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락기도원 입구

겨울로 들어서는 11월 말, 이 추운 날씨에 누가 기도원을 찾을까? 영락기도원(이영민 장로, 영락교회)에 가면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찾을 수 있다.

북한산 입구인 서울 강북구 수유6동에 위치한 영락기도원(www.youngnak.net/gido)은 우선 편리한 대중교통 이용 여건을 장점으로 가진다. 누구나 쉽게 찾아갈 수 있다는 것이다. 지하철 4호선 수유역 3번 출구로 나와 바로 앞에서 마을버스 2번만 타면 기도원 앞에 도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기자가 기도원을 찾은 시간은 오후 2시가 조금 넘을 때, 기도원 정문을 통과하려고 하자 해님이 벌써 북한산 봉우리 꼭대기에 걸쳐 내려앉기 시작했다. 바람이 스쳐지나 갈 때마다 찬 기운이 긴 그림자와 함께 옷 속으로 파고 들어왔다. 그 시간에도 기도원을 찾아가는 사람들이 눈에 들어왔다. 하긴 마을버스가 언제든지 기다리고 있기에 늦게 들어오고 늦게 나가는 것이 그리 큰 부담이 되지 않는다.

영락기도원 입구는 마치 옛 산성의 모습을 떠오르게 한다. 입구에 들어서면 ‘오천만을 그리스도에게로’라고 적혀 있는 돌비를 만나게 된다. 그 문구를 읽고 있자니 고 한경직 목사의 숨소리를 듣는 듯하다. 또한 맞은 편에는 ‘형제는 왜 이 산에 오르십니까?’라는 의미 깊은 질문을 만나게 된다. ‘열심히 기도하자’는 권면의 말로 들렸다.

▲ 고 한경직 목사의 휘호가 보인다

▲ 기도원에는 왜 갈까?

기도원 길을 따라 오르자 웅성웅성 거리는 소리가 점점 또렷이 들리기 시작했다. 가까이 가 보니 사람들의 기도소리였다. 어느 교회에서 왔는지 30~40명 정도 되는 이들의 합심 기도소리였다. 물론 그 소리는 기도원 한 건물 안에서 들려오는 것이었다. 그 건물을 지나 조금 더 올라가니 더 위쪽 산 속에서도 기도하는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그 기도 소리를 따라 기자의 발걸음이 저절로 움직였다.

‘호렙산 기도처’라는 안내판이 보였다. 누군가의 간절한 기도소리가 더 크게 들렸다. 그 길을 따라 올라갔다. ‘바스락 바스락’ 기자의 낙엽 밟는 소리가 시끄러웠다. 아무리 살살 걸어가려고 해도 마찬가지다. 기도 소리는 점점 크게 들려오는데 말이다. 잠시 발걸음을 멈추었다. 오른쪽에서는 남자들의 기도소리가 왼쪽에서는 여자들의 기도소리가 많은 나무들 사이로 들려왔다. 무엇을 그렇게 간절히 기도하는지···.

아무리 둘러보아도 사람들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기도하는 이들의 모습을 보고 싶었지만 더 이상은 불가능했다. 낙엽 밟는 소리로 그들의 기도를 방해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잠시 올라온 산자락 여기 저기에 기도 자리가 눈에 들어왔다. 기자도 잠시 그 자리에 앉았다. 저절로 기도가 터져 나오는 것 같았다. 기도 소리도 전염이 되는지 주변의 기도 소리가 기자의 마음을 숙연하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 곳곳에 산기도 흔적이 보인다

‘이 추운 날씨에 누가 기도원을 찾을까?’라고 했던 서두의 질문은 어쩌면 어리석은 것이다. 기도해야 하는 사람, 기도가 필요한 사람에게는 날씨가 문제일 수 없기 때문이다.

영락기도원에는 이처럼 산기도를 위한 출입구가 여러 곳 있다. 다른 한 쪽 출입구 가까이 가 보니 ‘갈멜산 기도처(여자)’라는 안내판이 세워져 있었다. 그 옆에는 남자들을 위한 기도처는 본당 오른쪽 방향으로 올라가라는 안내가 적혀 있었다. 산기도를 위한 여성과 남성의 출입구를 각각 다르게 만든 것이다. 만약에 일어날 수 있는 뜻하지 않은 일을 미리 방지하기 위한 노력이다.

▲ 여자들만을 위한 산기도처소

산기도를 하다가 추우면 본당을 이용하면 된다. 기도원 본당은 언제든지 열려 있다. 집회가 없는 시간에는 누구든지 들어가 조용히 기도의 시간을 가질 수 있다. 기자가 본당에 들어가 보니 이미 10여 명의 성도들이 그곳에 있었다. 대부분 조요한 가운데 십자가를 향해 기도를 하고 있었다. 또한 어떤 이는 조용히 책을 읽고 있기도 했다. 그리고 어떤 이는 기도하다 지쳤는지 조용히 눈을 감고 방석에 기대어 있기도 했다.

▲ 영락기도원 본당

▲ 추울 땐 본당 안에서도 기도할 수 있다

영락기도원의 특징 중 하나는 ‘야외기도처’다. 야외 강당이라고 하는 것이 더 좋을 듯싶다. 돌로 만들어진 강대상과 또한 같은 재료로 다듬어진 장의자(?)들이 길게 줄을 맞추어 놓여있다. 기도원 출입구에 올라오다가 먼저 만나는 기도처가 바로 그곳이다. ‘베다니 기도처’라는 이름의 야외 기도 자리다. 자연과 벗 삼아 야외 예배를 드리기에 ‘딱’ 좋은 곳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러한 야외 기도처는 이곳 외에 3곳이나 더 있다. ‘베데스다 기도처’, ‘야곱기도처’, ‘팔복 기도처’ 등이 그곳이다.

▲ 자연속 집회 장소

기자는 기도원 사무실에 들러 이런 저런 궁금한 점을 물었다. 그중 ‘교회 성도들과 토요일 오후에 들어와서 주일 아침 일찍 나갈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 기도원 관계자는 ‘NO’라고 대답했다. 토요일 오후에는 모든 방문객들과 또한 기도원 직원들 전부가 기도원을 나가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기도원 직원들이 자신이 섬기는 교회에 잘 출석할 것을 위한 배려라고 한다. 기자는 필요한 날짜에 기도원 이용 서비스를 받을 수는 없었지만 위와 같은 기도원측의 운영 방침에 박수를 보내고 싶었다.

▲ 기도원 안내도

일주일 중 사람들이 가장 많이 찾는 요일은 언제일까? 영락기도원 사무실 관계자는 금요일이라고 귀띔해 주었다. 각 교회별로 직장인들이 금요일에 기도원에 모여 밤이 늦도록 기도하고 토요일 아침에 출근을 하거나 귀가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따라서 금요일 저녁시간을 이용하려면 2달 전부터 예약을 해야 한다. 식사는 기도원에서 한 끼당 2,500원으로 해결할 수 있다.

날씨는 점점 추워진다. 이럴 때일수록 기도의 불로 더욱 따뜻한 겨울을 보내야 하지 않을까? 영락기도원은 그 기회를 우리에게 제공해 준다.

* 찾아가는 방법 지하철 이용: 4호선 수유역 3번 출구에서 마을버스 2번 승차. 약 15분 후 기도원 입구에서 하차(5분 간격 운행). 기도원 버스 : 4호선 수유역 4번 출구 약 200m진행 국민은행 직진 건너 유성빌딩 옆(3군데 )에서 승차(수유 전철역↔신일병원↔ 송암교회↔ 한신대↔ 청수목욕탕↔ 가르멜수녀원↔ 기도원). 네비게이션 이용시 주소: 서울특별시 강북구 수유 6동 산 126-1 전화: 02-997-1004, 10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