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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이 있기에 우리가 있습니다"
달리다굼 선교회
2002년 03월 01일 (금) 00:00:00 서대경 기자 kofkings@chol.com

현재 우리 나라의 장애인은 전체인구의 3%인 약 145만 명. 안타깝게도 이들은 장애인이라는 이유만으로 비장애인들에게 소외되고 무시당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비장애인들 역시 아무리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포장한다 하더라도 평생 장애인을 돕고 살겠냐고 물으면 선뜻 '예' 라고 답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14년을 변함없이 장애인의 손과 발이 되어 돕고 있는 단체가 있다. 1988년 창립된 달리다굼선교회(대표 김상섭 목사)가 바로 그곳. 이곳은 심신이 지쳐있는 장애인을 도우며 이들에게 예수 그리스도를 전하고 영접하게 해 구원에 이르도록 도와주는 영혼구령을 목적으로 설립한 단체다. 본지 2호(93년 11월)에 소개된 바 있는 이 단체의 현재 모습이 궁금해 8년만에 다시 선교회를 찾았다.

장애인들에게 새로운 꿈을

   
▲ 장애인들로 구성한 달리다굼선교회의 찬양팀.
8년의 시간동안 달리다굼선교회는 질적으로 양적으로 많은 변화를 겪었다. 당시에 소개됐던 장애인 공동체 생활터전인 '사랑의 집'은 좁디좁은 비닐하우스 건물에서 작년 6월 일산 신도시의 아담한 주택으로 이전해 현재 20여 명의 무의탁 장애인들이 공동체를 이루며 살아가고 있다. 또 850명에 달하는 재가(在家)장애인을 돌보고 있으며 그들에게 필요한 생필품 및 약품 공급과 이·미용 및 목욕봉사 등으로 사랑을 실천하고 있다.

특히 찬양선교는 달리다굼선교회의 빼 놓을 수 없는 핵심적인 특징이다. 국내에서는 유일하게 시각장애인으로 구성된 '찬양송이 음악 선교단'을 조직해 군 선교 및 교도소 선교, 농어촌 선교, 해외선교 등 다양한 사역을 감당하고 있다. 선교회의 창립과 함께 조직된 이 선교단은 지금까지 교회, 기관, 군부대, 교도소 등 약 3,000여 회의 집회를 인도했으며 이를 통해 복음선포와 장애인 인식계몽 활동을 활발히 전개하고 있다.

선교단 멤버는 리더인 김목사를 포함해 모두 5명. 리더를 제외하고는 모두 시각장애인 및 자폐 환자다. 이런 장애인들이 무슨 연주를 하겠냐고 생각한다면 큰 오산. 이들은 아무리 어려운 곡이라고 해도 한 번 들으면 그 자리에서 연주할 수 있는 실력을 갖췄다고 한다. 더구나 찬송가 전곡을 연주할 수 있다고 하니 보통사람의 능력을 뛰어넘는 수준이라 할 수 있을 것 같다.

이 모든 사역의 중심에 서있는 사람은 바로 이 단체를 창립한 대표 김상섭 목사(44)다. 14년간 대표로 있으면서 힘들고 괴로웠던 순간도 많이 있었으나 늘 동일한 마음으로 사역을 감당하기 위해 노력한다는 김목사는 헌신적인 보살핌 뒤에 그리스도의 사랑을 조금씩 알아 가는 장애인을 볼 때면 말할 수 없는 희열을 느낀다고 말한다.

"장애를 주셨다고 하나님을 원망하던 이들이 영적으로 조금씩 성숙해지고 인격적인 변화가 생기며 나아가 구원의 확신을 입술로 고백할 때면 그 동안의 온갖 괴로움은 눈 녹듯이 사라집니다."달리다굼선교회의 노력으로 그 동안 새로운 삶을 찾은 장애인들도 많이 있다. 특히 입으로 그림을 그리는 구필(口筆)화가 2명을 배출했으며 이들은 현재 세계구족화가협회에 정식회원으로 등록되어 있다. 또 문학적인 재능을 발휘해 입과 발로 글을 써 책을 발표한 사람들도 있다. 이처럼 달리다굼선교회의 가장 큰 열매는 삶의 의미를 잃었던 장애인들에게 재활의 의지를 심어주어 새로운 삶을 찾아 주었다는 것이다.

아직도 부족한 장애인에 대한 인식

   
▲ 달리다굼선교회의 정기예배에 참석한 한 장애인
14년간 이곳을 거쳐간 자원봉사자들과 도움을 줬던 교회는 이루 말할 수 없이 많다. 하지만 아쉽게도 이들의 도움은 지속적이지 못하다. 그저 형식적인 몇 번의 도움으로 끝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때문에 정작 도움의 손길이 필요할 때는 장애인을 돕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매월 셋째 주 월요일에는 달리다굼선교회에 소속된 장애인들이 한 곳에 모여서 정기예배를 드린다. 하지만 신체를 자유롭게 움직일 수 없는 장애인들이 홀로 교회에 오기란 불가능한 일. 결국 차량과 봉사자가 얼마나 확보되느냐에 따라 예배에 참여하는 장애인의 수가 결정된다. 하지만 장애인에 대한 인식 부족으로 많은 교회들이 차량지원을 기피해 매번 적잖은 어려움을 겪어야 한다. 이처럼 김목사를 힘들게 하는 것은 기성교회들의 냉담한 반응이다.

"아직도 장애인을 보는 시각은 곱지 못한 것 같습니다. 예수님도 장애인들을 사랑하셨는데 대부분의 목회자들과 성도들이 우리하고는 전혀 관계없는 것처럼 생각하는 점이 너무 안타깝습니다. 그들도 하나님 안에서 한 형제요 자매입니다. 이제는 장애인에 대한 인식이 바뀌어야 합니다."

희망과 기쁨 그리고 좌절의 순간들

   
▲ 달리다굼선교회의 대표 김상섭 목사
오랫동안 이들과 함께 생활하다보니 잊을 수 없는 감동의 순간도 수 없이 많았다.

지금은 세상에 없지만 김목사의 기억 속에서 잊혀지지 않는 송영수(가명)씨. 그를 처음 만났을 때 신체 중 움직일 수 있는 부분은 오직 왼쪽다리 뿐이었다. 이렇다보니 송씨 스스로 할 수 있는 것은 단 한가지도 없었다. 하지만 김목사는 그를 그대로 둘 수 없었기에 혼자서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을 가르치기로 결심했다. 그가 생각한 방법은 움직일 수 있는 왼쪽 발을 이용해 밥을 먹도록 한 것. 아무리 생각해도 그 방법밖에는 없었다. 하지만 온 몸이 경직된 상태에서 한쪽 다리만 쭉 펴서 밥을 먹는다는 것은 송씨에게는 고문과 같은 일이었다. 근육을 무리하게 사용해서 다리에 말할 수 없는 고통을 호소하는 송씨를 보고도 김목사는 더욱 채찍질했다. 송씨를 위해서라도 자신은 악종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둘이 부둥켜안고 눈물 흘린 시간도 수없이 많았다. 그렇게 송씨와 싸우기를 3년. 마침내 송씨는 왼쪽다리로 밥을 먹을 수 있게 됐다. 자신의 힘으로 밥을 먹는 송씨를 보는 순간, 김상섭 목사는 이루 말할 수 없는 기쁨을 느꼈다고 회상했다.

하지만 감동의 순간만큼 그를 찾아온 좌절의 순간들도 많았다. 더욱이 헌신적으로 돌보던 장애인이 구원의 확신도 갖지 못하고 죽어있는 모습을 볼 때면 마음이 찢어지는 아픔을 느꼈다고 한다.

그의 마음을 가장 아프게 한 장애인은 이 사역을 시작한 지 1년만에 만났던 이성훈(가명)씨다. 13년 전, 김목사와 동갑이었던 이씨를 처음 봤을 때는 이미 등에 욕창이 번져서 의사도 포기한 상태였다. 하지만 김목사는 헌신적으로 그를 돌봤다. 때로는 메스로 썩은 살을 도려내기도 했고, 매일 대·소변을 받아냈다. 그러던 어느 날, 이씨는 김목사에게 하얀 쌀밥에 싱싱한 시금치 그리고 쇠고기 국을 달라는 부탁을 했다. 하지만 오랜 간병으로 김목사도 지쳐있던 터라 그의 요청을 들어주지 못했다. 그런데 바로 이튿날, 이씨는 말문을 닫아버렸고 15일 뒤 이씨는 조용히 눈을 감았다. 13년이 지났지만 지금도 시금치와 고깃국을 보면 이씨가 생각나 눈시울이 뜨거워진다고 한다.

이어 김 목사는 기억에 맺힌 또 한 명의 안타까운 장애인의 죽음을 이야기하며 결국 참았던 울음을 터트렸다.

"언젠가 자신에게 장애를 주신 하나님을 눈물로 찬양해 많은 성도들에게 감동을 줬던 한 자매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며칠 뒤 그 자매는 차디찬 한강변에서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됐습니다. 이유인 즉, 그 자매의 여동생과 결혼할 상대가 집에 찾아 왔는데 집안 식구들이 장애를 가진 자매를 나오지 못하도록 방에 감금시켰기 때문이었습니다. 그 일로 인해 그녀는 마음에 상처를 받고 결국 집을 나와 한강에 빠진 것이었습니다."

더 높은 곳을 향하여

이처럼 김목사는 선교회를 이끌면서 포기하고 도망가고 싶을 때가 수없이 많이 있었지만 그는 힘을 내서 다시 일어섰다. 왜냐하면 이름도 없이 빛도 없이 선교회를 도와주는 많은 사람이 곁에 있었기 때문이다. 지금도 많은 사람들이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음으로 양으로 도와주고 있기에 이 사역을 포기할 수 없노라고 고백한다.

"내가 살아있다는 자체가 감사하고 도울 수 있다는 것이 하나님의 은혜입니다. 누군가를 섬길 수 있다는 것 때문에 제 마음은 늘 부자죠. 14년이 지난 지금에서야 장애인 사역이 무엇인지 조금이나마 알 것 같습니다."

달리다굼선교회는 올 한해 많은 계획을 세웠다. 조속한 시일 내에 이사회를 구성해 복지재단으로 등록할 예정이고 앞으로는 북한과 중국에 있는 장애인들도 돌볼 수 있도록 사역을 확장할 예정이다. 또 '소망의 집'이라는 장애인 복지센터를 건립하기 위해 이미 6년 전 송탄에 땅을 구입해 놓았다.

8년만에 다시 찾은 달리다굼선교회. 14년의 기간 동안 외롭고 소외된 장애인들의 버팀목으로 자리잡은 이곳은 이젠 장애인들의 둘도 없는 친구가 되었다. 이 땅 곳곳에서 꿈을 잃은 장애인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심어주었기 때문이다. 비록 넉넉한 살림은 아닐지라도 그곳에는 장애인들이 기댈 만한 희망과 꿈이 지금도 샘솟고 있다.
(월간 <교회와신앙> 2002년 3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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