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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한권/ <나는 안전한 사람인가>를 읽고
2001년 09월 01일 (토) 00:00:00 교회와신앙 webmaster@amennews.com

 김희진  집사/ 사랑의교회, 대한변호사협회 연구조사위원

내 여동생은 서른 둘에 결혼을 했다. 독신의 은사를 받았다는 확신이 있는 것도 아니었고  독신을 생각하기는커녕 믿음 좋은 사람과 결혼하길 간절히 원했지만 그런 사람을 만나지 못해 오랫동안 기도했었다. 동생이 서른을 넘기면서부터 밤이면 깊은 잠을 못 잔 건 오히려 나였다. 그 때 지속적으로 하나님께 드렸던 질문이 바로, 하나님, 누가 믿을 만한 사람입니까, 하는 것이었다. 사람만큼 그 속을 알 수 없는 존재도 드물지 않는가.

기도를 하면서도 현실의 조건을 생각하면 얼마나 아득했던가. ‘기독교 신앙을 가진 남자들도 많지 않은 데다가 믿음이 좋은 사람은 더욱 드물고, 사람을 알려면 일정 기간을 사귀어야 하는데 그 교제기간까지 생각하자니 더 조급해지고, 거기다가 동생은 나이도 많으니 선택의 폭은 더욱 좁아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꼬리를 물기 시작하면 얼마나 힘이 빠졌던가.

이야기의 시작을, 배우자 선택에 대한 고민으로 삼아서 그렇지, 결혼하려는 사람뿐 아니라 우리 모두는 늘 안전한 사람, 믿을 만한 사람을 찾고 있다. ‘세상에 믿을 놈 하나도 없다‘라는 말을 우리는 수시로 듣고 말한다. 모두가 바라는 만큼 믿을 만한 사람, 믿을 수 있는 사람을 만나기가 어렵다는 말이다. 

이 책을 만난 것은 작년이었다. 어딘가에서 보고는 아! 저 책, 꼭 보아야겠다고 생각하고는 오늘에 이르렀다. 시의성을 따져야 하는 책이 아니므로 읽는 시기는 아무 문제가 되지 않았다. 단지, 언제나 적용이 문제다. 이 책을 통해 무엇이 달라질 것인가가 문제이다.

언젠가, 예전에는 나 자신을 상당히 괜찮은 사람으로 생각했었다는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그런데 어느 날 그런 사람이 아니라는 자각에 이르렀다고. 이 책으로 나는 나를 다시 한번 평가할 수 있었다. 그리 괜찮은 사람이 아니라는 것은 이미 깨달았지만 그래도 안전한 사람은 된다고, 그래서 사람들이 나 정도만 정직해도 세상은 믿고 살 만할 것이라고 은근히 믿고 있었던 나는 내가 안전한 사람이 못된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 아픈 각성이여! 

안전한 사람이란 대인관계 속에서 보여주는 일정 정도의 정직성이나 복음을 전해줄 수 있는 능력 등 몇 가지의 조건만으로 획득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이 책은, 다른 사람이 하나님이 원하시는 삶을 살도록 돕는 사람을 안전한 사람으로 정의하고 있다. 물론 주님의 거룩한 뜻을 알고 체험한 사람이라면 누구를 만나든지 기본적 지향은 그러할 것이다. 나 역시 누구를 만나도 그를 하나님께 가까이 가도록 도와야 한다는 부담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찬찬히 읽어가다 보면, ‘나도 안전한 사람이 아니구나‘하는 뼈아픈 결론에 이르게 된다. 그러나 거기가 끝은 아니다. 난 정말 안전한 사람이 되고 싶으니까.
다시 말하면 이 책을 통해 우리 자신을 포함한 사람들을 진단하고 평가할 수는 있지만 그걸 통해 좋은 사람을 볼 줄 아는 능력을 키우고 우리가 안전한 사람이 되기 위해 끝없이 노력하는 것이 추가되지 않으면 그 진단 자체도 무의미하다는 것이다.

매달 경건 서적을 읽고 이렇게 서평을 쓰면서, 글을 쓰는 순간만큼은 매번 굉장한 깨달음을 얻은 듯 느끼고 표현 역시도 그렇게 하지만 책뚜껑을 덮고 원고를 보내고 난 후 그 책으로 실제 내 삶이 얼마나 변했는지를 생각해 보면 회의적이다. 거의 매일 Q.T.도 갖고 경건 서적도 읽고 글로써 이렇게 정리도 하고는 있지만 나는 과연 지금 성장하고 있는 걸까? 보다 나은 사람이 되어가고 있는 걸까? 안전한 사람으로 가까이 가고 있는 걸까?  그런데 왜 책이 말하는 잣대로 보면 난 언제나 형편없을까. 왜?

저자는 이 책의 마무리를 이렇게 하고 있다. ?이 책 내용은 복음의 내용과 비슷한 점이 많습니다. 복음처럼 반가운 소식과 슬픈 소식을 모두 가지고 있지요. 좋은 소식은 여러분이 해로운 사람과의 지옥 같은 관계에서 헤어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슬픈 소식은 여러분이 자신의 십자가를 지고 여러분이 가지고 있는 문제들을 고쳐야 한다는 것입니다.?

책을 읽고 깨닫는 것만으로는 아무것도 변하지 않을 수도 있는 것이다. 주님께서 나를 고치시도록 온전히 나를 내어드리는 용기와 지속적인 순종이 따르지 않으면···.  

우선 이 책은 해로운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를 가르친다. 해로운 사람의 스무 가지 특징을 살펴보다 보면 해로운 사람이라는 것이 결코 극단적인 범죄를 저지르는 사람, 아니 거기까지 나가지 않더라도 특별한 성격적 결함을 가진 사람만이 아니라 우리가 늘 볼 수 있는 사람들이나 나까지도 포함되어 있다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그러면 이런 질문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해로운 사람의 부분적인 특징과 안전한 사람의 부분적인 특징을 공유하고 있다면 굳이 안전하고 좋은 사람들을 식별하려 할 필요가 없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그렇지 않다. 우리 모두가 완전하지 않다는 것은 기본 전제이지만 이 책이 알려주는 잣대로 다른 사람을 진단하면, 정말 사람 잘못 만나서 인생을 망치거나 괴로움을 당하는 것으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다는 것이 그 첫째요, 나 자신에게는 그 잣대를 좀 더 엄격하게 적용함으로써 보다 안전하고 온전한 사람으로 자라나게 동기 부여한다는 것이 그 두번째 유익인 것이다.           

이 책의 유익을 꼭 누리리라, 다시 한번 다짐한다.

아! 동생의 결혼에 대해 마무리를 안 했던가? 동생은 우리가 생각지 못한 놀라운 방법으로, 믿을 수 있는 사람, 안전한 사람과 결혼했다. 불가능해 보이는 상황 앞에서 좌절할 때 나는 하나님이 그 때 베푸신 은혜를 기억하려 애쓴다.
(월간 <교회와신앙> 2001년 9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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