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경순  전도사/ 멤피스 주립대학 교육학 박사 수료, 현 서울침례교회 아동부

 대부분의 교회 사역자나 교회학교 교사 또 부모들은 자신이 담당하고 있는 학생들이나 자녀에게 가장 적합한 상담을 줄 수 있는 '최고의 상담가'가 되기를 원한다. 지난 호(4월호)의 L의 부모처럼 자신이 생각했을 때의 '최선'이 절대적으로 자녀에게도 '최선'이 될 수 없음을 많은 부모나 교사들은 잊고 있다. 어린이 상담의 95%의 과정은 내 생각을 어린이의 머리에 심어주는 것이 아니라, 어린이 마음의 행로를 내가 캐어내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실수한다면 나머지 5% 다시 말해 상담의 가장 중요한 부분은 전혀 엉뚱한 방향으로 흘러가 버린다. 끊임없이 피상담자의 사고(思考)와 감정 그리고 행동을 위해 기도해야 한다.

 "너는 마음을 다하여 여호와를 의뢰하고 네 명철을 의지하지 말라"(잠 3:5)

 많은 부모나 교사들이 방관하기 쉬운 그래서 최선을 다한 상담이 물거품이 되는 또 다른 한 가지 문제점이 있다. 말과 행동의 일치이다. 어린이들은 어른들 특히 자신이 신뢰하는 어른들의 행동에 민감하다. 몇년전 4～6학년들 상대로 설문조사를 하였다. 문제에는 "교사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었는데 5～6명의 어린이들이 "OOO선생님 지각하지 마세요"였다. 우리 예배실 문은 뒤에 있었고 누가 오는지 가는지 신경 쓰지 않으면 알 수가 없는데도 필자가 지목하고 있던 지각 대장 교사를 아이들 역시 주목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아이들의 민감성에 적지않게 놀란 일이었다. 

 M의 아버지는 파월 장병으로 월남에서 군대 생활을 하였고 현재는 인근에서는 이민자  중에는 성공한 편으로 알려진 식당을 운영하는 사장님이었다. M은 내가 담당하고 있던 학생회의 임원으로 어린 나이에 아름다운 목소리로 성가대원으로 또 반주자가 결석했을 때에는 반주로 봉사하는 사랑 받는 학생이었다. 그의 부모는 교회에 나오지를 않았다. 몇 번 M에게 부모님을 인도해서 예수 믿도록 하는 것이 자녀된 도리임을 나누었다. M은 부모에 관해 이야기하기를 대단히 꺼려하는 것을 조금씩 눈치챘다.

 한 번은 이렇게 말하였다. "만약 우리 부모님이 교회를 나오면 나는 다른 교회로 옮기겠어요"라고 하였다. 그러던 중 어느 여름 방학 동안 M의 아버지가 운영하는 식당에서 아르바이트를 할 수 있도록 어느 집사님께서 주선을 해주셨다. M의 아버지는 신사 그 자체였다. 아르바이트 학생으로 내가 해야 할 일, 관여해서는 안 될 일을 분명히 구별하여 주었다. 한 주가 끝나는 날 주급을 받을 때 그의 수첩에는 출근 시간과 분, 예를 들어 8:57분, 8시 50분 등이 정확하게 적혀있었고 퇴근시간도 요일마다 4:15, 3:53, 4:03 등 냉정하리만큼 정확하였다. 나는 오히려 그런 면이 좋았다.

 그렇지만 왜 M이 부모 특히 아버지를 가까이 하지 않으려 하는가를 알지 못하였다. 2주째 되던 날이었다. 한국인을 상대로 하는 한인 식당이 아니고 양식 뷔페 식당이었고 점심 시간이 가장 바쁜 시간이기에 11시부터는 음식을 내다 놓고 예쁘고 먹기 좋게 접시들을 정렬해야 했다. 부엌에서 조리사를 도와 접시를 운반하고 있는데 접시를 받아 테이블에 정렬하고 있는 M의 어머니가 울고 있는 것을 보았다. 분위기가 얼음 같았다. 현금 등록기 뒤에 서 있던 M의 아버지가 입에서 듣기에도 끔찍한 욕설이 M의 어머니에게 던져지고 있었다. 너무나 놀랐다. 나의 발자국 소리와 함께 그의 욕설은 잠잠해 졌다. 뒤돌아서 부엌으로 가는 내 귓전에는 다시 시작하는 그의 욕설의 일부가 들려왔다.

 "학생 때문에 봐 준거야 까불지마…"

 나는 여름 방학 중 2달을 그곳에서 일하였다. 그는 매사에 정확하였고, 자상하였고, 옳고 그름에 관해 분명하였다. M의 아버지는 나로 하여금 한국에 계신 아버지가 생각나도록 좋은 말도 해 주었다. 어려운 유학 왔으니 절대 포기하지 말라고 그리고 어떤 때는 남은 음식도 싸주었다. 그렇지만 가끔씩 보이는 그의 가족을 향한 언어 폭력과 육체 폭력은 내가 그의 딸이 아님을 감사하게 생각들도록 만들었다. 그의 생각의 틀에는 좋은 남편 자상한 아버지에 관한 틀이 완벽하게 잡혀 있었다. 그렇지만 가족을 향한 그의 행동은 '절대 군주적 폭력'그것이었다. M은 대학 갈 날만 기다렸다. 가능한 먼 곳으로 가서 가능한 식구들과 얼굴을 마주하지 않으려고 하였다.

 개학이 다가와 식당 아르바이트를 그만 둘 날이 며칠 남지 않았다. 바쁜 점심 시간이 지나고 한가한 시간이었다. M의 아버지는 음식 몇 가지를 싸주며 이것저것을 물어보았다. 이야기의 초점은 M에 관하였다. 나는 M을 아주 좋게 이야기하며 "사람들에게도 사랑 받는 학생"이라고 하였다. 그러자 M의 아버지는 "왜 우리 아이들은 나를 무서워하는지 모르겠다. 나는 여느 미국 아버지들처럼 아이들이랑 여행도 가고 아이들이랑 시간도 보내고 싶은데 아이들은 나를 너무 무서워한다"고 했다.

 그는 무엇이 어떻게 잘못 되었는지 전혀 모르는 것 같았다. 자신의 언행 불일치한 삶이 자녀들로 하여금 자신으로부터 등을 돌리게 하고 있는 것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

 그 후에 M과 많은 대화를 나누었다. 베트남 전쟁 증후군이 아직도 미국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 'social issue'가 되고 있다는 것도 함께 나누었다. 사회 생활에 적응이 되지 않을 정도로 심한 경우도 있지만, 누가 보아도 정상적이지만 철저한 이중인격자가 될 수도 있음을 M을 돕기 위해 찾아 본 잡지에서 나도 배울 수 있었다.

 반드시 전쟁 증후근이 아니라 하더라도 많은 부모님들은 자신의 언행 불일치한 생활이 자녀들로 하여금 부모로부터 멀어지고 싶은 원인을 제공하고 있다는 것을 모르고 있다. 그러면서 다른 외적인 요소에서 가족간의 정신적 분열 이유를 찾으려고 한다. 교회의 사역자나 교사들은 어린이나 학생을 진정으로 돕기를 원한다면, 근본 원인부터 치료될 수 있는 상담을 원한다면, 부모님도 피상담자 선상에 놓고 그들과도 대화하며 부모님이 원인 제공으로부터 얼마나 멀리 혹은 얼마나 가까운 역할을 해 왔으며 또 하고 있는지 알아내야 한다. 훌륭한 상담가는 어린이를 상담할 때 상담이라는 캔버스 위에 온 가족을 한 그림 안에 놓고 연관 지을 줄 알아야 한다. 가족은 어린이의 인격 형성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집단이며 습관을 빚어내는 직접적 요인을 제공하는 공장이기 때문이다.
(월간 <교회와신앙> 2001년 5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