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문안교회 창립 120주년 감사예배

새문안교회(이수영 목사)가 창립 120주년을 맞아 9월 23일(주일) 오후 3시 감사예배를 드렸다. 지난 1887년 9월 미국 북장로교 선교사인 언더우드 목사에 의해서 세워진 새문안교회는 한국의 첫 조직교회로 한국교회는 물론 한국 사회와 함께 울고 웃으며 걸어가는 ‘어머니 교회’다.

‘창립 120주년 감사예배’에 참석했다. 그 자체가 매우 감격스러웠다. 마치 나 자신이 역사의 한 페이지 속으로 들어가는 듯했기 때문이다. 복음의 불모지였던 120년 전 한국 땅의 모습과 오늘 우리 교회의 모습이 순간 뇌리에서 교차됐다. 26세 청년의 나이에 ‘한국으로 가겠다’고 결단한 언더우드 선교사의 모습이 그려지기도 했다. 왠지 그 선교사가 ‘하나님께 영광’이라고 외치며 예배 단상에 등장할 것 같기도 했다.

예배당은 각계각층의 인사와 교인들로 가득 찼다. 2천 명은 넘어 보였다. 기자는 1층 본당 왼쪽 뒤쪽으로 자리를 잡았다. 잘 알려진 교회, 그리고 마치 잘 알고 있는 교회 같았지만 직접 주일 예배에 참석하기는 처음이었다. 오후 3시 정각이 되자 이수영 목사(새문안교회 담임)의 사회로 예배가 시작됐다. 주악에 맞추어 참석자들이 모두 경건하게 예배에 임했다. 영상 스크린, 파이프 오르간과 같은 화려한 도구들이 보이지 않는 고전적인 예배당 모습이 분위기를 더욱 엄숙하게 만들었다.

새온찬양대의 ‘저 성벽을 향해’라는 곡의 연주 후, 이광선 목사(예장 통합 직전 총회장)의 설교가 이어졌다. 이 목사는 ‘칭찬 받는 교회’라는 제목의 설교를 통해 “이제껏 한국사회 안에서 칭찬을 받아온 새문안교회가 더욱 더 칭찬 받는 교회의 모델이 되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이 목사는 계속해서 “새문안교회는 한국교회의 ‘어머니교회’다”라며 “어머니의 마음으로 민족이 아플 때 같이 울었고, 나라가 어려울 때 희망과 용기를 주었다”고 말했다. 이 목사가 “이 땅에 새문안교회를 세워주신 것을 하나님께 감사드립니다”라고 말하자 모든 예배 참석자들이 ‘아멘’으로 화답하기도 했다. 모두가 같은 마음이라는 응답이다.

김중은 총장(장로회신학대학교)의 축사가 이어졌다. 김 총장은 “새문안교회는 제 1대 언더우드 목사님으로부터 시작해서 차재명, 김영주, 강신명, 김동익 그리고 현재 제 6대 이수영 목사님에 이르기까지 하나님이 주시는 지혜와 진리로 한국교회에 본이 되고 있다”며 “계속해서 그러한 자리에 서 달라”고 부탁했다. 축사는 김 총장 한 사람뿐이었다. 이러한 기념식(또는 예배)에 서너 명의 축사, 격려사(특히 지역 국회의원 포함) 그리고 순서에도 없는 인사말 등으로 꼬리를 무는 일이 흔하지 않은가. 진정한 감사의 예배보다는 자신을 알리려는 홍보의 장으로 삼으려는 순서들 말이다. 한국교회에 ‘본’이 된다는 것이 결코 큰 일을 통해서만이 아님을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되는 순간이다.

새문안교회는 창립 120주년 기념으로 몇 가지 사업을 실시했다. 먼저 시각장애인 120명의 개안수술을 위한 사업이다. 1인당 수술비용 30만원씩 전체 3천6백만원을 실로암안과병원에 기증했다. 영적인 빛뿐 아니라 육신의 빛도 볼 수 있도록 한 대사회적인 사업인 것이다. 또한 교회사료관 확장 이전, 선교훈련원 설립, 교사를 위한 교육원 설립키로 했다.

사회를 맡은 이수영 목사는 특별한 손님을 소개했다. 역대 담임목사 가족들을 초청했다며 그분들을 소개한 것이다. 직계 가족이 없을 경우에는 그 친인척까지도 연락을 취하여 정중하게 초대했다. 50여 명의 역대 담임목사 가족들이 예배 자리에서 일어나자 청중들은 큰 박수로 그들을 위로와 격려했다. 다만 아쉬운 점은 제 1대 언더우드 선교사 가족들이 참석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이성희 목사(연동교회)의 축도로 예배가 끝났다. 예배가 시작된 지 1시간이 조금 넘은 때다. 예배를 마친 후 본당 입구 계단에서 기념 촬영이 있었다. 주요 인사들이 먼저 퇴장할 것을 사회자가 부탁하자 예배 참석자들이 모두 순종했다. 역사의 한 페이지에 남을 기념 촬영에 기자도 참석하려고 했지만 뜻을 이루지 못했다. 너무 많은 사람이 같은 생각을 했기 때문이다.

▲ 예배 후 '마당잔치'가 벌어졌다

새문안교회 앞마당에서 ‘마당잔치'도 열렸다. 예배에 참석한 모든 이들과 또한 주변 사람들과 함께 떡을 자르며 함께 음식을 나누어 먹는 행사다. 음식 메뉴는 ‘떡, 김밥, 과일 그리고 음료수’가 전부였다. 아무런 부담 없이 가능하면 많은 사람이 이 기쁨에 동참토록 한 교회의 배려였다. 많은 이들이 음식을 대하면서 서로 안부를 묻고 또 기념 촬영까지 하는 등 그야말로 잔치였다. 물론 기자도 이 잔치에 참석했다.

마당잔치의 흥을 더욱 높이기 위해 새남찬양대(남성찬양팀)의 연주도 동시에 열렸다. 기쁨이 두 배였다. 마당잔치에는 특별한 손님을 소개하기도 했다. 언더우드 선교사에 의해서 동일하게 설립된 자매교회에서 방문한 이들이다. 서교동교회(우영수 목사), 김포제일교회(김동청 목사), 능곡교회(우종구 목사), 신사동교회(신우인 목사), 시흥교회(방수성 목사), 양평동교회(김규 목사) 등이다. 이들 교회에서 방문, 참석한 이들도 새문안교회 교인들과 한결같이 기뻐하고 즐거워했다.

▲ '떡 컷팅식'에 참석한 인사들(가운데 이수영 목사)

지난 2000년 9월 제 6대 담임목사로 위임된 이수영 목사는 “새문안 교회는 지난 120년 동안 신앙의 ‘뿌리 깊은 나무’, 조화와 포용력을 지닌 ‘어머니의 마음’, 맑고 시원하게 ‘흐르는 물’과 같은 역할을 감당하려고 힘써온 기독교 역사의 산 증인이다”며 “앞서 세워진 교회로써 민족의 복음화와 세계선교에 주어진 책임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새문안교회 창립 120주년 감사예배 참석을 통해 한국교회 역사의 숨결을 조금 더 깊이 있게 맛볼 수 있었다. ‘역사’가 있다는 것에 새삼 감사했다. 이제는 그것을 더욱 계승 발전시키는 것은 물론, 120년 전 언더우드 선교사가 그렇게 했던 것처럼 그 ‘거룩함’에 계속 능동적으로 참여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