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재하 목사/ 남부 사랑의교회 담임

 하루는 하도 이상해서 홍집사에게 물어보았다.
 "홍 집사 왜 모자를 썼어?"
 "아무 일 아니에요."
 "아무 일 아니라니...그런데 그 나이에 모자를 쓰고 다녀?"
 "머리가 좀 빠져서요."
 "머리가? 머리가 빠져?"
 
나는 그의 모자를 들춰보았다. 아니 세상에, 듬성듬성 빠져나간 머리칼 때문에 보기 민망할 정도였다. 
 "왜 머리가 빠지는 거야?"
 "신경성이라나 봐요."
 "신경성? 무슨 고민이라도 있어?"
 "없어요."
 "뮤지컬 준비하느라고 스트레스 받은 것이 이제 나타나는 모양이구나."
 "그런가 봐요. 하하."
 가슴이 아리고 콧잔등이 시큰했다. 얼마나 힘이 들었으면 저렇게 머리카락이 빠질까 생각하니 안타깝기 그지없다.

   홍성헌 집사.
   그는 나의 동역자이다. '그는 나의 동역자입니다' 이렇게 자신 있게 말하기는 쉬운 것이 아니다. 그러나 나는 그를 '나의 동역자입니다'라고 자신 있게 말한다.
 그와 만 난 것은 1990년도이다. 그러니까 햇수로는 11년이 된다. 우물가에서 사역을 시작한지 올해로 11년이 되니 내 사역의 나이나 맞먹는 셈이다. 처음 우물가를 시작했을 때 나는 무엇을 어떻게 시작해야할지 몰랐다. 하루는 크리스천신문사의 주필인 강정규님을 만나러 갔다가 크리스천신문 주최 성극제의 참가 요청을 받게 되었다.

 얼떨결에 대답은 했지만 난감했다. 나의 능력으로서는 연극을 만들 수 있는 재주가 없었다. 그러나 글을 쓰는 사람이니 아직 희곡을 써 보지는 않았지만 쓸 수는 있을 것 같았다. 나는 하나님께 기도했다. 만약 연출자를 보내 주시면 크리스천 연극제에 참가하라는 하나님의 뜻으로 알겠다는 기도였다. 하나님은 즉시 응답하셨다.

  그와 함께 만들었던 최초의 작품은 '창녀 마리아1'이었다. 대본은 내가 썼고 연출은 홍집사가 맡았다. 연기는 우물가의 여인들이 맡았다. 그러니까 자신들의 이야기를 자신들 자신들이 연기를 한 것이다. 그 작품은 배우와 관객 모두를 사로잡았다. 100주년기념관을 온통 울음바다로 만들어 놓았던 것이다. 작품의 구성이나 연기력은 어설펐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작품 속에는 진실과 고통이 있었고 성령의 축복이 있었다.

  그 다음으로 '창녀 마리아2', '십자가에 달린 창녀', 국민일보와 공동 주최하고 KBS가 후원한 뮤지컬 '그(He)' 뿐만 아니라 대천 해수욕장 집회와 같은 기적의 현장에 언제나 그는 있었다. 자신을 들어내지는 않았지만 결코 없어서는 안될 사람이었다.

  사역자에게 동역자가 있다는 것은 얼마나 즐거운 일인가? 믿을 수 있는 동역자가 있다는 것은 얼마나 마음 든든한 일인가?

  며칠 전 홍집사에게 물었다.
  "머리는 좀 어때?"
  "많이 났어요. 보세요."
  가만히 들여다보니 솜털 같은 머리칼이 빼곡이 올라오고 있는 것이 아닌가. 문득 삼손이 생각났다. 머리털을 밀린 후 힘을 잃었던 삼손. 그러나 머리가 자라자 다시 힘을 되찾은 삼손. 성경은 이렇게 기록하고 있다. "삼손이 죽을 때에 죽인 자가 살았을 때 죽인 자보다 더욱 많았더라". 하나님께서 홍 집사를 통해 하실 일들을 생각하면 가슴이 뛴다.          
(월간 <교회와신앙> 2000년 10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