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파트 단지 입구에 내걸린 음악회 플래카드

11월 4일 주말 오후 서울시 종암동 SK아파트 원형광장. 평소 고즈넉하기만 한 아파트 단지에서 요란한 공연이 펼쳐졌다. 아카펠라 혼성 그룹인 ‘So What’과 마술, 그리고 유치원 어린이들의 캉캉 춤이 공연되자 분위기는 금세 달아올랐다. 웃음과 박수로 화답하는 3백여 명의 아파트 주민들은 늦가을 집 앞에서 마련된 음악회를 한껏 즐겼다.

장암교회(예장 합동. 문동진 목사)와 종암제일교회(예장 합동. 신홍재 목사)가 주최하고 종암2동교동협의회와 성북구교경협의회, SK아파트부녀회 등이 후원해 “지역 주민들에게 공연을 서비스하자”는 소박한 취지로 마련된 ‘열린 음악회’다. 주제는 ‘터치 어게인(Touch Again)’.

▲ 가을 저녁. 음악회를 즐기는 아파트 주민들

음악회는 바이올린 연주와 재즈, 발레와 연극 댄스까지 다양한 장르가 공연돼 지나가던 주민들의 호기심을 끌기에 충분했다. 부모님과 친구의 손을 잡고 나온 어린이들은 눈앞에서 펼쳐지는 화려한 공연을 하나라도 놓치지 않으려 한껏 긴장한 모습이다.

▲ 아이에게는 마냥 즐거운 음악회였다

문동진 목사는 행사의 취지에 대해 “교회가 지역 주민들에게 어떻게 하면 다가갈 수 있을까 고민하던 중 문화적인 기회와 혜택을 제공하자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며 “주민들의 마음이 가을처럼 풍요롭게 되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순수한 문화행사를 말 그대로 서비스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번 음악회에선 예배나 설교 혹은 짧은 기도 시간조차 없다. 단지 주최 측인 두 교회를 소개하는 2분 미만의 동영상이 상영된다. 문 목사는 "주민들이 교회에 대해 좋은 인상을 갖게 되면 그뿐"이라며 “말보다는 영상이 덜 부담스럽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 한 순간도 놓치지 않으려는 어린이들

이번 공연이 성사되기까지 SK아파트 부녀회의 활약도 상당했다. 부녀회장 박희자 집사(신당동 한일교회)는 “다른 아파트들은 이런 행사를 하고 싶어도 광장이 없어서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1천8백 세대가 살고 있는 아파트 단지의 동 대표들의 찬성을 얻어 일일이 초청장을 띄우고 주말 저녁 시끄러운 집회에 대해 양해를 구했다”고 밝혔다. 박 집사는 이어 “앞으로도 매년 공연이 계속됐으면 좋겠다”면서 “부모들의 관심과 호응을 얻기 위해선 지역의 유치원이나 태권도장에 다니는 자녀들이 직접 나와서 공연할 수 있도록 교회가 장을 마련해 주는 것도 좋을 것”이라고 의견을 피력했다.

▲ 두 손으로 즐겁게 박자를 맞추는 할머니

천주교 신자라고 신분을 밝힌 한 할머니는 “아주 좋은 걸 봤다”며 “잠깐 들여다보려다 끝까지 앉아서 구경했다”고 즐거워했다. 거의 90도 각도로 꺾여진 허리로 입가에 환한 웃음을 머금은 채 집으로 들어간 할머니는 얼마 전 허리를 다쳐 꼼짝도 못하고 집에서 누워 지냈다고 했다.

주최 측 관계자가 기대하는 대로 교회가 세상의 문화적 리더 역할을 감당하길 소망해본다.

▲ 이번 행사를 주관한 장암교회 문동진 목사. 격려차 행사장을 찾은 성북구청장 서찬교 장로. SK아파트 부녀회장 박희자 집사(오른쪽부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