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재하 목사/ 남부 사랑의교회 담임

 사람을 사랑한다는 것만큼 신나는 일이 어디 있을까? 사람을 사랑하는 것만큼 사람을 살 맛나게 만드는 것이 어디 있을까?
 이런 글을 읽었다.

 "생각하는 시간을 따로 떼어 두십시오. 그것은 힘의 원천이기 때문입니다/읽는 시간을 따로 떼어 두십시오. 그것은 지혜의 샘이기 때문입니다/사랑하고 사랑 받는 시간을 따로 떼어 두십시오/그것은 신이 부여한 특권이기 때문입니다/웃는 시간을 따로 떼어 두십시오. 그것은 영혼의 음악이기 때문입니다/주는 시간을 다로 떼어 두십시오. 그것은 이기적이기엔 우리의 하루가 너무 짧기 때문입니다/기도하는 시간을 다로 떼어 두십시오. 그것은 지상 최대의 힘이기 때문입니다".

 그렇다. 사랑하고 사랑 받는 것은 나와 그대에게 신이 부여한 특권임에 틀림이 없으리라.

 누군가가 내 사무실 문을 두드린다. 고창수였다. 언제 보아도 반가운 얼굴이다. 헤어지고 나서 돌아서면 금방 그리워지는 얼굴이다. 고창수 선교사는 우물가에서 태국에 파송한 선교사이다.

 그가 우물가의 문을 두드린 것은 2년 전 일이다. 그는 우물가 전도학교 학생으로 발을 내디뎠다. 나는 그에 대한 특별한 기억을 가지고 있다. 1998년 11월 12일 우리는 태국 수린 지역에서 열린 전도집회 사역을 하고 있었다. 마지막 학원 집회였다. 이미 수백 명의 영혼들이 주님께 돌아왔기 때문에 우리는 영적 포만감에 젖어 있었다. 그런데 버스가 학교에 가까워졌을 때 하나님의 말씀이 나를 감동시켰다. 예상치 못한 일이었다. 나는 금식을 선포하면서 드라마 전도단 단원들에게 하나님의 주신 말씀으로 도전했다.

 "한 아버지가 있었다. 그에게 탕자가 된 두 아들이 있었다. 오랜 세월이 흘러 한 아들이 죄를 회개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형제나 종들은 한 아들이 돌아온 것만 가지고도 기뻐 잔치를 벌일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아버지도 과연 그럴 수 있었을까? 돌아오지 않는 한 아들을 기다리며 매일 밤 대문 밖에 나가 서성이며 눈물로 밤을 지새우지 않을까? 이것이 아버지의 마음이다. 이것이 하나님의 마음이다. 나는 마지막 한 영혼까지 결코 포기할 수 없다!"

 우리는 울며 기도했고 그 결과는 놀라운 것이었다. 수백 명의 학생들이 울며 주님 앞으로 돌아왔던 것이다. 이 일은 창수가 태국에 헌신하도록 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창수는 태국에서 돌아오자 뮤지컬 '그'(HE)를 준비하는 일에 헌신했다. 그는 밤낮을 가리지 않고 열심히 뛰었다. 뮤지컬이 종반으로 접어들었을 때 예산이 바닥났다. 이 때 창수가 봉투를 들고  왔다. 열어보니 백 만원 짜리 수표가 들어 있었다. 그것은 창수가 회사를 그만두면서 받은 퇴직금이었다. 그것은 곧 떠나게 될 선교지 태국으로 떠나기 위해 고이 간직해온 돈이었다. 그것은 마리아가 하나님께 드린 향유 옥합과 같은 것이었다.

 그 봉투를 받아든 나의 가슴은 떨렸고 그에게 내가 할 수 있는 것이라면 무엇이든지 다 해주고 싶은 마음이었다. 하나님은 그의 헌신을 기뻐 받으셨음이 틀림없다. 그의 헌신이 계기가 되어 극단 우물가는 재정의 어려움을 극복할 수가 있었고 또한 하나님은 이 사랑스런 형제에게, 그에게 보기 드물게 현숙한 여인을 아내로 허락하셨다. 그녀는 뮤지컬 팀에서 창수와 함께 열심으로 섬기던 자매였다. 하나님은 결코 우리의 헌신을 떼어먹는 그런 분이 아니시다.             

 그는 지금 태국에 있는 한 외국인 학교에서 영어를 가르치는 교사로 사역하고 있다. 또한 교회에서는 성가대와 청년부를 지도하고 있다.

 나는 고창수 선교사와 마주 앉았다. 그의 손에는 4월에 태국에서 있게 될 집회의 우물가전도단 프로그램이 들려져 있었다. "내일 떠나요. 4월 집회 때 목사님도 오시는 거죠?" "글쎄 모르겠다." 나는 고창수의 손을 잡고 간절히 기도했다. 기도를 마치자 고선교사의 눈이 흥건히 젖어 있다. 그는 나의 손을 잡고 이렇게 말했다. "목사님 작년 한 해 힘드셨죠? 목사님과 기도를 하면 왜 눈물이 나는지 모르겠어요". 나도 속으로 말했다. '사랑하기 때문이지. 나도 너와 기도를 하면 눈물이 난단다.' 사랑하는 아우 창수야. 태국을 사랑하거라. 태국의 영혼들을 위해 울거라.
(월간 <교회와신앙> 2000년 2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