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티브 쇼그린/ NCD

죽음을 경험한 사람이 그 죽음을 이야기하는 것은 정말 진지하다. 그러나 그 진지함에 귀 기울이는 사람은 많지 않다. 자신의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사람은 종종 어떤 위험을 경고해도 그것을 무시한다. 가령 담배를 피우면 폐암을 걸린다거나 술을 먹으면 간암의 위험이 높다고 해도 그 경고에 아랑곳하지 않고 담배를 피우고 술을 마신다.

이런 무시는 자신이 그런 폐암에 걸리거나 간암을 앓거나 하지 않을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를 갖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정작 그런 일이 벌어지면 자신의 그런 태도에 대해 반성하기보다 “하필이면 나에게 이런 일이 일어났는갚라는 탓을 하는 경우가 많다. 그만큼 인간은 지혜로워 보이면서도 여전히 어리석은 결정을 한다는 것이다.

<죽음의 문턱에서 삶을 보다>는 바로 죽음을 경험했던 스티브 쇼그린 목사의 경험 가운데 인생을 새로운 시각으로 보게 된 계기와 삶의 성찰을 쓴 것이다. 죽음을 주제로 다룬 책들이 많다. 이 책은 그런 종류의 책은 결코 아니다. 단지 죽음과 함께 전환된 삶이 어떤 의미로 다가왔는가를 이야기 한다. 저자는 매우 열정적인 사람이었다. 그는 1985년에 30명으로 시작한 교회를 6천여 명이 넘는 교회로 성장시킨 사람이다. 외형상으로 보면 그는 성공했다. 그러나 그가 수술을 받는 동안 의사의 잘못된 시술로 죽음을 맞이한다.

동맥을 두 번이나 찔러 과도한 출혈로 그는 심장이 멈추었다. 그리고 그는 육체이탈과 함께 자신의 몸과 주변에 있는 의사들을 목격한다. 그런 가운데 그는 하나님이 음성을 듣는다. 그런 경험 속에서 그는 다시금 소생하게 되고 극심한 고통 가운데 죽음의 위기를 여러 번 넘긴다. 삶과 죽음의 기로 가운데 만난 하나님, 그리고 그동안 자신이 달려온 목회 인생,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의 의미를 새롭게 보기 시작한다.

우리는 오늘도 살고 내일도 살 수 있다. 그러나 우리는 또한 오늘도 살 수 없고 내일도 있을 수 없다. 모든 가능성은 언제나 일어난다. 이런 전제 가운데 우리는 다시금 삶을 진지하게 고민할 필요가 있다. 저자는 죽음의 세계에서 하나님과 우주와 우리 존재가 명확하게 나타난다는 사실과 그것을 통해 얻은 영감 있는 메시지를 전해준다. 이 책을 통해 저자는 어떻게 하나님을 신뢰하며 따라야 하는지 보여준다.

그는 단순히 지옥과 천국을 말하고자 이 책을 쓰지는 않았다. 정말 분주하게 살았던 저자가 죽음을 경험한 뒤에 토끼처럼 뛰지 말고 거북이처럼 느릿하게 걸으라고 말한다. 저자의 이런 주문에 혹자는 “당신은 그래도 사람들이 인정하는 성공적인 목회를 한 번쯤은 경험했기 때문에 그런 말을 하지 않느냐?”고 반문할 수 있다. 그러나 솔로몬의 전도서처럼 “모든 것이 헛되다”는 진리의 명언은 저자에게서도 빗겨가지는 않았다. 우리는 솔직하고 진지한 고민을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것에 매우 인색하다. 마치 모든 것을 경험하고 인정해야 하는 고집을 버리지 않아 늦은 후회를 하는 것이다.

저자는 성공적인 목회를 위해 무서운 속도를 내면서 살았다. 속도를 낸다는 것은 주변사람과 보조를 맞추지 않고 제 갈 길을 열심히 간다는 것이다. 그러나 혼자서 가기만 하면 문제가 없지만 같이 가야 한다는 점에서 주변 사람들은 부담스러울 수 있다. 또한 그렇게 가지 않아도 충분히 그 목표에 도달할 수 있고, 또 그렇게 하지 않아도 행복할 수 있다. 결국 속력은 다른 사람을 괴롭게 할 수 있다. 저자는 죽을 고비를 넘기면서 속도를 늦추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가를 깨닫는다. 익숙해진 속력이 다른 사람을 무례하게 만들고, 심지어 가족들에게도 그런 고통을 안긴다. 그러나 그가 절뚝거리는 몸으로 병상을 나와 새로운 삶을 시작하면서 그런 삶의 태도에서 이제는 느릿한 삶의 속도를 내고, 그것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가를 알게 된다.

느릿하게 산다는 것이 최선을 다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다만 상황을 보는 시각이 바뀌었을 뿐이다. 저자는 새로운 관점에서 삶을 보고 깨달은 것을 기록하고 있다. 그가 다루는 것들은 일상의 것들이지만 그것은 깊은 통찰과 함께 우리가 주의 깊게 읽고 들어야 하는 것들이다. 우리는 상실 가운데 먼저 간 이들에 대한 아쉬움, 그리움, 그리고 더 깊은 관계를 맺지 못한 것에 대한 반성을 하게 된다. 저자도 그런 점을 뼈저리게 느끼고 보다 더 융통성 있고 느슨한 삶의 태도를 견지하고 있다.

저자는 자신이 사경을 헤맬 때 그를 찾아왔던 이들의 말을 기억하고 그것에 대해 말을 했다. 형식적인 위로를 하는 이들도 있지만 정말 가슴에 우러나는 말을 하는 이들도 있다. 특별히 그는 병상에서 자신과 관계가 좋지 않았던 이들의 방문에 대한 것들로 인해 새삼 관계의 중요성에 주목한다. 우리는 일과 사역으로 인해 심한 상처를 주는 경우가 있다. 하나님께서는 이런 관계의 깨어짐에 대한 용서와 화해, 회복을 원하신다.

저자도 죽음의 문턱에서 이런 필요성을 깨닫는다. 그는 아내의 걸음과 자신의 걸음의 보조 맞춤의 중요성을 인식하게 되고 자녀의 요구에 귀 기울이는 법이 정말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된다. 결국 <죽음의 문턱에서…> 주목하는 것은 사소한 것이라도 중요하지 않은 것이 없다는 것이다. 삶은 선물이다. 하나님은 우리에게 정말 많은 것을 허락하셨다. 직장, 사역, 가족, 자연 등 너무 많은 것을 주셨지만 우리는 우리 중심적 목표로 인해 이런 것들의 소중함을 생각하지 못한다.

이 책을 통해 우리가 살아가면서 다시금 생각해야 할 많은 생각거리를 던져준다. 저자는 사고 전의 역동적인 삶을 후회하거나 잘못되었다고 말하는 것이 아니다. 그런 역동적이고 활기찬 삶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그러나 그 의미와 본질에서 놓쳐버리는 것들에 대해 지적하는 것이다. 하나님은 우리 삶을 분명히 행복하고 즐겁게 그리고 많은 사람과 잘 지내기를 원하신다. 우리는 이 책을 통해 하나님께서 허락하신 삶을 어떻게 소중하게 여기고 바라보야 할 것인가를 배울 수 있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