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진 집사/ 사랑의교회, 대한변호사협회 연구조사위원

네 살 난 내 아이와 함께 가끔 서점에 갈 때가 있다. 아이들의 책이 진열되어 있는 곳에 서서 우리는 둘 다 행복해 한다. 아이가 이리저리 다니며 책을 보며 고르는 사이 나도 동화책을 펼쳐든다. 우리 아이의 나이에 맞는 내용인지, 얼마나 재미있는지, 아이의 마음을 살 수 있는 책인지, 바르고 아름다운 문장인지, 성경적 진리를 거스르는 부분은 없는지, 그림이나 색채 등 미술적인 질은 어떠한지 등을 따져보며 책을 본다.

 물론, 그건 아이에게 사 줄 좋은 책을 고르는 과정이다. 그러나 그 자체로 내게도 무척 즐거운 시간이 된다. 이야기가 담고 있는 메시지나 교훈은 이미 알고 있는 단순한 사실이기 쉽지만 그 내용이나 이야기 방식이 주는 감동이 적지 않은 데다가 때때로 정말 중요한 것을 다시 얻는 기분이 든다. 아니 기분 뿐 아니라 실제로도 그러하다. 아이의 책을 통해 어른의 내면, 그것도 잘못 정리되어 있는 부분이 교정을 받곤 한다.

 돌아보니 예수님을 마음에 모시고 산지도 꽤 오래 되었다. 감히 그 햇수를 수긍할 만큼 성숙했다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그래도 신앙 안에서 돌보고 섬겨야 하는 사람들이 있어 영적 어미의 역할을 담당할 만큼은 되었다는 것 참 감사한 일이다. 내 육신의 자녀와 마찬가지로 그들에게 역시 그들의 필요를 채워줄 만한 책을 고르게 될 때가 있다.

 어느 날 나는 복음에 대해 잘 이해하지 못하거나 주님을 영접했지만 다시 한 번 복음의 내용을 정리할 필요가 있는 사람들에게 줄 만한 책을 찾던 중 노란색의 예쁜 책을 발견했다.

 '하나님을 찾는 당신에게' 였다. 나는 처음에, 이 책은 오직 다른 사람들을 위한 것이라고 생각했다. 나는 이미 하나님을 만난 사람이고 하나님 안에서의 풍성한 삶의 맛도 좀 아는 사람이라고 여겼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나는 이 책을, 초신자가 이해하기 쉽게 쓰여졌는지, 번역은 매끄럽게 되었는지, 복음의 핵심을 잘 설명하고 있는지 등을 살펴보며 읽었다. 그런데 그러는 동안 은혜를 체험한 것은 바로 나였다. 이제는 너무 당연하여 일종의 공식처럼 내장되어 있는 복음적 진리를 조용조용 풀어서 듣고 있자니 감격이 되어 오는 것이었다. 물론 나는 예전에 그와 같은 감격으로 주님을 영접하였고 다시 그 절차를 반복할 필요는 없었다. 그렇다면 그러한 감격은 무엇이었을까. 내가 주 안에 있다는 확인, 인생에서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없다는 다짐이 아니었을까.

 책은 저자 부부가 복음 전하는 사역을 통해 만났던 사람들에게 받았던 열 가지 질문에 실제적이고 성경적으로 답하는 것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 질문은 이러하다.

1. 정말 하나님이 계십니까?
2. 당신의 영적 안내자인 성경은 믿을 만합니까?
3. 하나님은 어떤 분입니까?
4. 사람을 진정으로 구별짓는 것은 무엇입니까?
5. 무엇이 진정한 문제입니까?
6. 왜 사람들은 그릇된 길에 빠집니까?
7. 하나님은 정말 나를 사랑하십니까?
8. 어디에서 생명을 찾을 수 있습니까?
9. 어떻게 하면 하나님의 가족이 될 수 있습니까?
10. 이제는 어떻게 해야 합니까?

 저자는 이에 대해 이렇게 대답한다. 어떤 사람들은 하나님을 믿지 않기로 스스로 선택하기도 하지만 자연세계를 통한 일반계시로 또는 사람들 마음속에 하나님을 알도록 되어 있는 장치로써 자연스레 창조주 하나님을 인정할 수 있게 된다. 이런 믿음 대신 우주의 기원에 대해 '대폭발' 이론을 믿으려면 오히려 수백 배의 믿음이 더 필요하지 않은가. 저자는 여러 실제적인 예를 들어 우주의 설계자 하나님의 존재와 그 광대한 세계 속에서 극히 작은 한 사람 한 사람이 왜 중요한지를 말하고 있다.

 이것을 시작으로 그는 그 하나님을 만나는 방법으로 이야기를 잇는다. 먼저 하나님을 알게 하는 영적 안내자인 성경이 얼마나 믿을 만한지를 그 예언의 정확성과 사람들의 삶에 끼친 강력하고 긍정적인 영향을 들어 설득력 있게 설명한다. 성경의 신뢰성에 대한 설명 이후의 모든 답변은 성경을 중심으로 이루어진다. 성경이 말하는 하나님과 그를 만난 성경 속 인물들의 간증이 이어지며 하나님을 이야기한다.

 다음으로 저자는 정치, 경제, 국가간의 문제로 인하여 나뉘어진 인류의 표면적인 분리보다 더 심각한, 진정한 분리를 이야기하며 예수 그리스도를 소개한다. 만나려는 하나님은 바로 예수 그리스도라는 것, 인류는 바로 예수를 중심으로 두 부류로 나뉜다는 것.... 다음으로 죄의 문제, 십자가 사건으로 표현되는 하나님의 사랑, 그리고 깨끗함과 생명과 보호의 능력을 가진 주님의 보혈에 관해 의학적 견해까지 동원되어 설명된다.

 그리고 나서 회개와 영접, 영생에 대한 확신으로 이야기가 맺어진다. 어찌 보면 우리가 전도할 때 복음이 제시되는 일반적인 순서와 크게 다르지 않다. 그렇기에 이 책을 보며 왜 복음이 이러한 순서로 설명되어야 하는가에 대한 이해도 넓힐 수 있었고, 복음제시에 필요한 실질적인 예와 지식들을 덤으로 얻게 되었다. 또한 각 장이 끝날 때마다 제시되어 있는 '생각해 볼 문제'를 통해 내용을 묵상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책을 덮었다. '사람이 적극적으로 예수님을 거부하든 아니면 그분에 대해 아무런 행동도 취하지 않든 결과는 마찬가지입니다' 라는 말이 가슴을 울리고 있었다. 그분에 대해 아무런 행동도 취하지 않고 있는 사람들이 생각나서였다.
(월간 <교회와신앙> 1998년 3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