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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깃발>/ 그 전쟁 영웅은 왜 침묵할 수밖에 없었나?
2007년 03월 06일 (화) 00:00:00 전강민 기자 minslife@amennews.com

   
이제 배우보다 감독으로 더 유명한 클린트 이스트우드 감독이 2차 대전을 배경으로 두 편의 영화를 만들었다. 정확히 말하면 2차 대전 중 ‘이오지마 섬의 전투’라는 공통된 소재로 두 편의 영화를 동시에 내놓았다. 한편은 이제 소개할 <아버지의 깃발>(Flags Of Our Fathers)이고, 또 다른 한편은 당시 섬에 주둔하고 있던 일본군들의 심정을 그린 <이오지마에서 온 편지>이다. <아버지의 깃발>은 최근 국내 개봉했고, <이오지마에서 온 편지>는 일본의 직접적인 피해국인 우리나라의 정서를 감안해 아직 국내 개봉 여부가 미지수다.

<아버지의 깃발>은 성조기를 꽂은 6인 중 한명의 아들이 쓴 책을 기초로 하고 있다. 책의 원작자는 아버지가 생전 “난 영웅이 아니다”라는 말만을 할 뿐 전쟁과 사진에 대해 침묵으로 일관했다고 밝힌다. 책과 영화는 모두 왜 그가 침묵할 수밖에 없었는지를 밝힌다.

2차 대전이 막바지에 이른 1945년. 일본 열도 남쪽 이오지마 섬에 미군 10만 명이 상륙했다. 섬에 주둔하고 있던 일본군과의 전투에서 미국은 상륙한 미군 중 7천명이 사망하고, 2만여 명이 부상을 당한 후에야 섬 정상에 성조기를 꽂을 수 있었다. AP통신 사진기자가 그 장면을 촬영했고, 이 사진은 미국 전역에 퍼졌다. 깃발을 꽂은 6명의 병사 중 살아남은 3명은 본국으로 송환되어 영웅대접을 받게 되는데, 정작 그들은 자신들은 영웅이 아니라고 항변한다.

   

퓰리처상을 수상한 문제의 사진은 연출·조작 의혹을 꾸준히 받아왔었다. 영화는 사진이 탄생하게 된 배경을 밝히면서도 연출의 의혹은 씻어주지 않는다. 이미 알려진 사실인 문제의 장면이 최초의 승리사진이나 가정 먼저 세운 성조기가 아님을 밝히는 데 그친다. 단지 그렇게 감동스럽지 않은 상황이었음을 강조할 뿐이다.

   

<아버지의 깃발>은 전쟁의 상황묘사보다 영웅 대접을 받게 된 이들이 실제로 "자신들은 영웅이 아니다"고 항변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감독은 더 나아가 이런 주인공들의 행동과 전쟁의 장면들을 오버랩 시키면서 전쟁에는 영웅이 없음을 강조한다. 단지 영웅은 필요에 의해서 만들어질 뿐임을 직설적으로 보여준다.

행사에 불려 다니며 전쟁 기금 마련의 수단으로 이용되는 3명의 주인공들의 회상장면으로 전쟁은 영화상에서 본 모습을 드러낸다. <아버지의 깃발>에서 드러나는 전쟁의 모습들은 영화의 제작자로 참여한 스필버그 감독의 이전 영화 <라이언 일병 구하기>의 참혹했던 상륙 장면만큼이나 사실적이고 충격적이다.

   

하지만 <라이언 일병 구하기>에서 보여준 영화적 재미나 영웅의 등장은 이번 영화에서는 눈을 씻고도 찾아볼 수 없다. 전쟁 장면이 여러 번에 걸쳐 등장하지만 어느 장면도 영웅답지도, 위대하지도 않다. 특히 마지막 엔딩크레딧이 올라갈 때 볼 수 있는 영화장면과 너무 흡사한 당시 실제 사진들은 영화가 전혀 과장되지 않은 사실 그대로 임을 증명하면서 감동을 증폭시킨다. 영화는 시종일관 철저하게 “전쟁에는 영웅이 없다는 점과 전쟁은 결코 정당화될 수 없다”는 점에 주목한다.

   
어떠한 전쟁에도 영웅은 없을뿐더러 전쟁을 해야 할 당위성도 없다. 하지만 꼭 해야만 하고, 이겨야만 하는 전쟁이 있다. 바로 영적전쟁이다. 복음이 전파된 지 120여년만에 세계적인 선교대국이 될 만큼 한국교회가 치른 영적 전쟁은 분명 승리였다. 전쟁에 진정한 영웅은 없으나 승리한 전쟁에는 사람들이 만든 영웅이 반드시 등장한다. 한국교회에도 그러한 영웅이 여럿 있다. 큰 부흥을 이룬 대형교회 목회자들이나 과거 헌신적인 활동으로 주목받아 유명해진 이들은 자신에 의해서든 타인에 의해서든 한국교회 영적전쟁을 승리로 이끈 소위 영웅이 되어 있는 듯하다. 국내 부흥에 이어 이제 선교의 현장에서도 영웅이 등장할 조짐이 보인다.

하지만 전쟁에 영웅이란 존재하지 않듯이 이 땅에서나 선교지에서 치른 영적 전쟁에서도 마찬가지다. 단지 하나님의 전쟁에 수단으로 동참한 이들이 있을 뿐이다. 마치 <아버지의 깃발>에서 깃발을 꽂으라는 명령을 받고 단지 그들의 임무를 행했던 그들처럼.

지금 크게 부흥한 교회에서 발견할 수 있는 영광의 깃발은 영웅적인 한 인간이 세운 것이 아니라 영적전쟁에서 승리하여 세운 ‘하늘에 계신 아버지의 깃발’임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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