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재하 목사/ 남부 사랑의교회 담임

어제 친구로부터 전화를 한 통 받았다. 그는 격앙되어 있었다.
"최목사? 납니다. 김목사. 잘 있어요? 나도 주님의 은혜 가운데 잘 살아요. 필리핀에서 우리 교회 파송선교사인 홍선교사가 나왔는데 한 번 만났으면 좋겠어요. 홍선교사가 만나고 싶어해요. … 97년 필리핀에 집회 갔을 때 기억해요? 어떤 교회에서 집회가 있었죠? 그래 가정집 같은 작은 교회 말예요. 그 교회에 지금 기적이 일어나고 있대요. 우물가선교회가 다녀간 후 부흥이 시작되어 현재 250명의 성도들이 모여 예배를 드리고 있고 교회도 건축중이랍니다. …"

나의 콧등이 시큰해지면서 눈물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1997년 우물가선교회는 필리핀 상파울로 지역에서 학생수련회를 인도했다. 하나님의 은혜를 체험하는 집회였다. 그 집회를 마칠 때 즈음에 우리는 지쳐 있었고 나는 완전히 목이 쉰 상태였다. 우리는 마닐라로 돌아오고 있었다. 홍선교사가 작은 집회 하나를 건의했다. 일정에는 없었던 집회였다. 주로 선교사들이 모이는 교회인데 가정집에서 드리고 있으며 그 숫자가 몇 안 된다는 내용이었다.

 그리고 우리가 집회를 하기에는 무대 공간도 없었고 음향시설이 되어 있지를 못해서 쉰 목소리로 설교를 하는 것이 어려운 상태였다. 인간적인 생각 같아서는 그날 저녁에 편히 쉬었다가 다음 날 관광을 하고 싶었다. 그러나 성령께서는 우리에게 그 집회에 헌신하도록 도전하셨다.

우리는 헌신하기로 결정하고 한 끼를 금식하면서 집회에 임했다. 집회가 시작되었다. 찬양하는 시간이 있었다. 하나님의 임재가 느껴졌다. 워싶 드라마 '우리를 사랑하사' 올려졌다. 하나 둘 우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나도 울면서 설교를 했다. 요한복음 2장 가나의 혼인 잔치를 본문으로 한 설교였다. 설교가 끝나자 주머니를 털어서 헌금을 했다. 예배가 끝났다. 우리는 함께 어우러져 교제를 나누었다. 그리고 헤어졌다.

그런데 2년이 지난 후에 감격스러운 소식을 듣게 된 것이다. 나는 찬 안에 앉아서 울고 또 울었다. 나는 울면서 이렇게 고백하고 있었다.

"주님, 감사합니다. 사람들에게 인정받지 못한다 할지라도 복음을 전하겠습니다. 아시아의 영혼들에게 복음을 전하겠습니다. 나를 보내소서. 나를 사용해 주소서. 우리를 사용해 주소서. 나의 생명 주께 드리기 원합니다."

1999년은 내게 힘든 한 해였다. 복음을 전하다가 건강을 해쳤다. 상처도 많았다.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을 높이고 싶어서 예수님의 생애를 다룬 창작 뮤지컬 '그'를 만드는 일에 정말 사심 없이 내 자신을 내던져 헌신했다. 나는 마리아처럼 옥합을 깨뜨렸던 것이다. 게다가 나는 매우 지쳐 있었다. 나는 격려 받고 싶었다.

그러나 내게 돌아온 것은 오해와 비판의 돌맹이였다. 나는 주저앉아 버렸다. 내 자신이 한없이 초라했고 비참했다. 그 동안 해 왔던 모든 사역들에 대한 믿음이 모래알처럼 무너졌다. 나는 단지 쉬고 싶었다. 나는 모든 것을 털고 우물가를 떠나기로 마음을 굳혔다. 그런데 하나님께서 허락하지를 않으셨다. 나는 떠나겠다고 말씀을 드렸지만 하나님은 침묵하셨던 것이다.

하나님은 나의 마음 깊은 곳을 만지셨고 다시 헌신의 기쁨으로 충만케 하셨다.
우리는 우리의 사역에 대해서 너무 경솔하게 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아마도 자본주의적 사고에 익숙해지다 보니까 당장 손에 남는 것이 있어야 만족을 하게 되는 것 같다. 그러나 편지 한 장을 통해서도 2천 년 동안 하나님은 얼마나 놀라운 일을 하셨던가.

하나님은 부족한 우물가 선교회를 통해 수천의 영혼들을 이미 구원하셨다. 그리고 어디에선가 우물가 선교회를 통해 시작된 하나님의 역사는 우리의 눈에 감추어져 있을 뿐 지금도 기적을 만들고 있는지도 모른다. 우리를 통해 구원받고 은혜를 받은 사람들 가운데 사무엘에게 기름부음을 받은 다윗처럼 하나님의 사람으로 준비되고 있는지도 모르지 않은가!
(월간 <교회와신앙> 2000년 5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