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경순  전도사/ 멤피스 주립대학 교육학 박사 수료, 현 서울침례교회 아동부

동서양을 막론하고 7～8월이 되면 교회들은 수련회로 부산해지고, 교사들은 휴가와 수련회 날짜를 맞추고자 노력하고, 사역자들은 수련회에 참가할 수 있는 교사 확보에다 여러 가지 준비로 바쁜 달이 된다. 한국에 돌아온 첫해 교사들과 답사를 여러 곳 다닌 끝에 마음에 드는 장소를 물색하였다.

교단이 달라 후임자가 결정될 때까지 임시로 맡고 있었지만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 아이들을 익히려고 아예 출석부를 갖고 다니며 인척사항과 이름을 외우려고 노력하였다. 아무래도 조용하고 드러나지 않는 아이들보다는 튀는 아이들이 부각되어 오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사실이었다.

모든 것이 순조롭게 진행되어 첫째 날 취침 시간이 되었다. 취침을 시켜놓고 교사회의를 하고 있는데 2～3명 아이들이 급하게 뛰어왔다. 그리고 하는 말이 민애가 자다말고 계속 운다는 것이었다. 얼른 누구인지 생각이 나지 않았다. 누구일까 계속 머리에 그리며 교사들과 방으로 갔다. 5학년 여학생이었다. 어머니는 집사님이시고 아버지는 교회를 다니시지 않는 가정이었다.

교사들이 아무리 달래고 물어도 이유는 말하지 않았다. 울음도 그치지 않았다. 급기야는 아이를 교사방에 데려다 놓고 교사회의를 하였다. 곁에서 민애의 훌쩍거리는 소리를 들으니 교사회의가 제대로 진행될 리 없었다. 그 다음날도 민애는 아이들과 잘 어울리지 못했다. 오는 날까지 민애는 교사들의 경호(?)를 받는 특권을 누렸다. 나는 처음에는 도우미로 따라온 고등부 오빠들 중에나 남자 교사 중 이 아이가 관심을 끌고자하는 사람이 있나 싶어 관심을 두고 주시했지만 특별히 민애가 선호하는 사람은 없어 보였다.

어찌 보면 모든 교사들이 자기한테 관심을 보이는 것을 즐기고 있는 듯이 보였다. 그런데 시간이 갈수록 나는 뭔가를 느꼈다. 밥먹을 때 언젠가 모르게 민애가 내 곁에 와 있었고 밤에 잘 때도 계속 교사 방에서 재웠다. 자기 담임교사가 함께 이불을 펴면 자기 이부자리를 들고 문앞 내 자리 곁에 이부자리를 펴고는 머리까지 뒤집어 쓰고 자는 체 하곤 했다.

나는 민애의 주위를 한번 점검해 보았다. 민애와 가장 친한 5학년 여자 친구 두 명이 있었다. 1명의 아버지는 안수 집사님이시고 어머님은 집사님이시며 강대상 꽃꽂이 담당이셨다. 또 한 명은 아버지가 고등부 부장이시고 어머님은 유치부 부장님이셨다. 민애는 친한 친구들 사이에서 부모에 대한 열등감이 쌓여 있었던 것이고 쟁쟁한(?) 부모를 둔 친구들에게 보여주는 사역자들의 특별친절을 항상 부러워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던 중 새로 여자 전도사님이 오셨고, 여름 캠프에 왔고, 민애는 “이번에는 내가 특별관심을 받을 차례“임을 보여주고 싶었던 것이다.

여름 수련회에서는 보통 2박 3일(많은 교회들이 교회에서 성경학교를 하고 있지만)을 하며 주일날 발견 못하였던 어린이들의 또 다른 면을 발견하게 된다(놀랍게도 많은 경우 교사들의 이면에 숨겨진 성격도 나타난다). 우리 나라 속담에 “사람을 알려면 밤 새워 여행을 하라“는 말이 생각난다. 일리가 있는 말이다. 나는 갈등하였다. 그리고 이런 결론을 내렸다.

“그래 너가 이 어린 나이에 교회내에서 부모에 대하여 얼마나 열등감이 쌓였다면 이렇게까지 하였으리.“

나는 민애가 원하는 그 “특별관심“을 특별히 쏟아 주었다. 민애를 향해 연민의 정이 느껴졌고 측은한 마음마저 들었던 것이다.

수련회에서 교사나 학생의 돌발행동이 연출되었을 때 담당자는 “원인“을 찾는 안목을 기르는 것이 중요하겠다. 그리고 당장 해결을 보아야 하는 급박한 것이 아니라면 후속처리는 어린이에게 상처를 주지 않는 범위 내에서 수련회를 다녀와서 시간을 두고 교회와 가정이 협력하여 근본적인 원인을 찾아내어 부모와 교사, 사역자 모두가 어린이와 한 팀이 되어 치유사역으로 이어가야 한다. 여름 수련회 때 볼 수 있는 어린이의 돌발 행동은 오랜기간 잠재해 왔던 것을 표출하는 것이기 때문에 교사나 부모는 자신이 원인 제공자의 한사람에 속하지 않은지 기도하는 자세로 숙고해 보아야 한다. 그리고 겸허한 마음으로 어린이의 치유 사역에 동참해야 한다.
(월간 <교회와신앙> 2001년 9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