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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리뷰<남자, 그 잃어버린 진실>
"삶이 뒤틀린 남자, 먼저 실패와 고통을 인정하라"
2007년 05월 30일 (수) 00:00:00 양봉식 기자 sunyang@amennews.com

   
▲ 스티브 비덜프 지음/박미낭 옮김/젠북 펴냄
현대사회, 특히 선진화되는 나라일수록 아버지 없이 자라는 세대가 늘어난다. 미국의 경우 아이들의 50% 정도가 아버지 없이 어머니 밑에서 자란다는 통계가 있다. 러시아의 경우는 사회주의 붕괴 이후 가정의 이혼이 빈번해지면서 아이들이 부모들에 의해 버려지고 범죄자로 자라는 경우가 많아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남성, 그리고 아버지에 대한 심각한 왜곡은 21세기에 들어서면서 더 심해지고 있다. 그럼에도 남성에 대한 올바른 이해는 요원해 보이는 듯하다. 남성에 대한 오해 중에 하나가 가부장적이고 폭력적이고 지배적이라는 것이다. “남자가 울면 안 돼”라는 사회적 통념은 실제의 남성의 개념과는 거리가 멀다. 그렇다고 남자가 여성스럽게(물론 이것도 사회적 통념일 수 있지만) 변해야 한다는 것도 아니다. 그럼에도 여전히 사회는 남성과 여성 사이에서 남성을 중성 혹은 기존의 틀에서 벗어난 새로운 개념으로 바꾸거나 무시하려는 경향이 있다.

이 책은 새로운 남성에 대한 개념을 주장하거나 개발한 것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현대 사회에서 남성들이 느끼는 무거운 중압감을 주제로 남성의 고민, 그리고 남성이란 존재에 대해 이야기한다. 남성은 자신의 가치를 어디에 두고 있는가? 가정을 위해 돈을 벌어다주는 것이 자신의 가치이다. 남자는 반드시 가족을 부양해야 한다는 부담을 지닌 채, 힘들어도 내색해서는 안 되고, 문제가 있어도 혼자서 해결하는 것이 남자다운 자세라고 어려서부터 배워왔다.

그래서 자신의 문제를 내색하는 것은 남자다운 것이 아니다. 결국 남성들은 자신의 문제는 안으로만 감추어 둔다. 저자는 이런 남성의 문제를 이렇게 지적한다.

“남자들의 가면에 자리 잡기 시작한 균열들이 압박감, 실패, 사고 등 훨씬 더 고통스러운 방식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삶의 중년기에는 그 빈도가 훨씬 높아지기 마련인데, 이때는 자기 자신이 주변 사람 누구에게도 사랑받지 못하고 있을 뿐 아니라 그 누구도 자신에 대해 알지 못한다는 느낌이 들면서 기진맥진함과 아울러 깊은 절망감에 사로잡힌다. 갑자기 삶과 연결된 자신의 끈이 너무나 가늘어져서 금방이라도 끊어질 것처럼 보인다.”

저자는 이 책에서 가족과 공동체에서, 또 자신의 일에서 소외된 동 시대의 사회분위기에 맞추어 적당히 자신을 조정하고 살아가는 남자들의 내면의 고통에 주목한다. 그러면서 구체적인 사례와 통계들을 통해 남자들의 실패와 좌절감을 낱낱이 제시해 그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고 있다.

저자가 제시하는 ‘뒤틀린 남성의 삶’의 해결책의 첫 걸음은 남성들 스스로가 자신들의 실패와 고통을 인정하는 것이다. 그런 다음 엉클어진 부부관계, 아버지와 자녀들과의 관계, 동성의 친구와의 관계, 자연과의 관계, 공동체와의 관계 등을 바로잡아야 한다는 것이다.

“심오한 남성성에 도달하고 그것을 계발하기 위해 우리가 택해야 하는 길은 우리 아버지들이 택했던 길과는 사뭇 달라야 한다. 남자라는 사실을 ‘증명’하려 하기보다는, 주변의 좋은 남성들과 관계를 맺음으로써 그들이 당신 스스로 독립적인 남자가 될 수 있도록 돕는 단계들을 거쳐야 한다.”

남성은 자신의 일에 무한한 가치를 둔다. 그래야만 자신의 일이 정당해지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런 자신을 자랑스럽게 여긴다. 그러나 가정에서 자신의 역할은 없다는 생각을 할 경우가 많다. 육아의 책임은 아내의 몫이다. 승진하고 가정을 유지하기 위한 노력은 정말 남자에게 중요하다. 그러나 그가 노년이 돼 인생의 둥지로 돌아왔을 때 그는 자신이 손님으로 지냈다는 사실에 절망한다. 그는 남성이 무엇인지, 아버지의 역할이 무엇인지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던 것이다.

저자가 이 책에서 주장하는 바는 두 가지다. 하나는 건강한 남성상을 창조해내는 것이고, 또 다른 하나는 이제 해묵고 불구가 된 남성의 역할에 대한 기존관념에서 스스로를 자유롭게 하는 것이다. 저자는 이런 실제적인 문제를 다음과 같이 다룬다.

남자의 문제점/ 당신과 당신 아버지와의 균열을 치유하는 법/ 여성운동이 놓쳤던 다른 쪽 절반/ 아버지 결핍증/ 남자와 여자 간에 신뢰를 회복하는 방법/ 섹스와 영혼/ 참된 아버지 노릇/ 소년들을 위한 좋은 학교 만들기/ 마음이 가는 일 하기/ 진정한 남자친구….

남자의 새로운 탄생을 우리는 어떻게 기대할 것인가? 그것은 남자에 대해 올바로 이해할 때 가능하다. 남성 쪽에서 여성들은 남자의 세계를 이해하지 못한다고 말하고 여성들 역시 남성들은 여성의 세계를 이해하지 못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두 이성은 매우 솔직하지 못한 가운데 오해와 질투, 경쟁과 투쟁 속에 긴 역사를 만들어 왔다.

성경은 여자와 남자가 모두 연약한 존재라는 사실을 말한다. 물론 여자는 남자보다 더 연약하다. 결국 둘은 서로 공존하고 협력하고 사랑해야 할 존재다. 그러나 남자는 자신의 가치를 이해하는 것에서조차 매우 인색했다. 그리고 왜곡된 전통을 고집했다. 이 책은 그 왜곡된 남성을 이해하는 데 매우 도움을 준다. 그렇지만 이 책은 남성만을 위한 책이 아니다. 남편과 아버지, 그리고 남자 친구를 이해하기 위한 여성의 책이기도 한다.

저자는 성숙한 남성으로 가는 일곱 단계를 다음과 같이 제시한다. 첫째, 아버지와의 관계를 개선하라. 둘째, 성생활이 성스러움을 찾아라. 셋째, 자신의 짝을 동등한 존재로 만나라. 넷째, 자녀들과 적극적으로 관계를 맺어라. 다섯째, 진정한 동성 친구와 사귀는 방법을 배워라. 여섯째, 당신이 좋아하는 직업을 찾아라. 일곱째, 자신에게 내재된 야성의 고삐를 풀어라.

저자는 독자들이 자신들이 무엇을 해야 할 것인지에 대한 명확하고 실제적인 로드맵을 제시한다. “여성들은 남성에 대한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됨과 동시에 깊은 감동을 받을 것이며, 남성들은 자신들의 잃어버린 진실을 알게 되어 앞으로의 삶이 달라질 것이라는 희망과 감동을 얻고 그것을 인정하게 될 것”이라고 말한다.

저자가 지적하는 문제는 현재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현안들이라는 점에서 아주 적절하다. 그 하나는 아버지와 아들의 관계, 더 나아가서는 아버지와 자녀들과의 관계를 언급한 부분이다. 저자는 책에서 “오늘날 남성들이 변화하기 적절한 시기가 왔으며, 아버지 때문에 생긴 상처를 치료하는 것이 그 출발점이 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또한 “당신에게 남성됨이 무엇인지를 가장 먼저 그리고 가장 영향력 있게 ‘가르친’ 사람은 다름 아닌 바로 당신의 아버지. …좋든 싫든 당신의 아버지는 당신의 머릿속에, 당신의 근육 속에 그리고 당신의 신경조직 속에 영원히 존재한다”고 말한다. 저자는 이 책의 곳곳에서, 존재하지만 존재하지 않았던 아버지와의 적극적인 화해와 극복, 즉 나의 일부인 아버지의 존재를 인정하고 용서하는 것이 결국은 나 자신을 긍정하고 믿는 방식임을 강조하고 있다.

또 하나는 우리 사회에서 자식, 특히 남자 아이를 키우는 것에 대한 전통적인 방식과의 비교다. 저자는 오늘날 아버지를 가족에서 소외시키고, 아들과 아버지 사이를 멀어지게 한 것이 산업화로 인한 사회 구조의 변화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본다. 그리고 결과의 하나가 핵가족이라고 지적한다. 저자는 원시부족사회에서 남자아이는 부족 공동체의 관심과 사랑 속에서 배움을 얻고 적당한 나이가 되면 일정한 의식을 통해 부족의 전통과 이념을 계승하는 실제적인 훈련 등을 받았다고 말한다.

그러나 온갖 문명이 넘쳐나는 오늘날의 현대 사회를 사는 우리들이 아무런 준비 없이 손을 놓고는 아이가 성인이 되어가는 것을 보고만 있는 자세에 대해 질책한다. 뿐만 아니라 저자는 이런 문제점을 적시하면서 부족사회의 공동양육 방식의 장점들을 열거하고, 끊어진 가족 사회의 유대 관계의 복원을 그 대안으로 주장한다.

외국 작가임에도 불구하고 비덜프의 남성에 대한 분석은 한국 사회의 남성이 가지고 있는 문제점을 고스란히 지적한다. 오늘날 남성의 문제는 서구의 문제만이 아니라 인류 보편적인 문제이기 때문이다. 여자 교사가 많아진 교육 현장에서 생기는 문제, 남성과 여성의 평등이라는 문제에 대해서, 그리고 해결하기 어려운 부부관계를 복원시키는 문제들에 대해 저자는 매우 실증적인 대안들을 제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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