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선교연구원(원장 임성빈 교수)이 6월 14일 서울 높은뜻숭의교회에서 ‘2007 문화포럼’을 개최하고, 기독교인으로서 영화 <밀양>을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지 토론했다. ‘<밀양>, 기독교에 말 걸다’라는 주제로 마련한 이번 포럼에서는 할렐루야교회 송주화 목사가 <밀양>에 대한 기독교인의 불편한 시각을 소개했으며, 영화평론가 오동진 교수가 사회적인 시각에 대해, 그리고 서울기독교영화제 공동집행위원장인 성석환 목사가 기독교와 영화, 즉 교회와 밀양의 ‘소통’에 대해 각각 발제했다. 참석자들은 “현실에 실존하는 고통과 구원의 문제를 다룬다는 측면에서 종교와 영화는 깊은 관계가 있다”며 “<밀양>이 던진 메시지는 교회와 세상이 함께 풀어가야 할 숙제”라는 데 인식을 같이했다.

‘<밀양>, 우리의 자화상인가'라는 제목으로 첫 번째 발제를 시작한 송주화 목사는 “영화를 본 관객들의 반응이 대체로 양극단, 즉 ‘매우 좋다’와 ‘매우 나쁘다’ 혹은 ‘기독교적이냐’와 ‘반기독교적이냐’로 나뉜다”며 “이렇게 나뉘는 이면에는 ‘불편함’이라는 요소가 있다”고 지적했다. 영화 속 주인공 신애(전도연)가 눈에 보이지 않는 하나님의 섭리에 불복종하고 처절하게 도전하는 캐릭터이기 때문에 기독교인들의 심기를 매우 불편하게 한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신애의 사악한 행동들에 통쾌해 하며 ‘거봐라, 개독들아’를 외치는 반기독교 관객들을 볼 때 이 영화가 고단수 지능형 안티라고 생각하게 된다는 설명이다.

그러면서 송 목사는 “그동안 한국영화 속에서 기독교에 대한 예의 없는 묘사들로 인해 기독교인들이 받아온 씻을 수 없는 상처 또한 불편함의 이유”라고 덧붙였다. 그는 “블라인드 시사회에서 전혀 의도되지 않은 반응을 보여준 젊은 관객들 때문에 무척 놀랐다”고 했다. 주인공 신애의 치유기도회 장면에서 젊은 관객들 몇몇이 계속적으로 웃어대며 낄낄거리더라는 것이다. 송 목사는 “그동안 한국영화가 얼마나 자동적으로 관객들을 이러한 반응으로 유도하는 ‘안티 기독교’ 교육 매체의 기능을 충실히 해왔는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순간이었다”며 “한국영화 속에서 확대, 재생산되어온 기독교 씹기와 조소의 클리세가 이제는 그 정당성과 예술적 표현이라는 측면에서 비판적으로 고찰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마지막으로 송 목사가 꼽은 불편함의 요소는 ‘기독교 신앙이 가지는 체험적 측면’이었다. 송 목사는 “영화에서 열정적인 모습의 집회 장면은 하나같이 광신도 사이비집단의 그것을 연상시키는-이것은 시사 고발 프로그램이 교육해 온 것-장면이었다”면서 “간절한 마음으로 주님 앞에 나온 개개인의 절박함이 과연 스크린 속에서 표현될 수 있느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송 목사는 "인물의 대사와 화면의 배치는 사실상 아무도 정확한 판단을 내릴 수 없는 피상성의 지점"이라고 했다.

송주화 목사는 “어떤 사람은 영화를 보는 내내 눈물을 감출 수 없었다고 말하고 어떤 이들은 신애의 아픔과 고통에 동참되어 자신도 숨이 막히는 절박함을 고스란히 느꼈다고 이야기 한다”며 “한 때 절박하게 주님을 따랐으나 지금은 교회를 떠나 있는 이 세상 속의 많은 ‘신애’들이 이 영화가 원래 노렸던 타깃 관객(target audience)은 아니었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때로는 기도가 아닌 대화로, 때로는 전도가 아닌 같이 있어줌으로, 내재와 초월을 이미 주님께서 반복하셨던 것처럼 진정한 기독교인들의 자화상은 보다 인간화된 기독교인의 모습으로 나아가야 하지 않느냐는 의미다.

송 목사는 또 “이창동 감독은 평소 ‘자신의 영화 캐릭터는 감독 본인의 투영’이라는 말을 많이 했고, 학생들에게는 ‘절대 자신이 경험하지 않은 것을 영화로 다루지 말라’고 가르친다”며 “내가 알기로 이창동 감독 자신이 자식을 잃는 슬픔을 겪는 등 영화와 비슷한 경험이 있었던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감독이 영화 <밀양>을 통해 던지는 이면의 메시지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하는 대목에서였다.

이어서 ‘<밀양>이 말하는 신, 인간, 구원’이라는 두 번째 발제를 시작한 오동진 교수는 “한마디로 의도하지 않은 일이 벌어졌다”고 표현했다. 작가는 단순하고 심플하게 접근했는데, 기독교인들이 너무 복잡하게 받아들인다는 설명이다. 오 교수는 “영화는 영화라는 보편적인 틀로 접근해야 한다”며 “이창동 감독이 말하려는 것은 종교와 인간만의 이야기는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오 교수에 따르면 실존적 사회적 난제를 어떻게 해결해 나가야 하는가의 문제가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한국사회의 문제들이고, 그런 차원에서 구원의 문제를 주된 테마로 이야기하는 곳이 대표적으로 종교이기 때문에 감독은 기독교를 선택했다는 것이다.

오 교수는 “만약 어떤 감독이 전쟁영화를 만들었다면, 그 영화를 보면서 ‘저 감독이 2차대전에 참전했을까’를 생각하는 관객은 많지 않을 것”이라며 “만약, 기독교적인 시각에서 이 영화를 본다면 평행선을 달릴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오 교수는 “40여 년간 교회를 가까이하지 않은 사람이었으나, 나 역시 영화를 보는 내내 불편했다”고 토로했다. 그는 영화는 본래 목적이 사람들을 행복하게 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밀양>을 보면서 행복하지 않았고, 계속 행복하지 않았으며, 앞으로도 행복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불편했다고 했다. 과연 영화는 거짓이어도 계속해서 행복만을 전해야 하는가, 아니면 불편하더라도 진실을 말해야 하는가 하는 영화의 본래적 기능에 대해 사색하는 중이라는 설명이다.

마지막으로 ‘<밀양>, 한국교회의 소통을 엿보다’는 주제로 발제한 성석환 목사는 “<밀양>이 ‘반기독교적’ 영화가 아니냐고 의심한다면 그것은 거꾸로 ‘기독교적’ 영화의 기준을 소재나 인물에 한정한 것으로 좁혀버리게 되는 꼴이 된다”고 말했다. 지금껏 영화의 말 걸기에 기독교가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까닭 중 하나는 영화의 말 걸기가 ‘영화적’ 말 걸기임에 비해 기독교의 응답이 너무도 ‘기독교적’이었기 때문이라는 것이 성 목사의 분석이다.

성 목사는 “땅과 하늘이 구분되지 않는 것이 사실 기독교의 본령인데, 제도권 교회나 한국 기독교가 마치 외부에서 볼 때 땅과 하늘을 구분해버리고 인간의 문제를 너무 쉽게 하늘의 문제로 환원시켜 버리는 것으로 비쳐지기 때문에 문제가 발생한다”고 주장했다. <밀양>은 인간의 비극이나 아픔을 기독교가 땅의 문제로 보듬어주고 아껴주고 진지하게 성찰해야 함을 보여주는 영화라는 의미다.

성 목사는 또 “많은 비평가들이 이 영화가 하늘에서 시작해서 땅으로 끝난다고 말하며, 이창동 감독 스스로도 땅의 영화임을 표방했던 것을 기억해야 한다”고 전제하고 “영화 <밀양>을 기독교적 영화로 확장하면 곤란하다”고 지적했다. 교회의 문화를 향한, 인간을 향한 소통과 변혁은 그 공동체의 과제로 주어져 있다는 설명이다.

한편, 포럼의 진행을 맡았던 임성빈 교수는 “영화 <밀양>은 기독교에 있어서 손님과도 같은 영화다”라고 전제하고 “그 손님은 적어도 우리가 편안한 마음으로 쉽게 맞이할 수 있는 친구는 아닐지라도 결코 적이나 불청객으로 취급받아서는 안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나름대로의 관점에 따라 평가도 다를 수 있고, 그에 따른 감정도 다양하겠지만 예우를 갖추어 대화를 건네야 할 손님과도 같은 존재가 바로 <밀양>이라는 것이다.

임 교수는 또 “분명한 점은 영화 <밀양>이 인간의 비극적 현실과 그것을 극복하는 희망의 가능성을 다룸에 있어 기독교 신앙에 주목하였다는 것”이라며 “이는 한국 교회와 신앙인들의 사회적 비중을 전제로 한 것이며, 기독교인들의 사회적 책임을 다시 한 번 기억하도록 도전한다는 뜻이다”라고 평가했다. 또 “비극적 현실 속에서의 신의 섭리와 죄와 용서, 용서의 주체로서의 인간과 하나님 등에 대한 신학적 문제제기는 신앙인들에게 자신의 신앙의 진정성을 신학적으로 통찰케 하는 중요한 계기를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