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재하 목사/ 남부 사랑의교회 담임

 '삐리릭- 삐리--'
 "저 채숙이에요. 목사님 저 결혼해용."

 혀꼬부라진 목소리였다. 아마도 술이 취한 것임에 분명하다.

 그녀를 안 지도 10년이 되었다. 그녀는 사창가에서 일하던 아가씨였다. 망각의 저편으로 가물가물해져 갈 때면 전화를 해서 자신을 주지시키곤 했다. 그녀가 시집을 간다고 했다. 아직 술도 담배도 끊어버리지 못한 그녀가 시집을 간다는 것이다.

 "그래 축하한다"

 말은 그렇게 했지만 내심 불안했다. 그녀가 말했다.

 "신랑하고 한 번 인사갈게용"
 "그래 곧 한 번 찾아와"

 그녀의 남편 될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알고 싶었다.  '인내하면서 채숙을 감싸줄 수 있는 남자일까? 착한 남자일까? 성실한 남자일까?' 이런 저런 생각이 나의 머리를 복잡하게 만들었다. 매춘에 빠졌던 사람들이 탈매춘하는 것의 가장 확실한 방법은 결혼이며 아기를 낳는 것이다. 그들의 가장 확실한 치유는 참 사랑을 경험하는 것이다. 반면 좋은 남편을 만나지 않으면 산산조각나고 말 수도 있다. 그러므로 좋은 남자를 만나는 것은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이다.

 어느날 사무실에서 업무를 보고 있는데 그녀가 신랑될 사람과 함께 찾아왔다. 나는 남자를 본 순간 조리던 마음에 평화가 왔다. 왜냐하면 매우 믿음직스러워 보였다. 몇 가지 질문을 해 본 결과 성실했고 착했다. 그런 사내라면 맡겨도 좋을 듯 싶었다. 나는 그들을 위해 축복 기도를 해 주었다.

 그녀가 결혼식을 올리는 날이 되었다. 축의금을 준비해서 주일임에도 불구하고 예식장으로 갔다. 신부 대기실로 가 보았다. 이미 화장을 끝낸 그녀가 홀로 초조하게 앉아 있었다. 나는 그녀의 어깨를 두드려 주면서 말했다.

 "예쁘구나 최고의 신부다. 행복하게 살거라."
 "네."

 그녀가 수줍은 듯 대답했다. 드디어 '신부입장!'이다. 그녀가 하얀 드레스를 끌며 결혼식장으로 들어섰다. 하객들이 일어서며 박수를 쳤다. 나는 속으로 기도했다.

 '주님 채숙이를 꼭 축복해 주소서. 채숙이의 생애가 오늘처럼 되게 하소서. 무시당하고 손가락질 받는 생애가 아니라 사랑과 박수 받는 생애가 되게 하소서.'

 콧잔등이 시큰해지면서 눈물이 흘러내렸다.  

 크리스마스 때 그녀의 편지를 받았다.

 "최재하 목사님에게.. 목사님 안 지도 벌써 10년이 넘었네요. 제가 하도 철이 없어서 목사님의 사랑을 잘 몰랐어요. 목사님 말 잘 들었으면 지금쯤 웬만한 미용실을 운영하고 있었을 텐데요. 요즘 자꾸 하나님의 말씀이 떠올라요. 그 동안 죄 지은 것들이 저를 두렵게 하고 괴롭힙니다. 성구 구절이 생각날 때마다 제가 얼마나 큰 죄악을 행하였는지 깨닫게 합니다.

요즘 조금 철이 들었는지 친정집에도 잘 가고 아버님께 잘 하려고 노력해요. 시댁 식구들에게도요. 하나님의 법과 부모의 곁을 떠나 방탕한 생활을 죄인지도 모르고 그것을 즐겨 일 삶은 저는 참회의 눈물을 흘려요.

새로운 마음으로 하나님 말씀 안에서 거듭나는 삶을 살겠어요. 교회에도 잘 가구요. 결혼식에 와 주신 것을 감사해요. 또한 못 찾아 뵌 것을 죄송해요.
목사님 사랑해요～."

 나는 주님께 무릎을 꿇고 기도했다.

 "주님 감사합니다. 채숙이를 향한 주님의 은혜를 멈추지 마옵소서. 어둠과의 싸움에서 승리하는 딸 되게 하소서."
(월간 <교회와신앙> 2001년 3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