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재하 목사/ 남부 사랑의교회 담임

하나님께서 사람을 구원하시는 방법은 참으로 다양하다. 어떤 사람은 병을 들게 해서 서서히 그 마음을 열게 만드시는가 하면 어떤 경우에는 자녀를 데려가서 인생의 허무를 깨닫게 만들어 구원하시기도 한다. 아마도 인간을 억지로 구원하기를 원하지 아니하시는 하나님의 자비하심 때문일 것이다. 워낙 사람의 마음이 강퍅하여서 그 마음을 부드럽게 하고 겸손하게 하시는데 시간이 많이 걸리는지도 모른다.

 우물가선교회의 회원인 정재은 자매의 아버님이 울산 동대병원에 입원을 하셨다. 재은 자매의 아버지는 아직 예수님을 영접하지 않은 상태였다. 예수님을 전하면 찬바람이 확확 돌 정도로 완고한 사람이었다. 나는 자매의 아버지에게 복음을 전하러 서둘러 집을 나왔다. 그런데 서두르다 보니 그만 비행기 티켓을 놓고 나온 것이다. 다시 돌아갈 수는 없었다.

그러기에는 너무나 멀리와 있었다. 얼른 KAL로 전화를 걸어 어떻게 방법이 없는지 물어 보았다. 새로 티켓을 사라고 대답해 주었다. 사용하지 않은 티켓은 나중에 환불을 받거나 1년 안에 사용하면 된다는 것이었다. 나는 김포로 차를 몰았다. 그런데 그날 따라 김포 가는 길이 왜 그렇게 막히는지...나는 하는 수 없어 경마장 정문에 차를 놓고 전철을 탔다. 드디어 김포에 도착했다. 7분전이었다. 대한항공 매표구로 달려갔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10시 30분 비행기는 이미 마감이 끝난 상태였다. 2시간 후에나 비행기가 있었다.

 바로 그때 전화가 왔다. 재은 자매에게 왔다. 그녀의 목소리에는 힘이 빠져 있었다.
 "목사님 너무 기대하진 마세요. 그냥 가벼운 마음으로 내려오세요."
 나는 그게 무슨 뜻인지 알지 못했다. 그러나 후에 알게 된 바로는 재은이가 아버지에게 전날에 복음을 전했는데 아버지께서 두 손으로 귀를 막고 고개를 흔들면서 완강히 거부했다는 것이다. 내가 상처를 받을까봐 걱정이 되어서 전화를 건 것이었다. 나는 2층 대합실로 올라가 오히려 2시간 동안 기도할 수 있었다.

  2시 정각. 포항에 도착해서 병실로 들어섰을 때 나를 먼저 발견한 것은 재은이의 아버지였다. 그가 대번에 나를 알아보고 "재은아 목사님 오신다"하고 말했다. 전에 서울대병원에 입원하고 있을 때 병문안을 간 적이 있었다. 그때는 얼마나 마음을 굳게 닫고 있는지 예수님의 '예'자도 꺼낼 수가 없었다. 책을 읽고 있던 재은이가 벌떡 일어섰다. 나는 다가가 아버지의 손을 덥석 감싸쥐며 진심으로 말했다.

 "얼마나 고생이 많으세요?"
 아버지는 내가 포항까지 문병을 왔다는 것 때문에 매우 황송해(?) 하는 눈치였다. 나는 우선 재은이 아버지의 이야기를 듣고 싶었다. 아버지는 신이 나서 화려했던 무용담(?)을 털어놓았다. 나는 그의 삶을 칭찬했다. 그런 다음 조용히 지금까지 살아오시면서 이 시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이냐고 질문했다. '자식들이 잘되는 것'이라고 대답했다. 나는 꼭 그렇게 될 것이라고 말씀드렸다. 그러나 그냥 축복을 받는 것이 아니라 축복을 주시는 분을 믿어야만 한다고 말씀드렸다. 나는 그가 눈치 채지 못하도록 그를 끌고 점점 복음 속으로 들어갔다. 마침내 결단의 순간이 왔다. 이미 재은이는 곁에서 어깨를 들먹이며 아버지를 위해 울고 있었다. 재은이의 아버지가 계면쩍어 하며 말했다.

 "재은아 너 왜 우니?"
 내가 말했다.
 "모르시겠어요? 재은이는 아빠와 영원히 헤어지고 싶지 않은 겁니다. 재은이는 천국으로 가는데 아버지는 지옥으로 가니 이를 어쩝니까? 온 가족이 천국에서 영원히 살아야 합니다."

 무엇이라 표현할 수 없는 뜨거운 감정이 밀물처럼 몰려 왔다.
 "예수님을 믿으시겠습니까?"
 그 완강한 노인이 마침내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서울에 도착했을 때 재은에게서 전화가 왔다.
 "목사님 글쎄요 제가 목사님 보내드리고 병실로 왔더니 아버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시는 거예요. '나 정말 하나님의 자녀인 거 맞지!' 그래서 제가 말씀드렸어요. 그럼요 아빠, 아빠는 예수님께서 피로 값 주고 사신 소중한 자녀예요."
(월간 <교회와신앙> 2001년 1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