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진  집사/ 사랑의교회, 대한변호사협회 연구조사위원

지금껏 만났던 사람들 중에 따뜻함이나 기쁨으로 기억되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다. 물론 그 누구도 모든 사람을 다 만족시킬 수는 없다. 그것이 우리 인생의 목표도 아니다. 오직 하나님을 기쁘시게 하고 그분을 영화롭게 하는 것만이 참된 우리의 목표이다. 그런데 하나님을 기쁘시게 하는 것 속엔 사람들을 사랑하는 것이 포함된다.

 그러나 우리 주위엔 늘 잘 지낼 만한 사람들만 있는 것이 아니다. 더구나 그리스도인이라 해도 크게 다르지는 않다. 아무리 예수님을 구주로 영접한 참 그리스도인이라 할지라도 그 성격이 형성되는 과정에서 생겨난 고약한 특성들은 쉽게 고쳐지지 않는다. 성령충만을 지속하면서 그 부분을 고치기로 특별히 결단하는 사람을 제외하고는 성화 되어가는 사람이라 할지라도 수많은 세월을 요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어찌하랴. 그것이 우리에게 지워진 삶의 조건인 것을. 어찌할 수 없는 것을 문제삼을 수는 없다. 결국은 내가 어떻게 대응할 것이냐의 문제요, 나 역시 그런 유형의 사람이 되지 않도록 해야하는 문제이다.

 「까다로운 사람들과 함께 만드는 교향곡」은 소아마비로 장애를 가진 칠순 넘은 할아버지의 책이다. 그는 임상심리학자이자 목사로서 살아오면서 성경적인 원리에 심리적인 처방을 연계시켜 까다로운 사람들과 더불어 사는 지혜를 터득한다고 말한다. 그것이 수 년간의 임상실험을 거쳐 책으로 묶여진 것이다. 이 책은 10장에 걸쳐 크게 열 가지 유형의 사람들에게 대해 다루고 11장에서 그 밖의 유형들을 묶어 간략하게 설명하고 있다. 각 장마다 각 유형의 사람에게 대처하는 법과 그런 사람이 되지 않도록 자신을 지키는 방법이 성경말씀에 근거하여 제시되고 있다. 경험적 실례들을 통해 이해를 돕고 있으며 자신의 실수조차 솔직히 고백하는 투명한 자세로 독자의 마음을 얻고 있다.

 1장은 트집잡기 좋아하는 사람, 2장은 지나치게 예민한 사람, 3장은 불평쟁이에게 할애되고 있다. 각 유형은 하나의 이념형(ideal type)처럼 독립적으로 설명되고 있지만 실제로는 한 사람에게서 여러 유형이 복합적으로 드러나며 특히 앞의 세 경우는 서로 맞물려 있는 부분이 많다. 이들에 대해선 우선은 들어주고 인정해주면서 긍정적인 방향으로 대화를 이끌어 내는 것이 중요하다. 이러한 유형에서 자신을 위해서는 성경말씀을 기초로 하루살이의 원칙, 감정의 원칙, 용서의 원칙을 적용한다.

 4장은 관습이나 예법을 무시하는 사람이다. 이러한 사람들에게는 친절하게 대해주고 이해심을 보이며 잘못은 간접적으로 지적하는 것이 좋다. 자신을 지키기 위해서는 예법을 배우고 용인되는 행동을 모방하며 성경적 인성에 자신을 적용시키는 등의 방법이 있다. 5장은 지나치게 공격적인 사람이다. 이런 사람은 선으로 악을 이긴다는 자세로 냉정을 유지하고 부드럽게 대하되 그 격노에 휘말려 이용당하지는 말아야 한다.

자신을 지키기 위해선 우선 순위에 따라 사랑하는 방법을 배우며 자신을 변화기키기로 결심하는 것이다. 6장은 우울질 기질의 사람이다. 우울질은 다른 유형보다 전염성이 강하므로 그를 도울 만큼 충분히 안정적이라는 확신이 설 때 시작해야 한다. 이야기를 들어주고 격려하며 사고의 오류를 수정하여 미래를 밝게 보게 돕는다. 우울증에 빠지지 않으려면 이미 가진 장점과 복을 헤아리며 육체적으로 바쁜 상태를 유지하고 긍정적으로 말하고 감사기도를 습관화한다.

 7장은 협잡꾼과 사기꾼이다. 세상에는 양심도, 죄책감도, 후회도 없이 자신의 이익만을 위해 다른 사람을 이용하는 사악한 사람들도 있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저자는 먼저 우리 아이들을 다른 사람의 필요에 민감한 아이로 키우라고 강조한다. 그리고 사기에 말릴만한 자기의 약점이나 상처를 해결하고 사람들의 인격을 검토하며 악한 자를 멀리해야 한다. 협의나 거래를 할 때 우리도 상대의 입장이 되는 것이 중요하다. 8장은 서로 다른 민족이나 종교, 생활방식을 가진 사람들이다. 인종에 대해선 편견을 버리고 다른 종교에 대해서는 모든 사상에 열린 마음임을 견지하되 종교적 절충주의는 배격하고 상황을 봐서 예수 그리스도에 대해 나누며 존경할만한 훌륭한 삶을 보여준다.

 9장은 환자와 장애인이다. 환자에 대해서는 그들의 감정을 이해하고 제한 규칙을 준수해주며 격려하고 기도하되 그 병에 감염되지 않도록 주위하고 필요한 말은 확고히 말한다. 장애를 가진 이에게는 단순히 도의적인 태도가 아닌 진심으로 돕되 평범하게 대하고 스스로 무엇인가 할 수 있도록 해주며 섣부른 설교는 하지 말고 육체적인 장애로 그를 평가하지 말아야 한다. 중증 장애인에게는 특별히 더 사랑을 느끼게 하며 영적인 것을 강조하는 것이 필요하다. 10장은 노인이나 연장자이다. 그들도 다른 연령층과 다르지 않다는 것을 인지하고 사랑하며 존경을 표하며 돌보아야 한다. 저자는 나이가 들어서도 육체적 영적 건강을 유지하는 방법을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책을 다 읽고 난 일차적인 소감은 이렇다. 나 역시 이 모든 유형으로부터 다 자유롭지는 못하다는 것이다. 각 유형의 사고방식이나 행동들을 열거하는 곳에서  가슴이 뜨끔하고 걸리는 부분이 있었다. 예를 들면 일차적인 불평쟁이는 아니었다 하더라도 불평쟁이를 불평하는 꼴이었다. 그래서 나는 먼저 나 자신을 변화시키는 것에서 시작하기로 한다. 대부분의 유형들이 자기 자신이 그런 사람인지 인식하지 못하는 데에서 상황이 더 악화된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내 의식 과정을 성령 안에서 면밀히 관찰하고 적절히 통제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할 것이다. 나의 약하고 구멍난 부분을 그렇게 메꾸어 간다면 그 누구를 만나도 자신을 철저히 지키면서 그를 도울 수 있는 사람으로 무장될 것이라 생각한다.
(월간 <교회와신앙>1998년 11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