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종국 청소년교육선교회 총무. 염광교회 협동목사

대학입시를 앞둔 학생들에게는 예전에는 '4당5락'이란 말이 유행했었다. 그러나 요즘은 '3당4락'으로 바뀌었다. 3시간을 자면 합격하고 4시간을 자면 낙방을 한다는 말이다. 그래서 입시생에게는 잠을 줄여야 한다는 말을 으레껏들 한다. 그러나 말이 3시간, 4시간이지, 어디 그 정도 잠으로 우리가 버티겠는가? 어쩌다 하루 이틀 잠을 덜 잘 수는 있어도, 매일을 수면부족상태에서 헤매는 것은 공부에 큰 도움이 되지 못한다. 오히려 잠을 충분히 자고 맑은 정신으로 꾸준히 공부를 해야 효과적임을 우리는 안다. 그러나 해야 할 공부는 많고 마음은 불안한 상태에서 학생들은 대책없이 잠만 줄이려 한다.

1.수면의 구조와 기능

 청소년의 수면을 이해하려면 우선 정상 수면의 구조와 기능을 알아야 한다. 수면은 마치 건축물과 같이 여러 단계로 구성되어 있다. 따라서 이를 수면구조라고 한다. 수면다원기록기를 사용해 수면을 기록, 분석하여 보면 다음과 같은 단계로 구성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전체적으로는 비(非)-렘 수면(NREM sleep: non-rapid eye movement sleep)과 렘 수면으로 이분된다. 비-렘수면은 다시 그 수면의 깊이에 따라 1, 2, 3, 4단계로 구분된다.

1, 2단계를 얕은 수면, 3, 4단계를 깊은 수면으로 재분류한다. 연구자에 따라서는 3, 4단계를 따로 구분하지 않고 서파수면(徐波수면, delta sleep)으로 칭한다. 렘수면은 꿈과 관련되는 수면으로 뇌파가 각성시와 같이 활성화되고, 근육의 긴장도는 최소한으로 감소되며, 빠른 안구운동이 특징적이다. 몸은 마비된 상태에서 정신은 활성화되어 있고 마치 주변을 관찰하는 것처럼 눈의 움직임이 활발한 상태이다. 이에 따라 렘 수면을 역설적, 능동적, 빠른 수면이라고 한다.

1) 수면주기

(1) 잠들기 및 제1 수면단계

 정상인의 수면에서 남녀차이는 없다. 비-렘 수면을 통해 잠이 들며 렘 수면은 잠이 든 후 80분 이전에는 나타나지 않는다. 수면전반을 통해 비-렘수면과 렘 수면이 약 90분 간격으로 바뀌면서 수면이 진행된다. 취침 후 몸과 마음이 이완되면서 제 1단계 수면이 나타나며 1-7분간 계속된다. 제 1수면단계 중에는 당연히 쉽게 깨어난다. 제 1단계 수면은 일종의 전환기와 같은 성격을 지녀 다른 수면단계들 간의 간격을 메우는 식으로 자주 나타난다.

(2) 제 2단계 수면

 깨어있는 상태에서 수면상태로 들어가는 현관역할을 하는 제1단계 수면에 이어 제2단계수면이 나타나 약 10-25분 동안 진행된다. 특징적으로 베틀기계에서 사용하는 방추와 같은 형태의 뇌파와 커다란 모양의 K-복합파가 나타난다. 제 2단계 수면에서 깨우려면 좀더 강한 자극이 필요하다.

(3) 제 3,4단계 수면(서파수면)

 제 2단계 수면이 계속 진행되어 잠이 든 후 30-45분이 지나면 서파수면에 도달한다. 점차 키가 큰 느린 뇌파들이 그 모습을 들어낸다. 이 단계에서 깨우려면 매우 큰 자극이 필요하다.

(4) 렘 수면

 전체적인 뇌파의 모습은 제 1단계수면과 비슷하며 톱니모양의 뇌파들이 특징적으로 나타난다. 안구운동이 가성상태에서와 같이 빠르게 나타나는 것이 특징이다. 렘 수면에서 깨우면 약 80%이상에서 생생한 꿈을 기억한다. 반면에 비-렘 수면에서는 약 5%만이 제대로 된 꿈을 기억하게 된다.

(5) 수면의 진행

 수면이 진행될 수록 서파수면은 줄어들고 렘 수면은 증가하는 경향을 보인다. 따라서 깊은 잠은 수면초기에 많이 자고, 꿈은 새벽에 많이 꾸게 된다. 숙면을 하는 사람의 경우도 수면중에는 간혹 몸을 뒤척이고 깨어난다. 몸의 움직임은 매 15-20분 마다 나타난다.

(6) 수면의 정상범위

 비-렘 수면을 통해 잠이 든다. 비-렘 수면은 약 90분 주기로 교대한다. 서파수면이 수면전반 1/3에, 렘 수면은 후반 1/3에 주를 이룬다. 수면중 각성시간은 전체 수면의 5%이내이다. 제 1,2,3,4 단계수면은 전체수면의 75-80%를 이룬다. 렘 수면은 전체수면의 20-25%를 이루고, 4-6회에 걸쳐 나타난다.

(7) 잠의 길이 및 깊이

 얼마나 오래 자는가는 여러 요인들에 따라 차이를 보인다. 의지에 의한 조절, 유전적 소인, 일주기 리듬(circadoan rhythm)이 관련이 있다. 잠이 길어지면 렘 수면의 양이 늘어난다. 잠의 깊이를 보면 비-렘 수면에서는 서파수면이 제일 깊은 잠이고 제 1수면단계가 제일 얕은 잠이다. 렘 수면에 관해서는 그 특성상 깊이를 논하기가 쉽지 않다. 렘 수면은 각성이나 비-렘 수면과 다른 제3의 상태이기 때문이다.

(8) 수면단계 분포에 영향을 주는 요소들

가. 연령

 연령은 수면분포에 가장 강력하고 지속적으로 영향을 주는 요소이다. 청소년의 수면이 어떤 상태인지는 신생아와 성인의 수면과 비교하면 분명해진다. 청소년의 수면은 신생아, 어린아이의 수면으로부터 벗어나 성인형 수면으로 정착되어 가는 전환기적 수면이기 때문이다.

 신생아에서는 보통 가성상태에서 렘 수면으로 넘어가며 꿈과 관련된 렘 수면이 전 수면시간의 50%를 차지한다. 이 비율은 나이가 들면서 점점 줄어들어 성인이 되면 비교적 노령까지 20-25% 수준으로 유지된다. 비-렘 수면과 렘 수면의 주기적 변환은 신생아에서 50-60분 간격으로 이루어지나 성인에서는 90분 간격으로 늘어난다. 서파수면은 생후 2-6개월이 지나 나타나 어린아이들에서 최대로 10대에 들어서면 거의 40%정도 감소하고 나이가 들어가면서 지속적으로 감소해 남자의 경우 60세 정도가 서파수면은 거의 관찰할 수 없다.

나. 지난 수면력

 하루 또는 그 이상 잠을 설친 경우 회복기 수면에서 서파 수면의 비중이 늘어난다. 회복기 수면은 대개 길고 깊다. 렘 수면은 2일째 혹은 그 이후에 반동성의 증가를 보인다. 따라서 밤을 꼬박 새운 경우 서파 수면이 우선 회복되고 그 뒤에 렘 수면이 회복되는 경향을 보인다. 밤잠을 계속 제한할 경우, 잠자는 시간대가 불규칙한 경우 수면상태 분포가 영향을 받아 렘 수면이 너무 일찍 나타나는 등의 변화를 보인다. 이에 따라 일면환각, 수면미비 또는 수면성 간대성 근경련 등이 나타날 수 있다.

다. 약물복용

 많은 약들이 수면에 영향을 준다. 벤조다이제핀계의 신경안정제는 서파수면을 억제한다. 항우울제는 렘 수면을 억제한다. 이러한 약들을 갑지기 끊으면 반동현상으로 억제되었던 수면단계가 증가한다.

2.청소년의 수면실태

 청소년 대화의광장에서 1993년 7월부터 8월 사이에 전국의 남녀 청소년 959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가 다음과 같이 나왔다.

 1) 인문고생의 경우 하루평균 6시간을 잔다. 그러나 5시간 이하를 자는 학생들의 비율이 고3이 되면 33.3%나 되며, 22.2%가 4시간 이하의 수면을 취하고 있다.
 2) 주말의 수면량은 중상위권의 인문고생의 경우는 큰 변화가 없으나 성적 하위권에서 급격히 줄어든다. 주말동안은 일상생활과 다른 특별한 활동이 있었거나, TV와 주말 특집 프로그램 시청율 때문이 아닐까 하는 추측을 낳게 한다.
 3) 수면부족으로 인해 학생들은 집중이 어렵고(25.6%), 짜증을 내며(14.9%), 졸면서 (13.5%) 하루를 보내거나, 곧 쓰러질 것 같고 어지럽고 정신이 없는 상태(8.2%) 로 고통스럽게 생활한다.

 4) 시험 때가 되면 쏟아지는 잠을 쫓기 위해서 세수를 하는가 하면(47.0%), 커피 등 음료를 마시지만 (36.2%), 억지로 참거나(26.3%), 낮잠(26.1%), 음악(18.7%)을 듣는다.때론 각성제를 복용하기도(2.9%)한다. 약물사용이란 차원에서도 매우 우려되는 부분이다.
 5) 공부를 하다가 잠이 들다 보니 잠옷을 입고(31.1%) 자기보다는 평상복으로 (40.4%) 잠들기 일쑤다. 인문고 고학년으로 갈수록 심해지는 경향이 나타나는 것을 공부하다가 그대로 잠드는 경향과 거의 일치하고 있어, 그들의 수면행동의 일면을 보여 주고 있다.
 6) 불편한 잠자리에서 인문고 학생들은 코를 골거나(13.5%), 이를 갈거나(10.4%), 쥐가 나서(24.4%)역시 편안한 잠을 자지 못하고 고통받는다.

 7) 꿈도 나는 꿈 (10.8%), 귀신, 괴물꿈(10.6%), 전쟁, 싸우는 꿈(8.7%) 등 꿈속에서도 긴장속에 시달림을 당한다. 그러나 잠을 깨서도 잠을 제대로 잔 것같지 않은 머리 무거운 상태가 계속될 것임을 짐작할 수 있겠다.
 8) 수면상태에서 깨어 날 때도 스스로 깨기보다는 가족들에 의해(46.0%)겨우 깨지만, 시간을 확인한 후 더 잠을 자는 (56.3%)학생들도 많다.
 9)잠이 부족하니, 재주껏, 틈틈이 잠을 보충한다. 학교에서는 점심시간이나 쉬는 시간(47.9%)에 자거나, 시간이 날 때 (45.7%), 수업시간에 (19.0%)잔다. 차를 타고 졸기도 하지만 (12.8%), 주말에 실컷 잠을 자려고(21.1%)벼른다. 그러나 잠은 늘 부족하여 온몸에 힘이 빠진 듯한 무기력하고 탈진된 느낌으로 매일매일 보낸다.

3. 청소년의 수면건강

 수면은 습관이다. 따라서 수면습관이 잘못되어 있으면 수면건강에 영향을 준다. 바람직한 수면습관 11가지를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1) 아침기상시간이 일정해야 수면-각성 리듬이 일정하게 유지된다. 우리 뇌속의 수면-각성 주기를 조절하는 '생물학적 시계'의 기능을 제대로 유지하는 가장 강력한 자극이 일정한 기상시간이다.
2) 커피를 가능하면 오후에는 마시지 않는다. 카페인의 영향은 8-14시간 동안 지속되므로 심한 경우 오전중에 마신 커피도 불면증을 일으킬 수 있다. 그외 초콜릿, 홍차, 드링크류도 동일한 영향을 준다.
3) 담배도 숙면에 영향을 준다.

4) 너무 시장하면 잠들기 힘들다. 따라서 간단한 군것질이 도움이 된다. 그러나 수분이 많이 함유된 과일류는 배뇨를 촉진시켜 숙면을 방해한다.
5) 침실이 너무 덥거나 추우면 숙면이 안된다,
6) 침실의 소음은 깊은 잠을 못 자게 한다.
7) 침실에서 공부를 하면 불면증이 유발될 수 있다.
8) 잠자리에 누워 있는 시간이 너무 길면 오히려 숙면에 방해가 된다.
9) 매일 적절한 양의 운동을 하면 숙면에 도움이 된다. 단 취침전 격렬한 운동은 신경을 흥분시켜 도움이 되지 않는다.
10) 수면제 장기복용은 약물의존 및 불면증을 유발한다.
11) 술은 숙면을 방해한다.

4.바른 학습을 위한 수면법

 인문고생의 생체리듬을 벗어난 과도한 수면부족의 원인은 대체로 학업에 대한 욕심으로부터 비롯된다. 낮은 성적에 대한 강박관념, 시험불안은 밤이면 잠을 몰아내고, 무조건 잠만 덜 자고 공부만 하면 해결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잘못된 학습습관과 효과적이지 못한 시간활용은 더욱 사람을 지치고 힘들게 만들 뿐이다.

 잘못 형성된 수면 행동은 바로 잡아 주어야 한다. 건강하고 정상적인 생활리듬을 되찾기 위한 해결방안을 다음과 같이 제시해 본다.

 1) 적정한 수준의 학습목표를 세운다. 자기 능력과 동떨어진 목표를 욕심껏 세워 시작 전부터 좌절을 맛보지 않도록 적정수준의 목표를 설정하게 한다.
 2) 계획적이고 규칙적인 생활을 하게 한다. 계획된 시간표에 의한 일정한 수면활동은 깊고 안정된 숙면을 보장하기에, 비롯 짧은 시간일지라도 효과적으로 피로를 풀게 한다.
 3) 효과적이고 규칙적인 생활을 하게 한다. 계획된 시간표에 의한 일정한 수면활동은 깊고 안정된 숙면을 보장하기에, 비록 짧은 시간일지라도 효과적으로 피로를 풀게 한다.

 4) 효과적인 학습전략을 세우게 한다. 부족한 과목, 집중적으로 파고 들어야할 과목을 선정하고, 과목에 알맞은 학습전략을 세워, 바람직한 학습습관으로 짧은 시간에 최대의 효과를 올리는 방법을 모색하게 한다.
 5) 심리적으로 안정을 찾게 해 준다. 과잉기대, 높은 요구 수준으로 불안해진 마음을 안정시키고, 회피하고 싶은 상황을 직면하게 해서 스스로 해결점을 선택하고 차분한 마음으로 공부에 전념할 수 있게 해 준다.

 청소년들에게서 입시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수면문제는 항상 심각한 고민거리가 된다.부모들은 이 부분에 대한 적절한 지도를 해주어야 한다. 그러나 이러한 수면문제도 신앙적인 이해가 필요하다. 잠을 즐겨 지나치게 자는 것은 옳은 신앙인의 태도가 아니다. "술 취하고 탐식하는 자는 가난하여질 것이요 잠자기를 즐겨하는 자는 해어진 옷을 입을 것임이니라"(잠 23:21).

그러나 자신을 훈련하고 계획을 세우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하나님과의 바른 관계다. "너의가 일찌기 일어나고 늦게 누우며 수고의 떡을 먹음이 헛되도다. 그러므로 여호와께서 그 사랑하시는 자에게 잠을 주시는도다"(시 127:2). 우리가 자녀를 지도함에 있어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하나님을 영화롭게 하려는 믿음과 그 하나님을 영원토록 즐거워하는 믿음이 필요하다.
(월간<교회와신앙> 1996년 2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