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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한권/ <신앙의 눈으로 본 문학>을 읽고
2001년 02월 01일 (목) 00:00:00 교회와신앙 webmaster@amennews.com

 김희진  사랑의교회 집사, 대한변호사협회 연구조사위원

 

 천국에 가는 것을 빼면 우리는 세상을 벗어날 길이 없다. 주어진 세월만큼 이 땅에서 살아야 한다. 세상은 타락했고 소멸할 것이지만 하나님이 지으신 창조물이다. 하나님은 이 세상에 변함없는 관심을 보여주고 계시며 우리 믿는 자들도 세상과 적극적으로 관계를 맺으면서 그 안의 생명을 사랑하고 변화시키길 기대하신다.

 이 책은 문학적 행위를 그러한 측면에서 바라본다. 저자는 천지를 창조하실 때 하나님이 이 모든 세상을 아름답게 만드셨다는 것과 우리가 저지른 잘못을 바로 잡으시기 위해 그분의 아들을 주셨다는 것에서부터 문학에 관한 연구를 진척시킨다. 물론 문학이 우리에게 휴식을 제공하고 이상적으로나마 그렇게 될 수 있는 세상에 대한 여러 심상들을 제공하지만 그 자체가 현실도피나 현실구원의 도구로 쓰일 수는 없다는 것을 저자도 강조한다.

그러나 대신 문학은 우리로 하여금 하나님이 만든 질서와 미와 은총과 그의 세계에 반응하게 하고 우리 죄 때문에 생긴 이 세상 무질서에 반응하게 한다는 점에서 중요하다고 말한다. 창조가 사랑의 하나님이 지으신 질서 있는 작업이라는 것과 성서가 이 모든 이야기를 들려준다는 확신에 기반을 둔다면 우리는 우리가 창작한 문학이나 영화 등의 이야기를 그 질서에 놓인 거울이라고 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 기독교 문학은 어떻게 정의될 수 있는가. 그것은, 하나는 작가의 신앙, 그리고 또 하나는 작품의 종교적 내용을 검토하여야 하는데 그것 역시 그리 단순하지 않다. 비그리스도인의 작품이라 해서 꼭 신앙적 가치가 없는 것은 아니며 기독교적 내용을 다루었다 해서 그것이 꼭 기독교 문학은 아니기 때문이다. 물론 그 반대 역시 마찬가지이다. 그러므로 우리가 책을 읽을 때 꼭 그리스도인이 쓴 책을 읽어야 한다거나 성경적 메시지가 직접 드러난 작품만을 읽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 독서의 범위를 그리스도인 작가의 작품에 국한시키는 것은 하나님의 창조를 이해하고 계발하고 즐기는 일을 현격하게 제한하는 것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음란성의 판단문제만 해도 그렇다. 현명한 그리스도인이라면 작품을 평가할 때 텍스트의 목적과 관점을 깊이 생각하여야 한다. 텍스트가 우리로 하여금 어떤 행동을 취하도록 독려하거나 유도하고 있는지를 결정해야 하는 것이다. 타락한 인간상을 그렸다해도 죄를 깨우쳐주는 역할을 하는 것이 있는가 하면 전혀 음란한 장면 묘사가 없을지라도 더 은밀하고 유혹적인 도덕적 문제를 간과하는 작품도 있기 때문이다.

 또한 문학은 문학성도 고려되어야 한다. 좋은 문학은 도덕성뿐만 아니라 장인의 솜씨도 필수 요건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책은 "형편없는 소설은 등장인물의 행동이 아무리 경건하고 교훈적일지라도 그 자체로서 훌륭하지 못하며 따라서 진정으로 교훈적인 것이 아니다"라는 오코너의 주장을 지지하고 있다.

 그렇다면 메타소설처럼 소설의 본질에 의문을 제기하는 새 장르에 대해 그리스도인은 어떤 자세를 취해야 하는가. 저자는 그리스도인은 다른 사람들과 지적인 대화를 나눌 수 있도록 세상에서 일어나는 지적 움직임에 익숙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물론 모든 사람에게 의무처럼 부과하는 말은 아닐 것이다. 그 만큼 우리는 각자가 처한 곳을 둘러싸고 일어나는 시대의 조류에 대해 통찰력을 갖추어야 한다는 의미일 것이다.

 비극과 희극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이다. 어떤 것이 더 우리 신앙과 조화를 이루느냐를 판단할 수는 없다. 오히려 비극과 희극은 인간 노력의 결과와 서로 간에 끊임없는 긴장 상태에 있는 인간 존재의 본성을 통찰하는 두 가지 방식을 대표하고 있다고 말한다. 영원성을 부인하며 완전한 절망으로 끝나는 현대판 비극이 아니라면 말이다. 

 때로 사람들은 예수 아니면 안 된다는 우리의 신앙에 대해 편협하다고 말한다. 그러나 그것은 편협한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진리를 확신하는 것이다. 누가 뭐라 해도 예수가 아니면  구원은 없다. 우리의 편협성이 드러나는 부분은 그 쪽이 아니다. 직접적으로 예수를, 십자가를, 하나님을 언급한 것은 신앙적인 것으로 그렇지 않은 것은 세상적인 적으로 이분화하는 너무 단순한 시각이다. 나는 그것이 오히려 위험하기까지 하다는 생각이 든다. 성스러운 것과 성스럽지 못한 것을 극단적으로 나누려고 애쓰다가 그 덫에 걸리지 않을까 염려되는 것이다.

 물론 그리스도인이라면 누가 봐도 명백하게 걸러내야 하는 부분이 있긴 하다. 그러나 그렇게 절대 양보할 수 없는 본질이 아니라면 본인도, 타인도 좀 자유롭게 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내가 보기에 문학을 주업으로 삼는 사람이 아니라면, 우선순위대로 살아간다고 전제할 때 문학서적을 위해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는 것은 사실 거의 불가능하다. 그러나 하나님의 창조적 세계를 찬미하고 그에 대한 이해를 넓히기 위해 - 많은 부분 훼손되긴 했지만 어디가 얼마만큼 잘못되고 파괴되었는지의 현재적 진단 역시 우리에겐 필요하므로 - 세상을 향해 직접 열려진 창으로서 문학을 우리 삶의 한 부분에 들여놓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것은 그리스도인 전문가에 의해 안전하게 걸러진 평가서는 아니라 해도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세상을 정직하게 투영하고 있는 1차 자료로서의 의미를 갖는 것이 아닐까.

 그렇다고 해도 문학에 대해 우리의 신중한 평가는 필요하다. 그러나 상당한 정도의 진지한 관찰과 연구가 전제되지 않은 상태에서 그리스도적이다, 아니다, 라고 성급하고 섣부르게 판단하는 것은 자제되어야 하는 것이다. 

 읽고 쓰는 문학적 행위에 어떻게 참여할 것인가 문제는 세상 속에서 그리스도인이 어떻게 살 것인가의 문제 속에서 고민해야 할 것 같다.
(월간 <교회와신앙 2001년 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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