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재하 목사/ 남부 사랑의교회 담임

 그것이 아무리 하찮은 것이라 할지라도 누구의 손에 들려졌느냐에 따라 그 결과는 엄청나게 달라질 수 있다. 아마도 보통의 소년에게 물맷돌 다섯이 들려졌다면 그것은 공기돌로밖에는 사용되지 못했을 것이다. 그러나 다윗이라는 소년에게 들려졌을 때 전 이스라엘을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던 골리앗이라는 거인을 넘어뜨리는 병기로 사용되었던 것이다. 모세의 지팡이는 어떠했는가? 아마도 보통의 노인이 그 지팡이를 손에 들었다면 자신의 몸을 지탱하는 도구 정도로 혹은 들판에 독식을 쪼아먹는 새떼를 훠이훠이 쫓는 역할을 했을 것이다.

그러나 모세 할아버지에게 들려졌을 때 그것은 변하여 뱀이 되었고 강물을 피로 변하게 만들었고 홍해 바다를 갈랐고 반석에서 샘물을 터뜨렸던 것이다. 오병이어의 기적을 보라. 그것이 한 소년의 손에 머물렀다면 그것은 한끼 식사로 마침표를 찍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이 제자들의 손을 거쳐 예수님의 손에 들려졌을 때 5천명을 먹이고도 남는 기적을 일으켰던 것이다.

 연극이라고 하는 것도 그렇다. 연극쟁이들의 손에 들려졌을 때 그것은 단순히 연극이다.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주고 인생의 가르침을 깨닫게 한다. 그러나 그것이 하나님의 기름 부으심을 받은 사람들의 손에 들려졌다면 사람들을 거듭나게 하는 강력하고도 효율적인 도구가 된다는 것이다.

 나의 동역자 이정남은 바로 그런 사람이다. 그는 시골에서 고등학교를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하고 서울 예전을 역시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했다. 그리고는 그녀의 친구들의 말처럼 광신자가 되었다. 그렇다. 그녀는 지금 예수에게 미쳐 있다. 이 세상 사람들이 제대로만 미친다면 무슨 문제이겠는가? 헛된 것에 미치니까 문제가 되는 것이다. 한동안 그녀가 '우리를 사랑하사'라는 연극을 통해서 많은 영혼들을 울게 만들었고 예수님 앞에 굴복하도록 만들었다. 요즈음은 '구속'이라는 작품을 통해 사람들을 잠에서 깨어나도록 만들고 있다.

 여기서 그녀는 사단의 역할을 해 내고 있는데 인간의 비극과 하나님의 사랑을 표현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부각되지 않으면 안 되는 존재인 것이다. 이 작품은 국내 집회는 물론이고 해외 선교에서도 그 위력과 진가를 유감 없이 발휘해 왔다. 이번 11월20-24일까지 노방 전도 및 해외 선교를 위한 드라마 워크숍을 갖는데 '우리를 사랑하사'와 '구속'을 텍스트로 배우게 된다.

 그녀가 이렇게 영혼을 구원하는데 쓰임 받게 된 이유가 무엇인가? 그것은 연극에 대한 지식과 기량에 있는가? 물론 그것도 무관하지는 않으리라. 그러나 진정한 이유는 그녀가 성령의 사람이라는데 있다. 정남이는 누구보다도 예수님을 사랑한다. 누구보다도 성령을 의지한다. 성령의 능력이 아니면 안 된다는 것을 너무나도 잘 안다. 경험을 통해 아무리 연극적으로 잘 준비를 해 놓았어도 성령의 임재가 없다면 황무지 같은 시간이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을 그녀는 아는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채드윅은 우리에게 경고한다.
 "하나님은 기계에 기름을 붓지 않으신다. 프로그램이나 건물에 기름을 붓는 것도 아니다. 오직 그분은 프로그램을 만드는 사람들에게 기름을 부으신다."
 그러고 보면 복음의 도구를 사용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성령충만 하지 않으면 안 되는가를 가슴속 깊이 되새기게 되는 것이다.

 우물가선교회는 연극을 의지하는 사람들이 오면 먼저 그들에게 연극을 버리라고 말한다. 그렇게 말하는 이유는 하나님을 의지하도록 하기 위해서인 것이다. 하나님이 기름을 부으시지 않는다면 하나님의 능력이 연극을 통해서 나타날 수 없기 때문이다.
 며칠전인가 정남이가 천안대학교의 채플을 섬기고 다녀오는 길에 이렇게 말했다.

 "목사님 제가 어떻게 우물가에 오게 되었는지 아세요? 저는 연극을 전공한 사람이기 때문에 처음에 왔을 때 '어떻게 하나 보자' 그런 마음이었어요. 그런데 첫날 목사님의 멧시지에 박살이 나고 말았어요. 오병이어와 칠병이어에 대한 메시지였는데요 오병이어가 칠병이어보다 더 많은 사람들을 먹이잖아요. 예수님 손에만 제대로 들려진다면 인간의 재능이나 경험이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내용이었지요..."

 그대가 있음으로 나는 행복하다.  물이 바다를 덮듯 여호와의 이름을 찬송하는 물결이 오대양 육대주를 뒤덮는 환상을 그대와 함께 그려본다.
(월간 <교회와신앙> 2000년 12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