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진 집사/ 사랑의교회, 대한변호사협회 연구조사위원

 남편은 맛있는 음식을 즐기는 편이다. "뭐 맛있는 거 없어?"하고 묻는 것이 거의 내게 대한 인사말이 되었다. 얼마 전 집 근처 여성회관에서 내용이 알차면서도 저렴한 수강료로 요리교실을 연다기에, 일주일에 한 번, 3시간이니 한번 해보자, 결심하고 남편에게 이야기를 했다. 무척 기뻐할 것이라 기대하면서.... 그러나 의외로 대답은 이러했다.

 "당신이 지금 어느 땐데 그런데 돈과 시간을 투자해? 당신이 그것으로 사역을 한다면 모르지만 그건 단지 우리 식구만을 위한 거잖아? 잘 생각해서 하나님과 더 많은 사람들을 위해 필요한 것을 배우고 준비해요."

 직장인 성경공부의 사역, 전도폭발 훈련을 남편과 함께 받고 있는 상황에서 아내와 엄마로서의 역할 수행에 늘 부족함을 느끼고 있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편은 내 삶을 인정하고 있는 것이었고 개인적으로는 자신의 아내이고 아이의 어머니이지만 하나님과 이웃을 위한 공인의 영역이 있음을 선언하고 있는 거나 다름없었다. 나는 그 때 남편의 그 말이 두고두고 격려가 되었다. 요리에 대한 내 의견을 전적으로 반대하고 나선 것이었지만 그건 분명, 격려였다.

 칭찬의 사전적 의미를 찾아보니 좋은 점을 들어 기리는 것이다. 반면 격려는 남의 용기와 의욕을 북돋우어 힘을 내게 하는 것이라 되어 있다. 그래서 격려는 칭찬처럼 한 가지 얼굴이 아니다. 수년 전만 해도 나는 사람들이 정말 잘하는 점에 대해서는 아낌없이 칭찬했지만 그런 저런 점이나 나아가 실패한 일에 대해서도 격려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하였다.

특별히 어려운 일을 당해 슬픔에 빠진 삶들을 몇 번 위로했던 것을 빼면 말이다. 그러나 순원을 갖게 되면서 그들의 잘한 점을 칭찬하는 것과 엄청만 슬픔에 대해 위로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격려란 특별한 위로를 포함하여 훨씬 더 넓게, 더 일상적으로 생활화되어야 한다는 사실을 어렴풋이 깨달은 것이다.

 이 책은 신약성경에는 '격려하다'의 의미를 가진 희랍어 세 가지가 사용되고 있다고 말한다. 첫째는 '권고하여 앞으로 나아가게 하다'를 의미하는 protrepo(행 18:27), 둘째는 '일상의 의무수행을 촉구하다'를 뜻하는 pramutheomai(살전 5:14), 그리고 셋째는 '안위하다'의 의미인 paraklesis(히 6:18)이다. 이것을 보면 격려란 사람의 인생 전체에 영향을 주는 것이라 생각된다.

 우선 격려는 큰마음이 필요하다. '미스터 큰마음'은 요나단을 통해 볼 수 있다. 저자는 재능 있고 유능한 사람에게 하나님의 축복이 내릴 때 기독교인들이 보여야 할 사랑이 요나단의 사랑이라고 말한다. 남의 불행을 가슴 아파하는 것보다 남의 행복에 기뻐하는 것이 더 큰마음을 요구한다. 예수증거의 일선에 있었던 스펄전에게 대해 웰즈라는 사람은 스펄전의 회심의 진실성에 분명한 의심을 갖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그것은 동정심 없는 질투에서 비롯된 비난이라고 이 책은 말한다. 성공적인 신자들, 또는 믿음으로 잘나가다 암초에 걸린 다윗 같은 사람들도 모두 격려 받을 대상이며 진심으로 하는 격려를 은혜롭게 수용하는 것도 중요하다. 다윗에 대한 요나단의 무조건적 격려와 다윗의 은혜로운 수용이 그것이다.

 격려의 아들이라는 이름의 바나바는 어떠했나. 그는 재산 소유를 금하지 않으면서도 자신은 하나님을 위해 재산을 팔아 드린 인색하지 않은 자였다. 그리고 무엇보다 극적으로 주님께 돌아와 의심을 살만한 바울을 용기 있게 옹호한 사람이었다. 갑자기 변한 사람을 믿어 주기란 깊은 영적 통찰력이 아니면 정말 힘든 일이다. 바나바가 아니었다면 우리가 바울을 얻을 수 있었을까. 그는 주변 사람들에게 신뢰를 받았으며 비당파적이고 겸손한 마음으로 바울을 세웠다.

 아픔을 동반하는 권면으로 격려했던 사람은 나단이다. 우리가 주목해야 하는 것은 권고를 위한 타이밍과 말하는 자세이다. 나단은 조급하지 않았다. 그는 다윗이 끔찍한 범죄를 저지른 1년쯤 지난 후 하나님의 인도를 받고서야 권면을 시작한다. 그의 메시지는 날카롭고 신중하며 확신에 차 있었으나 그 속에 용서를 포함하고 있었다. 또한 그는 왕에게 그 말을 하고도 자신을 대단하게 생각하지 않았으며 그 후에도 왕에 대한 우정과 존경심과 사랑을 유지했다. 그만한 인격이라야 그 일을 할 수 있음을 하나님은 알고 계셨던 것이다.

 그러나 때로는 욥에게 하셨듯이 침묵으로 일관하시다 하나님의 창조물을 통해 깨닫게 하시고 오직 하나님 한 분으로 위로 받게 하실 때도 있다. 사실 진정한 위로자는 삯군이 아니라 양을 위해 목숨을 버리는 선한 목자인 주님뿐이지 않은가. 그 앞에 있는 즐거움을 위하여 십자가를 참으신 분, 그분이 기대한 즐거움과 기쁨은 격려의 원천이자 보상이었다. 그러므로 보상에 대한 약속들이 기독교인들의 삶을 상거래 행위로 만든다는 불신자의 비판도 있지만 적절한 보상이란 그것을 얻기 위한 행동이 아니라 오히려 극치에 달한 행동 자체에 부과되는 것이다. 그렇기에 이생에서의 직접적인 보상심리가 아닌 하나님의 상에 대한 존경심을 갖는 것은 필요하다고 책은 말한다. 그 존경심은 믿음을 요구하고 믿음은 예수님과 같이 시간과 사랑을 쏟아 격려하는 삶을 낳을 것이기 때문이다.

 잘 나르지 않던 연에 한 웅큼의 흙과 풀로 연살을 붙여 무게와 균형을 잡아줌으로 연이 완벽하게 날 수 있게 하는 것처럼 격려는 한줌의 잔디요 작은 돌쩌귀 같지만 그 결과는 감히 상상을 뛰어 넘는 것이라 저자는 말한다. 격려자는 억지로 오리를 가게 하면 십리를 동행하는 자발적으로 조금 더 가는 사람(a second miler)인 것이다.

 전면적으로 앞에 드러나는 사람보다는 그 뒤에서 다른 이를 빛내주는 사람이 나는 더 매력적으로 보인다. 성숙한 격려자가 되어 다른 사람을 세우는 일에 목숨을 바치는 것이 가장   가치 있는 일이 아닐까. 저자의 말대로 격려는 영혼의 산소와도 같은 것이니까.
(월간 <교회와신앙> 1998년 12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