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주화 / 할렐루야교회 목사

1. ‘밀양’을 바라보는 몇 가지 시선들

영화 ‘밀양’에 대한 대중들의 평가는 극과 극을 오가고 있다. 영화 관계자들과 평론가들에게 영화가 최초로 공개 되었을 때 극찬에 가까운 놀라운 평가가 나왔던 것에 비해 영화가 실제 개봉된 후 관객들의 반응은 대체로 ‘매우 좋거나’ ‘매우 나쁘거나’와 같은 양극단의 평가로 양분되고 있다. 몇몇 주요 포털 사이트의 영화 정보란에 들어가서 ‘밀양’이 대중들에게 받고 있는 평가의 면면을 살펴보면 이러한 면이 두드러지는데 네티즌들이 별점을 매기는 매우 직설적인 평가에서 ‘밀양’은 거의 이와 같은 양분된 평가, 별 10개 아니면 별 한 두 개를 대체로 받고 있는 편이다. 또한, 네티즌들이 쓰는 리뷰들 가운데 상당수는 이 영화가 기독교적이냐, 반기독교적이냐 또는 이 영화는 종교 영화이냐 아니냐에 대한 논쟁으로 가득 차 있다. 어떤 이들은 이 영화가 지나치게 기독교적인 내용과 메시지를 담고 있어서 일반인들이 공감할 수 없다고 말하는가 하면 또 어떤 이들은 이 영화가 지능적으로 기독교를 비판하고 혐오하고 있어서 기독교 영화인 줄 알고 보았다가 무척이나 실망하고 이건 거의 종교박해 수준이다라고 흥분하는 사람들도 있다.

같은 감독의, 같은 영화를 보고 나서도 이렇게 다양한 반응이 나오는 것을 보면 예술의 다면성, 다중성을 확보해낸 이창동 감독의 연출 솜씨가 대단하다라고 당연히 칭찬해야 하겠지만 기독교 영화인들 혹은 영화를 기독교적으로 해석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쏟아지는 이러한 질문들을 풀어 내야하는 과제 아닌 과제를 던져 주신 감독의 친절함 앞에서는 사실 웃을 수도 울 수도 없는 형편이다. 영화를 본 대부분의 사람들이 고백하고 있는 대로 이 영화는 복잡하고 명쾌하지 않다. 복잡하다는 말은 여러 가지 면에서 다층적인 접근이 가능하다는 것이고 명쾌하지 않다는 것은 영화를 어떤 시선과 관점에서 바라보느냐에 따라 분명 다른 여러 가지 해석들이 타당성을 가질 수 있다는 말이 되는 것이다. 이것을 굳이 ‘게임’이라는 단어를 사용해서 표현해 본다면 분명 이것은 ‘게임’이다. 더더군다나 현실의 한 자리를 똑 떼내어 그것을 극단적인 리얼리즘의 집요함으로 표현해 내는 이창동 감독의 연출 기법을 생각해 볼 때 그의 이번 게임 ‘밀양’은 대단히 성공적이라고 할 수 있다.

감독 자신이 필요한 질문과 답을 먼저 꺼내어 들어 밀기 전에 관객들은 보여 지고 있는 오브제인 ‘현실’을 스스로 바라보고 자신의 입장과 실존에 따라서 그 현실을 분석하고 판단해야 한다-그런 면에서 이 영화는 실존적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즉, 관객들은 이 영화를 보고 감독이 무엇을 말하고 있는지 자신의 입장과 인식 속에서 스스로 판단해야만 하는 것이다. 영화 속에서 극단적이라고 할 수 있을 만큼 사실적이고 자세하게 묘사되고 있는 교회 안팎의 집회 장면들과 기독교인들의 현실 속 모습들은 보는 입장에 따라서 닭살 돋고 우스꽝스럽고 기가 막히는 희화화된 모습들이지만 또 다른 시선에 따르면 나도 저 삶에 동참해야만 할 것 같은 선교적 메시지를 마주하게 되는 부담스러운 장면들이다. 같은 영화를 보고 나서도 누구는 이 영화는 지나치게 기독교적이라고 하고 누구는 이 영화가 반기독교적이라고 하는 이유는 감독의 철저한 의도였다고 판단되어질 뿐만 아니라 정교한 연출의 결과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2. 모두를 불편하게 하는 영화 ‘밀양’, 왜 불편한가?

기독교인이 아닌-기독교에 관심이 없거나, 반감을 갖고 있거나-, 팝콘 필름을 즐길 뿐인데 ‘깐느’라는 명품 브랜드와 전도연, 송강호, 이 화려한 라인업에 말 그대로 ‘낚여서’ 정통 멜로를 기대한 관객들의 이 영화에 대한 배신은 차마 입에 담을 수 없는 것일 것이다. 마케팅 단계에서 철저하게 감추어진 영화의 시놉시스와 내용은 이 영화에 대한 제작진들의 우려와 기대를 동시에 반영한 것이다. 실제로 이 영화가 깐느에서 김기덕 감독의 ‘숨’과 마찬가지로 무관의 제왕으로 귀환했더라면 영화의 흥행 성적은 어떠했을까? 2시간 20분이라는 긴 러닝타임, 대중들이 불편해 할 만큼의 지나친 기독교 묘사와 ‘하나님’ 이야기? 사실 작금의 한국영화가 ‘기획영화’라는 그럴싸한 이름으로 모두 통일되고 식상해 지며 관객들의 기호를 맞추기에 급급해 있는 판에 이러한 흐름에 정면으로 도전한다는 것은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은 아니었다. 영화의 기획 단계에서부터 이러한 불안을 노출했던 제작진들에게 이창동 감독은 남들과 똑같은 흥행 영화를 할꺼라면 아예 영화를 안하겠다는 식의 자신감을 내비쳤고 원래 영화 ‘밀양’은 신인 배우를 기용하여 10억 내외의 예산을 가지는 저예산 HD 영화 프로젝트로 시작되었다고 전해진다.

분명한 것은 이 영화를 원래 기획한 감독의 기본 의도에서도 볼 수 있듯이 ‘밀양’이 대중들의 보편적인 감수성에 어필하고 반응을 이끌어 내는 영화라기보다는 철저한 작가 정신의 영화이자 예술가의 작품으로서의 의미가 더 강하다는 것을 우리는 전제해야 한다. 따라서 영화 ‘밀양’에 대한 대중들의 불편함은 기본적으로 이러한 배경을 갖는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대중들은 낯선 것, 집요한 것, 현실을 돌아보게 하며 생각하게 하는 것을 기본적으로 좋아하지 않는다. 이러한 것들은 모두 상업 영화의 기획에서 배제되는 것들이고 소통하고 공감하기 원하는 대중들에게 이러한 감독의 선택은 매우 불편한 것이다.

어떤 면에서 신앙인의 실존의 이야기라고 할 수 있는 ‘밀양’이 기독교적 메시지(일단 이렇게 말해두자)를 드러내기 위해 현실에서 떼 내어 온, 날 것으로서의 기독교 묘사는 우선 대중들을 불편하게 한다. 심지어 주인공 신애(전도연)가 상처 입은 영혼을 위한 기도회에 참석하여 울부짖는 장면에서의 자세한 묘사-여러 곡의 찬양곡의 전곡이 흘러나오며 자세한 기도 내용 전체가 편집됨 없이 보여 지는-는 흡사 관객들로 하여금 유사한 종류의 집회 장소에 와 있는 듯한 생경함의 충격 혹은 낯선 감정을 경험케 한다. 원하지 않은 집회에 강제로 초대 받은 불청객처럼 관객은 불편함에 직면하게 되는 것이다. 사실 기본적으로 이창동 감독의 영화 속에서 보여 지는 현실은 생경함과 불편함이다. ‘오아시스’에서 몸을 비틀어 대며 절규하는 뇌성마비 장애인 공주(문소리)를 보면서도, ‘박하사탕’의 영호(설경구)가 벗어 날 수 없는 과거의 미로 속에서 그토록 고통스러워하는 것을 보면서도 관객이 공감하게 되는 정서는 낯섦과 불편함, 자학의 감정이다.

그렇다면 이 영화를 보는 기독교인들의 불편함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아니 어떻게 이해해야 할 것인가. 필자가 이 영화의 블라인드 시사회-영화 관계자들과 마케팅 목적으로 불특정 다수의 관객을 초대하여 열리는 프리미어 이전의 시사회-때 ‘밀양’을 보고 제작진을 통해 개인적인 호평을 이창동 감독에게 전달했을 때의 반응은 ‘걘 선수잖아. 평범한 목사님들의 반응이 필요해’였다. 실제로 영화의 기획과 제작 단계에서 감독과 제작진은 이 영화 속에서 기독교인들의 모습이나 교회의 면면이 부정적이거나 냉소적으로 보이는 것을 피하기 위해(감독은 사석에서 ‘기독교인들의 마음을 아프게 하거나 상처주고 싶지 않다’고 했다) 여러 차례 목회자들과 교회 관계자들에게 자문을 구했을 뿐만 아니라-영화 제작 과정에서 밀양 시내 교회들과 관련된 목사님들, 성도들의 도움은 절대적인 것이었다.-연출부들을 통해 실제 교회의 집회 장면과 기독교인들의 모습들에 대한 철저한 조사와 여러 모습들을 편견을 갖지 않고 표현할 수 있는 방법을 찾도록 지시했다고 알려진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독교 내에서 이 영화에 대한 평가는 대체적으로 부정적인 편이라고 알려지고 있다. 영화는 일반 대중들이 충분히 불편해 할 만큼, 아니 기독교인들이 반기독교적이라고 말하는 이 영화를 매우 기독교적이라고 느낄 수 있을 만큼, 많은 분량을 교회 안팎의 삶의 정황을 비교적 객관적인 시선으로 묘사하는데 공을 들이고 있다.-이 영화에서 사용된 CCM과 찬양곡들의 저작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제작진들이 적잖은 애를 먹었다.-

그러나, 이 영화를 불편하게 보던 대중 관객들은 영화가 중반을 넘어 가면서 불편함의 감정 보다는 다소 공감하게 되고, 이 영화에 대한 기대를 걸며 바라보던 기독교 관객들은 공감의 감정에서 급격한 불편함의 감정으로 대체로 변화하게 된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근본적으로 이창동 감독의 영화에서 관객들이 직면하게 되는 감정이 불편함과 낯섦이라고 정의해 본다면, 또 이창동 감독이 정통 기독교의 ‘회심’을 통해서 C. S. Lewis와 같은 기독교 예술가가 되지 않는 이상, 평범한 기독교인이 표면적으로 ‘밀양’을 통해서 전통적인 의미의 영적 충만함을 느끼리라는 것은 사실 지나친 기대이다. 하나님께 실망하여 절망에 빠진 신애가 그 절망을 신앙의 힘으로 이겨 내고 ‘나는 할렐루야 아줌마였다!’라고 외치지 않는 이상, 이 영화가 아무리 많은 부분 기독교 묘사를 객관적이고 정당하게 하고 있다고 하여도 절대 ‘밀양’은 보편 개념으로서의 ‘기독교 영화’에 해당될 수 없을 것이다. 사족이지만, 사실 우리가 정말 안타까워해야할 일은, 왜 이창동 감독이 기독교를 소재로 했으면서 기독교인들이 만족할 만한 ‘기독교 영화(이건 말 그대로 우리가 기대하는 기독교 영화)’를 찍지 않았는가에 있어야 할 것이 아니라 왜 기독교인들이 일반인들도 볼 수 있는 ‘기독교 영화’를 못 만들고 아니 안 만들고 있는가에 대한 문제의식이 되어야 할지도 모르겠다.

기독교인들의 ‘밀양’에 대한 불편함의 첫 번째 이유는 아무래도 이 영화의 내용과 그 전개와 관련되어 있다고 판단되어 진다. 이 영화의 원작인 이청준의 ‘벌레이야기’를 예로 들지 않아도 영화 속 주인공 신애는 결국엔 눈에 보이지 않는 하나님의 섭리에 불복종하고 그에 처절하게 도전하는 캐릭터이다. 하나님께 대항하는 신애의 행동이 얼마나 위악적인가를 떠나서 자신을 위한 목사님의 기도 중간에 끼어들고, 하늘을 바라보며 ‘나 너한테 안 져’ 등의 말을 던지고, 야외 집회 도중 김추자의 ‘거짓말이야’를 틀며, 장로님을 유혹해 간음하려는 행동 등은 그 행동 자체가 신성 모독적 행동임을 사실 부인할 수 없으며 이러한 모습은 기독교인들의 심기를 매우 불편하게 하는 것이 사실이다.

약 주고 병 주는 형국이랄까? 앞부분에 비교적 중립적이고 객관적으로 보이는 기독교인들과 교회에 대한 묘사는 일순간 하나님의 이름을 참람되이 여기는 신애의 사악한 행동들로 인해 그 빛이 일순간 바래지는 것이 대부분의 기독교 관객들이 느끼는 심정이었을 것이다. 또한 이러한 신애의 행동에 통쾌해하며 ‘거봐라, 이 개독교들아’를 외치는 일부 몰지각한 반기독교 관객들의 반응을 볼 때, 기독교인 관객들은 이 영화가 오히려 기독교를 이용해 기독교를 비판하고 욕 먹이려는 고단수의 지능형 안티라고 생각하게 되었을 것이다.

두 번째 이유는 그간 한국영화 속에서의 기독교에 대한 예의 없는 묘사들로 인한 기독교인들이 받아온 씻을 수 없는 상처에 기인한다고 보여 지는데 이러한 클리셰들은 비기독교인들에게는 관습적인, 자기 반성 없는 웃음과 냉소를 만들어 내고 기독교인들에게는 무한한 불편함의 감정을 재생산해왔다. ‘친절한 금자씨’에서 어설프게 사악한 전도사와 산타 옷을 입은 성가대들에게(사실 정말 말도 안 되는 표현이 아니었던가!) ‘너나 잘 하세요’를 외치는 이영애의 모습 속에서나 굳이 그럴 필요가 없었음에도 하나님을 부정하며 십자가를 던지고 성경책을 찢는 과도한 모습을 보였던 ‘그놈 목소리’의 설경구나, 심지어 ‘투캅스’에서 갖은 거짓말과 술수를 부리는 타락 형사 안성기가 주일 예배 시간에 ‘아멘’을 외치는 모습들은 사실 너무나 단세포적이고 뻔한 기독교 비판 혹은 흥분용 각성제 같은 묘사들이었다. 절대 권력과 진리에 대항하고 그로 인한 창작의 에너지를 얻는 예술 본연의, 기독교적 관점에서의 모순과 한계를 인정하더라도 그동안 한국 영화 속에서 확대, 재생산되어온 기독교 씹기와 조소의 클리셰는 이제는 그 정당성과 예술적 표현의 의미라는 측면에서 비판적으로 고찰되어야 마땅할 것이다.

필자가 무척 놀랐던 것은 블라인드 시사회에서의 젊은 관객들의 ‘밀양’의 몇몇 장면에서의 전혀 의도되지 않은 반응이었다. 심지어 일부 관객들은 전도연의 치유 기도회 장면에서 계속적으로 웃어대며 낄낄 대기까지 하였다. 관객들의 심리와 그 반응을 100% 이해한다고 말할 수는 없겠으나 그간 한국영화 속에서의 이러한 묘사가 얼마나 자동적으로 관객들의 반응을 이끌어 내도록 안티 기독교 매체로서 교육 기능을 충실히 해왔는가가 단적으로 보이는 순간이었다고 말한다면 지나친 표현이 될지 모르겠다.

이러한 그간의 상처들은 ‘밀양’에서 표현된 비교적 정당하게 판단되는 중립적인 묘사들에 있어서도 기독교인들의 불편함을 유발했다고 보여 진다. 약국 아주머니의 선의를 가진 전도 행위도 불편해 보이고(정말 ‘불행한’이란 표현을 안했더라면 좋았겠지만), ‘당신은 사랑 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을 부르며 서로를 축복하는 장면에서도 왠지 모를 어색함을 느끼게 되는 것은 우리 내부에서도 이러한 표현들을 객관화 하지 못하는 아픔의 현주소라고 여겨진다. 더더군다나 신애의 도발적 행동의 장면들이나 장로님의 실수 장면에서 우리가 느끼는 상처는 더욱 증폭되었다. 흡사 우리는 철마다 때마다 PD수첩이니 추적 60분 등의 사회 고발 프로그램에서 동네북처럼 두들겨 대는 기독교 비리 고발이 영화 속에서도 재현되고 있는 현실을 목도하며 악몽과 같은 감정을 느꼈을 지도 모른다. 약국 아주머니의 다소 무례한 전도(자매님처럼 불행한 사람들에게는 꼭 우리 주님이 필요해요)를 보면서 예의 없는 기독교의 모습을 고발하고 성도의 유혹에 남자임을 숨기지 않는 장로님의 모습을 보면서 목회자나 교회 지도자들의 성적 타락의 모습들이 낱낱이 고발되고 있는 느낌을 우리는 충분히 받게 된다.

그러나 우리가 여기서 다시 생각해 보아야 할 점은 우리가 그만큼 황색 저널리즘의 선정적 보도, 일부의 잘못과 실수를 들어 전체가 그렇다고 생각하게 만드는 식의 자동 프로그램이 우리 안에도 심겨져 있음을 깨달아야 한다는 것이다. 과연 이창동 감독이 ‘모든 교회 장로님들은 다 저래요! 여러분 비판해 주세요!’라는 차원에서 그 장면을 넣었는가에 대해서 우리는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필요는 있을 것이다.

또 한 가지 불편함의 이유는 기독교 신앙이 가지는 체험적 측면, 즉, 보는 것으로는 도저히 판단할 수 없는 실존적 경험의 제한성에서 비롯된다고 할 수 있겠는데 많은 기독교인 관객들은 영화 속에서 결국 교회와 기독교인들의 삶이 다뤄지고 있기는 하지만 그것이 너무나 피상적인 것은 아닌가 하는 것에 대한 답답함과 그것을 설명할 수 없음이리라 생각되어 진다. 열정적인 모습의 집회 장면을 찍은 영상들은 하나 같이 광신도 사이비 집단의 그것을 연상시키고-이건 정말 시사 고발 프로그램이 교육해 온 것이다- 보여지는 그 순간 그 집회 안에 담겨 있었던 생생한 의미는 사라져 버리는 것을 경험해 본 사람이라면 아무리 이창동 감독이 연출을 했다 하더라도 영상과 매체에 온전히 담길 수 없는 기독교 체험의 특이성에 대해서 고민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사실 우리는 이 지점에서 피상성을 벗어난 진정한 초월적 의미의 ‘기독교 영화’가 가능한 것인가에 대한 질문에까지 도달할 수 있다. 과연 간절한 마음으로 주님 앞에 실존적으로 나아온 개개인의 절박함이 스크린 속에서 표현될 수 있는 것인가? 보통 관객들이 각자의 마음 상태나 상황과 상관없이 그러한 신앙적 체험을 영화를 통해 공유할 수 있을 것인가? 이러한 근본적인 질문들 앞에 사실 영화에 관심 있는 기독교인들은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영화가 과연 초월적인 것을 담아내는데 적절한 그릇인가, 아니 그것은 가능한가? 이 질문은 더 집요하게 들어간다면 과연 신애(전도연)는 내적 치유 집회에서 무엇을 경험했던 것인가, 그녀 안에서는 정말 변화가 있었던 것인가에 대한 질문으로까지 연결될 수 있다. 과연 그녀는 진정 회심한 것일까? 과연 그녀는 성령을 체험했다고 말한 그녀 자신의 말을 따라서 진정한 기독교인이 된 것일까? 우리는 이 지점에서 고민에 빠지지 않을 수 없다.

외견상으로 인물의 대사와 화면의 배치로 미루어 볼 때 명백한 것으로 간주되는 신애의 회심은 사실상 아무도 정확한 판단을 내릴 수 없는 피상성의 지점에 놓여 있다. 사실 기독교적 신앙의 체험을 공유할 수 없는 비기독교인 관객들에게 이러한 질문은 의아하게 여겨지는 것이고 당연히 신애는 신앙인이 된 것이 아니냐, 회심한 것인 아니냐 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지점이 본질적으로 신자들과 비신자들이 공유할 수 없는 신앙의 실존 문제의 지점이 되는 것인데 외견상 똑같아 보이는 사이비 집단의 예배와 열정적인 정통 기독교의 예배의 차이를 읽어낼 수 있는가 없는가의 문제가 현실에서 존재하는 것이고 어쩌면 영화라는 매체가 표현해 낼 수 없는 것이 존재하는 것이 아닌가에 대한 근본적 질문에 우리는 도달하게 된다.

사실 이러한 피상성은 영화 속에서 신애를 파탄으로 초대하는 결정적인 원인을 제공하는 학원 원장 도섭을 통해서도 보여 지는데 과연 도섭은 정말로 주님을 만난 것인가에 대하여 우리는 의아해 하지 않을 수 없는 애매함의 지점이 사실 존재한다. 자신으로 인해서 말할 수 없는 고통을 겪고 있을 아이의 엄마 앞에서 자신 있게 주님을 만났다고, 용서를 다 받았다고 말하면서 한마디 사과 조차 하지 않는 말 그대로 ‘은총’의 수혜자인 학원 원장에게서 과연 우리는 신앙인으로서의 진정성을 찾을 수 있는 것인가. 물론 그것이 현실 속의 기독교인들의 모습이다 혹은 신애가 하나님에게 반항할 수 있는 포인트를 잡으려면 학원 원장이 회심한 상태여야 한다 그래야 모순이 생기지 않는다고 말한다면 정말 할 말은 없지만, 신앙인의 실존이라는 측면에서 학원 원장이라는 캐릭터가 갖는 피상성은 분명 지적되어야할 중요한 지점이다. 소설 ‘벌레이야기’속에서의 살인자는 훨씬 정당성을 갖는다고 판단되어지는 점이 있을 때 보여지고 들려지는 것으로 모든 판단이 종료되는 영화 매체의 특성상 과연 이러한 예민한 주제가 효과적으로 다뤄졌는가에 대해서는 영화의 작품성과 상관없이 지적 받을 수 있는 부분이라고 생각이 되어 진다. 정통 기독교인들의 입장에서 볼 때 신애와 학원 원장은 온전히 회심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며 영화가 원하는 신과 인간의 갈등이라는 주제를 전달하기 위해서는 신애와 학원 원장은 마땅히 회심한 상태이어야 하므로 여기서도 기독교 관객들은 충분히 답답함과 불만을 가질 소지가 있다고 보여진다.

즉 영화 속에서 보고 싶은 것을 보고자 하는 관객들의 욕망은 감독이 원래 의도한 것과 사실 상관없이 반응하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앞에서 불편함과 낯섦을 동시에 느꼈던 대중 관객들은 영화의 중반 이후 신애의 하나님과 신자들에 대한 도발적 행동을 통해서 평소 본인들이 기독교에 느꼈던 불만 혹은 억압된 감정을 해소시켜 주고 있다는 동감을 표시하는 반면, 기독교인 관객들은 영화 속에 그려진 신자의 모습들이 피상적이거나 왜곡되어 있고 주제를 전달하기 위해 끼워 맞춰진 것 같은 어색함을 느끼고 있는 것이 밀양에 대한 반기독교적 해석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보여진다.

3. 등을 비추는 영화, 이면(裏面)을 보라고 말하는 영화

영화 ‘밀양’에서 여러 장면이 중요하겠지만 무엇보다 의미심장하면서 거듭 반복되고 있는 장면들은 여러 등장인물들의 등을 비추는 장면이다. 특별히 주인공 신애(전도연)의 등을 비추는 장면들은 처연한 여인의 운명의 모습과 어우러져 슬픔과 애잔함을 드러낼 뿐만 아니라 이 영화가 말하고 싶어 하는 지점을 무엇보다 잘 드러내는 장면들이라고 할 수 있다. 기독교인들과 신앙의 면면에 대해 묘사함에 있어서도 사실 영화 ‘밀양’은 이와 같은 등을 비추는 태도를 견지한다. 알고 보니 어둡고 추악한 면이 있더라가 아니라 실제로 존재하는 ‘등’에 주목하라는 것이 이 영화가 우리에게 주는 중요한 메시지 중의 하나인 것이다. 신앙은 무엇인가, 예수님의 끝없는 사랑으로 위로를 얻고 마음의 상처를 치유 받을 수 있는 것이기도 하지만 그 사랑 때문에 자기의 이기심을 버리고 희생과 이웃사랑으로 나아가야할 뿐만 아니라 정말 원수까지도 사랑해야 하는(원수를 사랑하라는 명령형이지 않은가), 초월의 단계로 나아갈 것을 요청 받는 것이 바로 신앙의 이면, 등이 아니던가.

이러한 이면성을 드러내기 위해 사실 영화 속 기독교인들의 모습과 카센터 사장 종찬(송강호)의 모습은 비교적 대립적으로 묘사 되고 있다. 신앙과 신앙적 행위들로 신애의 문제에 접근하려는 다소 인간적이지 못한 신애 주변의 동료 기독교인들에 비해 아무 것도 원하지 않고 요구하지 않는-그러기에 상당히 비현실적으로 보이는-종찬의 모습은 매우 인간화된 또 다른 기독교인의 모습을 표현하고 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정말 기도와 말씀이 우리 영혼의 문제를 해결하는 유일한 답인 것을 앎에도 불구하고 현실 속의 인간들 속에서 위로와 평안을 찾고자 하는 내적인 필요가 또한 존재하는 이 이면적인 상황 속에서 때로 우리 기독교인들에게는, 아니 우리 주변의 상처 받은 이웃들에게는 신앙적 수단들로 회개와 결단을 촉구하는 복음적인 기독교인들뿐만 아니라 말없이 그들 옆에서 인간적인 모습으로 다가가, 치유를 시도하지 않는 치유자들이 필요한 것이 아닌가 하는 메시지를 우리는 이 영화를 통해서 읽어낼 수도 있는 것이다.

4. 교회 바깥에 존재하는 기독교인들을 위한 영화

사실 영화 ‘밀양’은 단연코 롤러 코스터 같은 영화이다. 신애의 감정과 실존에 공감되면 공감 될수록 영화는 강력한 동감과 내적인 울림을 동반한다-한번쯤 자신의 아픔과 고민을 주님 앞에 나아가 내려 놓고 통곡도 해보았지만 지금은 어떤 이유에서든지 신앙과 그 삶을 떠난 비슷한 실존적 경험을 가진 사람들의 반응은 사실 놀랄만한 것이었다. 그러나 이에 비해 이미 답을 가지고 정도를 걷고 있는 기독교인이거나(절대 비아냥거리는 것이 아님) 신앙과 기독교에 대해 피상성 만을 갖고 있는 평범한 대중들에게 영화는 짜릿해 보이기는 하지만 올라타기 껄끄러운 롤러 코스터였다. 인터넷에 올라온 네티즌 리뷰들 하나하나를 읽어 보면서 특별히 눈에 띄었던 것은 바로 지금은 교회를 떠나 있는, 신앙생활을 접은, 그러나 믿음을 소유하는 것으로 보이는(모순되어 보이더라도 참아주시길) 이들의 간절한 글이었다. 어떤 사람은 영화를 보는 내내 눈물을 감출 수 없었다고 말하고 어떤 이들은 신애의 아픔과 고통에 동참되어 자신도 숨이 막히는 절박함을 고스란히 느꼈다고 이야기 했다.

결국 외견상 영화가 현실의 기독교인들의 모습을 백프로 긍정하지도 백프로 부정하지도 않는다고 볼 때 바로 한 때 절박하게 주님을 따랐으나 지금은 교회를 떠나 있는 이 세상 속의 많은 ‘신애’들이 이 영화가 원래 노렸던 타겟 관객(target audience)은 아니었을지 조심스럽게 생각해 볼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러한 시선에서 기독교인들의 모습은 다소 불만스러워 보이기도 하고 답답해 보일 수도 있는, 무언가 자신들의 떠남에 동기를 부여한 모습으로 비춰질 수도 있으리라 생각이 되어 지는 것이다. 근본적으로 영화 ‘밀양’은 여러 기독교인들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외견상 신자이건, 비신자이건 그것을 떠나 신애, 종찬, 교회 성도들, 밀양을 살아가는 평범한 사람들의 모습을 통해서 여러 모습의 기독교인들의 모습이 그려지고 있는 것이다.

5. 우리의 자화상을 무엇으로 그릴 것인가

르네 마그리트의 그림, ‘이미지의 배반(The Treachery of Images)’을 보면 화폭에 분명 파이프가 그려져 있음에도 불구하고 밑에 글씨로 ‘이것은 파이프가 아니다’라고 쓰여져 있다. 우리는 이 그림 속에서 분명 파이프를 보고 있지만 ‘이것은 파이프가 아니다’라고 작가는 말하고 있다. 이것이 무슨 괘변인가! 그러나 이것은 정말 ‘사실’이다.

우리는 영화 ‘밀양’ 속에서 많은 기독교인들의 모습을 보았다. 그것은 정교한 연출과 잘 배치된, 계산된 기법을 통해서 매우 사실적이고 현실적으로 우리에게 다가왔다. 그러나 그것은 사실 기독교인들의 모습을 반영하고 있기는 하지만 우리의 모습 그 자체는 아니다. 감독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의 계획 속에서 우리가 사실적으로 느꼈던 그러한 면면들조차 가공된 진실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결국 기독교인들에게 영화 ‘밀양’이 주는 진정한 의미는 무엇일까? 그것은 어떤 면에서 도식적으로 그려진 면이 없지 않은 종찬(송강호)과 이웃 기독교인들의 대비를 통해서 보여주고 있는 바대로 밀양, 시크릿 선샤인과 같은 내재된 기독교적인 삶의 촉구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보다 인간적이고 보다 열려 있는, 그러나 본질은 추구하는 기독교적인 삶으로의 초대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종찬이 무심코 내뱉은 통찰의 대사들은 결코 그냥 넘길 수 있는 대사들이 아니다. 때로는 기도가 아닌 대화로, 때로는 전도가 아닌 같이 있어줌으로, 내재와 초월을 이미 주님께서 반복하셨던 것처럼 진정한 기독교인들의 자화상은 보다 인간화된 기독교인의 모습으로 나아가야 하지 않는가 하는 것이다. 십자가가 굳이 수직과 수평의 두 축으로 되어 있음을 이야기하지 않더라도 감독이 다소 단순하게 표현한 기존 기독교인들의 모습이 수직 관계에 충실한 사람들이라면 종찬처럼 헐랭이 신자로 보일지라도 수평적으로 신애의 주변을 감싸 안는 기독교인들의 삶의 면면을 영화는 신애가 예배당에서 앞자리에 앉아 기도하고 있는 성도들과 하나님이 들으라고 장의자를 쳐대며 울부짖는 것처럼 우리에게 촉구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생각해 본다-그러나 또한 잊지 말아야 할 것은 ‘밀양’은 결코 수직 관계의 기독교인들을 부정하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어느 한 쪽으로 메시지를 몰고 가는 것은 옳지 않은 해석으로 여겨진다-.

영화 속의 우리의 자화상은 오직 주의 사랑에 불타고 시험에 빠진 동료를 위해 철야 기도를 하며 또 완벽한 인간은 아니어서 죄의 유혹에 넘어가기도 하는 연약한 사람들이지만 영화 속에서 배교하는 듯이 보이는 신애조차도 교회 밖의 실존적인 신자(信者)라는 사실을 인정한다면 영화는 사실 너무나 현실적으로 우리의 모습을 잡아내고 있는 하나의 모사물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하나님의 회복과 치유를 져버리고 스스로를 치유하는 듯이 보이는 신애도 말없이 종찬이 들어주는 거울을 바라보며 그녀의 머리를 다듬어 갔던 것처럼 어쩌면 전통적인 신앙인의 모습이나 우리의 바램과 상관없이 교회 밖의 신앙인들은 그러한 거울을 들어주는 인간적인 기독교인들의 모습을 원하는 것이며 종찬이 들고 있는 거울 속에 비친 신애의 얼굴처럼 바로 우리의 자화상도 우리가 이제는 실망하여 교회를 떠나 있는 그들에게 기꺼이 우리의 거울을 들어줄 때 비로소 그려지는 것은 아닐지 생각해 보게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