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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한권/<다윈주의 허물기>를 읽고
2001년 03월 01일 (목) 00:00:00 교회와신앙 webmaster@amennews.com

 김희진 사랑의교회 집사, 대한변호사협회 연구조사위원

 

요 몇 년 간 포켓몬, 디지몬이라는 만화가 아이들에게 인기다. 그 수 백 가지 캐릭터를 이용한 다양한 상품만 해도 어지러울 정도다. 그러나 그것들은 그 이름이 보여주고 있듯 몬스터다. 더구나 그것들은 전투능력이 향상되는 쪽으로 진화를 거듭한다. 요즘 아이들 입에서도 '진화' 라는 말이 툭하면 튀어나온다. 또 장난감 로봇들만 해도 하나의 고정된 모양으로는 상품가치가 떨어진다. 완전히 다른 모양과 기능으로 '변신'을 하거나 여러 개가 합해져 거대한 로봇을 이루는 '합체'가 이루어져야 비로소 아이들에게 팔린다. 진화, 변신, 합체…

 그런 것들로부터 아이를 완전히 떼어놓을 수 있는 길은 없어 보인다. 나는 수시로 내 아이에게 열심히 설명을 거듭한다. '이것들은 하나님이 만드신 동물이 아니란다. 더구나 진화라는 것 말야. 앞으로 학교에 가도 진화라는 것을 배울텐데 그것은 ….' 아이가 이해할 수 있을 정도로 몇 마디 하는 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일의 전부다.

 그러나 그러면서도 나 역시 어느 때인가부터 이런 생각을 하고 있었다. 뭐 그리 머리 깨지게 싸울 필요가 있나. 나는 하나님이 세상만물을 창조하셨다는 것을 의심치 않고 있지만 어떤 생물이 나름대로 조금씩 발전되어 나가는 것, 예를 들면 평균신장이 조금씩 커지는 거라든지 스포츠 기록이 끝없이 갱신되는 것 같은 것들은 진화라고 친다면 충분히 인정할 수 있을 것 같다. 그 변화 속에서도 하나님은 일하시고 계시니까. 라고.

 그러나 그 속에도 위험은 도사리고 있었다.

 이 책은 에밀리오라는 그리스도인이면서 창조론자였으나 적당히 타협하는 선에서 진화론을 받아들이게 된 한 젊은이의 세가지 실수에 대한 지적으로 시작된다. 첫째의 실수는 시간의 길이에 대한 것인데 에밀리오는 창세기의 날들을 긴 지질학적 시대를 묘사하는 것으로, '진화'를 하나님이 인도하시는 창조의 점진적인 과정으로 이해했다는 것이다. 두번째 실수는 하나님은 법칙을 만든 후 은퇴하셨다고 생각하는 이신론의 입장을 취한 것이고 마지막 세 번째는 종교적 진술은 믿음의 영역에 속한 것으로 과학적 진술은 이성의 영역에 속한 것으로 이분화함으로써 두가지가 양립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주관적 믿음이야 어떻게 비난하겠는가, 하는 식으로 말이다.

 그러나 저자는 말한다. 이것은 성경과 과학의 갈등으로 보아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난 여기에 정말 공감했다. 대학에서 가르침을 받았던 한 인류학 교수의 말을 떠올리면서…. 그녀는 이런 말을 했었다. "창조론자와 진화론자의 논쟁은 대부분 표면적으로는 창조론자들의 승리로 끝난다. 왜냐하면 대화 자체보다는 믿음으로 무작정 물고늘어지므로 당할 도리가 없으니까." 그러나 이 책의 저자는 이에 대해 이렇게 답하고 있다. 진화론적 자연주의자들은 자신들의 철학에 대한 비판을 막기 위하여 문화적 고정관념에 의지한다. 즉, 모든 반대자를, 종교적인 이유로 과학적인 증거를 거부하는 극렬한 창세기 문자주의자로 묘사하는 것이다.

 이 책을 읽기 전까지는 나 역시 약간은 그런 열등감이 있었다. 우리 믿는 사람들끼리야 얼마든지 하나님의 창조를 이야기할 수 있지만 과학자들과의 과학적 논쟁에서 우리 신앙을 합리적이고 과학적 논리로 설명할 수 있을까, 하고 말이다. 그러나 저자는 탁월한 분석으로 우리에게 자신감과 대응능력을 부여한다. 그것은 단순히 전략적 차원에서 그러한 것이 아니라 지각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부인하지 못할 논리로서 그러하다. 나는 이제 확실히 말할 수 있다. 엄밀하게 보자면 체계적인 증거보다는 일종의 가설을 신앙처럼 붙들고 그에 부응하는 증거만을 취하고 불리한 증거들을 감추며 그들의 성을 지키고자 처절히 애쓰는 쪽은 오히려 진화론자들이다, 라고. 그들의 이론적 토대는 과학적이라기보다는 철학적이며 그것조차도 부실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저자는 진화론에 대해 허튼소리 탐지기를 작동시키라고 말한다. 그들은 '진화'라는 단어부터 상당히 모호하게 사용하고 있다. 그들은 진화를, 생명체에 있을 수 있는 단순한 역사적 변화로 정의하는 것에 동의한 후에 그것을 우주의 기원을 설명하는 진화로 그 개념을 바꿔 사용한다는 것이다. 그들은 환경적응을 위한 부분적인 변화를 인간과 동식물이 태초부터 물질적인 과정만 작용하는 무목적적인 우주에서 우연히 생겼다는 주장의 증거로 비약시키고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그들이 진화라고 말할 때 어떤 진화를 의미하는 것인지를 명확히 물을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것뿐만이 아니다. 우리는 그들이 증거들을 선별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것, 실험가능성을 결여한 채 그 분야의 권위자의 의견에 의존하는 것, 논증 자체보다는 논증하는 사람 자체를 공격하려는 경향, 상대의 입장을 왜곡하여 그를 공격하기 쉬운 위치로 전락시키는 것, 논점을 회피하는 것 등을 잡아낼 수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허튼소리 탐지기를 들이대는 이러한 사고는 진화론뿐 아니라 이 세계를 지배하는 각종의 시대사조는 물론 우리의 신앙에도 적용하여 더 바르고 탄탄한 신앙 위에 설 수 있도록 아이들에게 창조적인 질문과 스스로 해답을 찾을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하는 것이다.

 이러한 과정을 거치다 보면 지극히 과학적인 입장에서도 생명이란 지성이 개입되지 않은 자연적 힘의 산물이 아니라 지적 설계자를 상정해야만 설명될 수 있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그는 이 결론을 이끌어내는 과정에서 다양한 과학이론을 아주 탁월한 분석력과 논리로 설명한다.

 저자는 말한다. 우리가 그들의 과학적 논리적 허점에 쐐기를 박는 일은, 사람들이 세속 학문세계의 자연주의적 가정들에 의문을 던지게 만들고 창조-진화 논쟁의 진정한 논점이 무엇인지를 제대로 부각시킴으로써 우리의 진정한 창조자의 실재성을 발견할 수 있게 할 것이라고.

 진화론적 사고에 쪄들어 사는 우리의 학생들과 함께 읽고 토론하는 책이 된다면 좋겠다. 이 책이면 충분하다.
(월간 <교회와신앙> 2001년 3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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