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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리뷰<꽃잎에 앉은 그대 마음 세상 모두 아름다워라>
“봄날 눈부신 언어 성찬의 초대장”
2008년 04월 23일 (수) 00:00:00 양봉식 기자 sunyang@amennews.com

   
 
▲ 최창일 시인의 시집 표지
 
하나의 시와 하나의 그림을 동시에 보는 것은 즐겁다. <꽃잎에 앉은 그대 마음 세상 모두 아름다워라>(최창일 지음/젠북)는 4월에 독자들의 시선을 사로잡을 만큼 매우 독특한 재미를 더해주는 시화집이다.

최근에는 시와 그림이 있는 몇 권의 시집이 서점가에 나와 있다. 도종환, 정호승, 이름만 들어도 다 아는 이들이다. 하지만 이들의 시집과 또 다른 접근법을 보인 시화집이 최창일의 책이다.

<꽃잎에 앉은…>이라는 다소 길어 보이는 책 제목, 하지만 제목이 긴만큼 여운도 길게 남는다. 독자를 사로잡는 것은 먼저 표지 위에 쓰인 ‘감성’이라는 단어다. 강렬한 붉은 색으로 시작되는 시집의 표지에서 이 책이 우리에게 주는 4월의 선물이 결코 가볍지 않다는 것을 느끼게 해 준다.

“말과 눈이 만났을 때 보는 독자가 흥미롭게 접근하지 않을까 하는 뜻에서 시도한 시집이다. 말도 시도 화가의 그림도 시라는 것에서 훨씬 폭발력이 있지 않을까 하는 의미다. 눈이 다하지 못한 표현을 말이 대신 해주고 그림이 다 하지 못한 표현을 말이 대신해준다.”

   
 
   ▲ <남풍>
 
시화집을 낸 저자는 시와 그림을 함께 곁들인 이유를 이렇게 말했다. 어쩌면 시는 그림을 만날 때 상승효과를 줄 수 있다. 그러나 자칫하면 오히려 화를 자초하기도 한다. 화려한 그림으로 시를 망치기 때문이다. 더구나 지나친 친절이 오히려 시의 상상력을 제한할 수 있다. 하지만 그런 염려는 이 책에서는 할 필요가 없을 것 같다.

책을 디자인하는 이가 그림과 시를 절묘하게 배치하고, 시의 본질을 해치지 않는 가운데 책이 구성되어 있기 때문이다. 책에 대해 몇 가지 궁금한 것이 있어 그림을 그려준 최성환 화백과 통화를 했을 때, 화백은 이 점을 잘 이해하고 있었다. 시가 중심이기 때문에 최대한 시를 배려한 그림을 그렸다고 한다. 그의 말대로 그림이 시를 잘 받쳐줘 시화집은 매우 조화로운 감상을 가능하게 한다. 시화집은 모두 4부로 나뉘어 있다. 봄과 여름, 가을 등 계절을 감안하여 구성되어 있지만 봄 분위기라서 그런지 읽는 이가 크게 신경을 쓸 부분은 아니다.

   
 
   ▲ <봄바람>
 
‘봄날 깨닫다’로 시작되는 시화집의 첫 느낌은 봄으로 시작되는 계절의 적절한 탄성이다. ‘봄날, 깨닫다’는 시인의 인생의 성숙을 눈치 챌 수 있다. 시인은 ‘외로움’을 ‘사랑’으로 승화시킨다. 그리고 사랑을 ‘당신을 가두고 내가 갇히는 것’이라고 말한다. 마치 예수님이 “내가 너희 안에 너희가 내 안엽라고 말씀하신 것처럼 사랑이란 온전한 하나됨이라는 것을 그의 시에서도 발견한다.

‘봄날, 깨닫다’의 옆에 자리 잡은 흩날리는 민들레 그림은 우리의 시선을 사로잡을 만하다. 민들레는 봄의 전령 중의 하나다. 그 씨가 온 천지에 날리고 그 안에 있는 한 사내가 나팔을 부는 노랑 바탕의 그림은 시인의 ‘사랑법’의 나팔이라고 할 수 있다.

최창일의 시는 서정적이다. 보편적인 서정성은 모든 시인이 갖춰야 할 것이지만 단순한 서정성을 넘어선다. 그의 시적 깊이와 정신세계는 고향과 맞닿고 있다. 그리고 그것이 단순한 추억거리가 아니라 기독교적 세계관으로 이어진다. 독실한 기독교인 최창일 시인은 단순한 종교적 시를 추구하는 신앙시 보다 오히려 일상에서 보이지 않는 신의 숨결을 읽고 그것을 자신의 호흡에 반영하고 있다는 것이 더 맞는 말일 것이다. 자연을 예사롭게 바라보지 않고 성찰해 나가며 침묵과 외로움을 시 속에 그리고 있다.

   
 
   ▲ <봄 봄>
 
그의 시 ‘익사’에서 그는 도시의 어둠 속에서 새로운 통찰의 세계를 고스란히 보여준다. ‘아무 말없이/ 배처럼 흐르는 영동교 아래/ 서울의 어둠이 흘러갑니다/ 불을 밝히고/ 새벽 강물에 어제의 수심을 씻고/ 첫닭 우는 소리에 물 속 깊이/ 어제의 내가 익사합니다’(후략). 이 시가 보여주는 그의 정신세계는 베드로의 회개처럼 강물에 자신의 죄를 씻기 위한 ‘익사’의 행위를 엿보게 한다. 그래서 영동교 아래의 강물은 시인의 죄씻음의 세례 의식으로 승화된다.

<꽃잎에 앉은…>의 시 세계는 매우 자연적인 것들로 가득 차 있다. 도심에 앉아 있는 시인이 봄과 가을의 계속 속에서 고향을 그리기도 하고, 도시 안에 있는 꽃과 나무, 바람과 별을 통해 우리의 시선을 흙으로 돌아가게 한다.

저자가 “푸른 육성의 언어, 풍경 속의 언어, 눈부신 언어의 성찬을 차려 놓고 사랑하는 사람을 맞듯, 이 땅의 잠 못 이룬 그대를 초대하고 싶다”는 초청에 4월의 봄날, 기꺼이 응하는 사람이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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