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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한권/ <그래도, 일본을 사랑합니다>를 읽고
씩씩한 일본 사랑, 끈끈한 가족 사랑
1999년 06월 01일 (화) 00:00:00 교회와신앙 webmaster@amennews.com

 김희진 집사/ 사랑의교회, 대한변호사협회 연구조사위원

 

 사회조사방법 중에는 통계학적인 원리에 의해 표본을 추출하여 전체를 추리하는 표본조사가 있는 반면 한 사회적 단위, 즉 개인, 가족, 집단 등의 생활을 집중적으로 조사, 분석하는 사례연구가 있다. 전자의 통계적 조사는 사회현상을 양적으로 측정하여 일반화함으로 한 눈에 특정 영역에서의 사회적 특성을 볼 수 있지만, 사회적 단위의 행동유형이나 관계, 개인의 욕구나 동기 등 양적 측정이 힘든 사회 현상의 독특한 측면을 구체적으로 살펴보기는 어렵다. 사례연구는 그것을 가능케 한다. 똑 떨어진 통계적 수치의 유용성 못지 않게 특정 사례를 들여다보는 작업은 앞서 언급된 유익 외에도 때로는 울고 웃는 감동까지 더하여 주기도 한다.

 여기 일본 선교의 한 사례가 있다. 모든 사례가 그렇듯이 이것으로 '일본 선교는 어떻다'고 일반화하기는 힘들다. 그렇기에 어떤 체계적 지식을 얻은 것은 아니었지만 지난 며칠간 이 책의 지은이와 일본에서의 지난 삶을 함께 밟아보면서 여간 감동이 된 것이 아니다.
 물론 일본 선교에 관심이 있어서 이 책을 읽은 것은 아니었다. 제일 먼저는, 책 표지에 실린 저자의 깨끗한 미소가 내 시선을 멈추게 했고 두 번째는 극히 개인적인 이유지만 내 어머니의 젊었을 적 얼굴과 너무 닮아있어서 책을 집어들었다. 그리고는 '이거 사도 되는 책인가.' 뒤적이다가 책머리에 적힌 '낮은 울타리' 대표의 한 말씀에 그대로 책값을 지불하고 말았다.

 '목회를 하면서, 선교를 하면서, 고향을 떠나 살면서, 섬기면서, 고난 당하면서 어떻게 성공적인 가정을 이루어 나갈 것인가 고민하는 분은 이 책을 꼭 읽어보아야 할 것입니다.' 하는 말이었다. 그 말이 내게는 '남편과 함께 평신도 사역을 하면서, 국내에서 직장인 선교를 하면서, 안주하려는 생각에서 늘 떠나면서, 형제 자매를 섬기면서, 복음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으면서도 아름답고 견고한 가정을 이루는 것이 곧 주님 주신 사명을 온전히 이루는 것이다.'로 들렸던 것이다. 

 저자의 가정은 성공적으로 보인다. 여기서 성공적이란 단순히 가족간에 별 문제 없이 서로 사랑하고 잘 대해 준다는 차원이 아니다. 모두 주님의 제자로, 끈끈한 동역자로 아름답게 세워져 간다는 의미에서 그렇다. 사진을 보니 재미있게도 저자를 포함한 다섯 식구는 모두 안경을 쓴 닮은 꼴이다. 그런데 닮은 것은 외모뿐이 아니다. 본인 이외에 단 한 명의 크리스천도 없는 학교에서 교사와 학부모들의 제재에도 불구하고 하나같이 친구들에게 복음을 전하고 그들을 위해 눈물로 기도하는 그녀의 자녀들... 어릴 때부터 그들은 벌써 선교사였다.  이들 부부는 일년에 삼분의 일 정도는 아이들을 떼어놓고 선교 여행을 떠나지만 아이들은 스스로 식사를 해결하고 아침 저녁으로 성경을 읽으며 주님의 인도를 받는다. 그들은 자연스레 대를 이은 선교를 준비하고 있다. 얼마나 대견하고 부러운지...

 부부관계 역시 아름답다. 서로를 귀히 여기고 존중하는 두 사람의 모습이 직접 눈으로 본 듯 선하다. 저자의 시를 일부 소개하면 이러하다.  

                살 중의 살이요, 뼈 중의 뼈로다.
                아담과 하와의 고백은 내 고백
                그대는 내게 주신 하나님의 선물
                은총의 반려자요, 즐거움이어라.
                영원한 나라의 기업을 나눌 자
                하나님 우리의 부족함 아시어
                둘이 연합하여 완성품 되어라.
                주님이 맺어주신 내 사랑이어라.

 주님 나라를 위해 하나 되어 움직이는 부부 사이에서 아이들이 잘 자라주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사역 역시 그녀의 가정처럼 평탄한 것은 아니었다. 일본이라는 땅에서 그것도 동경 최대의 유흥가에 개척하여 현재 한?일 두 나라의 성도 천오백 명이 모이는 교회로 성장하기까지 어려움은 얼마나 많았겠는가. 간혹 간단하게 언급되었던 몇몇 사건만으로도 가히 짐작이 가고도 남는다. 그 때마다 그녀는 주님 앞에 무릎 꿇었다. 기도를 통하여 힘을 얻었고 기도 안에서 환상을 보았으며 기도하여 치유 받았고 기도로 응답 받는 삶을 살았다. 그래서 그런지 힘들었던 일들은 장황하게 설명하지 않고 놀라운 응답들에 강조점을 싣고 있다. 그녀는 마치 "아무 것도 문제 될 것 없어요" 라고 소리치고 있는 것 같다. 모든 문제를 항상 주님 앞에 가지고 나아가는 자의 담대함 같은 것이 책 전체를 덮고 있다.

 이렇듯 저자는 내내 씩씩하다. 그래서 그녀의 일본 사랑도 씩씩하다. '온갖 수모와 상처와 냉대를 다 받고 사는 한국인 선교사지만 그들이 밉지 않은 걸 어찌하랴. 평생 일만 하다 하나님을 모른 채 죽어 가는 그들이 가엾기만 한 걸 어찌하랴' 고 말하고 있으니 말이다. 과거의 역사를 따지지 않고도 '왠지 싫음'으로 표현되는 일본에 대한 우리의 정서, 거기에 일본인들로부터 직접 겪은 경험적 수모가 가세했는데도 "그래도 일본을 사랑합니다" 외칠 수 있는 것은 자신을 일본에 보내신 하나님을 신뢰하기 때문이었다. 하나님의 뜻을 이뤄드리기 위해 자신의 감정쯤은 정말 '쯤'으로 여기고 내려놓았던 것이다.

 그녀의 글은 조용히 내 속으로 젖어들어 아름다운 가정 위에 피어나는 탐스런 사역의 열매들을 그려보게 했고 거기에 기도의 거름은 또 얼마나 부어져야 하는지를 다시 생각하게 했다. 나로서는, 책을 읽고 이런 생각을 하는 것은 참 드문 일이지만 언젠가 이 책의 저자를 한 번 만나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그녀와 앉아 몇 시간쯤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그녀가 가진 사랑과 열정이 네게 고스란히 덧입혀질 것 같기 때문이다.
(월간 <교회와신앙> 1999년 6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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