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김동호 목사(높은뜻숭의교회 담임)의 주일 설교를 듣고 있으면 ‘기대 반, 걱정 반’의 마음으로 흥분된다. 매주 ‘교회 분립’을 강도 높게 시사하는 김 목사의 설교 내용 때문이다. 현재 5천여 명의 성도가 모이는 교회를 100명, 200명 또는 1천명 단위의 여러 교회로 나누겠다는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김동호 목사는 특정한 교회를 맡지 않고 순회 설교자로 서겠다고 밝혔다.

김동호 목사는 안식년을 마치고 돌아온 첫 주(8/24) 주일설교 때부터 이 문제를 공식적으로 언급했다. 성도들과 함께 적극적으로 고민하며 풀어가 보겠다는 의지다. ‘더 좋은 예배 처소를 하나님께서 허락해 주시기를 간구하겠지만 혹 교회가 분립된다 해도 그것을 그대로 받아들이겠다’는 것이 골자다. 그의 설교를 요약해 보면 아래와 같다.

▲ 안식년 후 설교하는 김동호 목사

“하나님의 은혜와 여러분들의 후원 가운데 안식년을 잘 마치고 돌아왔습니다. ···예배당도 중요하지만 혹 예배당 없어도 하나님이 계시고 그 하나님을 믿는 교인들이 있으면 그곳이 곧 교회인 것입니다”(8/24 김동호 목사 주일설교).

“여러분 저는 높은뜻숭의교회 담임목사로 다시 돌아왔습니다. 저는 높은뜻숭의교회 담임목사로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연말 안에 좋은 예배처소를 찾기 위하여 기도만 할 뿐 아니라 인간적인 노력도 할 것입니다. 그리고 나름대로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여러분 저는 여러분들이 놀라시고 염려하실는지 모르지만 연말 안에 좋은 예배처소를 찾지 못할 경우도 생각하고 있습니다. 저는 연말 안에 예배처소를 찾지 못해도 학교가 공문을 보내 온대로 강당을 비어 드리고 나가고 싶습니다. ···올해 안에 예배당 허락하지 않으시면 ‘예배당 없는 교회’하고 싶습니다. 예배당은 교인 여러분들이 직접 해결하는 것입니다. 순별로 어느 가정에서 모이시든지, 아니면 몇 순이 연합해서 개척교회 하시듯 작은 예배처소를 빌리시든지 하시면 어떨까요? 그러다가 몇 달에 한번 정도 한강 둔치든 어느 실내 체육관이든 빌려서 전교인이 함께 예배를 드리면 어떨까요? 그러면 교회가 와해될까요? 교인들이 다 흩어질까요? 아니 오히려 교회가 더 건강해지지 않을까요?”(8/31 김동호 목사 주일설교).

“5천 명 교인을 하나의 교회로 계속 모으려고 하지 말고 이참에 1천 명, 2천 명 정도 모이는 교회 몇으로 분립하는 것이 하나님의 뜻과 방식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깊이 하고 있습니다. 독립된 교회로 자리 잡게 하면서 서로 높은 뜻이라고 하는 철학을 공유하고 서로 협력하는 하나의 교회를 유지하는 교회가 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기도 중에 깊이 하고 있습니다. 핍박으로 흩어진 초대교회가 독립적으로 교회를 잘 운영하면서도 예루살렘 교회를 중심으로 하나의 교회를 이루었던 것과 같이 말입니다. 몇 개의 교회가 분립되어 세워지게 되면 저는 어느 한 교회를 맡지 말고 매주 한 교회씩 순회하며 설교를 하면 어떨까요?

평시 독립된 교회로 잘 모이다가 일 년에 몇 번 정도 같이 모여서 축제처럼 모여 집회도 하고 예배도 드리면 어떨까요? 구약시대에 평시에는 회당 중심으로 잘 모이다가 일 년 한 번씩 예루살렘 성전으로 다 모이듯 말입니다. 각기 독립된 교회로 활동을 하지만 공통된 관심과 사역에는 서로 협력하여 함께 일을 한다면 몇 만 명 모이는 대형교회가 하는 큰 일도 얼마든지 할 수 있지 않을까요? 그렇게 되면 제가 은퇴한 후에도 높은 뜻 교회는 까딱없이 계속 건강한 교회가 되지 않을까요? 이번에 분립된 교회가 하나님의 은혜로 또 성장하게 되면 계속 성장만 하려고 하지 말고 또 분립시키면 좋지 않을까요?”(9/7 김동호 목사 주일설교).

높은뜻숭의교회가 정말로 여러 개의 교회로 분립될까? 시간이 지날수록 김동호 목사는 새로운 예배처소를 구하는 것보다 ‘교회 분립’에 더욱 초점을 맞추는 듯했다. 그의 설교의 방향이 그렇게 흘러가고 있다. 시간도 문제다. ‘이사’든 ‘분립’이든 교회 입장에서는 최종 결정해야 하는 시간이 그리 많이 남아 있지 않다. 서둘러야 한다. 그것도 부담이다.

새로운 예배 장소에 대한 기회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이미 3곳에서 높은뜻숭의교회 예배를 위해 장소를 제공해 주겠다고 했다. 그러나 장소 제공측 의사를 타진해 본 김동호 목사는 “교회와 예배를 가볍게 여기는 곳으로 옮기지 않겠다”며 부정적인 견해를 밝혔다. 기독사학인 숭의학원으로부터 받은 실망이 녹아져 있어 보였다.

재단법인 숭의학원(학장 박남숙)측이 ‘예배 공간으로 사용하고 있는 강당을 올 연말까지 비워달라’고 통보한 것이 사건의 시작인 셈이다. ‘학과 확대로 인한 공간 부족’이라는 게 학교측 입장이다. 따라서 높은뜻숭의교회가 현재 예배 처소로 사용 중인 숭의여대 대강당을 금년(2008년) 12월 30일 이후에는 비워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교회측은 그 통보를 김동호 목사가 안식년으로 교회를 비우고 있을 때 받게 되었다. 교회측에서는 장수가 없을 때 전쟁을 치뤄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그럼에도 김동호 목사는 안식년을 포기하지 않았다. ‘안식년을 갖겠다’고 한 것 못지않은 결단이었다. 쉽지 않았다. 그렇다고 나몰라라 했다는 게 아니다. 안식 장속에서 그는 이 문제와 씨름을 했다. 그러나 곧바로 ‘평안’을 맛보았다고 했다. 문제 해결을 확신했다는 의미다. ‘안식년은 자신을 위해서 뿐만 아니라 교회를 위해서도 좋은 기회임을 확신한다’며 출발한 안식년 기간을 그래서 끝까지 마칠 수 있었다는 것이다.

“교회의 존폐가 걸려 있는 것처럼 보이는 공문 즉 예배당으로 쓰고 있는 학교 강당을 올해 말까지 비워 달라는 공문을 받았기 때문입니다. 그 청천벽력과 같은 공문을 받고 제가 마음의 평안을 잃어버린 시간은 길게 잡아 한 시간 정도였습니다”(8/24 김동호 목사 주일설교).

교회 분립에 진통이 없는 것은 아니다. ‘김동호 목사가 너무 독단적이다’, ‘장로들은 거수기(자신의 의견없이 동의만 해주는 것)에 불과하다’는 등의 반대 목소리도 만만치 않았다. 다른 장소로 이사를 가거나 또는 약 500억원에 달하는 보이지 않는 성전건축 헌금을 활용하자는 의견도 많았다. 소위 당장이라도 예배당 건물을 지을 수 있는 자체 능력이 있는데 왜 위험한 결정을 하려고 하느냐는 것이다.

이에 대해도 김동호 목사는 반대했다. ‘빈민자활’, ‘통일한국’, ‘기독인재양성’ 등의 진정한 성전을 세워보고자 마련된 그 헌금은 원래의 목적대로 사용하겠다는 것이다. 오히려 김 목사는 ‘교회 분립’이 하나님의 뜻일 수도 있음을 강력하게 시사했다. 예루살렘교회가 핍박을 통해 흩어졌고 그것으로 인해 복음이 전파되고 교회도 건강해졌음을 언급하면서 말이다.

김동호 목사는 성도들에게 ‘나를 믿어달라’며 부탁을 했다. 사심없이 하나님의 뜻만을 생각하며 결정을 내리려고 하니 자신의 결정을 따라달라고 호소를 한 것이다.

“요즘 우리나라 축구팀에 대한 평가가 좋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감독의 작전과 리더십에 대한 평가를 할 수는 있지만 경기 중에 감독에게 경기를 이렇게 하라 저렇게 하라고 말하지 않습니다. ···저는 높은뜻 숭의교회라고 하는 팀의 감독인 셈입니다. ···사랑하는 여러분, 인간적으로 보면 절체절명의 순간이라고 할 수 있는 이 때 부족한 저를 하나님의 뜻과 지식을 찾는 전문가로 인정해 주시고 부족한 저를 통하여 설교되는 말씀을 따라 하나 되어 일사분란하게 흐트러지지 않고, 분열되지 않고 이 위기를 우리 교회와 한국교회를 역전시키고 반전시키는 기회로 만들어가는 여러분들이 되어 주시기를 두렵고 떨리는 마음으로 부탁드립니다. 저는 이것이 오늘 우리에게 주시는 하나님의 뜻이고 말씀이라고 믿습니다”(9/21 김동호 목사 주일설교).

높은뜻숭의교회는 개척 7년만에 5천명의 성도들이 모였다. 지금의 모습만으로도 한국교회에서 대형교회에 속하고 있다. 더욱이 이 교회는 계속해서 급성장 그래프를 그리고 있다. 이 상태로 계속 간다면 2~3년 혹은 몇 년 안에 1만명 크기로 성장할 것이라는 것은 어렵지 않게 예상할 수 있다. 더 커질 수도 있다. 김 목사 또한 그렇게 예상하고 있고 또 그렇게 되기를 바란다며 공공연하게 밝힌 바가 있다. ‘큰 교회로 올바른 사역을 하겠다’는 것이 그의 꿈이기 때문이다.

이런 ‘대형화’의 길을 포기하고 교회 분립의 길을 간다면 이는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한국교회에 적지 않은 파장을 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마이너스 성장으로 달리고 있는 한국교회 현실 속에서 또 하나의 ‘건강한 교회’의 표본이 되느냐, 아니면 독불장군식의 자충수에 빠지느냐 하는 점이다. 어떻게 결정이 될 지 기도하는 마음으로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