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성교회(김삼환 목사)는 요즘 ‘조용한 축제’ 분위기에 휩싸여 있다. 김삼환 목사가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측 부총회장에 당선했기 때문이다. 청주 상당교회에서 열린(9월 10일) 제 92회 총회에서 김삼환 목사가 과반수가 훨씬 넘는 압도적인 표 차이로 경선에서 승리했다. 전체 1,454표 중 900표의 지지를 받은 것이다.

▲ 명성교회 홈페이지

기자는 9월 20일 명성교회 수요예배에 참석했다. 명성교회의 분위기가 궁금했기 때문이다. 김삼환 목사가 부총회장으로 당선한 지 열흘이 흐른 시점이었다. 기자는 7시 30분 수요예배 시간에 약간 지나 교회에 도착했다. 넓은 주차장 그리고 예배당 위 뾰족하게 솟은 두 개의 십자가 등은 변함없이 명성교회를 상징하고 있었다. 주위를 ‘휙’ 둘러보았다. ‘부총회장 당선 축하’ 등과 같은 흔한 현수막도 제대로 걸려 있지 않았다. ‘조용한 축제’를 의도하려는 듯 보였다.

본 건물 현관에 들어서자 수십 개의 화분이 눈에 들어왔다. 현관 입구는 물론 복도에까지 진열(?)되어 있었다. 가까이 가서 보니 여기저기서 보내온 축하 화분이었다. 한국교회 장자교단의 새 부총회장이 선출되었으니 가계 지인이 축하의 꽃을 보내는 것이 어쩌면 당연한 것일 게다. 그러나 예배 본당이나 소예배실 안의 어느 쪽에도 그러한 축하 화분이나 현수막 같은 것은 보이지 않았다. 여느 때와 다를 바가 없었다.

▲ 현관에 놓인 축하 화분들

예배 시간이 약 10분 지났다. 본당은 이미 ‘만원’이었다. 기자는 소예배실로 갈 수밖에 없었다. 그곳도 시간이 조금 지나자 성도들로 가득 차고 말았다. 소예배실에서 영상으로 예배를 드리는 것이 조금 낯설기는 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그러나 성도들은 상당히 익숙한지 찬양과 기도 그리고 김삼환 목사의 설교 멘트에 ‘아멘’ 등으로 반응했다.

수요예배임에도 600여 명의 성가대가 참석, 연주를 했다. 연주가 끝나자 명성교회 성도들이 일제히 ‘아멘’으로 화답했다. 모두가 일치 단결된 모습이었다. 아무리 대형교회라 하더라도 이렇게 많은 성가대원들이 일사분란하게 수요예배에 참석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김삼환 목사가 설교단에 올라섰다. 특유의 여유와 입담으로 서두를 이끌었다. 김 목사는 ‘기적은 일어납니다’(행 9:36~43)란 제목으로 설교를 시작했다. “암 걸려 낫는 것도 기적이지만, 암에 걸리지 않는 것도 기적입니다. 지금 우리가 숨 쉬는 것조차도 기적입니다.” 김 목사의 멘트 사이사이에 성도들은 큰 소리로 ‘아멘’이라고 연거푸 화답했다. “우리에게 최고의 기적은 바로 ‘구원’입니다”는 김 목사의 외침에 성도들은 큰 은혜를 받는 듯했다.

김 목사는 설교 중 자리를 자유롭게 옮겨 다녔다. 마이크를 손에 잡고 설교단에서 벗어나 단상의 이쪽 끝에서 저쪽 끝까지 발걸음을 바꾸었다. 때론 계단을 내려가 단상 아래의 성도들에게 가까이 다가가기도 했다. 성도들과 친숙함을 표현하고자 한 모양이다.

▲ 김삼환 목사가 단상에서 내려와 설교를 하고 있다

이날 김 목사는 특이한 행동을 보였다. ‘할렐루야’를 외치며 단상에 오르는 계단을 두 발로 ‘깡총’ 뛰어오르는 것이었다. 마치 토끼처럼 말이다. 근엄하신(?) 목회자의 애교 있는 모습에 성도들은 모두들 큰 웃음으로 응답을 했다. 성도들의 반응이 예상 외로 좋았다고 생각했는지 김 목사는 계단을 ‘토끼 행동’을 연거푸 보여줬다. 예배당은 웃음의 도가니가 됐다. 이때 김 목사는 마이크에 입을 대고 “부총회장 당선된 것이 너무 기뻐서 그렇습니다”라고 말했다. 김 목사는 자신의 솔직한 마음을 허물없는 성도들에게 그대로 보여주었다. 가벼운 행동으로 여겨질 수도 있었지만 진솔함이 더 깊이 느껴졌다. 총회나 그와 관련된 내용의 설교를 하는 중이라는 ‘의도’가 없었기 때문일 것이다.

설교가 끝난 후 광고시간에 김 목사는 ‘부총회장 당선’에 대해서 한 마디를 더 했다. “부총회장 당선된 것이 너무도 기쁘고 감사했습니다. 그래서 오늘 하지 않았던 행동을 했습니다.” 총회 경선 후 열흘이 되었지만 ‘기쁨’은 좀처럼 줄어들지 않은 모양이다. 성도들은 모두 박수로 답을 주었다. ‘그동안 수고 많았다’는 의도인 듯했다.

예배가 끝났다. ‘부총회장 당선’과 관련된 축전 낭독, 축하송 등의 어떠한 특별한 순서나 광고는 없었다. 여느 때와 같았다. 수많은 성도들은 마치 썰물이 나가듯이 예배당을 빠져 나갔다. 집으로 돌아가는 성도들의 얼굴에는 웃음꽃이 활짝 피었다. 부총회장을 배출시킨 교회의 성도라는 자부심이 가득 배여 있는 듯했다. 그만큼 책임감도 가지리라 기대해 본다.

명성교회는 지금 ‘조용한 축제’의 시간을 보내고 있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