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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성수도원]침묵 중에 나누는 진실한 대화
2008년 09월 24일 (수) 00:00:00 전강민 기자 minslife@amennews.com

   
 
 
장로회신학대학교 경건훈련원인 은성수도원은 경기도 포천시 화현면, 운악산 자락에 자리잡고 있다. 은성수도원은 찾아가는 과정부터 만만치 않다. 우선 가는 동안 제대로 된 이정표를 볼 수가 없다. 겨우 수도원이 있는 마을까지 도착해도 마을 안에서 어느 길로 가야 하는지를 도무지 알 수 없다. 손으로 쓴 이정표가 하나 있지만 정확한 방향을 알려주고 있지 않아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

결국 마을 입구에 큰 나무가 있는 휴식공간에서 쉬고 있던 주민에게 길을 물어 찾아갔다. 마을에서 수도원 진입로를 제대로 찾으면 그 다음부터는 그냥 산길을 따라 오르면 된다. 승용차로 가기에는 산길이 제법 좁다. 10 여 분 산길을 오르니 드디어 멀리 돌로 만든 십자가가 보인다. 그리고 ‘장로회신학대학교 경건훈련원’이란 간판과 ‘은성수도원’이라는 돌로 세운 표지석이 검소하게 놓여있다.

   
 
   ▲ 마을에서 수도원으로 가는 길. 화살표로 표시한 좁은 길로 들어가야 한다.
 
   
 
   ▲ 수도원으로 향하는 산길.
 
   
 
   ▲ 수도원 입구
 
“일편단심으로 나를 찾으면 만나리라”
수도원 입구에 써 있는 글귀는 이곳을 찾는 모든 이들이 공통적으로 원하는 목표를 담고 있다. 수도원의 모습은 예상대로 소박하고 검소하다. 여기저기 써 있는 ‘침묵’이라는 글씨 때문인지 원내에는 산새소리와 개울물 소리 외에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은성수도원은 나즈막하고 낡은 건물 몇채가 가운데 모여 있고, 주위로 한평 남짓한 독립된 건물 10여 채가 산속 여기저기에 숨바꼭질 하듯 흩어져 있다. 본관처럼 보이는 건물이 없어 그중 가장 큰 건물로 들어가니, 예배실과 식당이 있는 본관 건물이다.

   
 
   ▲ 예배실과 식당이 있는 건물
 
   
 
  ▲ 예배실 입구에 있는 글귀
 
   
 
 
건물에 들어서자 누구인지 묻지도 않고 “식사하셨어요?”라고 속삭이듯 물어온다. 마침 점심 식사를 하고 온 터라고 말하니 못내 아쉬워하며 말한다. “만두국 맛있게 끊여 놓았는데…….” 말 한마디에 따뜻함이 가득 묻어있다. 이곳의 분위기가 금새 짐작됐다. 이곳 수도원에서 지내는 동안 숙식비와 식비는 전액 무료다. 원하는 이들은 감사헌금을 하면 된다.

“걸음은 천천히 걷는 것이 명상에 도움이 됩니다. 악기를 사용하거나 큰소리로 하는 찬양을 금지합니다. 설거지는 각자 해결해 주세요. 노동은 기도이니 청소와 작업을 도웁시다.”
일반적인 기도원에서는 볼 수 없는 생활수칙이다. 내용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이 곳은 침묵명상을 원칙으로 하는 수도원이다. 이제야 이정표가 없는, 그래서 찾는 이들에게 불친절을 베푼 이유를 짐작할 수 있었다. 은성수도원은 세상과 잠시 떨어져 있고 싶고, 또 철저하게 자연속에 묻혀 주님만을 만나고 싶어하는 이들을 위한 곳이다. 이제 생각하니 찾아오기가 불편한 것이 더 좋은 것 같다.

   
 
 
   
 
 
은성수도원에 머물 수 있는 기간은 3박4일이고 반드시 사전 예약을 해야 한다. 특별한 경우 7일까지 허용되지만 사전에 허락을 받아야 한다. 따라서 매주 토요일 오전 중에 수도원에 거하는 모든 이들이 하산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유의할 것은 이곳에서는 3일 이상의 금식기도는 절대 허락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또 기도나 명상 외에 공부 등의 목적으로 오거나, 병을 치료하기 위해 오는 이들은 머물수 없음을 원칙으로 한다.

이외에도 지켜야 하는 항목이 많다. 일단 일과표를 엄수해야 한다. 일과는 간단하다. 아침 5시 30분에 일어나서 모두 새벽기도에 참석해야 하고, 오후시간에는 밭정리 등의 노동 시간이 있다. 저녁 8시에는 소등하여 취침 및 대침묵시간이 시작된다. 일과와 함께 지켜야 할 가장 중요한 생활원칙은 ‘침묵과 정숙’이다. 외에도 옷차림 단정, 각 방에서 음식물 조리 금지. 절대 통성기도, 대화 및 논쟁 금지 등 여러가지 원칙이 있다. 인터넷을 할 수 있는 시설은 당연히 없고, 수도원 인터넷 홈페이지도 없다.

   
 
 
   
 
 
자연과 침묵이 어울어져 있는 이 곳에서 바쁜 걸음은 아무 의미 없어 보인다. “걸음은 천천히 걷는 것이 명상에 도움이 됩니다”라는 안내문 글귀가 시키는 대로 천천히 걸으면서 주위를 살피니 아니나 다를까 곳곳에 가꾼 이의 정성이 묻어 있는 아름다운 정원이 보이기 시작한다.

   
 
 
   
 
 
   
 
 
각각의 방으로 이어지는 길들은 잘 꾸며져 있지만 결코 인공적이지 않아 한층 멋있다. 돌로 다진 보행로에는 이끼가 껴 있어 운치를 더 하고 있고, 길 주변에는 다양한 꽃들이 가꾸어져 있다. 수도원 가운데 있는 평상 주변에는 수중생물도 있고, 아기자기한 조경작품들도 있다. 독립된 방들은 자연과 어울리게 지어졌다. 각각의 방이 일률적인 모양의 집은 한채도 없이 전부 다른 모양으로, 모든 건물이 자연과 철저하게 조화하고 있다. 지어진 지 벌써 30여 년이 돼 낡고 허름하지만, 왠지 영성 훈련하기에는 더 어울리는 건물이다.

   
 
 
   
 
 
   
 
 
   
 
 
   
 
 
수도원이 끝나고 운악산으로 오르는 길에는 또 다른 돌로 만들어진 십자가가 있어 수도원의 경계임을 나타내고 있다. 수도원 옆으로는 좁고 수량이 많지는 않지만 맑은 계곡이 흐르고 있어 하루종일 물 흐르는 소리를 들을 수 있다.

   
 
   ▲ 수도원에서 운악산으로 가는 길목에도 돌십자가 세워져 있다.
 
은성수도원의 모습과 그곳에서의 생활은 단순하고 소박하다. 화려하지 않고 단순하지만, 그 안에 소박한 아름다움이 있다. 철저하게 인간 세상과는 결별하고, 아름다운 자연 속에 임재하시는 주님 만을 만날 수 있는 최적의 환경을 제공하고 있다. 은성수도원은 격정적인 부르짖음이 아닌 잔잔한 묵상과 그것을 통한 재충전을 원하는 이들에게는 최고의 장소이다.

   
 
 
잠시동안 머무른 수도원을 나와 나무가 있는 마을 입구에 다다르니 당혹한 표정이 역력한 자가운전자가 보인다. 아니나 다를까 은성수도원의 위치를 묻는다. 장로회신학대학교 경건훈련원인 은성수도원은 그렇게 세상과 떨어져 꼭꼭 숨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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