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엔 눈이 와야 제맛이다. 산과 계곡 등 모든 곳에 하얀 눈으로 덮인 것을 보면 왠지 마음도 시원해지고 또 깨끗해지는 것 등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더욱이 적당히 쌓인 눈 위를 천천히 걸으면서 조용히 기도와 묵상을 할 수 있다면 그야말로 금상첨화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어디 그런 기도처소가 없을까?

지금 강원도 속초에 위치한 추양하우스(사무총장 서정필)를 방문하면 ‘바로 여기구나’라는 감탄사를 내뱉게 된다. 설악산 국립공원 자락에 자리 잡고 있어 청정한 공기는 물론 빼어난 자연경관을 만끽할 수 있게 된다. 게다가 요즘에 내린 눈은 오묘한 자연의 섭리에 흡수되지 않을 수 없데 만든다. 한 마디로 ‘끝내준다’.

기자가 추양하우수를 찾은 날은 한바탕 눈이 내린 이틀 후였기에 그 느낌이 더했는지도 모른다. 인터넷 주소(www.chuyanghouse.co.kr)에 소개된 대로 자동차 핸들을 움직여 갔다. 간단하게는 속초에서 설악산 국립공원 가는 길로 들어가다 보면 ‘추양하우스’ 이정표가 보인다. 그때부터 그 이정표대로 따라가면 된다.

▲ 추양하우스 가는 길

눈이 내린다는 것이 보기에는 좋지만 자동차 운전자에게는 그야말로 골치덩어리다. 더욱이 9년째 타고 있는 기자의 자동차에는 스노우타이어도 또 타이어 체인도 갖추어져 있지 않았기 때문에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여차하면 포기하고 돌아갈 생각까지도 하고 있었다. 그러나 걱정했던 것과는 달리 도로 사정은 좋았다. 한파주의보까지 내려졌지만 큰 걱정은 없었다.

다만 숲속으로 들어가는 추양하우스 입구에서는 잠시 주춤거렸다. 눈이 그대로 쌓여있는 길이었기 때문이다. 400미터는 더 들어가야 하는 길이었다. 자동차가 오간 흔적은 뚜렷이 나 있지만 기자는 자동차를 인근 초등학교 근처에 주차를 해 놓기로 했다. 숲속길 한 복판에서 오도가도 못하는 진퇴양난의 상황이 끔찍하기도 했지만, 눈밭을 걸어갈 수 있는 좋은 기회라는 생각이 더욱 앞섰다.

▲ 추양하우스 입구

‘야! 역시 좋다’, ‘걸어가기를 잘했지’ 등의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눈이 온 세상을 덮었기 때문이다. 주위를 둘러보아도 온통 눈이다. 나뭇가지에 무겁게 내려앉은 눈들이 곧 쏟아질 것만 같기도 했다. 아니나 다를까 걸어가는 중간 중간에 ‘푹~’ 거리며 나뭇가지들이 눈을 땅으로 쏟아놓았다. 이름 모를 새라도 스쳐 지나가면 여기저기서 그 소리가 더 많이 들려왔다.

▲ 반겨주는 겨울 나무들

▲ 눈이 먼저 와서 앉았다

▲ 앞선 이의 발자취를 따라가며

추양하우스는 여느 기도원처럼 미리 예약을 한 후 방을 배정받아 숙박을 할 수 있다. 단체 모임도 가능하다. 수련회나 기타 크고 작은 모임 등을 가질 수 있다. 인근의 1시간 거리에 위치한 설악산과 또 동해 바다를 이용한 프로그램도 얼마든지 훌륭하게 가질 수 있다.

그렇지 않고 당일로 방문하여 역시 기도의 시간을 가질 수도 있다. 비록 쌀쌀한 겨울 날씨이지만 조용한 눈밭을 혼자 걸으며 깊은 묵상에 잠길 수 있다. 더욱이 아직까지 아무도 걷지 않은 눈밭을 찾아 걷는다는 것은 또 하나의 기쁨이다. 눈에 덮힌 벤치나 자연석을 이용할 수는 없지만 그것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어느 새 마음에 평안함과 쉼을 맛볼 수가 있다. 가끔 눈을 뭉쳐 멀리 던지기라도 해 보면 마음에 쌓은 그 무엇도 동시에 날아가 버리는 듯한 느낌을 갖기도 한다.

▲ 추양하우스

▲ 매 층 마다 준비된 휴게실

▲ 추양 목사의 휘호

초등학생 자녀를 둔 부모라면 이처럼 눈이 쌓인 곳을 또한 예사롭게 바라만 보고 있지 않을 것 같다. 아이들과 함께 왔다면 그들에게 또 하나의 좋은 선물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조금 더 적극적으로 아이들과 함께 눈싸움을 해 본다면 그 맛은 또 다를 것이다. ‘삶의 기도’라는 단어가 있다면 바로 이런 것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해 보게 된다.

추양하우스에는 개인기도실이 있다. 누구나 들어가서 이용할 수 있다. 비용을 따로 받지는 않는다. 그 아래층에는 추양 한경직 목사의 유품들이 진열되어 있다. 선배 신앙인의 살아온 길을 하나씩 따라가다 보면 어느 새 마음에 평안이 찾아온다. 마치 추양 목사의 신앙이 시간을 뛰어넘어 내 자신에게로 전이되어 오는 것 같기도 하다.

▲ 5층에 있는 개인기도실

▲ 개인기도실 내부

추양하우스 바로 앞에는 영락교회 설악산 수양관(담당 목사 서정필)이 있다. 여행객들은 물론 지역 주민들을 위한 지역교회다. 예배당의 문은 항상 열려있다. 누구나 언제든지 들어가서 기도의 시간을 가질 수 있다. 기자도 예배당에 들어가 기도의 손을 모았다. 그런데 왠지 낯설지가 않았다. 마치 오랫동안 발걸음을 했던 교회와 같이 느껴졌다. 많은 외지 사람들이 방문을 해서 기도했기 때문일까.

▲ 영락교회 설악산 수양관

▲ 교회 내부

‘부르릉, 부르릉...’ 밖을 쳐다보니 외부 차량이 들어왔다. 기자와 동행했던 것과 비슷한 일반 승용차다. ‘아, 눈길인데 들어올 수 있구나’하는 생각이 머리에 스쳐지나갔다. “아 그럼요, 오갈 수 있어요” 차에서 내린 운전자는 당연하듯이 말한다. ‘이런, 그렇다면 나도 차를 몰고 들어올 수 있었는데...’ 그러나 이내 생각을 다시 했다. 오히려 눈길을 걸어서 올 수 있었던 게 행복이었다고 말이다.

찾아가는 방법 네비게이션을 위한 주소: 강원도 속초시 설악동 442번지 전화: 033-636-4530 ~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