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재하 목사/ 남부 사랑의교회 담임

우물가 선교회에서는 1주일에 한 번씩 서초1번지(젊은이광장)에 나가 전도를 하고 있다. 흔히 노방 전도라는 것을 하고 있는 것이다. 전도는 1주일에 한 번을 하지만 기도는 수시로 한다. 이 곳은 한 때 거창한 유흥가였다. 그러나 이제는 서울 각처에서 젊은이들이 모여드는 광장이 되었다. 강남역을 출입하는 사람들이 하루 20여 만명이나 된다.

 우리는 이 곳에서 오랫동안 복음을 전해 왔다. 오래 전부터 충현교회 청년부와 순복음 강남성전 대학부도 지속적으로 복음을 전하고 있는데 얼마나 고맙고 힘이 되는지 모른다. 우리는 찬양과 드라마와 설교를 통해 복음을 전한다. 복음을 전하다 보면 별별 사람을 다 만난다. 어떤 사람은 박수를 쳐주고 어떤 사람은 조롱하고 핍박하고 어떤 사람들은 무관심하다. 이 곳에 복음을 전하면서 나의 기억에 오랫동안 남아 있는 사람이 셋 있다.

첫번째 이야기
그 날 우리는 찬양을 하고 드라마를 하고 복음을 외쳤다. 그리고는 각자 흩어져서 일대일 전도를 하기로 했다. 나는 하나님께 ‘오늘 하나님께서 예비한 영혼이 누구입니까?‘라고 질문하면서 천천히 걷고 있었다. 그 때 인형 가게 앞에 한 자매가 서 있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그 자매를 본 순간 ‘바로 저 자매다‘라는 감동이 내 안에서 솟구쳤다. 나는 그 자매에게 다가갔다. 우선 그 자매가 경계심을 풀도록 나를 소개한 후 예수 그리스도를 아느냐고 물었다. 그랬더니 자매는 매우 상기되어 이렇게 말하는 것이었다.

“오늘 정말 이상한 날이네요.“

나는 무엇이 이상하냐고 물었다. 그랬더니 오늘 벌써 세번째로 기독교인들로부터 전도를 받는다는 것이었다. 이미 명동에서 한 번, 버스 안에서 또 한 번, 전도자들을 만났었다는 것이다. 나는 그 자매에게 말했다.

“사람을 피해 도망칠 수는 있지만 하나님의 사랑을 피해 달아날 수는 없습니다.“

그 날 그 자매는 하나님의 사랑에 눈물을 글썽이며 항복했다.
    
두번째 이야기

그 날도 우리는 찬양을 하고 드라마를 하고 복음을 선포하고 있었다. 기독교인인 듯한 한 남자가 내 앞으로 다가왔다. 나를 빤히 들여다보던 그가 내 코앞에 대고 삿대질을 하면서 말했다.

“당신 같은 사람들 때문에 우리 교회가 욕을 먹는 거야!“

그의 그러한 비난은 내게 아픈 상처가 되었다. 그가 기독교인이었기 때문에 더욱 아팠다.

세번째 이야기

그 날도 역시 노방에서 복음을 전하고 있었다. 예수님께서 십자가를 짊어지시고 골고다를 오르는 수난의 길을 편집한 비디오였다. 많은 사람들이 잠시 발걸음을 멈추고 지켜보았다. 그런데 유독 눈에 띄는 형제가 한 사람 있었다. 그는 외모가 매우 초라해 보였고 거부감이 생길 만큼 독특했다. 뿐만 아니라 어떤 힘에 억압당하고 있는 것 같았다. 집회가 끝나자 우리 자매 중 하나가 다가가 그에게 복음을 전하기 시작했다. 개인 전도를 마치고 교회로 돌아와서 저녁 식사를 하고 있는데 자매가 뒤늦게 그 형제를 데리고 올라왔다. 복음을 전하느라고 늦었다는 것이다. 나는 형제에게 말했다.

“이제부터 형제는 우리와 한 식구입니다.“

우리는 그 형제와 도시락을 함께 먹었다. 그러나 내심 불안하여 한 남자 간사에게 눈여겨보라고 부탁했다. 1주일 후, 노방 전도의 현장에 그도 참석을 했다. 이번에는 찬양하는 대열에 선 것이다. 한참 찬양을 하는데 뭔가 이상한 느낌이 들어서 뒤를 돌아다보았더니 아 글쎄 형제가 펑펑 울고 있는 것이 아닌가. 나와 눈이 마주치자 쑥스러운 듯 눈물을 훔쳤다.

너무나도 행복하고 아름다운 저녁이었다. 
(월간 <교회와신앙> 2001년 6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