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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한권/ <권력 없는 리더십은 가능한가?>을 읽고
2000년 06월 01일 (목) 00:00:00 교회와신앙 webmaster@amennews.com

 김희진집사/ 사랑의교회, 대한변호사협회 연구조사위원

 내가 이 책을 산 이유는 전적으로 제목 때문이었다. 영리적 혹은 비영리적 조직에 속해 있으면서, 하나님이 원하시는 리더십과 실질적으로 조직이 원하는 리더십이 일치하지 않는 데에서 오는 여러 고민들이 있었다. 물론 그것은 영리 조직일 경우 훨씬 심하다. 그래서 내 안에는 늘 권력 없는 리더십이 가능한 것인가, 하는 질문이 문득문득 고개를 쳐들곤 했었고 책의 제목을 보는 순간 저자에게 고마워하며 얼른 책을 샀던 것이다.

 특히 우리 나라의 조직사회의 경직되고 권위적인 분위기는 부드럽고 친절하고 개방적인 리더는 힘없고 실력없는 지도자로 비춰지게 만드는 반면 실력 있고 힘 있고 뛰어난 리더는 다소 까다롭고 딱딱하며 뭔가 사람이 가까이 가기 어려운 사람으로 인식하게 만들기도 한다.

 구체적인 예를 생각해 보면 이렇다. 몇 년 전 한 한미합자회사의 기획실 과장으로 근무할 때이다. 그 당시 나는 사장의 경영스타일을 못 견뎌하였는데 그의 주된 요구는 이런 것이었기 때문이었다. "김과장은 사람을 너무 신사적으로 다루려는 데 문제가 있다. 우리 나라 사람에게 친절이란 수치요, 비굴이며 타협이란 굴복을 의미한다. 그런 스타일로 말하는 사람의 말을 들을 거라고 생각하는가. 아랫사람들을 좀 더 들들 볶을 수는 없나. 그래야 내가 할 일이 줄어들고 나를 도와주는 것이다. 김과장은 그렇게 해서 사람들에게 점수 따고 나는 다시 그들을 들볶느라 악인이 되지 않는가."

 골자는 그런 것이었다. 나는 결국 그런 시달림에 못이겨 출산을 이유로(그건 진짜 이유이기도 했다) 사표를 쓰고 말았다. 그 후 아이를 낳고 백일이 지났을 무렵 사장은 내게 전화를 했다. 봉급은 원하는 대로 줄테니 다시 일해 줄 수 있겠냐는 것이었다. 그러나 정중히 거절할 수밖에 없었다. 나는 이미 육아의 기쁨에 너무 깊이 빠져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의 마지막 청은 이러했다. "우리 회사를 위해 김과장의 하나님께 기도해 줄 수 있겠소?"

 그러나 권력이 없이도, 친절하고 부드러우면서도, 힘있고 유능한 리더십에 대해 나 역시 회의가 일 때가 가끔씩 있다. 더구나 직장 사람들에게 복음을 전하고 그들의 삶을 함께 나누며 돕는 양육자가 되려면 그 고민은 더 하다. 일에 있어서의 위계체계가 무너지고 있는 건 아닐까, 날 너무 우습게 보고 있는 건 아닐까, 하는 반응들을 가끔 대하기도 했기 때문이다. 그런 생각을 하는 나 자신이 유치하다고 생각하면서도 말이다.
 
 저자는 '권력 없는 리더십은 가능하다' 라고 말하고 있지는 않지만 가능하다는 전제 위에 책을 쓰고 있는 건 틀림없다. 추천의 글에 언급된 것처럼 저자는 '권력 없는 리더십'이 무엇인지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주지는 않는다. 또한 그러한 지도자가 되기 위한 실제적 단계를 '첫째, 둘째' 하면서 구체적으로 제시해 주지도 않는다. 그러나 그러한 지도자상, 그러한 지도자를 가진 조직의 모습에 대한 사례와 함께 그 자신의 깊이 있는 묵상이 들어 있는 책이다. 또한 그것은 독자로 하여금 권력 없는 리더십에 대한 고민과 성찰에 함께 동참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기독교 정신을 바탕으로 하고 있음은 두말 할 나위도 없다.

 저자는 영리단체와 비영리단체 모두에서 나온 자신의 경험과 사례를 사용하고 있지만 이 책이 도움을 줄 수 있는 단체로는 비영리단체를 우선으로 삼는다. 그러나 영리를 추구하는 직장 역시 자신의 사역의 장으로 삼아야 하는 크리스천의 입장에서 본다면 영리단체 역시 예외가 될 수는 없다.

 저자의 목표는 각 단체가 잠재력이 실현되는 곳이 되는 데에 있다. 변화와 반대 의견, 참여와 아이디어에 개방적인 곳, 학습과 성장의 기회를 제공하고 도전적인 과제를 선물로 제공하는 곳, 실수를 용서하며 신뢰와 보살핌으로 사람들을 치유하는 곳, 탁월한 실적을 낳은 사람들에게 최고의 보상을 할 줄 아는 곳 말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인간의 잠재력은 사랑을 통해 가장 잘 표출될 수 있다는 것을 그는 놓치지 않는다.

그러한 조직은 운동체(movement)의 성격을 가진다. 운동체란, 미래는 그저 겪으며 인내해야 할 어떤 것이 아니라 창조할 수 있는 것임을 모두가 공통으로 인식하는 집합적인 정신상태로, 함께 살아가며 일하는 과정이 곧 되어 가는(becoming) 곳인 집단이다. 이러한 운동체에는 사기를 높여 주는 리더십, 기술과 관계 두 측면에서의 유능함, 창의성, 훌륭한 매너, 공손한 언어와 섬김, 자유로움 가운데 잘 훈련된 일과가 포함되어 있다. 그러나 이러한 운동체도 규칙이 의사결정을 지배하게 될 때 내리막길을 걷게 된다고 저자는 말한다.

 지침서란 측면에서 볼 때 리더는 행동에 대한 걸어 다니는 지침서이자 말하는 지침서이다. 그러한 리더는 산출물에 대한 평가 면에서도 계획에 대한 평가와 잠재력에 대한 평가 모두를 고려하며 공정성과 은혜와 사랑을 무시하지 않는다. 평가를 항상 계량화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는 관계 면에서 유능하며 잠재력의 언어를 사용한다.

 저자는 '섬김에도 뿌리가 있다'의 장을 통해 가정의 중요성에 대해 말하고 있다. 무조건적 사랑, 구체적인 가치관, 사회적, 기능적 기술, 자원관리, 지속적인 배움의 필요성, 미래 발굴, 축하의식의 중요성을 가르치는 가정이어야 하는 것이다. 그는 조직이 구성원들의 헌신적인 봉사라는 나무를 즐기고자 한다면 그 뿌리를 보살피라고 말한다.

 또한 저자는 운동체에 있어서의 신뢰, 위험 감수, 소망, 유산, 그리고 도덕적 목적과 행동 덕목에 대해서도 진지하게 검토한다.

 그 모든 것은 리더와 관련이 있다. 저자가, 리더는 이래야 한다고 말하는 대신 책 전체를 훌륭한 리더가 이끌어 가는 운동체의 특성과 사례로 채운 이유를 알 것도 같다. 그러한 조직과 공동체에 대해 많은 묵상을 하면 할수록 스스로 리더는 그것을 위한 구체적인 역할을 찾아낼 것이고 그것은 몇 가지로 표준화된 지침보다 그를 더 훌륭한 리더로 세워줄 수 있기 때문이 아닐까? 권력을 바탕으로 하지 않고도 조직구성원들에게 강력한 영향력을 끼치고 섬기면서도 그들을 이끌며 자유롭고 개방적인 분위기 속에서도 구성원들의 은사를 개발하고 체계적으로 훈련시켜가는 리더로 말이다.(월간 <교회와신앙> 2000년 6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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