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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리뷰 <시크릿>
'엉뚱한' 비밀, '참' 비밀을 곱씹게 하다
2007년 10월 02일 (화) 00:00:00 장운철 기자 kofkings@amennews.com

   
 
   ▲ 론다 번 지음, 살림출판사 펴냄
 
‘시크릿’(secret, 비밀)을 알아가는 것은 참으로 흥분된 일이다. 보물섬을 꿈꾸는 어린아이는 물론 친구의 연애편지를 궁금해 하는 청소년 그리고 인생의 성공을 갈망하는 중장년에 이르기까지 비밀의 내용은 그 자체로 우리들의 호기심을 한껏 자극시킨다.

<시크릿>(론다 번, 살림출판사)의 광고 카피 역시 독자들의 눈길을 사로 잡는다. ‘수 세기 동안 단 1%만이 알았던 부와 성공의 비밀’, ‘아마존 베스트셀러 1위’, ‘뉴욕타임즈 베스트셀러 1위’, ‘미국에서 최단기간 500만부 돌파’ 등이다. 이 책의 날개 표지 문구는 더욱 더 도발적이다. ‘이제 최초로 비밀의 모든 조각을 하나로 묶어, 당신의 인생을 뒤바꿀 마법 같은 법칙을 공개한다’

사실 위의 광고 카피들은 식상한 것들이다. 마치 이 책 하나만 읽으면 인생을 바꿀 수 있고, 또한 부와 명예를 거머쥘 수 있다는 식의 말을 누가 신뢰할 수 있겠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필자가 이 책을 손에 잡은 이유는 다음과 같다. 어찌됐든 국내에서 많이 팔린 책이라는 점이다. 초판 인쇄가 2007년 6월인데 3개월만에 73쇄를 발행했으니 적지 않은 양이다. 필자가 서점 책장 앞에 서서 이 책을 잠시 훑고 있는 동안에도 몇몇 사람이 이 책을 들고 계산대로 갔다는 것도 또 하나의 이유다.

사람들은 과연 이 책을 통해 무슨 비밀을 알고 싶어 하는 것일까? 그리고 그 비밀이라는 것은 도대체 무엇일까? 그리고 요즘 사람들은 어떠한 생각에 물들어 있는가?

‘시크릿’이란?

이 책 앞부분 몇 장을 넘기는 순간 크게 실망하지 않을 수 없었다. 소위 ‘자기개발’ 류인 이 책에서 종교적 냄새가 물신 풍겼기 때문이었다. 그것도 비기독교적으로 말이다. 지나친 선입견이 아닐까 하는 스스로의 생각을 제어하면서 계속 책장을 넘겼지만 결국 선입견은 갈수록 사실로 확인될 수밖에 없었다.

이 책은 일반적인 자기개발, 즉 자신의 삶의 여러 요소들을 발견해서 발전시켜 나가는 개념이 아닌, 자신 스스로를 일종의 신(神)으로 생각하도록 만드는 범신론적인 종교서적과 다를 바 없다. 결국 ‘나는 신(神)이다’라는 착각 속에 살아가도록 하는 것이 소위 이 책에서 말하는 ‘시크릿’인 셈이다.

“당신은 육체 안에 존재하는 신이다. 육신을 입은 영혼이다. 당신이라는 형상으로 모습을 드러낸 영원한 생명이다. 광활한 존재다. 완전한 힘이요, 완전한 지혜이고, 완전한 지능이며, 완전한 웅장함이다. 당신은 창조자로서 당신이라는 창조물을 창조하고 있다.”(p.195)

<시크릿>은 “우리는 모두 무한하고 유일한 힘에 따라 움직인다”는 말로 서두를 연다. 우주에 흐르는 자연법칙이 있는데 우리 모두는 그 법칙의 힘에 따라 살게 된다는 조금은 운명론과 같은 식의 말이다. 그 힘이란 바로 ‘끌어당김’을 뜻하는데 저자 론다가 말하는 ‘비밀의 법칙’이란 바로 그것이라고 한다.

다시 말해 인생에 나타나는 모든 현상은 바로 내가 그것을 우주로부터 ‘끌어당긴 것’이라고 한다. 따라서 앞으로 인생 중에 일어날 일도 내가 무엇을 끌어당기느냐에 따라 다르게 발생한다는 것이다. 그것이 끌어당김의 법칙이고, 바로 ‘비밀’이라는 것이다.

그 끌어당김의 주체는 바로 ‘자신’이며, 나 자신의 생각이 그 법칙을 실행시킨다고 한다. 내가 ‘부’와 ‘성공’에 대해서 강하게 생각하고 열망하면 할수록 그것들이 우주로부터 나에게 끌려온다는 개념이다.

“물질적으로 풍족한 사람들은 의식적으로든 무의식적으로든 ‘비밀’을 활용하여 풍족해졌다. 풍요와 부에 관해 생각하고 그와 상반되는 생각은 마음에 들어오지 못하도록 막았다. 그 사람들의 마음을 지배한 생각은 ‘부’였다. 그 사람들 마음에는 오직 ‘부’뿐이었다. 그 사람들이 이를 인식했든 못했든, 바로 그 생각이 그 사람들에게 부를 끌어당긴 것이다. 이것이 바로 끌어당김의 법칙이 적용된 사례다.”(p. 22)

소위 ‘부’와 ‘성공’을 성취한 사람은 그에 대한 생각을 강하게 해왔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맞는 말이다. 그러나 우리는 이렇게도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저자가 말한 그 ‘비밀’을 활용하지 않고도 부자인 사람, 성공한 사람도 얼마든지 주변에 존재하지 않은가? 또한 ‘부’에 대한 갈망은 부자인 사람보다 가난한 사람에게서 더 크지 않은가? 즉 갈망함을 기준으로 본다면 가난할수록 부자가 더 빨리 될 수 있다는 말이 된다는 것이다.

‘부’와 ‘성공’의 결과를 철저한 자신의 노력의 산물에서 찾으려고 하지 않고, 또 다른 어느 보이지 않는 ‘힘’에서 찾으려고 하는 행위 자체가 바로 종교성이 아닌가?

   
 
   ▲ <시크릿>의 저자 '론다 번'
 
‘시크릿’ 활용 방법

저자는 ‘끌어당김의 법칙’ 즉 비밀을 활용하는 3가지의 구체적인 방법을 소개하고 있다. 소위 이 방법을 그대로 따라 하기만 하면 모두 ‘부자’가 될 수 있다는 식이다. ‘구하라’, ‘믿어라’ 그리고 ‘받아라’가 바로 그것이다.

첫째 단계는 ‘구하라’이다. 어느 초월적인 존재에게 부탁하는 개념이다. 저자는 그것을 “우주에 명령을 내려라. 당신이 뭘 원하는지 우주에 알려라”라는 것으로 정리한다.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자신이 원하는 것’이고 또한 ‘명령하는 것’이다. 이 책의 후반부의 내용인 “당신은 우주의 주인이다. 왕국을 물려 받을 후손이다. 생명의 화신이다”(p.216)는 것과 연결시켜보면 결국 나 스스로가 자신에게 명령하는 ‘마인드 콘트롤’인 셈이다. 모든 것이 ‘나’ 중심이다.

둘째 단계는 ‘믿어라’이다. 자신이 원하는 것이 이미 이루어졌다고 믿으라는 것이다. 진정한 믿음을 요구하는 것은 아니다. 자신의 꿈이 이루어지도록 하기 위한 정신 강화의 훈련 방법이다. 저자는 믿는 방법(?)을 이렇게 소개하고 있다.

“어떻게 하면 믿을 수 있을까? 믿는 척 하라. 아이처럼, 그런 척 해보라. 원하는 게 이미 당신에게 있는 척 해보라. 그러면 정말로 이미 받았다고 믿기 시작하게 될 것이다.”(p.68)

셋째 단계는 ‘받아라’이다. 이것도 둘째 단계와 비슷하다. 소원이 이루어졌다고 자주 그렇게 생각하라는 것이다. “난 지금 받고 있어, 온갖 좋은 것들을 받고 있고, 내 소망을 지금 받고 있어”라는 식의 말을 중얼거리면서 말이다(p.72).

저자는 이러한 방법으로 효과를 보았다는 몇몇 사례를 소개하고 있다. 먼저 과체중인 한 사람이 이 방법을 통해 살이 빠졌다는 예다. 또한 복잡한 곳에서 주차공간을 발견하는 경우도 들었다(pp.77-85). 유명인을 만났다는 것과 10세의 어린이가 디즈니랜드에서 줄을 서지 않고 놀이기구를 탈 수 있었다는 것 등이다(pp.111-112). 특히 저자는 후자의 예를 ‘강력한 적용 사례’라고 부제를 달기도 했다. 독자들이 ‘와! 정말 놀라운 일이다’는 반응을 보이기를 원했던 모양이다.

‘살 빠지고, 유명인을 우연치 않게 만나고, 주차 공간 확보하고, 놀이공원 즐기는 것’ 등이 바로 우리네 인생의 ‘시크릿’인가? 이 책의 광고 카피에서 말했던 ‘수 세기 동안 단 1%만 알았던 부와 성공의 비밀’이란 것이 바로 이것인가? 물론 좀더 덩치가 큰(?) 사례도 있다. “1년만에 10만 달러(약 1억원)를 벌고 싶습니다”고 소원했던 것이 이루어졌다는 예다. 그것은 바로 저자 자신의 주관적인 이야기뿐이다.

   
 
   ▲ 종교에 호소하고 있는 <시크릿>
 
기독교에 대한 오해

<시크릿>의 저자 론다는 기독교에 대해 몇 마디를 언급했다. 종교적 색체를 나타내려다보니 기독교에 대해 언급하지 않을 수 없었던 모양이다. 그의 오해는 두 곳에서 발견된다.

“힌두교, 신비주의, 불교, 유대교, 그리스도교, 이슬람교 같은 종교와 고대 바빌론이나 이집트 같은 문명은 글과 이야기에서 이 법칙을 이야기했다.”(p.20)

“예수가 풍요를 가르친 교사였을 뿐 아니라 스스로 백만장자로, 오늘날 백만장자들이 상상하는 삶보다 훨씬 부유하게 살았다는 점을 알게 될 것이다.”(p.134)

저자가 말하고 싶은 것은 기독교도 자신이 주장하는 비밀, 즉 ‘끌어당김’의 법칙을 옹호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 법칙으로 인해 ‘부’와 ‘성공’을 이루었다는 것이다. 심지어 예수님도 그렇게 살았다고 한다. 책을 읽다 그 대목에선 정신이 아찔했다. 기독교에 대해서 '예의'조차 갖추지 않았다는 생각을 떨쳐버릴 수가 없었다.

“내가 온 것은 양으로 생명을 얻게 하고 더 풍성히 얻게 하려는 것이라”(요 10:10)는 등에서 나타난 예수님의 오신 ‘목적’을 전혀 모르고 있거나 아니면 위의 성경 말씀 등이 예수님과 '시크릿'을 연결하는 것이라고 착각하고 있는 것일 게다. 만약 착각하고 있는 것이라면 계속 이어지는 “나는 선하 목자라 선한 목자는 양들을 위하여 목숨을 버(린다)”는 말씀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물론 기독교가 반성해야 할 대목도 충분히 있다. 우리 스스로가 그동안 ‘부자 되길 원하고, 자식 대학에 합격하길 원하며, 사업이 성공하길 원하는’ 식의 기복적인 신앙에 상당히 치중해 왔다는 점이다. 자신이 대학에 합격했다고 믿고 미리 감사헌금을 바치는 행위, 또 그렇게 유도하는 지도자들의 모습, “십일조를 5백만원 바치게 해 주십시오”라고 마음을 크게 먹고 기도해야 ‘50만원’이라도 바치게 된다는 식의 엉뚱한 기도 원리(?)들이 알게 모르게 우리네 신앙 내면에 깔려 있음을 부인하지 않을 수 없다.

‘나’ 중심이 아닌 ‘하나님’ 중심으로, ‘내가 원하는 것’이 아닌 ‘하나님이 원하는 것’으로, 그것을 위해 ‘부와 성공’이 아닌 ‘주를 위한 고난’에도 참여할 수 있는 진정한 기독교의 모습이 요즘 더욱 필요한 때가 아닐까? ‘베스트셀러 <시크릿>’과 ‘올바른 기독교 정신의 실종’이 마치 연결되는 것과 같아 마음이 씁쓸하다. 누군가가 말한 “예수 믿고 3년 안에 부자가 안 되면 잘못된 믿음이다”는 목소리가 귓가에 다시 맴돈다. 괴롭다.

진정한 ‘시크릿’은?

진정한 비밀(시크릿, secret)은 오직 ‘예수 그리스도’이다. 성경은 “이 비밀은 너희 안에 계신 그리스도시니 곧 영광의 소망이니라”(골1:27)고 말하고 있다. 정답이다. <시크릿>을 손에 잡자마자 필자의 입에서 바로 떠벌렸던 말도 그것이었다. 그러나 이렇게 외치는 것만으로는 무엇인가 부족함을 느낀다. 그것만으로는 큰 착각이다. 교만이다.

<시크릿>의 마지막 책장을 덮으면서 ‘나는 진정한 비밀을 알아가는 흥분된 삶을 살아가고 있는가?’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지 않을 수가 없었다. “크도다 경건의 비밀이여, 그렇지 않다 하는 이 없도다”(딤전 3:16)는 바울 사도의 고백을 다시 곱씹어 보게 된다. 이것이 <시크릿>이 주는 교훈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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