들도록 조성해 놓았다.

방영철 담임목사는 "교회를 24시간 개방하지만 아직까지 단 한번도 도난사건과 같은 불미스러운 일이 일어나지 않았다"며 "이제는 지역주민들이 내 집처럼 편하게 사용할 수 있는 공간으로 자리 매김 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교회의 개·보수 및 증축 시 병행

하지만 대부분 교회가 기존의 시설을 헐고 갑자기 환경을 바꾸기 위해 예산을 투입하기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다. 때문에 전문가들은 교회의 개·보수 또는 증축을 할 경우에 이와 병행해 사업을 전개할 것을 권유하고 있다.

약 100여 년의 역사를 간직한 안동교회(유경재 목사)는 작년에 교회 증축공사를 실시하면서 담장을 허물고 동시에 조그마한 쉼터를 조성했다. 특히 파고라를 설치해 좋은 휴식공간을 제공하고 있을 뿐 아니라 교회 미관을 돋보이게 해 놓았다.

변창배 부목사는 "이런 교회의 변화로 인해 지역사회와 좀 더 가까워진 계기가 마련된 것 같다"며 "실제로 지역 주민들에게 교회의 인식이 크게 좋아졌음을 느낄 수 있었다"고 이야기했다. 올해 안동교회는 교회 바로 옆에 있는 사택을 개조해 지역주민들의 쉼터로 개방할 계획을 세워 놓았다.

그밖에 작년 한 해 동안 새터교회(박후임 목사 - 옥상녹화 및 담장을 허문 교회), 성문밖교회(오상열 목사 - 녹지조성교회), 성능교회(강성호 목사 - 정원이 있는 교회), 서울성남교회(배태덕 목사 - 옥상녹화교회) 등이 이 사업에 동참했다.

하지만 이 운동이 얼마나 확산될지 아직은 미지수다. 왜냐하면 작년까지는 서울시 녹색서울시민위원회와 공동으로 사업을 진행했기 때문에 많은 자금을 각 교회에 지원할 수 있었지만 올해는 아직 이렇다 할 계획이 없기 때문이다. 결국, 서울시의 지원이 없다면 이 같은 사업은 각 교회가 자발적으로 나서야 할 상황이다.

기독교환경운동연대 유미호 기획실장은 "담장을 허물고 교회를 개방한다는 의미는 단순한 외형적인 모습의 변화를 넘어 교회가 사회를 향해 좀 더 다가간다는 의미를 포함하고 있다"며 "올해에는 많은 교회들이 세상을 아름답게 가꾸고 교회를 푸르게 가꾸는 이 사업에 적극 참여하자"고 각 교회의 적극적인 동참을 호소했다.
(월간 <교회와신앙> 2002년 3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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