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종국 청소년교육선교회 총무. 염광교회 협동목사

 비자금의 정국을 벗어나면서 '잘 쓰기 위해서 일을 한다'는 어느 그룹의 경영철학은 물질세계 속에서 또 다른 영역인 인간관계도 다루고 있음을 보게 한다. 누군가는 인간의 관계를 '스침의 관계'와 '만남의 관계'로 구분하는데, 스침의 관계란 가면을 쓰고 일정한 이익을 추구하는 모습이지만 만남의 관계는 진실된 생각과 공감의 관계를 말하는 것이리라.

 이 시대는 가정과 학교에서 이러한 만남이 사라지고 있는 것 같다. 그리고 이러한 만남의 결여는 폭력으로 그 문제의 심각성을 우리에게 경고하고 있다. 얼마 전에 있었던 박한상 군의 부모살해나 김성복 교수의 부친 살해는 이러한 한 단면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더욱 무서운 것은 이 두 사람이 가해자라기보다는 피해자의 측면이 강하며 누구나 이러한 행동이 가능할 수 있다는데 있다.
 '청소년대화의 광장'에서 '패륜에 대한 설문'을 조사하였다. 전국의 2,138명의 중고등학교 2,3학년과 대학 전학년에 걸친 청소년들에게 물었더니 다음과 같은 사실이 나타났다.

1)패륜 사건에 영향을 주었을 것으로 생각되는 이유들
①돈이 최고라는 생각(76.4%)
②인간과 생명경시(60.5%)
③정신과 정서적 이상(32.3%)
④사람보다 학력을 중시(48.5%)
⑤폭력적인 TV와 영화, 소설의 영향(46.1%)
⑥참을성이 없어서(33.8%)
⑦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욕구 충동(66.5%)
⑧소비와 사치, 낭비성향(62.7%)
⑨부모의 독재성향(21.9%)
⑩부모가 본을 잘못 보여서(30.4%)

2)패륜 행동을 예방할 수 있는 방법
①마음을 다스리는 방법과 문제해결 방법을 가르치고 배워야 한다(22.8%)
②자녀와 부모의 역할 및 의미에 대해 재정립해야 한다(17.3%)
③상호이해적이고 서로 존경하는 사회분위기가 형성되어야 한다(38.9%)
④도덕과 윤리의식에 대한 철저한 교육이 있어야 한다(13.9%)
⑤돈에 대한 가치와 사용방법에 대해 실제적 교육이 이루어져야 한다(5.6%)
⑥대중매체에 대한 선별의식을 함양해야 한다(1.4%).
 
 이러한 인간관계의 파괴는 우리의 미래를 어둡게 한다. 따라서 학원폭력과 도덕교육에 관한 생각을 나누어 보도록 한다.

  학원폭력의 실태

 요사이 심각해지는 것 가운데 하나는 청소년들의 학원폭력이다.

 작년 8월 30일 발족한 `학원폭력 예방을 위한 시민들의 모임'을 이끄는 김종기(49?신원그룹 전무) 씨는?지난 6월 당시 ㅈ고교 1학년이던 외아들 대현(16)군이 아파트 5층에서 투신자살한 뒤 비로소 아들의 죽음 뒤에 감춰진 `학원폭력'의 실상을 적나라하게 알게 됐다.?며 말을 이었다.

?병원 영안실에서 아들 친구들로부터 `대현이가 학교 주변 폭력배들로 부터 구타는 물론이고 부모에게 알리면 집에 불을 지르겠다는 협박에 시다달렸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김씨는 숨진 아들뿐 아니라 많은 학생들이 차비와 운동화, 시계, 옷을 폭력배들에게 빼앗기는 등 `학원폭력'에 시달리고 있다는 사실도 알게 됐다.

 지난 3월 한달간 경찰이 학원폭력을 단속한 결과 4,646명이 적발되었는데, 내용은 갈취가 2,130명이고 본드와 환각은 429명, 성폭력은 101명이었다. 93년도 청소년백서에 따르면 청소년비행에서 폭력이 35.6%이고 절도가 24.7%에 이른다.

 지난 6월에 조사한 바로는 용돈을 마련하기 위해 다른 사람의 돈을 빼앗은 적이 있다라고 대답한 학생이 중학생은 5.4%이며 인문고 4.5%,실업고 12.3%였다.돈을 빼앗겨본 경험이 있는 아이들은 국교생은 35.9%,중학생 42.4%.고교생 31.6%였다. 그런데 이러한 학원폭력은 폭력써클화하는 양상과 여학생들의 폭력도 남학생 만큼이나 심하다는 사실이 심각성을 더 한다. 여학생들은 후배의 버릇을 고치기 위해서 따귀를 때리거나 발길질 하는 외에 집단구타를 해서 전치 2,3주의 상해를 입히는 것을 자연스럽게 생각하고 자신의 신체에 서클의 이름을 새기거나 담배불로 지지고 칼자국을 내는 것을 멋으로 생각한다.

 다음은 청소년 대화의 광장에서 국교생 671명, 중학생 684명, 고교생 574명에게 95년 6월 5-20일 조사한 결과다.

1)용돈을 마련하기 위해 다른 사람의 돈을 훔친 적이 있는가

2)용돈을 마련하기 위해 다른 사람의 돈을 빼앗은 적이 있는가?

3)누구의 돈을 빼앗았는가?

4)돈을 빼앗긴 적이 있는가?

2.비도덕적인 사회와 그 원인

 도덕이란 무엇인가? 손봉호 교수는 "직접 또는 간접으로 남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 것"이라고 하였다. 결국은 예수님이 말씀하신 '이웃사랑'이다.

 우리 나라의 도덕 수준은 지금껏 발생하고 있는 여러 가지 사건들 속에서 찾을 수가 있다. 그런데 이런 수치들도 있다. 언젠가 문화방송과 갤럽에서 공동조사했는데, 정직하면 손해본다가 63.4%였고 법제처에서 조사한 설문에서는 법대로 하면 손해본다가 74%, 청소년개발원에서 청소년에게 물어본 바는 어른의 말을 못믿는다가 2/3이었다고 한다.

 왜 우리는 무도덕 아니 부도덕한 세상에서 살고 있을까? 어떤 이는 다음과 같은 이유들을 제시하였다.

 첫째, 일제시대와 군사정권 아래서 권위와 법이 효력을 상실했기 때문이다. 총칼이 무서워서 겉으로 복종했지만 속으로는 권위와 법이 모두를 위한 것이 아님을 확인한 바에야 누가 '먼 법을 무서워하고 가까운 주먹을 무시하랴.'

 둘째, 가치의 공백상태가 이기주의와 물질주의를 불러왔다. 인생을 진지하게 생각하고 먼 미래를 볼 수 있는 지혜와 절대가치가 없으므로 즉시적이고 물질적인 가치가 팽배한 것이다.

 셋째, 입시제도로 인한 사람교육이 제대로 될 수가 없게 되었다. 인문고등학교에서 지상으로 하는 것은 대학합격률이다. 따라서 고매한 인격의 교장선생님도 어쩔 수 없이 학부모와 고3 교사, 학생들의 요구에 철학을 접어 주어야 한다.

 넷째, 전통종교의 기복사상이다. 유교의 형식주의가 내용보다는 체면을 우선시하며 도둑질을 하고 난 뒤에도 "누가 봤는가?"에만 관심을 쓰게 하였다면 무당종교는 불로소득을 복(福)이라고 추켜 세우는 어리석음을 만연하게 하였다. '돈을 놓고 돈을 먹는 일'은 비단 경마장이나 가정의 화투판만이 아니라 주식이라는 투기장에서도 볼 수 있다. 강남의 땅값이 뛰어서 돈번 사람을 '졸부(猝富)'라고 놀리는 사람도 아파트 투기에 초연하지를 못한다.

 다섯째, 신상필벌(信賞必罰)의 원칙이 지켜지지 않고 있다. 잘못되면 남의 탓을 한다. '나만 정직하고 싶지 않다'고 서로 도와 가면서 부정직하게 살아간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세금 도둑을 욕을 하면서도 자신의 세금을 줄이기 위해서 많은 거짓을 말하고 있는가?

도덕 발달과 관련된 변인들

(1)지능

 도덕 발달에 영향을 주는 변인으로는 첫째, 지능을 들 수 있다. 레스트의 1974년 연구에 의하면 지능이 높을수록 도덕적 추리능력이 더 높다.개인이 가진 자기 원리원칙 도덕 점수(principled moral statement; p점수, 즉 5-6단계의 도덕 점수)는 지능 검사 가운데 사회적 이해와 도덕적 이해 점수간에 상관이 있다.

 또한 개인이 가진 인도주의적 마음 자세와 정치적 가치관이라는 두 변인이 친 사회적 행동 및 '법과 질서의 유지'에 대한 태도척도 점수와 긍정적인 상관을 갖고 있다. 그러므로 개인의 지능 지수, 가치관에 따라 도덕 발달의 정도가 달라진다.

(2)조망(perspective)취행, 형식적 조작과 자기 원리원칙적 도덕추리

 유쎈은 1976년 연구에서 중3, 고1, 고3 학생과 대학생 등 4집단을 각각 30명씩 표집하여 '자신, 경찰과 철학자 등 세 가지 사회적 역할'에 대한 도덕적 추리를 하도록 한 적이 있다.

 그 결과를 보면 피험자의 나이가 많을수록 이 세 가지 역할에 대하여 단순한 처벌, 복종이나 인습적인 법과 질서의 입장에서 도덕판단을 하기보다는 점차로 자기 원리원칙적 반응에로 이행해 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있다. 또한  나이가 많아질수록 남의 입장이나 조망을 취하는 일을 잘 하며 또한 이를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었다.

 또 남의 입장과 역할을 잘 취하는 경우에는 자기원리적 반응도 더욱 증가하게 된다. 그것은 사실상 후인습기의 도덕성이며 대인관계 속에서 대등하게 상호적 관련성을 맺는 것이다. 만일 우리가 타인의 관점과 입장을 이해하지 못하고 타인의 역할로부터 이 세계를 바라볼 수 있는 능력이 없다면 자기 원리원칙적 도덕판단 및 사고의 기본이 되는 상호적 관계가 나타날 수 없게 된다.

 이 때 주의해야 할 점은 자기 원리원칙적 도덕추리를 하는데 있어서 청소년기의 자아중심성(예;상상의 관중)이나 자신이 특별한 존재라는 감정(예;개인적 신화)를 극복하고 객관적인 자기 평가를 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만일 이러한 것이 극복되지 못한 상태라면 타인의 조망을 수용할 수 없으며 자기 원리원칙에 입각한 높은 수준의 도덕성에 이를 수 없게 될 것이다.

(3) 성격-도덕 추리와 관계

 개인의 성격 발달을 단계 이론에 의해 설명하려는 학자들은 성격 발달과 도덕적 추리 능력의 상호관계의 규명을 시도하였다. 그 가운데 뢰빙거의 성격 7단계 발달 이론과 콜버그의 도덕 수준 발달 단계 이론이 상당히 일치하고 있다. 그러므로 자아의 발달, 인지 능력의 발달, 도덕적 판단과정의 발달의 세 영역이 함께 발달하고 있는 것이다.

(4)행동과 도덕 추리와의 상호관계

도덕적 추리는 단순히 사고와 판단, 추리의 수준에만 관련성이 있는 것이 아니라 실제 행동과 긴밀한 관련성이 있다. 가령 해리스, 머쎈과 루더포드는 국민학교 5년생을 대상으로 '정직성 검사'와 또래들의 평정점수를 이용하여 도덕적 추리능력은 물론 실제적 도덕행동과의 관계를 파악하려 했다. 

 그 결과, 아동들의 인지능력이 높을수록 도덕적 추리능력이 높고 더 나아가 실제 도덕 행동에서도 수준이 높았다. 그리하여 부정에 대한 유혹을 물리치고 타인의 행복과 복지를 고려하는 등 친사회적인 태도를 갖추게 된다.

(5) 도덕적 기준과 사회 인습적 기준

  도덕판단력의 발달 문제는 응답자에게 주어진 문제가 도덕적 과제인가 또는 사회인습적 과제인가 하는 것과 관련된다. 즉 도덕적 과제는 일반화될 수 있고 보편타당하며 규칙이나 금지 규정과는 독립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것을 말한다(예; 폭력 행위, 도둑질, 빚갚지 않기, 버스에서 자리 양보 않기 등).

 이에 반하여 사회 인습적 과제는 그 사회가 정한 규칙이나 금지 규정에 복종해야 하고 규정이 달라지면 언제나 바뀔  수 있는 것이다(예; 손가락으로 음식 먹기, 어른에게 인사 안 하기, 교실에서 신발장에 신발 정돈 안 하기, 어린 여자아이들이 귀고리하거나 손톱에 매니큐어 칠하기  등).

 이와 같은 두 가지 문제에 대한 구별은 서구 문화의 독특한 현상일 수도 있으나 개인적 도덕적 기준과 사회인습적 규칙에 대한 복종과 질서 유지가 별다른 구별없이 하나의 행동 기준으로 작용하는 전통적 유교 사회에서는 아동, 청소년의 도덕 판단이 서구와 다를 수 있다.

 우리 나라 아동을 대상으로 한 연구의 결과를 보면 응답자의 나이에 관계 없이 사회인습적 문제보다 도덕적 문제의 위반을 더욱 허용될 수 없다고 주장하여 도덕 발달의 일반적인 경향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또한 도덕적 문제 위반에 대한 판단을 개인의 의무, 공평성, 타인의 복지 등에 근거를 두고 하며 사회인습적 문제에 대해서도 권위에 대한 복종, 금지 규정성에 비추어 판단하였다. 그러므로 한국 어린이와 청소년도 도덕적 문제와 사회인습적 문제에 대한 판단을 각각 달리 발달시켜 나간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도덕적 삶을 위한 지도

 이제 바른 사회를 보고 싶다. 예수를 잘 믿으면 어떤 모습이 될까?
"너희가 전에는 어두움이더니 이제는 주 안에서 빛이라 빛의 자녀들처럼 행하라 빛의 열매는 모든 착함과 의로움과 진실함에 있느니라"(엡 5:8-9).이제 우리 교회에서도 학생들에게 도덕을 이야기하는 성숙함이 필요하지 않겠는가? 예수 그리스도의 피흘리심으로 새롭된 피조물은 복음의 초보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일전에 어떤 전도사님은 3년 동안에 두번을 만났는데 계속해서 학생들에게 인사하기를 강조하셨다. 일년내내 그리고 모자라서 수련회에 가서도 인사하기를 강조했는데 2년 반이 지나니까 중등부 학생들이 변하더라는 것이다.

 우리의 아이들을 위해서 우리가 할 일은 무엇인가? 먼저 교육에 대한 철학과 입장을 갖도록 한다. 우리 고등부의 부장 집사님은 자녀들에게 먼저는 하나님 공경이요, 다음은 부모에게 효도하라는 두 가지만 요구하신다. 이것이 철학이다.

 둘째, 학생의 행동과 도덕적 상태에 대해서 객관적인 인식을 갖자. 내가 가르치는 고등부 학생들 가운데서 술을 먹는 아이들이 적지 않고 부모의 말을 거역하는 아이들이 또한 많다. 그러나 그러한 아이들을 이해해 주려는 노력도 제대로 하지 못했지만 그 심각성을 깨닫고 책망을 하지 않은 것이 나의 큰 죄가 된다. 언젠가 부회장에게 "무엇을 해주면 좋겠니?"하고 물었더니 "잘못할 때 저를 혼내주세요"했던 말이 생각난다. 나는 물론 그 후로도 한번도 화를 내거나 혼을 낸 적이 없었는데 내가 옳았다는 생각은 안 한다.

 셋째, 기본적인 도덕규범을 실천하도록 한다. 우리 교회에서는 전 교육부서가 12가지 실천규칙을 95년도에 지도하기로 하였다. 주일지키기, 인사하기, 고운말쓰기, 식사기도하기 등을 지도하기로 하였다.

 넷째, 이웃에 대한 생각을 넓히도록 한다. 도덕이 남을 위한 삶이 되기 위해서는 이웃에 대한 생각이 필요하다. 선한 사마리아인처럼 인종과 게급, 신분, 종교가 다를지라도 사랑으로 대할 수 있고 나아가 진실과 정직, 그리고 하나님의 절대가치에 근거한 공의가 사회에 넘치도록 하는 것이 우리의 할 일이다.

 이제 새해를 맞이하면서 올해는 복음의 초보를 벗어난 성숙한 그리스도의 인격으로 우리 교육의 목표를 정하고 우리 청소년들을 지도하자.
(월간 <교회와신앙> 1996년 1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