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C.J.매허니 지음/생명의말씀사 펴냄

이 세상을 살아가면서 진정으로 위대한 것이 있다면 무엇일까? 회사의 최고 경영자(CEO)에게 요구되는 가장 위대한 자질이 있다면 무엇일까? 대인관계를 원만하게 해결하기 위해서 그리고 자신에게 닥친 고난과 고통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필요한 가장 위대한 방법이 있다면 무엇일까?

<겸손>(생명의말씀사)의 저자 C.J매허니는 위의 모든 질문의 답이 바로 ‘겸손’이라고 한다. 그는 겸손이야말로 어둡고 혼돈스러운 이 세상 한 복판에서 가장 위대하게 살아가는 방법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겸손은 때로 온 세상의 관심을 사로잡는다. 하지만 그보다 더욱 놀라운 것은 하나님의 관심을 사로잡는다는 사실이다”(p. 17).

저자가 언급하고 있는 겸손이란 단지 이 세상에서 출세하기 위한 얄팍한 한 가지의 수단을 말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하나님과의 관계에서 그 의미를 찾으려고 하는 것이다. 하나님의 거룩하심 앞에서 서 있는 인간의 모습, 죄로 얼룩져 있는 그 모습 속에서 겸손의 진정한 의미를 찾고자 한 것이다. 그때 발견된 겸손이 이 세상 속에서 자신을 가장 위대하게 만들어 준다는 논리다.

“지금까지 겸손의 미덕이 결여된 탓에 인간의 웅대한 꿈과 노력이 그 진정한 가치를 발하지 못했던 적이 많았다”(p. 22).

필자는 종종 서점에 들른다. 기독교 서점뿐 아니라 특히 일반 대형 서점에 들르는 것을 좋아한다. 서점 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 눈앞에 펼쳐지는 수많은 책들 앞에서 마음 속 깊숙한 곳에서부터 솟구쳐 오르는 그 무엇 하나가 있기 때문이다. 바로 겸손이다. ‘이 많은 책들 중에 내가 읽은 것은 얼만큼인가?’라는 생각이다. 더욱이 ‘내가 쓴 책은 있는가?’라는 물음에 답을 하려고 하면 저절로 고개가 숙여진다.

미국에서 공부할 때의 일이다. 잘 아는 지인을 우연히 한국 식품을 판매하는 ‘한국마켓’ 앞에서 만난 적이 있다. 반가운 마음에 장시간에 걸쳐 이런저런 이야기꽃을 피우게 되었다. 그러던 중 이곳(한국마켓)에 어쩐 일로 왔는지에 대해 스쳐지나가는 질문을 던지게 되었다. 필자야 당연히 ‘생필품을 사러 왔다’고 말했다. 그러나 나의 지인은 ‘전도하러 나왔다’고 답했다.

그는 낯선 미국생활에 영적 감각이 떨어지고 자꾸 자신이 교만해 지는 것 같아서 고민했었다고 했다. 그리고 그 해결 방법으로 전도를 택했다고 한 것이다. 복음도 전하고 자신의 영적 감각도 유지하고 일거양득이라며 기뻐했다. 그렇다. 일상생활 중에 우리를 겸손케 하는 실질적인 방법은 도처에 널려 있다.

겸손한 삶의 가장 방해꾼은 역시 ‘교만’이다. 저자는 아담과 하와의 이야기를 들며 교만은 최초의 죄일 뿐 아니라 모든 죄의 핵심이라고 지적했다. 하나님 보시기에 가장 심각한 죄 역시 교만이라고 강조한다. 하나님께서 교만을 가장 큰 죄로 여기시는 이유에 대해서 저자는 “인간이 하나님께 의존하기를 거부하기 때문”이라고 언급했다. 거룩하신 하나님과 죄로 얼룩진 인간과의 관계를 잊어버리고 인간이 오히려 하나님과 동등한 위치에 서고자 하는 욕망을 가지려고 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p.30).

그러한 교만의 결과는 뻔하다. 교회의 다툼과 분열 등등. 많은 부정적인 결과 중 저자가 특별히 강조하고 싶은 영역이 있다. 그것은 지도자에 대한 것이다. 지도자가 무너지면 모든 것이 무너지기 때문이다.

어떻게 하면 교만을 물리치고 겸손의 길을 계속해서 걸어갈 수 있을까? 저자는 이 책을 통해 그 비법(?)을 소개하고 있다. 바로 ‘십자가를 묵상하라’는 것이다. 죄인인 나를 대신한 예수님의 십자가를 반복해서 고백하라는 것이다. 자신의 삶 속에 죄가 비집고 들어올 수 없도록 말이다.

저자는 십자가를 묵상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 몇 가지를 소개하고 있다.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하나님의 의지하고 구하고 신뢰하는 마음을 가지라고 조언한다. 출퇴근 시간을 이용해서 성경을 암송하는 것도 중요하다. 정기적인 성경공부 모임에 참석하는 것도 빠뜨려서는 안 된다. 또한 매사에 감사의 마음을 갖는 습관도 필요하다. ‘주 달려 죽은 십자가 우리가 생각할 때엘··’라는 가사의 찬송가 147장이 이때 도움이 된다. 궁극적으로 저자가 말하고 싶은 것은 하루 종일 죄에게 빈틈을 주지 말라는 것이다.

이렇듯 우리가 겸손하게 노력함에도 불구하고 종종 절망에 빠질 때가 있다. 저자는 이 책의 후반부에 특별히 이 부분에 대해 많은 면을 할애하고 있다. 우리가 죄와 멀어지려고 노력했고, 또 특별한 죄를 짓지 않았음에도 고난 속에서 헤매게 되기도 한다는 것이다. 심지어 하나님이 우리를 무관심하게 취급하는 것처럼 느껴질 때도 있다는 것이다. 이때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하나님을 원망하고 겸손의 삶을 포기해야 하는가?

저자는 하박국 선지자의 반응을 예로 들었다. 하나님의 백성들이 점점 더 죄의 수렁에 빠져가고 있으며 곧 이방 국가인 바벨론에 의해서 패망 당할 것을 알고 있는 하박국 선지자가 어떻게 그 상황을 이겨나갔는지 주목해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하박국 선지자도 갈등에 빠지기도 했다. 하나님께서 이 상황에서 어떻게 뒷짐만 지고 계시는가 하는 것 때문이다. 그러나 그는 곳 십자가에서 죽으신 예수님을 영화롭게 하신다는 약속의 말씀을 믿고 기다리기로 한 것이다. 그러면서 ‘기쁨’을 회복한 것이다.

베스트셀러인 <목적이 이끄는 삶>(도서출판 디모데)의 저자 릭 워렌도 비슷한 조언을 했다. 하나님을 향해 항상 예배의 삶을 살아감에도 불구하고 이해하지 못할 만한 힘든 일이 발생했을 때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라는 점이다. 단순한 우리의 반응을 언급하려는 것이 아니라 그때에도 우리는 어떻게 예배를 드릴 수 있겠는가 하는 보다 적극적인 삶의 질문에 답을 내려 보려고 한 것이다.

그는 성경 인물 중 욥을 예로 들었다. 이유 없이 고난이 찾아 왔을 때에도 입술로 범죄하지 않고 엎드려 하나님을 찾았던 그의 모습을 닮아야 한다고 강조한 것이다.

“욥이 한 대로 하면 된다. 그 때 그는 바닥에 엎드려 이렇게 말했다. ‘내가 모태에서 적신으로 나왔사온즉 또한 적신이 그리로 돌아가올지라 주신 자도 여호와시요 취하신 자도 여호와시오니 여호와의 이름이 찬송을 받으실지니이다’(욥 1:20~21)”(<목적이 이끄는 삶> p.149)

<겸손>의 저자는 끝으로 우리의 겸손한 삶은 자녀의 축복으로 이어짐을 언급했다. 겸손의 삶이 나 자신의 삶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세대를 이어 전달된다는 점을 말하는 것이다. 부모의 겸손의 삶을 직간접적으로 보고 자란 자녀들도 그러한 삶을 살아가게 된다는 말이다. 어디 자녀뿐이겠는가. 나의 겸손은 주변 사람들에게도 그대로 전염(?) 되어서 든든하게 교회가 세워지고 하나님 나라가 점차적으로 넓어진다는 말이다. 이것이 이 세상을 살아가는 가장 위대한 방법이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