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관 목사 / 장신대학교 교회와사회연구원

1. 들머리

한국인들은 매일 약54킬로그램 정도의 자원을 소비한다. 우리의 자원 소비량은 지구 곳곳에 닿아 있는 생산 네트워크를 통해 가능해진다. 예를 들어, 세계 2위의 합법적 무역량으로 생필품인 커피는 남미 커피농장에서 하루 천 원 정도의 임금을 받은 노동자에 의해 생산된다. 배로 실어와 경기도의 어느 공장에서 외국인 노동자의 노동을 통해 상품화된 커피를 우리가 소비한다.

스스로 축적한 부와 그 부의 축적을 위하여 동원한 노동력을 신앙의 지표로 삼았던 청교도 신앙의 생산자 문화는 절약, 헌신, 근면, 도덕성 등을 소중한 가치로 여겼다. 그러나 현대 소비자 문화는 시장과 유통구조와 호의적인 도덕적ㆍ정신적 환경을 필요로 한다. 자기부정을 통하여 구원을 추구하는 개신교의 에토스로부터 현대 소비지향의 새로운 에토스는 개인의 자유를 강조하고 있다.

된장국에 김치를 먹던 시대에서 피자와 외식문화와 명품소비가 자신의 존재를 더 가치 있게 표현하는 소비사회 속에서 한국사회의 소비공동체(consumption communities)는 기독교의 사랑으로 한 몸을 이루는 교회커뮤니티의 비전과 너무 동떨어져 있다. 이는 우리만의 잘못은 아니다. 이미 우리가 살고 있는 신자본주의 경제시스템이 사기라고 20세기 가장 유명한 경제학자가운데 한 사람인 갈브레이스(J. K. Galbraith)가 지적했다. 그에 의하면, 오늘날 경제 민주주의라는 서구의 시장체제(marker system)가 소비자와 시장주권에 기반을 두고 있지만 이것은 사기이며, 상품의 출시와 가격 따위를 결정하는 것은 천문학적인 돈으로 ‘대중스타’들을 등장시키는 끝없는 광고와 판촉 등을 통해 소비자를 조종하고 비용을 전가한다. 기업권력에 의한 이러한 횡포를 막지 못하면 미래에 희망이 없으며, 모든 윤리적, 문화적, 사회적으로 인간적 가치를 통합하고 정당화하고 새롭게 만드는 토대가 될 수는 없다. 다만 더 나은 삶을 위한 수단일 뿐이다. 또한 사회에서 소비자들은 “개인적인 쾌락에 대하여 생생한 욕구”를 갖지만 “공동선에 관심을 가지고 자유로운 국가에 참여하는 존재로서 자신을 인식하는 생생한 느낌”을 갖지 못한다. 이를테면 소비자들은 서로 간에 연대의식이 없다는 것이다.

오늘날 우리가 ‘무엇을 살(買) 것인가?’와 ‘어떻게 살(生) 것인가?’는 서로 직결되는 중요한 문제이기 때문에 윤리적 문제이다. 또한 무엇을 어떻게 소비하느냐에 따라 개인과 공동체에 대한 평가가 달라지기도 하고, 소비수준은 계층을 구분하는 지표가 되기도 한다. 고소비와 과소비는 자유의 실현으로 봄으로서 공동체내에서 갈등의 씨앗이 되기도 한다.

소스타인 베블린(T. Veblen)과 게오르그 짐멜이 도시 생활에서 처음으로 소비(consumption)에 대한 논의를 시작했다. 베블린(1953)은 새로운 부르주아 유한계급의 ‘과시적 소비’에 대해 언급하면서 계급 정체성이 직업에 의해서가 아니라 독특한 라이프스타일을 구성하면서 지위를 나타내는 소비 패턴에 의존한다고 주장했다. 소비에 대한 긍정적인 논의는 정치적 저항의 한 형태로서의 소비의 잠재성을 제시한 하위문화 이론과 관련하여 처음 등장했다. 소비자에게는 상품 자체에서 자신만의 사용 가치를 만들어내는 능력이 있다고 믿었는데 미셀 드 세르토(Michel. De Certeau)는 소비를 ‘2차적 생산’이라고 부른다. 오늘날 소비에 대한 고찰은 인간이 빡빡한 일상 생활의 제한 속에서도 어떻게 자기 표현의 전망을 찾아내는가에 대해서 많은 점을 시사한다. 보드리야르(J. Baudrillard)는 소비에 관한 문화가 지배하는 현대사회를 ‘소비의 사회’라고 부르고 있다.

소비사회에 대한 신학적 논의를 통해 도덕결정자로서 교회가 우리의 소비습관을 얼마나 변혁시킬 수 있는가? 이 글은 소비문화 윤리를 정립하려는 데 목적이 있는 것이 아니라 소비주의 논리와 우리에게 익숙한 소비문화 속에서 보다 진정한 교회공동체와 기독교인의 삶을 위한 최소한의 지침(guideline)을 제공하려고 한다.

2. 소비사회와 소비자

1) 소비사회(consumer society)

지난 1999년 교황 요한 바오로2세(1978~2005년)는 다음과 같이 소비주의를 강력하게 비판했다.

“우리 시대의 역사는 비극적 방법을 보여주고 있다. 우리의 시각이 이전에 마르크스주의, 나치즘, 파시즘과 같은 이데올로기의 결과를 가졌다. 또한 인종적 우월성, 민족주의, 민족적 배타주의 같은 신화를 가졌다. 항상 명백한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덜 해로운 것도 아닌 것이 있는 데, 그것은 아마 물질주의적 소비주의의 결과일 것이다. 인간적 열망의 개인적이고 이기적인 만족의 고양이 궁극적인 삶의 목표가 된다. 이런 입장에서, 타인들에 대한 부정적 결과는 완전히 무관한 것으로 간주되었다. 어디에서든 인간 존엄에 대한 어떤 모욕도 있어서는 안 된다.”

교황이 소비주의를 이데올로기로 묘사하였지만, “소비문화가 단지 일련의 특별한 이데올로기는 아니다.” 예를 들어, 자동차를 사고, 성형수술을 하고, 영화를 보는 것은 가치와 선을 추구하는 것이다. 또한 밀러(V. Miller)에 의하면, “소비문화란 상품화된 문화적 대상들에서 파생된 이러한 문화의 해석과 상품사용의 습관들을 가리키며, 문화의 소비자들이 사회 속에서 접하는 문화적 대상들은 교회 전통과 공동체와 관련되어 있다.”

패더스톤(M. Featherstone)은 소비문화를 논하기를 세 가지 주요한 관점을 제시한다. 첫 번째 관점은 소비문화는 자본주의 상품생산의 팽창에 따라 구매와 소비를 위한 소비상품과 소비 장소의 형태로 막대한 물질문화의 축적을 야기하였다. 이러한 현상은 한편으로는 인류평등주의와 개인의 자유를 확장했다고 할 수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이데올로기적 조정능력이 증가해 사회구성원을 유혹함으로써 ‘보다 나은’ 사회관계의 대안을 봉쇄하는 것으로 이해한다. 두 번째 관점의 핵심은 사회적 연대나 차이(distinction)를 창출하기 위해 사람들이 상품을 사용하는 상이한 방식에 있다. 세 번째 관점은 소비에 따른 정서적 즐거움의 문제, 즉 소비문화의 환상과 욕구, 직접적인 신체적 흥분과 심미적인 즐거움을 다양하게 일반화하는 특정한 소비국면과 관련된다. 현대사회에서 소비는 자신의 개성을 추구하며 사회적으로 자신의 존재를 인정받기 위한 수단이 되고 있는 데, 보드리야르에 의하면 하나의 신화에 불과하다.

우리는 ‘소비주의’(consumerism)와 소비 사회(consumer society)를 구별해서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 소비사회의 역사적 토대를 설정한 현대소비이론가 중의 한 사람인 캠벨(Colin Cambell)은 소비를 “어떤 제품이나 서비스의 선택, 구입, 사용, 유지, 보수, 처분”이라고 설명한다. 소비행위에 담긴 문화적 속성을 분석하여 소비를 문화현상이라는 입장에서 소비는 개인들이 이상을 구현하고 개성을 창출하며, 사회변화를 만들어가거나 저항하는 행위다. 소비주의 개념은 소비의 숨어 있는 속성, 특히 소비사회의 이데올로기적 차원에 관심을 둔다. 그래서 소비주의 연구는 “소비의 편재적 성격이 일상적 토대 위에 재구축되고 있으며,” 오늘날 소비는 사회적 삶의 핵심적 장으로, 우리는 소비를 통해 구조와 행위 사이의 긴장을 일상적 토대 위에서 해소한다. 소비주의는 단순히 선진 자본주의 사회에서 소비의 가장 높은 차원을 가리킨다. 소비주의는 소비가 지나치게 단호하다고 말하지만 소비사회는 소비가 개인의 정체성과 사회적 연대를 세우는데 있어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사회를 말한다.

오늘날 소비는 공동체의 개인적 정체성 의식을 상징적으로 구성하는 능동적인 과정이 되었다. 소비자들은 내가 누구인가에 대한 기존의 생각을 표현하기 위해 옷, 음식, 장신구, 가구, 유흥거리를 구매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사람들은 소비를 통해 내가 누구인가에 대한 의식을 만들어간다. 사람들은 자신에 대한 생각과 이미지, 정체성을 창조하고 지탱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이는 물품을 소비함으로써 자신이 욕망하는 존재가 되고자 노력한다. 이제 소비에서 욕망은 중추적인 역할을 한다. 이것은 청교도들에 의해 금지되었던 욕망들이 이윤의 원천으로 탈바꿈했다. 그 욕망들이 무의식적이라는 것이다. 이제 사람들은 무엇을 소비하느냐에 의해 평가된다. 생산의 문화는 근로자의 주체의식, 즉 자조, 자율, 자존, 자주, 자립, 자아 등이 중요시되었고 개인에게 책임감이 주어졌다. 그러나 소비의 문화는 공동체가 강조된다. 즉 다른 사람과 잘 어울리고 다른 사람의 호감과 찬사를 얻는 능력, 즉 다른 사람들과 잘 융합하는 라이프스타일과 같은 능력이 판단의 기준이 된다.

요컨대, 소비문화, 소비주의와 소비사회의 논의에서 인간은 소비를 통해 개인의 정체성을 드러내며, 개인적 소비욕구뿐 아니라 사회와의 연대나 차이를 드러내는 소비문화는 상품 소비의 치우친 소비주의 경향과는 다르다. 즉 소비주의가 이데올로기적 성격을 지니고 있는 반면 소비문화는 상품화된 모든 대상들에 대한 이용의 습관들이다. 이러한 소비문화에 있어서 “현대인의 정체성은 무엇을 생각하느냐에 달린 게 아니라 무엇을 어떻게 소비하느냐에 달려있다.” 다시 말해 삶의 형식을 결정짓는 기제로서의 소비는 적극적인 하나의 삶의 형식을 드러낸다. 따라서 구체적인 소비행위가 타인과 구별되는 삶의 위치를 알려주고 상품은 그것을 소비하는 주체의 인격을 규정하면서 인류를 ‘소비하는 인간’이라고 정의한다. 그렇다면 사회의 연대와 개인의 정체성을 형성하는 데 큰 역할을 감당하는 소비사회에서 소비자는 호모 파버(근로하는 존재)인 동시에 호모 엠프터(구매하는 존재)인 소비행위자로서 소비주권을 행사하고 있는가?

2) 소비자의 주체성

소비행위를 창조행위로서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는 사람들은 소비행위를 물질적 재화의 소통이라기보다는 의미영역에서 행위로 바꾸어 놓고 있다는 점에서 소비자는 수동적이며 무절제한 대상이 아니라, 소비대상에 대해 적극적으로 의미를 부여하고, 텍스트로서의 상품이 갖는 의미의 해석에 방향성을 부여하는 능동적인 주체가 된다.

현대사회의 소비주의의 경향에서 긍정적인 기호를 읽어내고 있는 것은 정보화와 세계화이다. 최근 정보화로 인해 우리의 소비문화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데, 이는 고도소비(hyperconsumption)로서 인터넷과 미디어의 영향이라고 볼 수 있다. 특히 인터넷의 발달로 인한 소비의 탈물질화가 앞으로 소비문화를 결정할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이처럼 인터넷을 통한 소비의 탈물질화는 시공간적 장벽을 제거함으로써 사람들로 하여금 언제 어디서나 소비를 할 수 있게 하며, 소비촉진 수단, 즉 신용카드의 비물질성은 사람들로 하여금 실제로 자신들이 얼마나 많은 돈을 쓰고 있는지 모르게 하기 때문에 더 많은 소비를 한다는 것이다. 즉 소비자는 사이버공간의 소비 장소의 등장으로 소비를 더욱 조장 받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남들을 따라 소비하는 행위는 인터넷의 급격한 확산으로 빠른 속도로 퍼져 나가고 있다.

그렇다면 이러한 소비행위는 반성적 주체로서의 소비가 가능한가? 반성적 소비는 부르디외가 말하는 ‘구별짓기’의도를 가지고 틈새 마케팅이 초래한 스타일의 급증만을 뜻하는 것이 아니다. 반성적 소비는 전통의 쇠퇴를 수반하며, 개인화 과정을 촉진한다. 그럼으로써 가족, 조합집단, 사회 계급적 위치와 같은 구조가 더 이상 개인의 삶의 형식과 소비자 선택의 전 영역이 자유롭게 비상함에 따라, 개인들은 불가피하게 스스로 결정하고 위험을 감수하고 책임을 지고 자신의 정체성을 구축하는 데 능동적으로 참여하고 기획하는 소비자가 되어야 한다.

소비사회 속에서 소비자가 소비하지 않을 자유를 갖는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우리는 소비를 통해 자아를 실현하고 있기 때문이다. 소비가 일상화된 세상에서 소비에 대한 욕망을 절제하도록 취급할 수 있는가? 오늘날은 보드리야르 주장대로 “지출, 향유, 무계산적 구매라고 하는 주제가 절약, 노동, 유산이라고 하는 청교도적 주제를 교대하였다.”

소비공동체 안에서 소비하는 인간은 자유롭다고 말할 수 있을까? 경제적인 여유가 없어서 소비하지 못하는 사람은 스스로 자유롭지 못하다고 생각할 것이다. 예를 들어, 취미활동, 여가생활, 백화점 쇼핑 등을 누릴 수 있는 사람은 경제적 능력이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

그러나 오늘날 상황은 소비자의 ‘소비능력’이 주체적이고 능동적인 것이라기보다는 자본주의 시스템이 부여한 불가피한 능력이라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오늘날 스포츠는 소비자가 어떤 의미에서 가장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상품의 하나이다. 그러나 스포츠의 상품화가 진전될수록 소비자는 오히려 직접적인 참여의 기회를 박탈당하고 점점 수동적인 위치로 내몰린다. 여기서 성찰적 존재로서 혹은 사회적 주체로서 소비자는 소비자본주의를 재생산할 따름이다. 오늘날 우리에게 자유를 위해 요구되는 것은 소비의 자유 속에 숨어있는 부자유를 통찰할 수 있는 능력, 무엇을 위해 소비해야 하는가를 물어볼 수 있는 반성능력일 것이다.

자유로운 삶을 살고 싶고 그러한 삶의 조건을 싫어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존 스튜어트 밀(J. S. Mill)은 “자유는 우리가 타인의 행복을 탈취하려고 시도하거나, 행복을 성취하려는 노력을 방해하지 않는 한에서, 우리 자신의 방법으로 우리 자신의 선을 추구하는 것”이 자유라면서, “각 개인은 자신의 육체적ㆍ정신적ㆍ영적인 건강의 적절한 보호자이다. 각자가 자신에게 좋다고 생각되는 방식대로 살도록 내버려주는 것이 각 개인을 타인에게 좋다고 생각되는 방식대로 살도록 강제하는 것보다 인류에게 큰 혜택을 준다.”는 밀의 말은 개인에 대한 사회의 강제력이 제한되어야 한다는 관점에서 말한 것이다. 오늘날 자유의 문제에 대한 논의는, “우리 사회에서 개인의 자유는 무엇보다도 먼저 소비자의 자유다. 그 자유는 효율적인 시장의 현존에 달려 있으며, 또 반대로 그런 시장이 현존할 수 있는 조건을 보장해 준다.” 이 말은 오늘날 자유의 문제가 얼마나 소비의 문제와 밀접한 관계가 있는가를 짐작케 한다. 이를 위해서는 경제적 재분배의 문제를 위한 실천적인 연대가 필요하며 소비주의의 이데올로기에 매몰될 위험이 있는 사람들에게 공동체성의 회복을 위한 메시지를 보낼 것이다. 소비사회의 성찰적 주체로서 소비하는 자유는 공동체와 관계 속에 있을 때이다.

3. 자유와 공동체

1) 자유

우리 시대의 대표적 지성인인 김우창의 <자유와 인간적인 삶>에서, ‘자유를 기초로 한 인간적인 삶’이 어떻게 이뤄질 수 있는지에 대해 묻고 있다. “사람이 삶을 자유로이 선택하여 살 수 있게 하는 것은 무엇이며, 그 자유를 행사할 수 없게 하는 것은 무엇인갚 그에게 있어, 자유는 모든 목적을 목적으로서 정당화하는 근본이다. 이 자유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뉘어 논의될 수 있다. 즉 ‘적극적인 또는 긍정의 자유’(Positive Freedom)와 ‘소극적인 또는 부정의 자유’(Negative Freedom)가 있다. 다시 말해, 적극적 자유의 이념에서 자유는 자기 의지의 외적 실천을 통하여 비로소 현실적 의미를 갖는다. 그러나 이 의지는 소비주의 시대의 개인의 욕망으로서가 아니라 자아의 깊이로부터 확신되는 것으로 이해된다.

적극적인 자유든 소극적인 자유든 자유가 우리에게 소중한 것은 그것 자체로서 중요하다기보다는 그것이 다른 가치의 실현을 위한 기본 조건이기 때문이다.

테일러(C. Taylor)는 적극적 자유의 정당성을 옹호한다. 사람이 원한다고 할 때, 그것은 무차별적으로 모든 일에서의 자유를 원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어떤 종류의 일에서는 집단적 삶이 우선되고 개인 삶의 추구에서 자유가 억제되는 것이 오히려 삶의 원활한 운영에 도움이 될 수 있다. 사람들은 할 수 있는 일들에 의미를 부여하고 그 의미에 차등을 둔다. 이 때문에 자유와 자유의 제한이 문제가 될 때에도 인간이 행하고자 하는 일에 따라서 반응이 달라지는 것은 당연하다.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은 ‘강력한 가치화’(strong valuation)에 의해서 평가되기 마련이다. 그렇기 때문에 자유는 가치와 목적을 추구하는 자유를 말한다. 여기에서 자유를 요구하는 행위에 대한 가치 부여는 ‘크고 작은 의미를 가진 목적에 대한 배경’과의 관계에서만 의미를 갖는다.

그런데 이 배경이 무엇을 뜻하는가? 그것은 개인의 가치관을 전제로 하고 있다. 개인적 관점에서 선택되는 가치의 경우에도, 그것이 사회적 규범 속에 실현되어야 하는 가치와 목적이라는 점에 있어서, 가치는 공동체 속에 존재한다고 할 수 있다. 바로 가치실현을 가능하게 하는 ‘일정한 규범적 형태의 사회’(a society of a certain canonical form)이다. 그리하여 테일러는 자유롭게 실현되어야 할 가치가 이러한 공동체에서 온다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공동체주의자로 알려진 테일러는 공동체를 전체주의적 위험을 피하면서 가치 실현의 자유로운 장으로 생각하는 것이다. 그가 깊은 가톨릭 신앙을 가진 철학자임을 생각할 때, 그가 생각하는 공동체는 일정한 기독교적 가치에 의하여 움직이는 공동체일 것이다.

그러나 가치의 근거를 전적으로 공동체에 두는 것은 전체주의적 사회에 규착하는 것이 아니더라도, 개인을 전통적 윤리, 도덕규범에 종속시키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그것은 적어도 그 기초 가치에 비판을 허용하는 공동체라야 할 것이다.

2) 공동체

공동체와 자유의 관계는 어떠한가? 공동체는 생물학적 인간의 ‘생존’과 사회문화적 ‘이상’ 추구를 위한 활동무대이다. 그러나 공동체 추구의 본질적 딜레마는 공동체의 결속을 위하여 개인의 자유를 적절하게 통제할 수 없으면 그 공동체는 정체성을 유지할 수 없을 뿐 아니라 해체 위기를 맞게 된다는 것이다. 공동체가 하나의 사회적 단위로 지속하려면 공동체의 결속과 질서를 유지하기 위하여 불가피하게 개인의 자율성에 제약이 가해진다. 개인의 자율과 공동체 질서 사이에는 본질적인 긴장과 균형지향이 존재하고 있다.

공동체를 옹호하는 테일러(M. Taylor)는 개인의 자유가 비록 매우 가치있는 것이지만 소규모 공동체가 폐기처분되어서는 안 된다고 하는 것이 그의 주장의 핵심이다. 공동체와 자유의 양립가능성에 대하여는 상반된 주장이 있어왔다. 테일러는 공동체와 자유가 양립가능하다고 보는 그러한 자유의 정의로 한정시켜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한 공동체와 자유의 양립가능성에 대한 자유주의적 주장에 이용되는 자유의 중요성도 고려해야 할 것이다. 기본적으로 자유는 방해와 강제가 없는 상태에서 존재한다. 공동체와 자유의 양립불가능성에 대한 가장 통상적인 자유주의적 주장은 자율(autonomy)로 알려진 자유의 추정적 형태이다. 자율적 인간의 삶은 “그의 행동을 지배하는 지속적인 일련의 신념, 가치 및 원칙에서 나오는 일관성을 가지며,” 이것들은 의타적 인간에게서 볼 수 있듯이 이미 만들어진 채로 그에게 제공되지 않는다.

이러한 의미에서 사람들은 자율을 실제로 근본적인 자유의 한 형식으로 본다. 테일러는 자유와 공동체의 관계를 논할 때, 이 자율 개념을 염두해 둔 것이다. 만일 공동체의 구성원이 종교적이거나 세속적인 이데올로기에 공동체의 추상적 이념에 헌신하는 것이 그들 사이의 관계를 매개해 준다면, 사람들은 서로 직접적으로 관계를 맺기보다 공동체와 관계를 맺는다. 또한 공동체는 개인의 자율에 적대적이다. 왜냐하면 공동체는 사고와 행동의 틀을 제시해주며 심지어는 아마도 그들의 구체적 행동을 조절하는 매우 세부적인 방식까지도 제시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구체화가 공동체와 공동체의 이데올로기에 구성원의 강한 헌신을 결집시키는 정도에 따라서 자율이 차단된다. 공동체의 이데올로기와 조직에 부응하지 않는 한, 이러한 공동체의 구성원들에게는 자율의 특징인 비판적 평가의 정신이 차단되며, 개인의 다른 활동과 사회관계 및 역할을 새로이 시도하거나 그의 역량과 재능을 발전시키도록 장려하지 못한다.

구체화, 강력한 헌신, 자기 부정 및 공동체로의 자아 함몰은 유토피아적 공동체의 특징이다. 이러한 공동체들은 일반적으로 (대개 종교적인) 뚜렷한 이데올로기뿐만 아니라 (대개 카리스마적인) 강한 지도력과 대체로 세부적인 행동 지침을 가지는데, 이 모든 것이 구성원들 사이의 관계를 매개한다.

오늘날 자유주의적 공동체를 추구하는 학자들은 공리적 자유주의보다는 개인의 도덕적 자율성이 현대사회에서 공동체를 유지하는 유일한 대안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이러한 입장은 모든 형태의 사회에 내재해 있는 모순으로 형식적 논리로 해결할 수 없으며 두 입장을 조정하고 절충하는 공동체 성원의 역량에 달려 있다고 본다.

극단적 공리주의자인 피터 싱어(P. Singer)는 『기아, 풍요, 도덕』(1972년)을 출간한 이래로 단 한명이라도 굶주리는 사람이 남아 있는 한 사치품의 소비는 억제되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한 명의 영혼이라도 고통 받고 있다면 어떻게 대다수가 양껏 먹고 심지어 극소수는 과식이나 폭식까지 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이 딜레마에서 벗어나자면 사이프러스 반도체의 회장인 T. J. 로저스의 말을 음미해 볼 필요가 있다.

“굶주리는 이에게 먹을 것을 주고, 헐벗은 이에게 입을 것을 주고, 거처할 곳 없는 이에게 거처할 곳을 마련해 주라’는 말을 끊임없이 듣는다. 그런 주장을 하는 사람들은 자본주의와 기술의 진보가 지금까지 교회가 실시해온 어떤 구호 프로그램이나 자선 행위보다 더 효과적으로 사람들을 먹이고, 입히고, 치료하고, 거처할 곳을 마련해 주었다는 것을 깨닫지 못하고 있다. 그들은 말로 그렇게 하는 반면에 우리는 실천을 하고 있다. 그들은 가진 사람들에게 빼앗아 없는 사람에게 주면서도 부자들이야말로 한 발 앞서 부를 창조해 내는 사람이라는 사실을 잊고 있다.”

소비자 개인의 자유를 한정할 수 있는 근거는 소비 시장에 맡기거나 기독교적 가치에 의한 공동체성 회복에 있다. 개인적 자유의 통제를 전제로 한 공동체의 대안은 개인의 도덕적 자율성이다. 한편 개인에게 좋은 것이 공동체에게도 항상 좋은 것만은 아니다. 그러나 공동체에게 좋은 것이 개인에게 좋지 않을 수도 있다. 다른 사람의 입장에 철저히 무관심한 소비를 하는 사람들이 믿는 종교는 이안나콘(L.R. Iannaccone)의 정확한 경제학 용어를 빌려 표현한다면, 종교는 사람들이 집단적으로 생산해 내는 하나의 ‘상품’인가?라는 물음에 직면한다.

어떻게 종교가 상품화될 수 있는가? 이러한 물음은 현대교회가 신자본주의와 함께 상품화의 약속을 시도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물론 신앙을 전제로 하고 있다. 20세기 중반부터 브랜딩은 문화적 가치와 신념의 시장으로 침투하기 시작했다. 제임스 트위첼(James B. Twitchell)은 “삶의 모든 것은 일종의 마케팅이 아닌가?”라고 물으면서, 교회도 그들의 제품을 마케팅 한다고 말한다. 심지어 “예술, 문학, 신학이 탄생하는 곳은 특정 종류의 통화, 꼭 돈만이 아니라 좀 더 흥미롭게는 브랜드와의 정서적 제휴(affiliation)와 교환될 수 있는 곳이다.” 중요한 것은 같은 교회일지라도 어떤 것은 다른 것보다 더 낫다는 점이다. 경쟁이 치열하기 때문에 그렇지 못한 교회는 문을 닫는다.

브랜드와의 정서적 제휴는 세속적 공동체만큼이나 신앙 공동체에서도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실제로는 신앙공동체에서 더 두드러질 것이다. 그 이유는 “종교는 ‘집단적으로 생산된 상품’이고, 그렇기 때문에 참여했을 때의 보상과 관계를 끊었을 때의 대가를 계속적으로 되풀이해서 주입시키기 때문이다. 물질적 소비도 마찬가지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어느 한 브랜드의 편이거나 그 반대편에 서거나 둘 중 하나라는 것이다.

한편 종교 경제(religious economies)라 불리는 이러한 경제적 측면에서 보면, 경쟁이 신앙의 약화보다는 오히려 이를 활성화했다. 그들은 경쟁으로 인해 더 열심히 일하게 되었을 뿐 아니라 누구든지 자신의 영적 성향에 맞는 브랜드를 찾을 가능성이 더 커졌다. 이제 소비 공동체로서 다음 교회(Next Church)는 반드시 정서적 제품은 유지될 것이다. 다시 말해, 구속과 현현이 가져오는 치유의 감동, 새로운 시작, 죄 용서가 제공하는 구원의 약속 같은 사후 세계의 본질은 이행되어야 한다.

오늘날 기독교의 새로운 중심 브랜드는 무엇일까? 바로 초대형교회(megachurch)이다. 새로 급성장한 초대형교회들은 마케팅, 인구 이동, 소비자의 수요, 소비 공동체, 엔터테인먼트 경제, 현현의 느낌에 대한 전통적인 갈망과 그것을 발현시키는 군중심리효과 등 이 모두가 절묘하게 만나 만들어낸 결과이다. 이 교회들은 비디오 스크린과 음악을 동원하여 회심(conversion)의 경험이라는 감성적 제품을 제공한다. 초대형교회들은 종종 ‘목표 지향적’이고 ‘구도자에 민감’하며, ‘풀 서비스’, ‘일주일 내내 운영되는’ 교회로 불린다.

전통적 교파에서는 성장과 큰 규모에 대해 회의적이기 때문에 소규모의 새 교회를 짓지만, 초대형교회는 친밀감에 의존하지 않는다. 오히려 반대로 익명성에 기대어 군중심리를 이용한다. 개신교의 다음 주자이며, 초-초대형교회인 윌로우 크릭 커뮤니티의 성공을 분석한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의 결론은 ‘소비자를 알고 그들의 필요를 충족시켰으며,’ 들을 준비가 되어 있는 청중들 앞에 이야기를 들고 나타났던 데서 기인하며, 윌로우 크릭의 브랜드가 다른 대부분의 초대형교회들과 구분하는 것은 ‘매우 온화한 구원의 이야기’와 ‘강력한 공동체성’으로 보았다. 윌로우 크릭은 먼저 이 세상에서 잘 사는 문제를 다루고 그 다음에 천국에 가는 일에 대해 다룬다. 이것은 내세에 대한 믿음을 현세의 현실과 연결시키려 했던 청교도인들의 후예의 길을 소비 윤리적인 측면에서 걷고 있다.

어쨌든 오늘날 소비주의 교회는 이야기와 정교화, 전자 매체를 통해 청중들의 삶의 필요에 극도로 집중함으로써 교회 운영을 믿을 수 없을 만큼 강력한 것으로 만든다는 것이다. 그러한 교회는 거대한 청중을 모을 수 있다. 그러나 초대형 교회는 신성함과 세속화의 교차로에 서 있다.

종교상품화 시대에서 전통적인 교회의 대안 모델인 작은 공동체교회(small community church)다. 현대교회는 우리가 살고 있는 소비문화를 개혁하지 못하고 오히려 소비문화에 중독된 모습으로 존재하고 있다. 이유는 개인의 자유와 익명성 때문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한 모델로서 교회는 하나님 나라의 소망과 성경적 가치관을 가지고 그러한 삶을 공유할 수 있는 사람들을 훈련하여 함께 행복하고 아름다운 삶을 누릴 교회다.

따라서 교회 브랜드의 약속은 사회적 제휴이어야 한다. 교회와 지역사회의 벽이 사라질 때 교회는 사회적 제휴를 이룰 수 있다. 교회는 사회적 책임을 소홀히 한 채 개인의 신념의 쇼핑몰과 종교적 디즈니랜드가 되어서는 안 된다. 21세기 교회모델은 칼뱅주의에서 강조했던 것처럼 그리스도의 죽음과 그에 대한 해석이 이타주의를 기독교의 결정적 요소로 만들었을 뿐 아니라 신념(belief)과 사회조직을 강조하는 교회이어야 한다. 지난 10년간 한국사회에서 신자 수가 천주교가 74.4%, 불교가 3.9%씩 증가한 데 반해 개신교는 1.6%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천주교의 성장은 사람들과 사회로부터 신뢰를 쌓아 ‘브랜드화’에 성공한 결과다. 이제 개신교는 조용한 성스러운 의례의 소규모의 공동체성으로서 사회와의 연대를 회복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할 수 있다.

4. 도덕적 행위결정자로서 교회

스위지(Charles M. Swezey)는 거스탑슨(James M. Gustafson)의 논문을 모은 책 서두에서 교회를 도덕결정자로(the church as moral decision-maker) 정의하고 있다. 거스탑슨은 모든 윤리적 탐구의 본질적인 것으로서 세 가지 범주를 제안하고 있다. 우선 모든 양심있는 도덕적인 사람들에게 본질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다. “내가 무엇을 행해야 하는가?”(What ought I to do?). 실질적인 관심은 도덕적 삶을 위한 그리스도의 의미를 생각하는 것과 상관성이 있다. 다음으로 내가 무엇을 행해야 하는 가의 질문은 선의 본질이나 가치의 핵심에 관한 질문이다. 셋째로 내가 무엇을 행해야 하는가? 는 도덕적 행위자(agent)의 본질과 성격에 관한 물음이기도 하다. 기독교의 도덕적 삶은 예수 그리스도의 신앙이 종종 기독교 공동체의 구성원의 도덕적 삶의 신앙 안에서 행할 수 있으며 행해져야 한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기독교인의 도덕적 삶의 전망(perspective)이나 태도(posture)가 선의 본질 및 가치의 핵심과 실질적으로 관계를 맺고 있다. 그는 도덕적 행위자의 두 가지 범주를 사용하고 있다. 하나는 기독교인의 자아인 도덕적 삶의 성향(disposition)과 경향(tendency)인 데, 자유(freedom)의 덕을 기독교인의 삶의 태도의 특성인 도덕적 행위자로 간주하고 있다. 다음으로 도덕적 자아의 의도(intentions)는 기독교인의 도덕적 삶이 목적에 합치된 활동과 관련된 핵심이다.

기독교인의 행동의 실재는 항상 하나님의 실존과 관련이 있다. 그리고 하나님의 실재는 기독교인의 행동을 위해 두 가지 중요성을 지닌다. 우선 기독교인이 신앙 안에서 삶으로서 기독교인 행위자의 인격적 삶이며, 다음으로 기독교인이 살고 행동하는 세계의 질서다. 또한 기독교인 행동의 형식은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스스로 계시된 하나님 신앙에 의해 지배되었다. 즉 기독교인의 행동은 자유 안에서 행동이다. 기독교인의 행동의 자유는 모든 행동의 자유만 아니다. 그것은 모든 사회적 과정에 있어 혁신적인 사건의 과정의 가능성이다. 그것은 자기 염려와 두려움과 구원과 자기 존중의 기초로서 다른 사람들의 합법적인 요구와 기대까지 포함한 내적 자유다. 기독교인의 내적 자유의 행동은 하나님의 자비와 선함의 신뢰로부터 행동이다. 하나님에 대한 복종과 우리 주변의 사회적 요구는 자유의 가능성에서 온다.

기독교인에게 있어 자유는 그에게 특별한 행동의 영역으로 나아가게 한다. 하나님을 믿는 것이 그에게 다른 사람과 동일시하고 그의 행동에 대하여 도덕적으로 강요한다. 자유는 기독교인들에게 적당한 자기 평가를 갖게 한다. 즉 새로운 삶과 새로운 가능성에 열려있다. 기독교인의 행동은 사랑 안에서 행동이다. 사랑은 기독교인 삶의 내적 원리이자 질서이다. 사랑은 다른 사람의 자유를 아는 것이다. 내적 형식의 외적 패턴은 절대적으로 진리의 삶에 의해 결정되는 것은 아니다. 내적 형식은 사회 속에서 주어진 가능성의 맥락에 적합한 외적 표현에서 찾는다. 그런 의미에서 예수 그리스도는 우리 행동의 외적 형식보다 우리 행동의 내적 형식에 관하여 더 분명하다. 하지만 그것은 동일한 주님이시다.

공동체 안에서 하나님의 목적이 사람들의 존재를 현실화하게 되는 것은 무엇인가? 거스탑슨의 대답은 인간 공동체의 세 가지 국면-문화적 에토스, 개인상호간 관계성, 기관(제도)들-을 기억해야만 하며, 하나님께서 공동체의 세 가지 국면 안에서 사람들의 존재를 통해 보다 더 나은 삶의 질을 창조하시고, 지탱하게 하시고, 제한을 두시고, 가능하게 하셨다. 이러한 본보기는 공동체를 통해 하나님의 창조의 목적이 어떻게 이루어지는가를 분명히 할 것이다.

인간의 삶은 관습(custom)과 신앙, 가치와 이념(ideas), 전통을 변화시키는 창조적 지각의 연속성에 의해 지탱된다. 삶은 시민법과 상업제도, 정치권력, 국제무역, 가정을 통한 경제 질서와 정치권력에 의해 지탱된다. 하나님은 국가와 가정, 다른 기구들, 교육기관, 정당, 노동조합, 국제기구 등을 통해 삶을 지속시키고 제한하신다. 공동체를 통해 하나님은 인간들을 위해 삶의 질을 향상시키신다.

도덕적 행위자(moral agent)는 주로 개별적 행위자로 간주되었다. 그러나 교회는 도덕 공동체로서 교회이다. 따라서 개별적 도덕적 행위자는 공동의 행위자로 전이된다. 교회는 신학적ㆍ사회학적 준거 틀이라는 역사적ㆍ사회적 기관이다. 기독교 공동체는 우선 하나님에 대한 의무가 있고, 그 다음으로 이웃에 대한 의무를 실행해야 할 의무가 있다. 사회에 대한 교회의 선교적 의미는 율법주의와 타율성이 아닌 의무와 책임감의 재도입이다. 하나님의 은총과 사랑은 우리에게 이웃 사랑의 요구와 세상의 고통에 관련된 문제로 이끌어낸다. 그러므로 하나님의 주권적 통치아래 사는 기독교인은 책임있는 도덕적 행위자로서 세상의 짐을 떠맡아야 할 의무가 있다.

그렇다면 소비문화 속에서 교회가 세상의 짐을 어떻게 떠맡아야 하는가? 우선 교회구성원들은 기독교정신을 가지고 도덕적 의무와 역할을 수행해야한다. 다음으로 교회구성원들에게 필요한 소비문화의 신학을 위한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 이는 소비사회에 대한 신학적 이해를 통한 전략적 접근과 소비문화가 가진 신학적 약속이 전술적 차원에서 일어나야만 할 것이다. 특히 전술적 차원에서 행위자의 문제를 불러일으킨다. 소비문화는 신학적으로 중립적 개념이 아니다. 따라서 소비 행위자가 전술적 차원이라면 전략은 소비문화의 신학의 문제다. 신앙을 통한 헌신은 신학적 전략(모델)과 특별한 소비문화라고 하는 전술적 측면 이 둘을 함축한다. 이것이 도덕결정자로서 교회공동체이다. 소비사회 속에서 이 공동체가 소비습관을 어떻게 변화시킬 수 있을까?

5. 소비문화의 신학과 윤리(실천적 대안)

1) 소비문화의 신학

오늘날 종교는 세속화되어 가고 있는 반면에 소비는 성스러움을 경험하는 수단이 되고 있다. 백화점이나 쇼핑센터, 스포츠 경기장은 소비사회의 성전이다. 보콕은 오늘날 소비문화가 교회전통과 소비주의에 대립하는 공동체의 문제를 일으켰다면서, 소비주의에 대한 종교적 비판은 새로운 청교도주의에 대한 가능성과 종교에 기반한 도덕 체계, 그리고 소비를 뒤로 미루는 칼뱅주의적 윤리에 필적할만한 어떤 것이 존재해야한다고 본다.

신학과 소비문화에 있어 문제는 종종 신앙과 행위가 분리되어 있다는 점에서 비판을 받았다. 소비문화와 관계를 살펴보는 것은 우리가 소비하는 소비문화가 우리의 정체성과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사회적 행위자는 소비문화와 사회적 관행사이에서 경쟁하고 있다. 소비사회는 상호 연관된 여러 가지 요소들이 있다. 크게 보면 문화의 창조자와 소비자(향유자)들이다. 우리는 문화를 소비하면서 창조하고 있다. 소비자들은 문화의 대상들을 사회 속에서 소비(향유)한다.

기독교인에게 문화의 대상은 의미 체계와 관련이 있다. 이처럼 의미 체계와 관련이 있다고 생각할 때, 문화적 대상과 의미의 관계가 실현되는 곳은 소비사회다. 문화의 대상들, 즉 의미의 실현, 기독교신앙과 가치, 관행(practice) 등은 상호 관련되어 있으며, 소비문화에 의한 변혁의 공간 역시 바로 소비사회다. 이처럼 소비사회는 기독교인 소비자들과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다. 여기서 기독교인 소비자들은 욕망의 산물로서 문화의 해석과 상품소비의 사용뿐만 아니라 죄용서 받은 구속의 은총을 생각한다.

따라서 소비사회 속에서 신학적 주지(motif)는 과거와 다른 전통을 세워야 한다. 과거의 신학은 성서를 연구하여 교리의 체계를 세우면 되었다. 그러나 소비사회 속에서 신학은 ‘소비문화’와 관계를 따져 물어야만 한다. 소비사회 속에서 신학은 그 시대를 지배하고 있는 소비문화에 대해 바른 태도를 교회가 갖도록 도와줄 사명이 있다. 따라서 소비문화와 신학이 어떤 관계를 갖는지를 중심으로 이 둘의 관계를 따져보는 노력에 이름을 붙인다면 바로 소비사회 속에서 문화신학이다. 소비문화에 대한 신학적 응답이라고 할 수 있다. 즉 소비활동이라는 일상생활 속에서 신학적 교리와 문화 요소와의 관계를 다룬다는 의미에서 문화신학이라고 부를 수 있겠다.

오늘날 교회는 소비문화의 옷을 입고 교회 안에 들어와 있는 상품들에 대하여 (신학적으로) 응답을 요청받고 있다. 여기에는 새로운 방법의 시도가 필요하다. 소비문화 속에서 종교의 상품은 전략적 활동의 장에서 결코 통제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 또한 소비문화 속에서 종교상품은 소비사회의 이질적인 논리에 있어서 전술적 활동에 한계가 있다.

이러한 소비문화의 신학에 누가 어떻게 응답할 것인가? 그것은 신앙(의미)보다 오히려 구조(형식)의 차원에서 소비문화에 참여함으로써 가능하다. 즉 소비문화의 해석과 상품사용의 습관을 형성하는 구체적인 구조와 관행에 초점을 두어야한다. 그럼에도 교회공동체의 지속적인 소비생활에 대한 비판적 반성으로서 문화신학은 이런 맥락 속에서 어떻게 도덕결정자로서 교회의 가르침이 신자들에게 영향력을 가질 수 있는지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 대안의 핵심은 그 자체로 소비에 관한 것이 아니라 상품화와 상품화가 불러일으키는 문화적 습관들이다.

대안의 기본 전제는 다음과 같다. 소비사회 속에서 교회공동체는 통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교회공동체가 기독교인들이 살고 있는 소비사회에 대하여 하나님에 의한 통치적(theocratic) 권위를 갖지 못하기 때문이 아니라, 통치할 수 없는 것은 신자들이 교회공동체 안에서 사회화되지 않기 때문에 통제할 수 없다. 교회공동체 구성원은 문화의 대부분을 교회 밖의 사람들과 공유한다. 따라서 문화의 해석과 상품사용의 습관들처럼, 넓은 의미의 문화적 습관들이 이미 교회 안에 들어와 있다. 그러나 밀러에 따르면, 제도화된 강력한 교회공동체는 조직의 의사소통과 소비문화의 영향에 반대할 수 있는 형식 구조를 지니고 있다고 본다. 이런 이유로 해서 교회공동체의 응답은 공동체 자신의 응답을 문화상품화의 조류에 반대로 적용함으로써 다소 전략적 성격을 띠게 된다.

소비사회는 문화적 대상과 의미 사이의 관계가 실현되는 장소이며, 개인의 정체성과 사회적 연대를 세우는 데 중요한 역할을 감당한다. 소비문화의 변혁은 소비자가 구속의 은총을 경험한 그리스도의 사랑으로 자유와 익명성을 극복하려는 반성적 성찰 속에서 비롯된다. 소비자가 종교의 상품화를 변혁시키는 신학적 주지는 문화신학이다. 문화신학은 오늘의 소비문화 현실과 성경적 가치관과 관계 속에서 하나님 나라의 소망에 관하여 배우고 훈련하는 과정 속에서 형성된다. 이에 대한 구체적 모델은 소비사회의 교회커뮤니티시스템(church community system)이다. 교회커뮤니티시스템은 (기독교인의) 삶의 형식과 관련된 공통의 맥락에서 신자들이 문화의 신학적 관심을 갖도록 훈련한다. 믿음과 행함은 상호관련성의 복잡한 그물망 속에서 의미와 역할을 지닌다. 교회공동체의 실천은 특별한 삶의 형식과 관련이 있다. 우리는 문화신학의 전략적 자료로서 소비주체와 소비문화, 자유와 공동체, 도덕결정자로서 교회공동체를 생각할 수 있다. 이에 따른 전술적 대안의 핵심은 그리스도의 희생적인 사랑이다. 네 가지 전략은 다음과 같다. 소비문화와 소비자 사이의 전략은 자족이며, 문화신학과 종교상품화 사이의 전략은 영성이다. 또한 공동체와 자유 사이의 전략은 단순성이며, 도덕결정자로서 교회공동체의 전략은 정의다.

① 한국의 소비사회는 소비자의 정체성과 공동체와 관계 속에서 사회적 연대를 세우는데 중요한 역할을 감당한다. 소비문화와 문화신학과 관계 속에서 전략은 합리적 소비다. 이에 따른 소비문화와 소비자 사이의 전략은 자족이다. 자족은 구속의 은총에 따른 자율적인 결단의 결과다. 구체적인 전술로는 절제와 검소가 있다. 검소는 소비자에게 사랑과 정의의 비전을 주는 윤리적 덕목 가운데 하나이다. 욕망에 반대한 절제의 관계라면 전통적으로 검소는 하나님을 향한 감사를 전제로 허영과 질투를 부인하는 신실함과 사회적 연대의 표현이었다. 검소는 기독교 최고의 경제규범이었다. 특히 내쉬(J. Nash)에 의하면, “윤리적으로 자각하는 검소는 물질주의적 경제성장의 지배적 이데올로기에 대한 거부”이며, 덕목으로서 검소는 “도덕교육과 공적인가 모두에 의존하며, 각각은 서로의 능력을 구체화시키는 모든 성격형성과 사회적 규제에 달려있다.”

전술적 차원의 합리적 소비를 위한 지침들로 첫째로 물건을 살 때 위신에 관계없이 실용성과 경제성을 따라 사라. 둘째로 소비사회의 하수인들인 기업의 광고에 속지 말라. 셋째로 “지금 사고, 값은 나중엽라는 할부문화, 신용카드 문화의 유혹을 멀리하라. 결국 자족하는 가치관이 요구된다. 소비사회의 문제는 소비문화의 구조적 문제이지만 그 근본에는 가치관의 문제가 놓여있다(빌4:11~12, 히13:5교훈)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② 소비사회의 자유와 공동체사이의 자율적인 전략은 소비유보윤리다. 이에 다른 자유와 공동체 사이의 관계 속에서 전략은 단순성이다. 소비자의 욕망은 공동체를 위하여 부자유를 통제할 수 있을 때 공동체와 연대할 수 있는 반성적 성찰이 요구된다. 다시 말해, 경제력이 없는 자의 참여능력 박탈과 경제력이 있는 자의 과소비에 따른 반성적 소비는 공동체를 위해 개인의 자유를 유보하는 소비유보의 윤리다. 이러한 윤리적 전략은 자발적 단순성(Voluntary simplicity)이다. 단순성은 종교적 신앙을 고양시킬 수 있다. 오늘날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문제는 소비사회와 소비사회의 가치들이 우리의 삶과 서로 얽혀 있다는 점이다. 카바노에 의하면, “우리 경험의 모든 것이 공허한 의미와 목적의 그물망과 연결되어 있어서, 소비주의는 중요한 종교의 문제가 된다. 왜냐하면 그것은 자유의지와 자신의 행위론(자율성)에 이끌려 지지를 받기 때문이다.” 이러한 그의 통찰은 우리에게 심지어 우리의 지식과 자발성과 행동조차도 이미 일어났던 개인적 삶의 기형(deformation)으로 이해한다. 더욱이 삶의 기형은 유일한 개인적 실존을 지닌 그리스도와 구속의 삶을 경험한 사람이면 누구나, 우리의 개인적인 삶 뿐 아니라 우리의 사회적ㆍ정치적ㆍ경제적 세상의 지식으로서 전체적인 응답을 해야만 한다. 밀러에 의하면, 신학적 응답의 피할 수 없는 주제는 욕망(desire)의 문제다. 이러한 문제는 하나님 사랑이냐 물질에 대한 사랑이냐 갈등하는 욕망의 목적에서 생기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욕망의 핵심 구조에 있다. 소비자 욕망은 물질에 대한 애착이 아니라 욕망 자체를 즐기는 것에 있다. 끝없이 즐기려고 하는 욕망의 형식은 기독교인들이 영원한 하나님을 추구하는 욕망과 유사하다.

단순성에 따른 전술로는 좋은 구매습관의 형성인데, 구체적 지침으로 첫째로 오래 사용가능한 상품을 구입하거나, 둘째로 향상된 제품 구입을 피해야 한다. 셋째로 결국 재정 상태를 단순화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 후유증 없게 재정적으로 독립하는 방법을 터득하여 재정 상태를 단순화시켜야 한다. 단순히 은행구좌에 돈이 얼마나 있느냐를 따질 것이 아니라 빚과 대출금 액수도 살펴야 하며, 돈을 다룰 때의 습관이나 기준 또한 살펴야한다.

③ 소비주의의 문제는 종교상품화다. 종교상품화는 교회브랜드의 문제다. 교회브랜드의 주지는 책임있는 도덕적 행위자로서 사회선교의 책임이다. 사회선교는 하나님 나라의 확장에 있다. 하나님 나라의 전략은 합리적 소비를 위한 작은 영성공동체의 모델이다. 즉 물질에 대한 의식 있는 소비(Conscious Consumption) 영성이다. 종교의 상품화는 신앙을 왜곡시키며, 신앙과 전통적 관행의 불일치를 초래한다. 밀러는 “이기적 물질주의와 반대로 우리는 인생에 있어 보다 중요한 것에 초점을 두기 위해 물질적 단순성을 들 수 있는 데, 즉 가족, 공동체, 명상적 삶 이 그것이다.” 영성공동체를 위한 구체적인 지침으로는 비움과 나눔의 실천이다. 나눔과 비움은 소비자에게 사랑과 정의의 비전을 주는 윤리적 덕목 가운데 하나이다. 특히 대형교회의 브랜드화에 장점에도 불구하고 소비사회 속에서 21세기 합리적 소비의 모델은 작은 영성공동체요, 미래의 종교상품화의 문제 가운데 경계해야 할 것은 영성프로그램의 상품화다.

전술적 차원의 의식 있는 소비 영성의 목표는 실제적인 신앙생활에서의 자발적 실천, 곧 어떤 사람이 자신이 믿고 있는 바에 따라 행동에 옮기는 것과 관계된다. 영성은 하나님과의 관계를 시작하고 그것을 유지하고자 하는 기독교인들의 전체적인 삶에 대한 반성적 성찰이다. 여기에는 공적인 예배와 개인 경건뿐 아니라 실제적인 기독교인의 삶에 있어서 이것이 가져오는 결과도 포함된다. 영성은 엉성한 큐티정도의 침묵훈련이 아니다. 바쁜 생활 속에서 하나님이 들어오실 공간을 만들 수 있어야 한다. 백화점 쇼핑, 오락프로그램 등 수많은 소비품목으로 가득차 있는 마음의 쓰레기를 치우고 침묵의 시간을 가질 필요가 있다. 브루스 디마레스트는 “효과적인 묵상은 인간의 지성, 직관, 의지, 감정, 윤리감각까지도 모두 사용해야 한다.”고 말한다.

최근 한겨레신문에서 ‘한국기독교120년 숨은 영성가를 찾아서’ 연재를 통해 기독교영성의 뿌리와 고갱이를 밝히고 읽는 종교전문기자(조연현)는 한국사회의 영향력있는 화두는 돈과 경제성장이라고 말하고 있다. 이는 물신숭배라고 할 수 있는데 영적인 가치보다는 물질적인 가치를 우선시 하는 데 이런 분위기를 가장 주도하고 있는 개신교는 물질적인 부나 가치면에서는 사회에 크게 기여했지만, 세속화된 욕망을 더 부추기는 종교가 되었으며, 큰 집과 큰 교회가 성공의 가치기준이 되었고 돈과 부를 가진 존재가 세속적인 명예와 권력을 누릴 뿐만 아니라 영적으로도 훌륭한 사람으로 평가받는 세상이 되었다고 꼬집고 있다.

④ 하나님 나라의 소망과 성경적 가치 사이의 문화신학의 주지는 도덕결정자인 교회공동체로서 하나님 나라의 비전의 재구성이다. 도덕결정자로서 교회공동체의 문제는 하나님 나라의 비전의 재구성을 위한 연합전선이다. 이에 따른 전략으로는 경제 불의(Economic-injustice)와 환경정의(Eco-justice)를 위한 소비자운동이다. 경제 정의를 위한 전술적 차원의 지침으로는 첫째로 재활용 프로젝트, 둘째로 사치품에 높은 세금부과하기 등을 들 수 있다. 우리는 건전한 소비 활동에 참여하면서도 잘못된 사회제도를 변혁시키려는 저항운동에 동참하기 위해 교회 밖으로는 종교로비스트를, 교회 내에서는 부자교회와 부자성도가 하나님 나라에 들어가는 데 걸림돌(막10:21)이 되는 것은 부정한 재산, 자기 과시적 과소비, 자존심 등이라는 것을 교육시켜야 한다. 물론 부자란 재산이 많은 사람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자기가 가진 재산에 대한 청지기직을 게을리 한 죄인이다. 결국 과소비와 고소비가 걸림돌이 된다면 하나님 나라에 들어갈 수 없다. 상품 물신은 선진 자본주의 사회와 미디어의 발달과 포스트모던 문화 등의 수많은 근본적인 측면과 연결되어 있다. 비록 신학이 행동에 따라 의미를 명확하게 하고 신앙을 격려하는 임무에 가장 충실할지라도 성경메시지와 관련해서 신앙적 헌신의 모델은 청지기직 수행이다.

또한 환경정의를 실천하기 위한 전술은 자원의 오남용으로 인한 생태계와 환경오염문제에 대한 녹색시민으로서 실천운동이다. 교회는 하나님의 형상이 되어야 하는 공동체다. 하나님의 형상은 합리성, 창조성, 도덕적 책임 등 다양한 형태로 나타날 수 있다. 교회공동체는 하나님의 창조성을 보여줄 혁신을 통해 변혁의 대리인(agency)이 되어야 한다. 그러나 ‘친환경’을 내걸고 소비형태만 바꿔 줌으로써 소비를 부추 키고, 환경운동자까지도 소비자로 끌어들이고 있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 예건대, 2008년 소비트랜드로 환경수호자(Eco maniac)가 새로운 소비자 집단으로 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하나님 나라는 하나님의 주권적 활동이 나타났다고 깨우쳐 주는 것이다(눅4:14~30). 또 다른 측면은 예수께서 사람들에게 참여하라고 도전하신다. 그러나 일차적인 반응은 그분에 대한 헌신이다. 이 헌신은 죽기까지 각오할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마16:24~25). 오늘날 교회가 하나님 나라는 아니다. 그러나 교회는 하나님 나라를 나타내는 상징적 이미지다. 우리 시대 교회는 예수의 DNA를 가진 교회다. 소비사회 속에서 참된 교회의 이미지는 가난한 자에게 복음이 전파되는(마11:5) 복음의 정신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가난한 자에게 복음을 전파하기 위해서는 보여주는 우리의 삶의 태도, 복장, 먹는 음식 등에 있어서 예수 그리스도의 정신을 보여주어야 한다.

6. 결론

1980년대 민주화 운동과 1988년 올림픽이후 한국사회는 소비사회로 진입하였고, 2002년 월드컵은 개인의 자유와 공동체성에 있어서 문화소비라는 측면에서 큰 변화를 가져왔다. 이러한 소비사회는 개인의 소비문화와 공동체와 연대 속에서 조화와 균형을 이루는 라이프스타일을 표출하는 능력으로 나타났다. 즉 우리의 소비사회는 소비가 개인의 정체성과 사회적 연대를 세우는 새로운 역할을 기대하고 있다. 이러한 사회 속에서 우리 기독교인들은 소비하는 존재로서의 삶의 형식과 소비의 내용을 드러내는 존재로 살아가고 있다. 이러한 문화 현상으로서 소비자는 개성을 추구하며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는 수단이 소비임에도 불구하고 소비주의의 욕망을 부추 키는 한갓 신화라는 주장에도 귀 기울여야 한다.

소비사회는 소비를 통해 소비자의 정체성을 드러내며, 개인적 소비욕구뿐 아니라 사회와의 연대나 차이를 드러내는 소비문화는 상품 소비의 치우친 소비주의와는 구별된다. 또한 소비자 개인의 자유를 한정할 수 있는 근거는 기독교적 가치에 의한 공동체성에 있다. 왜냐하면 상품소비에 있어 반성적 소비와 구속의 은총을 경험할 수 있는 장소는 교회공동체이기 때문이다.

소비사회의 문제에 대한 신학적 대안은 문화신학으로서 문화의 신학적 교리와 문화 요소, 즉 기독교 신앙과 가치뿐 아니라 소비문화 요소와의 관계에 관한 연구다. 이에 따른 대안적 모델은 소비사회의 교회커뮤니티시스템(church community system)이다. 모델에 따른 실천전략은 크게 네 가지를 들 수 있겠다. 네 가지 전략에 따른 전술적 대안의 핵심은 그리스도의 구속의 사랑에 기초하고 있다.

첫째, 소비자의 정체성과 공동체의 연대성 사이의 합리적 소비의 문제다. 다시 말해 소비습관의 형성을 통한 절제와 검소의 자족하는 가치관 정립이다. 둘째, 소비자의 자유와 공동체와 관계 속에서 소비유보윤리의 전략은 자발적 단순성이다. 단순성으로서 소비유보윤리는 건전한 구매습관의 형성을 들 수 있다. 셋째, 종교상품화에 의한 교회브랜드의 문제다. 이에 따른 전술로는 의식있는 소비영성을 지닌 작은 영성공동체다. 넷째, 도덕결정자로서 교회공동체의 주지는 하나님 나라 비전의 재구성을 위한 연합전선이다. 이에 따른 전략으로는 경제 불의와 환경정의를 세우기 위한 소비자운동이다. 다시 말해 소비사회에서 파생된 불합리한 구조적 모순에 대한 저항운동을 들 수 있다. 예를 들어, 교회차원의 자원재활용 프로젝트를 시행하거나, 사치품에 높은 세금을 부과하는 문제와 환경운동을 상품화하는 일 등에 적극적인 저항운동이 요구된다. 이를 위해서 교회 내적으로는 건전한 소비자의 훈련프로그램을 시행 하면서도, 교회 밖으로는 잘못된 제도개혁을 위해서 종교로비스트 양성이 시급하다. 지금 우리가 실천할 수 있는 작은 것부터 실천할 때, 돔 헬더 카마라의 말은 의미가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