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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의 위기는 중간에 낀 기분이 들게 한다
2007년 12월 10일 (월) 00:00:00 장경애 jka9075@empal.com

<기다림> 중에서
수 몽크 키드 지음/ 윤종석 옮김/ 복있는사람 펴냄

닥쳐오는 위기와 고난을 통해 "집"에 가는 길을 찾을 수 있다고 믿으려면 그것도 고난의 한복판에서 그렇게 믿으려면 시각의 변화가 필요하다. 믿음이 필요하다.

예수회 사제이며 고생물학자이자 철학자인 테야르 드 샤르뎅(Teilhard de Chardin)은 기도할 때 그런 믿음을 구했다. “오 하나님, 모든 캄캄한 순간들에 저로 깨닫게 하소서. 제 실체의 골수까지 찌르시고자 제 존재의 세포를 아프게 가르시는 분이 하나님임을 알게 하소서….” 사랑으로 치유하고 인도하는 하나님의 능력이 우리 안에 있음을 믿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심오하고 아름다운 기도다.

고통과 위기의 한복판에서 하나님이 우리를 온전함으로 이끄신다는 그 진리에서 나는 숨가쁘리만큼 기운을 느낀다. 하나님이 내 경험을 통해 내 존재의 세포를 가르고 계심을 볼 수 있는, 그렇게 믿을 수 있는 믿음을 달라고 나는 기도하곤 했다. 내가 타고 있는 폭풍이 신성한 기회이며 그것이 나를 어딘가로 데려가려 함을 믿으려 애썼다.

위기는 변화의 부름이지만 우리는 또 위기가 얽히고설킨 감정의 도래임도 인식해야 한다. 위기를 창의적으로 살아 내려면 따라오는 감정들을 파악하고 이해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가 위기를 맞는 것이 아니라 위기가 우리를 삼켜 버린다.

대부분의 위기와 마찬가지로 중년의 시련도 복잡하고 미묘하게 얽힌 감정이라서 잘 풀어내야 한다. 내가 풀어낸 감정의 첫 가닥은 막연한 비애와 상실감이었다. 거짓 자아들- 프리츠 컹클이 말한 ‘유사 자아’-이 허물어지면, 내 발 밑의 땅이 꺼질 것 같은 두려움이 찾아온다. 그 다음은 어떻게 될까? 나는 궁금했다. 그것은 허탈감이었고 이상한 서글픔이었다.

변화되어야 한다는 압박감이 속으로 들면서도 동시에 나는 그대로 있고 싶은 압박감도 느꼈다. 윤곽을 잃어 가는 내 옛 정체를 보며 나는 불안해졌다. 어린아이가 허물어지는 모래성을 손으로 다지듯이 나도 한편으로 그것을 떠받치고 싶었다. 또 한편으로는 옛 정체를 당장 벗고 싶었다. 곱슬머리 소녀도 버리고, 작고 빨간 닭도 버리고, 양철 나무꾼도 버리자, 허물을 벗듯 벗어버리자. 나는 나가고 싶다!

e. e. 커밍스(e. e. cummings)의 너무도 정확한 묘사처럼 “내 영혼의 험한 초장”을 걷다가 나는 더 넓어진 내 자아의 실체를 만났다. 보석처럼 빛나는 부분도 있었지만 전부가 반짝인 것은 아니다. 나는 그늘진 곳들도 지났다. 실체들, 에고의 욕구들, 착각들에 부딪칠 때는 여기저기 깊이 찢기는 고통이 있었다. 어느 날 나는 내 상담자에게 말했다. “정말이지 인생에서 가장 힘든 일들 중의 하나는 자신을 속이지 않는 법을 배우는 것이군요.”

“어쩌면 그것이 가장 힘든 일인지도 모릅니다.” 그는 웃으며 말했다. 어쩌면. 감정의 또 다른 가닥은 내 결혼 생활을 타고 꼬여 있었다. 우리 관계에 생기가 사라진 것을 알기에 나는 남편 얼굴을 쳐다보기가 괴로운 날들이 있었다. 결혼 생활이 공허한 서약처럼, 채울 방도를 찾아낼 수 없는 속 빈 껍데기처럼 느껴지는 날들도 있었다. 어디선가 물살이 바뀌어 있었다.

어쩌면 서로의 낡은 관계 방식으로는 부족하다는 단순한 사실로 귀결될 수도 있었다. 나는 내면의 성장에 떠밀려 “나 자신-자신을 다스릴 줄 알고, 자신의 진정한 영적 중심에서 삶을 선택하고 결정하고 처리하는 진정한 여자-이 되어야 했지만, 동시에 우리 부부관계에는 보다 깊은 ”우리“의식, 즉 내면의 여정을 함께 간다는 의식도 필요했다. 영혼을 열어 둘 동안에 가장 깊고 여린 부분들이 흐르게 할 때 찾아오는 친밀함은 어디로 갔나? 나는 영혼과 영혼이 참으로 만날 때 찾아오는 솔직한 교류가 필요했다.

하지만 18년이나 계속되어 온 결혼생활의 틀을 어떻게 재협상할 것인가? 자율과 개성을 바탕으로 어떻게 새롭고 보다 깊은 친밀함의 끈을 꼴 것인가? 이것이 중년기 결혼생활의 질문이다. 그와 더불어 무서운 감정들이 찾아올 수 있다. 덫에 갇힌 기분, 절망감이다.

영혼의 위기는 중간에 낀 기분이 들게 한다. 엘런 존스는 그것을 “새로운 방식으로 ‘나는 존재한다’고 말할 수 있는 상태와 그러면서도 거기서 달아나고 싶은 상태의 가운데 자리” 라면서, “우리는 자기 정체의 ‘지금’과 ‘아직 아닌 것’ 사이에 끼어 있다”고 했다. 중간에 낀 기분이 정확히 우리 심정이다.

융은 중간에 낀 기분을 “공중에 매달린” 상태에 비유했다. 그러나 최고의 그림 언어는 중간에 낀 경험을 “영혼의 어두운 밤”이라 한 십자가의 요한의 표현이 아닌가 싶다. 그는 “역시 이 시련을 경험했던 다윗의 시에 그것이 아주 분명히 나온다. 내가 피곤하고 심히 상하였으매 마음이 불안하여 신음하나이다”라고 썼다.

“어두운 밤을 받아들이는 것은 인간이기를 받아들이는 것이다.… 내 참모습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그것이 거룩함이다.”

어시스트 장경애/ 빛과소금교회 최삼경 목사 사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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