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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한권/ <성령님에 대한 묵상>을 읽고
그분의 복된 발 앞에 나아가 슬픔을 쏟아 놓을 수만 있다면
2000년 05월 01일 (월) 00:00:00 교회와신앙 webmaster@amennews.com

 김희진  집사/ 사랑의교회, 대한변호사협회 연구조사위원

 

 요즘은 아주 씩씩하게 살다가도 '툭'하고 눈물이 터질 때가 많다. 슬프게 만들기로 작정한 장치에 의해서가 아니라 가슴을 깊이 파고드는 말씀 한마디에, 잔잔한 감동을 주는 작은 이야기 하나에, 무심코 부른 찬양 때문에, 주루룩 눈물을 흘리는, 그런 식이 되고 마는 것이다.

예수님을 영접하고 여러 훈련을 받고 전도하고 말씀을 가르치는 순장이 되고 영적인 자녀들을 키우면서 다른 사람들의 문제에 귀기울이고 그것을 위해 기도해 주었지만 정작 내 아픔이나 어려움은 그저 아무렇지도 않은 듯이 요점만 들려주던가, 다 극복하며 사는 듯이 행동하곤 했었다.

영적인 리더가 되고 나서 내가 제일 많이 생각했던 것은 다른 이에게 본이 되는가 였다. 그러다 보니 실제로 어떤 어려움을 만나도 일정 기간의 극복하는 과정을 통해서가 아니라 모범답안이라 생각되는 쪽으로 나를 무리하게 몰아넣었던 것이 바로 나였다는 생각도 든다. 그래서 탈진의 국면도 맞았었고 사람들이 피곤해지기도 했었다. 그 와중에서도 무엇보다 가장 하고 싶었던 일은 한없는 이해심과 사랑을 가진 사람, 어떤 판단도 하지 않고 나를 받아 줄 수 있는 사람 앞에서 펑펑 울고 싶은 것이었다. 그러나 그런 사람은 없다. 엄마나 남편이 이 얘기를 들으면 매우 섭섭해 할 수도 있을 거다. 그러나 어떤 사람에게도 내가 생각하는 모든 생각과 느낌을 모두 다 말할 수는 없는 것이다.

 내가 주님을 모를 리가 있는가. 얼마나 천국을 사모하고 사는데…. 그러나 나는 여전히 함께하시는 주님을 충분히 누리지 못하고 있는 것만은 틀림없었다. 지은이가 이 책을 통해, "만약 예수 그리스도께서 이 땅에 다시 오신다면, 그리고 우리가 그분의 복된 발 앞에 나아가 살아계신 그분의 귀에 대고 우리의 슬픔을 쏟아 놓을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말했을 때 얼마나 공감이 되었는지 모른다. 그러면서 이어진 생각은 내가 그분을 직접 뵈옵고 그분의 손을 잡고 뭐든지 말씀드리는 일을 천국에 가서야 할 일로 여기고 있었다는 참담함이었다. 매일 경건의 시간을 갖고 매일 성령충만을 외치면서도 나는 요즘 실제로 성령 하나님을 깊이 있게 만나는 일에서 멀리 있었던 것이다.

 성령님과의 동행을 이토록 목말라하게 되었다는 것은 어쩌면 더 좋은 일일지도 몰랐다. 31일 간의 성령님에 대한 묵상을 통해 그분과의 철저한 동행을 이루리라는 게 요즘 기도 제목이다. 책 전체는 분량이 많지 않아 앉은 자리에서 금방 읽어낼 수도 있다. 그러나 그렇게 읽어버리는 게 중요한 것이 아닐 것이다. 각 장에는 주제 말씀이 있다. 성경을 펴서 그 말씀을 앞뒤 문맥을 고려하며 충분히 읽고 묵상하는 것에서 시작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지은이가 말하고 있는 바를 참고하면서 그 날 하루를, 성령님을 구체적으로 인식하고 대화하며 그 날 말씀이 삶 속에서 완전히 이루어지기를 소망하며 사는 것이다. 아주 조금씩이지만 그분과의 동행이 회복되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지은이 B.A. 심슨은 19세기 말 미국 복음주의 운동의 대표적인 지도자 중 한사람으로, 이 책이 쓰여진 지도 꽤 오래 되었지만 성경이 불변의 진리이듯 성령에 대한 그의 묵상 역시 우리가 지금 읽기에 넘어야 할 시대적 벽 같은 것은 전혀 없다.

 제 1일은 '고아의 삶'이란 소제목이 붙어 있다. 예수님이 떠나신다는 이야기를 제자들이 들었을 때 그들에게 깃들었던 불안함과 근심을 보시고 주님은 말씀하신다.

 "내가 너희를 고아와 같이 버려 두지 않을 것이다."

 그것을 시작으로 주님은 오실 성령님에 대해 말씀하신다. 결국 성령님이 오시지 않았다면 우리는 버려진 존재, 고아와 같은 상태로 살았어야 할 것이다. '주님이 오시지 않았다면, 성령이 오시지 않았다면'을 생각해 보는 것만큼 아찔한 것은 없다. 그러면서도 우린 때때로 우리가 고아인양 살고 있다.

 늘 실제적으로 우리와 함께 사시는 분, 그분이 어떤 분이신가를 하루하루 배워간다. 그분의 우리를 향한 절절한 사랑, 천국의 사랑과 기쁨을 버려 두고 본질이 전혀 다른 이 세상에서 2천 년을 함께하셨다는 것은 그분의 희생이 예수 그리스도의 성육신과 대속의 은혜에 비견될 만한 것이라고 지은이는 말한다. 잃어버린 죄인에 대한 그분의 사랑, 우리 몸을 그분의 성전으로 삼으시고 그칠 줄 모르는 사랑과 관심으로 돌보시는 그 사랑…. 먼저 우리는 성경 곳곳에 말씀하시는 그분의 사랑을 확신해야 할 것이다. 믿어야 할 것이다.

 성령의 역사는 처음에는 희미해서 거의 느낄 수 없을 때가 종종 있지만 우리는 그분 자신이 그 모든 임재와 역사 뒤에 계신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저자는 말한다. 첫 번째 맞이하는 단계는 '발목까지 오른 물'의 단계이다. 축복의 손길로 찾아오신 성령은 우리에게 어떤 구체적인 행동을 요구하심으로 우리 신실함을 검증하시는데 순종하는 믿음으로 강물에 들어설 때 우리는 물이 발목까지 차오르는 것을 경험하게 되는 것이다.

 다음은 성령님과의 동행을 통해 기도의 거룩한 신비와 성령의 기도에 대해 배우게 되는데 그 단계가 강물이 무릎까지 차오르는 단계이다. 강물은 하류로 흘러 이번에는 허리까지 차오르게 되는데 권능의 영과 섬김을 위해 무장한 단계에 이르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성령은 측량할 수 없는 깊이로까지 우리를 인도하신다. 우리의 삶이 하나님 안에 잠기어 영광스러운 삶을 향한 자발적인 소원을 가지게 되는 것이다. 주 예수님의 거룩한 삶에 몰입하는 단계인 것이다.

 예수님을 영접한 사람이라면 성령님을 소유한 사람이겠지만 지은이가 말하는 단계로 본다면 우리는 각기 다른 단계에 놓여 있을 것이다. 이 책에서 반복되어 말하는 것처럼 우리가 좀 더 깊은 곳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수많은 정련의 과정이 있게 된다. 성경이 말씀하시는 성령에 대해 하나씩 배우면서 불순물을 걸러내는 정련의 과정을 기쁨으로 받아들인다면 측량할 수 없는 깊이의 성령의 강물에 온몸이 잠기는 감격을 누리게 될 것이다. 정련의 과정에서 터져 나오는 원석의 불평에 대해 원석의 주인은 이렇게 대답한다고 책은 말하고 있다.
"정련 과정을 거치면서 이 모든 고통을 감수해야 하는 이유는 네가 너무나 가치 있기 때문이야."
(월간 <교회와신앙> 2000년 5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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