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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디 오브 라이즈>/ 이슬람을 바라보는 관점의 전환
2008년 11월 21일 (금) 00:00:00 전강민 기자 minslife@amennews.com

   
중동에서 벌어지는 미국 CIA 요원과 테러리스트간의 첩보전을 그린 영화 <바디 오브 라이즈(Body of Lies)>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리들리 스콧 감독의 최근작이다. 리들리 스콧 감독은 전작 <블랙 호크 다운>에서 소말리아 내전 중 미군과 민병대 간에 벌어진 모가디슈 전투를 다뤘고, 이번에는 중동 내에서 미 정보국의 대 테러 작전을 영화의 소재로 선정하면서 최근 미국의 국제 경찰로서의 활약상을 집중 조명하고 있다.

하지만 두 내용을 다루는 방식에는 다소 차이가 있다. <블랙 호크 다운>이 전쟁의 한 복판으로 들어가 피와 살이 튀는 현장을 있는 그대로 중계한 다큐멘터리에 가까운 영화였다면, <바디 오브 라이즈>는 겉으로는 첩보영화의 모습을 취하고 있는 액션 오락영화에 가깝다.

<바디 오브 라이즈>는 두 요원의 갈등을 중심으로 진행된다. 중동 현지 행동요원인 로저 페리스(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는 현지 정부와 철저하게 협력하고, 정보원을 통해 치밀하게 작전을 수행한다. 반면, 워싱턴에 있는 국장 에드 호프만(러셀 크로)는 위성으로 실시간 중계되는 모니터를 통해 페리스를 통제하는데, ‘웬만한 희생은 감수해야 한다’는 식의 과격하고 독단적인 언행으로 사사건건 페리스와 갈등을 빚는다.

리들리 스콧 감독은 <글래디에이터>, <아메리칸 갱스터>에 이어 <바디 오브 라이즈>에서도 배우 러셀 크로와 호흡을 맞춰 헐리우드의 새로운 감독-배우 콤비가 탄생했음을 입증했다. 하지만 이번 영화에서는 러셀 크로가 아닌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영화를 이끌어 가는 주인공이라는 점에서 흥미롭다.

   
리들리 스콧 감독의 장기인 뛰어난 영상미와 연출력은 <바디 오브 라이즈>에서도 십분 발휘됐다. 12개국에서의 로케이션을 통해 펼쳐지는 첩보전쟁은 진지하고 긴박해 액션 오락 영화로서의 재미를 충분히 가진다. 특히, 중동 현장에 있는 요원을 워싱턴의 본부에서 위성을 통해 실시간 감시·명령·보호하는 이른바 ‘모니터 전쟁’은 현대 정보전쟁의 특징을 잘 드러내고 있다. 모니터를 통한 정보 장악이라는 설정은 1998년 작 <에너미 오브 스테이트>에서 이미 선보인 적 있다. 당시 SF영화에서나 실현 가능할 것 같던 장면들이 불과 10년 만에 현재 진행형이 됐다는 점과, <에너미 오브 스테이트>를 감독한 토니 스콧이 리들리 스콧의 친동생이라는 점에서 영화 외적인 흥미를 더한다.

관객들은 두 요원이 멋진 액션으로 테러집단을 소탕하는 줄거리를 기대하겠지만, 영화는 기대와는 달리 매우 객관적으로 중동의 현실을 다루고 있다. 미국과는 정반대로 철저하게 사람을 통해 정보를 교환하고 작전을 수행하는 테러 집단 앞에서 미국의 최첨단 정보망은 허망하리만큼 속수무책이다. 미국의 감시카메라가 테러리스트를 완벽하게 장악하지 못하자 호프만은 점점 더 많은 현지 정보원과 현장요원의 희생을 강요한다. 천하를 호령하던 미국의 정보력과 화력은 현장요원 페리스조차 테러 집단의 손에 넘기게 되면서 무력함이 최고조에 이른다.

   
일장 연설로 훈계를 늘어놓는 식의 메시지 전달방식은 더 이상 관객들의 호응을 끌어 낼 수 없음을 깨달은 리들리 스콧은 전반부에 나름대로 객관적인 겉모양새를 갖춘 후, 마지막에 메시지를 슬쩍 집어넣는 스타일을 즐겨 사용했다. 전작 <블랙 호크 다운>에서도 미국의 제3세계 간섭과 무력 진압에 대해 정치적 비판의 칼날을 세우는 대신, 전쟁의 참상을 가감 없이 보여주고 영화가 끝난 뒤 “미군 사망은 19명, 소말리아인 사망은 1천명… 미국은 이 사건 이후 철수를 결정했다”라는 자막을 슬쩍 집어넣으면서 모가디슈 전투의 허망함을 드러냈다.

이번에도 감독의 메시지 전달 스타일은 여전하다. <바디 오브 라이즈>는 시종일관 액션물로 관객들에게 다가가지만 영화 말미에 가서 미국은 중동을 이기지 못하고, 오히려 테러 집단에 대한 미국의 대응이 중동 여러 나라의 대 테러 정책에 방해가 될 뿐이라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이런 다소 무겁고 심각한 결말과 메시지는 액션 영화를 기대하던 관객들을 당혹스럽게 만든다. 최근 개봉된 중동을 배경으로 하는 여러 영화 중 <바디 오브 라이즈>는 이슬람 테러 단체의 무서움을 가장 잘 드러내는 동시에 미국의 한계를 냉정하게 보여주는 영화다.

   
<바디 오브 라이즈>는 무력만으로는 테러 단체를 섬멸할 수 없는 현실을 드러낸다. 석유전쟁이 됐든, 세계 평화와 테러와의 전쟁이라는 명목 하에 행해지는 복수극이 됐든 미국의 중동 간섭은 당위성이 점점 떨어지고 있음을 노골적으로 주장한다. 나아가 이슬람교를 바탕으로 삶을 살아가는 수많은 모슬렘들을 대하는 미국의 태도가 재고되어야 함을 충고하고 있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로 갚으라’는 구약의 명령은 예수님께서 2천 년 전에 이미 달리 해석해 주셨다. 이제 그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또 어떻게 그들에게 다가가야 하는지에 심각하게 고려해야 할 때가 왔다. 특히 아프간 피랍사건 이후 신중해 졌지만 이슬람권을 향해 공격적인 선교를 펼치는 한국교회에 이 한편의 첩보영화가 시사하는 바는 크다. 이슬람 세계에 대해 현명하고 지혜롭게 대처해야 함을 <바디 오브 라이즈>는 흥미롭게, 그리고 울림이 있게 전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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