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밀양>을 중심으로

성석환 / 문화선교연구원 책임연구원

영화 ‘밀양’은 감독에 따르면 기독교에 대한 영화도 아니도 더더군다나 신에 대한 이야기도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독교계가 이 영화에 대해 비상한 관심으로 주목하는 것은, 이 영화가 기독교에 ‘대한’ 영화는 아니더라도 기독교와 한국 교회를 ‘향해’ 말을 걸고 있기 때문이다. 이 영화는 그 동안 형성되었던 기독교계와 대중문화 사이의 적대적 긴장감을 생산적으로 해소하고 서로가 가진 질문에 대해 진지하게 성찰할 기회를 제공한다.

감독은 ‘은밀한 빛(밀양密陽)’이 제도화된 의식이나 신에의 귀의를 통한 자기설득 기제가 아니라 은폐되지 않은 현실을 통해 대면하는 타인의 얼굴, 혹은 자신의 삶 속에서 운명적인 비극조차도 제어할 수 없는 무한한 자유로움을 터득할 때 비로소 다가오는 신비함이라고 웅변한다. 첫 장면 하늘에서 시작해서 마지막 장면 땅바닥의 개숫물로 마무리하여 감독은 땅에 주목하지만 그 땅은 결국 처음의 하늘과 인간의 삶을 통해 통합된다.

혼자 힘으로는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고통에 직면한 한 여성, 신애(전도연)는 자신의 고통을 부정하고 신을 긍정하기로 하지만, 그래서 눈에 보이지 않는 세계를 자신의 세계로 받아들이지만, 보이는 세계의 여전한 모순은 그 잠깐의 휴전을 오래가지 못하게 한다. 현실의 모순은 잠깐 봉합되지만 현실(신애의 고통)과 또 다른 현실(아들 살인범)이 충돌하면 여지없이 그 봉합의 약효는 떨어져 버린다.

아이러니컬하게도 두 현실은 피차 비현실을 무기로 삼기 때문이다. 용서하기도 전에 용서받은 이의 비현실과, 용서할 대상을 잃어버린 이의 비현실은 종교를 통해 보증된다. 그래서 이들의 종교는 현실을 회피하고 외면하도록 하는 비밀 금고이다. 언제고 정당한 방식으로 보상받지 못하게 되면 그 효력이 정지해버리는 임시 저장소이다. 그래서 아들의 살인범을 용서해야 한다는 명분은 정지하고 주인공은 현실로 되돌아오고, 비로소 삶의 주체가 된다.

혹시 어떤 기독교인들이 이 영화를 보며 불쾌하거나 불편했다면 어쩌면 그것은 우리 안에 숨겨 두었던, 아니면 모른 척 했던 질문이 적나라하게 영화를 통해 드러났고, 또 그에 대한 적절한 답을 찾기 어렵기 때문일 것이다. 칸이 인정한 전도연의 열연 덕에 관객은 신애의 절절한 고통의 무게와 신에 대한 반항에 일체감을 느끼는 사이, 기독교인으로서의 관객이라는 정체성은 신과 교회를 변호해야 한다는 의무감에 시달리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주일 강단에서 상투적으로 선언되는 용서와 화해의 도식적 메시지를 해법으로 제시하기에는 이 영화의 질문이 너무도 구체적이고 실존적이다. 박하사탕처럼 기독교에 대한 감독의 시선이 아예 드러내 놓고 비아냥조였다면 차라리 기독교인은 편하게 영화를 보았으리라. 하지만 이 영화는 한국 교회라고 하는 현실 기독교를 직접적인 공격 대상으로 삼지 않으면서도 그 구성원들을 충분히 불편하게 만든다.

영화를 통해 진정한 용서와 구원을 질문하는 영화는 많이 있었다. 잉마르 베르히만 감독의 <처녀의 샘 (1960)>은 독실한 기독교인인 아버지 퇴레가 딸을 강간하고 죽인 이들에게 잔인하게 복수하고 신께 회개하는 장면으로 끝을 맺는다. 이 경우 <밀양>의 신애와는 달리 퇴레는 이미 용서와 구원에 대한 기독교적 해결 방식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는 용서하지 않고 처절하고 잔인하게 복수한다.

그런가 하면 박찬욱의 금자도 ‘복수는 나의 것’이라며 퇴레의 전철을 밟고, <오로라 공주>의 순정도 스스로 딸의 복수를 감행한다. 그것이 신이든 공권력이든 고통의 장본인이 아닌 타자는 그 고통에 대해 아무런 답을 줄 수 없다는 것을 영화는 웅변한다. 기독교인이 겪는 불편함, 즉 신애가 겪었던 혼란스러움이 바로 이 지점이다. 아프지만 아프지 않다고, 밉지만 사랑한다고 말하며 그 간격을 매워버리기 것이 신앙이라고 배웠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모든 영화의 질문은 ‘어떻게 하는 것이 더 기독교적인가?’가 아니다. 기독교인들이 응답해야 할 질문은 ‘신이 원하시는 용서와 구원은 무엇인가?’라는 신학교적 질문이 아니다. 우리가 이 영화들을 통해 직면해야 하고 고민해야 할 질문은 ‘지금 여기에 사는 인간에게 진정한 구원이란 무엇인가?’이다. ‘지금 여기’라는 현실의 모순 속에서도 여전히 구원과 용서를 말할 수 있다면 그 실천 가능한 방식을 보여 달라는 일종의 애원인 것이다.

1. 영화와 기독교-의미의 소통에 대하여

아예 종교적 소재를 채택하는 선교적 영화를 제외하면 대체로 영화는 기성 제도권 종교에 대해 비판적이었다. 그런 점에서, 오히려 이 영화 <밀양>은 기독교인의 입장에서조차 매우 긍정적이거나 혹은 고마운 영화라고 해야 할 지도 모른다. 영화는 마치 아파트나 길, 차나 행인들을 다루듯 객관화된 배경으로 교회와 신앙행위를 다루려 하기에 이 영화는 단지 기독교인들에게만이 아닌 보편적 인간의 고통과 용서와 구원에 대한 영화로 해석될 수 있다.

하지만 영화가 끊임없이 특별히 기독교에 말을 걸고 있음은 분명하다. 보통 영화가 기독교에 말을 거는 형식은 앞서 언급한 대로 비판적이다. 개인의 신앙이 체험과 성찰을 통하지 않고 교리와 학습에 의해 구성된 강도가 강할수록 영화의 말 걸기에 대한 불편함은 그 농도가 짙어진다. 이미 정답이 명확하게 주어져 있는 삶을 살던 기독교인에게는 영화의 말 걸기는 말 걸기의 주도권을 빼앗겨버린 상태에서 일종의 스캔들이 되어 버린다.

영화가 어떻게 사회적 의제를 반영하고 그래서 사회를 재구성하는지에 대한 연구는 특별히 최근 ‘상상력’에 대한 논의를 통해 수행되고 있다. ‘상상의 세계(imaginary)’는 현실 재구성의 근원으로 인정받는다. 칸트에게 상상은 단지 인지의 한 영역이지만, 프로이트 이후 오늘의 라캉이나 지젝에 이르기까지 상상의 힘은 사회적 현실을 변혁하는 힘으로 인정된다. 상상의 세계는 단지 환상이 아닌 현실의 실천으로 번역된다.

그래서 영화의 상상력은 의미를 생산한다. 영화는 기호와 상징의 미학이지만 궁극적으로 의미를 생산한다. 단지 미학적 미장센과 스타일에 집중하는 영화적 재현이 관객에게 말을 걸기 시작하면서는 기호와 상징의 상상의 세계가 일상의 삶으로 변화하게 된다. 그것은 새로운 의미 체계를 구축하는 해석학적 단계이다. 소위 영화사의 거장들은 당대의 사회적 모순과 절망의 현실을 영화를 통해 성찰하고 새로운 비전을 던진다.

영화가 생산하는 의미는 자발적 소통자, 즉 사전에 대가를 지불하고 제한된 공간 안에 자발적으로 발걸음 하는 관객들로 인해 선전되고 또 확장된다. 그것은 그 제한된 공간을 벗어나는 순간 관객 각 자는 각기 다양한 현실과 모순 속에서 영화의 의미를 재구성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영화의 말 걸기는 그래서 다만 일방적이거나 억압적이지 않다. 그 소통의 대미는 결국 관객의 소통 능력, 즉 해석 능력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영화가 기독교에 말을 거는 경우, 만약 기독교가 그 대화를 거부한다면 그것은 두 가지 이유에서이다. 말을 거는 방식이 마음에 들지 않아서든지 아니면 그 대화에 참여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아서이다. 하지만 오늘날 영화와 기독교는 극장과 교회라는 전혀 다른 공간을 점유함으로써 애초부터 그 대화의 정당성을 어느 쪽에서도 일방적으로 확보하기 어렵다. 문제는 어느 쪽이 더욱 강력한 의미를 생산해 내고 있느냐에 따라 대화의 필요성이 성사된다.

현대사회의 과잉 기호체계를 내파(implosion)로 일컬어 의미의 파괴로 보는 보드리야르(Jean Baudrillard)와는 달리 종교사회학자 우스나우(Robert Wuthnow)는 오히려 현대 문화의 경쟁이 의미의 경쟁임을 주장한다. 양자가 보합적이기는 하지만 기독교 입장에서 영화가 던지는 말 걸기, 질문에 대해 무시하거나 거부한다면 결국 의미의 경쟁에서 패배하고 말 것이다. 일차적으로 선교적 목적에서라도 이 경쟁은 피할 수 없는 것이다.

그렇다면 영화의 기독교를 향한 말 걸기를 우리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그것은 영화가 사회에 실천하는 패션과 이데올로기의 순간성, 우연성에 매몰되지 않으면서도 우리가 응답할 의미의 상징적 혹은 기호적 재현 가능성을 풍부하게 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기독교의 의미와 비전을 영화적 상상력으로 재현할 수 있는 다양한 가능성들을 내부적으로 구축해 내는 것이다. 영화와의 의미 경쟁은 곧 상징과 상상력의 경쟁이다.

다원주의 사회에서도 가치의 경쟁은 피할 수 없다. 기독교 역시 이 경쟁을 피할 수 없다. 상상력이 개인의 인지능력으로만 제한되지 않고 공동체적 변화의 힘으로 인식된다면, 기독교는 이 경쟁을 회피할 이유가 없다. 기독교가 상상하는 세계는 언제나 공동체적 세계이며, 성경은 온통 그러한 상상의 세계에 대한 현실적 실천과 성취를 꿈꾸고 있기 때문이다. 오히려 영화의 말 걸기는 기독교로서는 새로운 기회이다.

지금껏 이러한 영화의 말 걸기에 기독교가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까닭 중 하나는 영화의 말 걸기가 영화적 말 걸기임에 비해 기독교의 응답이 ‘너무도’ 기독교적이었기 때문이다. 물론 의미의 경쟁은 정체성의 경쟁이기도 하여서 기독교적 응답이 문제될 것은 없다. 다만 ‘너무도’라는 수식어구의 강도가 조절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덜’ 기독교적인 응답으로 오히려 영화적 방식으로 응답한다면 이 소통의 가능성은 더욱 확장될 것이다.

2. 기독교와 영화-소통의 변혁성에 대하여

이제 기독교는 영화가 말을 걸오 오기만을 기다릴 수는 없다. 기독교 역시 적극적인 말 걸기를 통해 영화에 반영된 이데올로기와 상업성을 폭로하고 고발하는 역할을 포기할 수 없다. 영화를 기독교적으로 혹은 신학적으로 어떻게 볼 것인가, 즉 기독교의 영화 해석학은 최근 각광을 받는 분야이다. 영화를 통해 하나님을 만나거나 예배를 드리거나 성경을 공부하는 일련의 행위가 모두 여기에 속한다.

미국 훌러(Fuller) 신학교의 존스톤(R. Johnston) 교수는 리처드 니버(Richard Niebuhr)의 다섯 가지 ‘그리스도와 문화(Christ & Culture)’의 유형론을 병렬에서 직렬에 바꾸어 배치함으로써 신학적 영화읽기의 유형으로 재구성했다<영화와 영성 Reel Spirituality>. 그 중 그가 선호하는 방식은 니버가 그러했듯 명확하다. 마지막 니버의 ‘변혁적 모델’에 대비되는 ‘신적 만남(divine encounter)’의 단계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신학적 영화해석의 방향성인데, 신학적 혹은 윤리적 명제가 강할수록 그 해석은 영화에 대한 회피와 경계의 방식으로 드러나고, 또 미학적 혹은 심미적 관심이 강할수록 그 해석은 영화를 통한 신적 만남의 가능성을 열어 놓는다고 설명한다. 그래서 그는 신학적 영화해석이 처음부터 과도한 윤리적 명제로 시작하는 것을 주저한다. 영화를 영화 자체로 읽어낼 수 있는 리터러시의 중요성이 강조된다.

그러나 그의 입장을 오해할 경우, 그러한 그의 주장은 전혀 다른 방식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있다. 니버의 변혁적 입장이 자칫 제국주의적이거나 혹은 혼합주의적으로 오용될 가능성이 있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기독교가 미학적으로 영화를 접근한다 해도 그 해석의 완성은 당연히 신학적이요, 신앙적이어야 한다는 것이 존스톤의 입장이다. 문제는 미학적 입장이 강조되는 것이 곧 기독교적 정체성의 약화로 인식되는 우리의 협소한 문화관이다.

기독교의 영화에 말 걸기는 신학적 입장의 차이에 따라 다양한 모습으로 교회 현장에서 혹은 문화 현장에서 구체화된다. 이번에 <밀양>에 대한 기독교 내부의 다양한 입장을 살피더라도 그러하다. 이 영화에 대해 ‘반기독교적’이라고 반발하는 입장이 있는가 하면, 또 이 영화가 넓게는 ‘기독교 영화’에 속한다고 환영하는 입장도 있다. 존스톤의 방법론에 따르면, 양자는 우선적으로 신학(앙)적 명제에 그리고 미학적 명제에 서로 기울어져 있다.

기독교적 영화읽기는 어느 한쪽을 전면적으로 부각시킴으로써 완성될 수 없는 것이, 기독교적 영화읽기는 기독교 공동체의 영화읽기이며 그것은 곧 다양성의 차원에서 현실로 받아들여야할 사태이기 때문이다. 다만 여기서 어느 한 쪽에 치우칠 수밖에 없는 정당한 이유가 있다면, 기독교적 영화읽기가 그저 소통 자체에 만족하거나 소통 자체가 목적이 될 수 없다는 점이다.

영화 <밀양>이 적극적으로 말 걸기를 시도해 왔고, 기독교는 이에 응답해야 한다. 그러나 그 응답과 소통은 그 동안 부족한 소통의 공백을 메우는 것으로만 만족할 수는 없다. 기독교적 영화읽기, 더 넓게 이야기하면 기독교적 문화해석은 곧 기독교적 가치와 진리로 새로운 사회적 현실을 실천하는 것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에서 <밀양>에 대한 기독교계의 반응들의 가능성과 한계를 지적할 수 있다.

이 영화를 두고 ‘반기독교적’ 영화가 아니냐고 의심한다면 그것은 거꾸로 ‘기독교적’ 영화의 기준을 소재나 인물에 한정된 것으로 좁혀버리는 꼴이 될 것이다. 또 이 영화에 대한 적극적 해석이나 비평에 있어서 영화의 질문 자체가 교회와 2000년 신학의 전통을 일방적으로 압도하는 것처럼 온통 사회학적 분석이나 철학적 장치만을 동원한다면 그 또한 기독교적 영화해석, 기독교의 영화를 향한 말 걸기의 정당한 태도가 아니다.

여기서 우리가 더 생각해야 할 것은 이러한 영화읽기가 기독교적 문화해석의 지평을 확장하는 일에 큰 기여를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영화 자체가 가진 메시지나 장치를 주어진(given) 텍스트로 간주한다는 점이다. 기독교적 영화읽기가 기독교 공동체의 자기 성찰이나 반성으로만 향한다면 그것은 문화해석의 일차적 목표를 훌륭히 수행했음에도 불구하고 기독교 문화해석의 이차적 지향점, 즉 기독교적 문화변혁의 방향성을 상실할 가능성이 있다.

물론 이 영화에 대해 아무런 진지한 성찰과 해석 없이, 오로지 드러난 영상의 기독교 재현방식을 문제 삼고 이 영화의 ‘반기독교성’을 의심하는 수준은 논외로 한다. <밀양>이 던지는 기독교에 대한 말 걸기는 실상 세상에 대한 말 걸기이다. 대표 상징으로 기독교가 채택되었다 하더라도 그것의 질문, 용서와 구원, 신정론과 인간의 주체성에 대한 논의는 한국의 왜곡된 인간 관계, 사회상, 세계상을 문제 삼는 것으로 확장되어야 한다.

이런 점에서 존스톤 교수와는 조금 다른 시각에서 신학적 영화읽기를 다루는 노팅햄 대학의 마쉬(Clive Marsh)의 입장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그는 신학적 영화읽기를 신학적 실천(practices)으로 수행한다. 즉 신학적 해석은 단지 텍스트의 의미 독해로만 끝나지 않고, 오히려 영화가 제기하는 문제의식을 가장 효과적으로 확장할 수 있는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영화의 모든 질문은 이미 기독교적 질문이다.

기독교적 영화해석이 변혁적 소통을 지향하기 위해서는 영화에 대한 미학적 접근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지가 관련된다. 즉 신학적 미학의 문제이다. 폴 리꾀르는 미학의 문제를 의미 실천의 문제로 전환한다. 그래서 텍스트로서의 예술을 행동으로 전환시킨다. 앞서 영화의 기독교를 향한 말 걸기에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하는 이유를 설명하면서 ‘의미의 경쟁’이라고 지적했는데, 이는 곧 미학의 윤리적 확장을 의미한다.

영화가 던지는 문제 제기가 상징과 기호를 통한 미학적 방식이었다면, 기독교 신학의 영화를 향한 말 걸기는 오히려 영화적 방식의 한계를 극복하는 것이어야 하며 기독교적 해석의 무한한 가능성에 노출시킴으로써 신학의 사회적이며 공동체적인 비전을 실천하는 연대에 초청하는 것이어야 한다. 이러한 적극적인 변혁적 해석의 수행은 마쉬나 존스톤이 공히 강조하는 사회적 영성의 회복을 지향한다.

기독교적 영화해석, 문화해석은 다만 대화나 소통에 만족하지 않는다. 그것은 ‘변혁’을 지향한다. 소통을 강조하는 입장들이 ‘변혁’의 요청을 의도적으로 제외하려는 이유는 그 동안 한국교회의 변혁적 태도라는 것이 매우 일방적이거나 때로는 적대적이고 이분법적이며 정복주의적이었기 때문이다. 앞서 말한 것처럼, 의미 생산의 경쟁에서 신학적 가능성이 풍부하게 제시하고 기독교적 영화해석의 정당성을 먼저 확보해야 한다.

영화 <밀양>이 의도적으로 기독교를 폄하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왜 영화에서 재현되는 기독교적 의식이나 행위를 바라보며 어색하거나 불편한 것일까? 누구나 볼 수 있는 영화라는 매체에서 그 구성원이 아니면 이해하기 어려운 우리의 특수 용어와 의식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때 느끼는 어색함! 신애의 고통과 우리식의 해법이 갖는 간격, 그만큼 한국교회의 언어는 한국사회의 언어, 인간의 언어와 거리가 있다. 여기서 기독교와 영화의 소통의 정당성이 확보된다.

여러 가지 이유로 무산되기는 했으나, 영화 <밀양>의 제작사는 서울기독교영화제 측에 공동시사회를 요청했었다. 그들의 말 걸기가 상업적 목적을 일차적으로 가진 것이 분명했지만, 어쨌든 영화 쪽의 기독교에 대한 말 걸기, 혹은 시비 걸기는 계속될 것이다. 이 대화가 지속되는 연장선에서 제 5회 서울기독교영화제가 2007년 10월에 개최될 것이다. 미리 알기라도 한 것처럼, 이번 영화제의 주제는 “보시니, 참 좋았다.”이다.

여기에 기독교적 영화해석의 변혁적 정당성이 확보된다. 영화에 반영된 사회상이 아무리 답답해도, 영화를 통해 폭로되는 교회의 실상이 아무리 괴로워도 기독교적 말 걸기, 신학적 영화해석은 여전히 “참 좋았다.”라고 말씀하시는 하나님의 놀라우신 은총을 근거로 하나님이 원하시는 정의와 평화, 생명존중과 해방의 세상을 열어가는 실천의 가능성이다. 그것을 설득하는 것은 단지 기독교 비평가들만의 몫이 아닌 우리 공동체 모두의 몫이다.

그래서, “우리가 살아야 할 의미는 하늘이 아니라 두 발을 딛고 서 있는 땅에 있다는 걸 <밀양>을 통해 말하고 싶었다.”(칸영화제 기자회견)는 감독의 메시지는 기독교신학의 메시지와 다르지 않으며, 그 실천의 증거가 ‘교회’이다. ‘교회’야 말로 인간을 향한, 또 문화를 향한 신의 소통과 변혁의 결과이다. 이제 ‘교회’의 문화를 향한, 인간을 향한 소통과 변혁은 그 공동체의 과제로 주어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