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훈 교수 / 평택대학교 신약학,  스텔렌보쉬대 신학대학원(Th.M, Th.D)

예수 그리스도는 바울을 통해 로마 교회에 어떻게 사역하십니까? 이 부분에서 먼저 생각해야 할 몇 가지 전제 질문은 과연 바울은 그리스도를 대신하여 사역하고 있는가, 그리고 그의 편지가 하나의 목회사역이라 할 수 있는가, 또한 그리스도는 이 서신에서 어떻게 중심이 되시는가 하는 점들입니다.

첫째 질문은 그리스도와 바울의 관계에 대한 것입니다. 바울은 무엇을 위해, 또 누구를 위해 사역하는가 하는 물음입니다. 바울은 철저히 그리스도의 사람으로 사역합니다. 이것은 바울이 초두에 자신을 '예수 그리스도의 종'(1:1)이라고 선언한 데서도 잘 드러나 있습니다. 그에게 있어 예수는 늘 '주님'(1:4, 7 등)이십니다. 이렇게 볼 때, 그의 주인이신 그리스도의 뜻을 따라 그가 사역을 하고 있다고 말한다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럽습니다. 또한 주인이신 그리스도께서 그의 종, 바울을 통해 사역(목회)하고 계신다고 인정해야 합니다.

둘째, 그의 편지가 목회 사역이라 할 수 있는가 하는 점입니다. 로마 교회에 대한 그의 목회적 관심이 서신 곳곳(첫 부분과 마지막 부분에선 직접적으로 다른 부분에선 간접적으로 나타납니다)에 나타나 있는 것은 이것이 일종의 목회적 목표와 방향을 가지고 쓰인 서신인 것을 말해줍니다. 그 내용도 그렇습니다. 목회적 내용과 가르침이 담겨 있는 서신에 다름 아닙니다. 목회가 한 사람, 한 사람을 그리스도 안에서 장성한 자로 세우며 이들을 그리스도의 강한 용사로 육성하는 일이라 한다면 이 로마서는 이 일에 가장 적합한 교재 중 하나일 것입니다.

셋째, 서신에 있어서의 그리스도의 중심성은 두드러집니다. 많은 일이 예수 그리스도로 말미암아 이뤄집니다(하나님께 감사-1:8, 7:25; 하나님의 심판-2:16; 하나님과의 화평-5:1; 즐거워 함-5:11; 생명과 왕노릇-5:15; 영생-5:21; 권면-15:30 등). 바울이 가장 많이 쓰는 말 가운데 하나는 '그리스도(주) 안에서'라는 말입니다(3:24, 6:11, 6:23, 8:1-2, 8:39, 9:1, 12:5, 14:14, 15:17, 16:3, 16:7-13, 16:22 등). 특히 우리는 그리스도의 소유(1:6)와 그의 종(1:1, 6:22)임을 가르칩니다. 그리스도는 우리의 주님이십니다. 예수를 주로 시인하는 자에게 구원이 있고(10:9, 13), 우리의 모든 삶은 주를 위한 것이며(14:6, 8), 그 분을 섬깁니다(14:18, 16:18). 또한 모든 것은 주로부터 나오고 주로 말미암고 주에게로 돌아갈 것입니다(11:36). 그리스도의 중심성은 이 서신에서 가장 근간이 되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볼 때 주 그리스도는 바울과 그의 로마서를 통해 로마 교회에 그의 목회를 시행하신다는 점은 의심할 여지가 없습니다. 그런데 그것은 로마 교회만 아니라 그 이후에 출현한 많은 주님의 교회들을 향한 그의 목회이기도 합니다. 지금도 그는 이 서신을 통해 그의 사역을 하십니다.

왕이신 그리스도께서 그 나라와 법도(의)를 세우시고 확장해 가며 다스려 가시는 일에 로마서를 어떻게 사용하십니까? 구원의 문제에 대해 체계적인 정보와 하나님과 서로에 대한 헌신과 그리스도인의 사회생활과 관련된 말씀을 주고 있는 로마서는 많은 그리스도인들을 진리로 이끌어주는 성서입니다. 마틴 루터의 종교개혁의 진원적 소재의 역할을 했던 것에서 볼 수 있듯이 이 서신은 기독교 신앙의 틀을 제공해 줍니다. 그리스도는 이 성서를 통해 그의 몸된 교회의 교리의 틀을 세우시고 하나님의 구원과 우리의 믿음, 그리스도의 은혜와 우리의 승리에 대해 알게 하십니다.

그리스도의 백성들의 신앙과 삶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 하는 데 너무도 소중한 성서라 할 수 있습니다. 하나 하나의 말씀의 내용이 모두 그의 나라의 백성을 백성 되게 하는 말씀입니다. 다시 말해, 하나님의 의와 그리스도의 복음에 믿음으로 반응하게 하며 그 은혜를 따라 승리의 길에 들어서게 할 뿐 아니라, 서로에 대한 바른 자세를 세우게 하고 사회에 대한 노력을 다하게 하고 하나님께 헌신하도록 이끄는 귀한 책입니다. 이 서신을 통해 보다 온전한 그의 나라의 백성이 만들어지며 흔들리지 않는 신앙의 용사들로 성장하게 됩니다. 로마서 학교에서 그리스도의 나라는 든든히 세워지며 주님의 제사장적인 속죄 사역과 선지자적인 말씀의 교훈이 체계적으로 가르쳐지고 적용되고 있습니다.

1:1-17 인사말과 복음의 소개

로마서의 첫 부분인 본문은 인사말(1:1-7)과 로마 교회에 가고 싶어하는 바울의 간절한 심정이 표현된 부분(1:8-17)으로 나뉩니다.

하나. 인사말 첫 부분에서 바울은 자신의 정체성('예수 그리스도의 종'으로 또 '사도로 부르심을 받아', '하나님의 복음을 위하여 택정함을 입은'-구별된 자로서의)을 분명히 규정하면서 시작합니다. 이 말은 그가 '종'으로 '주인'이신 그리스도의 뜻을 그대로 준행하는 자라는 점, 그 주인으로부터 보냄을 받은 '사도'라는 점, 그리고 자신을 그같이 부르신 이유가 '하나님의 복음'을 위한 것이라는 사실을 부각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런 분명한 소명 의식은 사역자가 그리스도의 사역을 감당하는 데 없어서는 안될, 아니 우선적으로 있어야 하는 자기 인식일 것입니다. 특별히 그리스도와 어떤 관계에 있는지, 또한 그리스도의 사역에 왜 참여하는지를 알려주는 이 내용은 편지를 받는 수신자에게만 아니라, 보내는 자기 자신에게도 그의 사명과 역할을 재삼 확인해 주는 기능을 할 것입니다.

둘. 1:1-7의 인사말이 그 외의 바울 서신과 다른 점은 로마서 전반부에서 설명하게 될 그리스도의 복음의 내용을 요약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여기서 예수는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로, 그를 따르는 자는 '예수 그리스도의 것'으로 불립니다. 예수는 이 백성의 주님(왕)이시고 우리는 그 분의 것입니다.

셋. 1:8-17은 바울이 얼마나 로마에 가서 성도들을 만나 복음과 말씀으로 이들을 가르치고 권면하고 싶어하는지 그 심정을 읽을 수 있게 해줍니다. 바울은 이를 위해 항상 하나님께 간구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또 실제로 여러 번 가고자 노력했습니다. 그의 마음으로부터 나왔던 로마 교회에 대한 열정과 관심은 결국 [로마서]라는 결코 짧지 않는, 그 내용의 깊이와 질적 수준에 있어 탁월한 그의 서신을 그곳에 보내게 됩니다. 육체로 가지 못한다면 이렇게 편지로라도 목회 사역을 하려 한 것입니다. 당시 이 같은 편지를 쓰는 것이 그렇게 쉽지 않았을 때인데도 말입니다. 이것이 목회의 열심입니다.

로마 교회를 향한 바울의 열정과 섬김을 생각해 봅니다. 주님의 사역 열심을 그가 그대로 본받고 있다는 것은 쉽게 알 수 있습니다. 주님께서 성육신하시고 이 땅에서 고난과 죽음을 감수하셨던 것은 그의 양들을 위한 관심과 사랑 때문이 아니었습니까? 바울에게서 그것을 봅니다. 그가 얼마나 로마에 가고 싶어 했는지 이제 그는 편지를 씁니다. 그것도 긴 편지를…. 뭔가 알려주고 싶고 뭔가 가르쳐 주고 싶어서입니다.

넷. 1:14-17에서 바울이 말씀하고 있는 '복음'의 요약은 1:2-6일 것입니다. 그러나 바울에게 있어 '복음'은 서신서 전체에 망라하여 나타나고 있는 주 그리스도로 말미암는 구원과 이에 근거한 삶입니다. 또한 그리스도와 관련된 모든 말씀일 것입니다. 바울은 자신이 모든 사람에게 이 복음의 빚진 자가 된다는 것을 강조합니다. 이 일을 위해 그가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았기 때문입니다. 사역자는 사역 때문에 세우심을 받았습니다. 그 (목회) 사역과 사역 대상이 없었다면, 주님의 부르심을 받지 않았을지 모릅니다. 그러므로 그 사역과 그 사역의 대상에 빚진 사람들입니다. 목회자는 이런 의식으로 그리스도의 목회를 해야 합니다.

1:18-3:20 모든 사람의 죄에 대한 바울의 지적

바울은 여기서 이방인의 죄(1:18-32)와 유대인의 죄(2:1-3:8), 그리고 모든 사람이 죄를 범한 상태에 있으며 그로 인해 하나님의 심판이 있을 것임(3:9-20)을 말씀해주고 있습니다.

하나. 이제 복음의 구체적인 내용에 들어가기 전에 우선 전적인 죄인으로서의 인간의 상태와 그로 인한 복음의 필요성에 대해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여기서 바울의 목회적인 열심의 단면이 드러납니다. 그는 이 부분에서 인간이 어떻게 하나님께 반역했으며 얼마나 철저히 죄인으로 있는지 밝히는 데 최선을 다합니다. 이들 인간은 의로우신 하나님의 심판을 결코 피할 수 없다는 것을 철저히 논증하고 있습니다.

심판의 대상은 이방인이든 유대인이든 그 어떤 구별이 없습니다. 이런 말씀을 통해 목회자 바울은 먼저 사람들로 겸손히 자신을 돌아보게 하며 인간의 죄된 참상을 깨닫게 하여 결국 복음과 은혜의 빛을 더 깨닫고 나아오도록 이끌고 있는 것입니다. 어두운 죄의 지적 없이 은혜의 빛이 환하게 빛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둘. 이런 지적을 할 때 바울이 강조하는 점(내용)은 하나님을 떠난 인간의 모습(실상)입니다. 그리고 또한 도덕과 종교에 대해 절대적인 하나님의 기준을 적용하는 것입니다. 그것은 높은 수준의 율법에 의한 현상태의 바른 진단입니다. 그러므로 해서 인간 자신에게는 구원이 없음을 철저히 인정하게 하는 것이었습니다. 이 가르침이 필요합니다.

3:21-5:11 그리스도의 구속과 우리의 믿음

하나. 참담한 죄인으로서의 인간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하나님의 의'는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이라는 하나님의 대안으로 나타납니다. 바울이 첫 부분(특히 3:21-26)에서 강조하고자 하는 것은 하나님으로부터 말미암아 구원의 길이 주어졌다는 것입니다. 이제 우리 인간이 해야 할 일은 다만, 그 구원의 길인 예수 그리스도를 통한 구속의 은혜를 '믿는 것'입니다. 모든 믿는 자에게 차별 없이 미치는 이 의는 오직 믿음으로 반응하도록 되어 있습니다(3:27-31). 믿음의 모델은 단연 아브라함입니다(4장). 믿음으로 의롭다 함을 받은 아브라함의 예는 이제 '예수 우리 주를 죽은 자 가운데서 살리신 이를 믿는 자'(4:24) 모두에게 동일하게 적용됩니다.

이 구원에 이르는 믿음에 대한 바울의 설명은 로마서의 핵심적인 메시지(참고 1:16-17)입니다. 바울은 이 말씀에서 인간은 예수 그리스도와 그의 구속 사역을 믿음으로 죄의 길에서 벗어나 하나님의 의의 길에 들어서야 한다는 점을 역설합니다. 이것은 그리스도께서 자신이 오신 목적, 즉 많은 사람의 대속물로 죽으러 오셨음을 강조하셨던 말씀(막10:45; 요10:15) 등을 다시 기억하게 합니다. 왜 주님께서 이 땅에 오셨는가, 그리고 그의 죽으심을 통해 무엇이 일어났는가, 왜 인간은 그를 믿어야 하는가를 바울이 그의 설득력 있는 논리로 설명해 주고 있는 것입니다.

이것은 바울이 그리스도의 사역의 핵심을 잘 이해하고 있다는 것을 뜻하며 또한 이를 체계적으로 정리해서 제대로 설명해 줄 수 있다는 것을 말하는 것입니다. 이것이 그리스도 목회의 가르치는 사역입니다. 그는 그리스도를 대신하여 말씀하고 있을 뿐 아니라, 그리스도에 대해 효과적으로 말씀을 전해주기 때문에 사람들로 하여금 그리스도를 적절하게 만날 수 있게 해주고 있습니다.

둘. 이 단락 묶음의 마지막 부분인 5:1-11은 믿음의 결과로서의 화평(하나님과의 화목)과 기쁨(은혜와 소망으로 인한)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하나님의 놀라우신 사랑과 이로 인한 우리의 소망을 그려주고 있습니다. 바울의 관심은 하나님과 사람이 주 안에서 연합하도록 엮어주는 것입니다. 하나님의 사랑을 바로 인식하며 소망 가운데 현재의 은혜를 감사하고 기뻐할 수 있도록 성도를 이끄는 것입니다. 이런 말씀 사역을 통해 그리스도 안에서 사람은 하나님을 뵙니다. 그리고 그 분을 신뢰하며 소망으로 인내하며 즐거워 합니다. 이것이 목회 사역의 결과입니다.

5:12-8:39 하나님의 은혜와 그리스도인의 승리(영광)

하나. 5:12-21에서 죄와 사망 그리고 은혜와 생명은 서로 상반되는 개념입니다. 이 대조는 아담과 그리스도의 모델을 통해 드러납니다. 결국 독자로 하여금 어느 쪽 길에 서 있는지를 점검하게 합니다. 아담을 통해 죄와 죽음이 왔습니다. 그러나 그리스도를 통해 하나님의 은혜(와 선물)는 주어졌고 우리는 생명(영생)을 얻게 되었습니다. 이 말씀을 통해 바울은 독자들이 은혜와 생명의 길인 예수 그리스도를 따르는 반열에 서 있다는 점을 그들에게 확인해주고 있는 것입니다.

둘. 6장은 이미 예수 그리스도로 인해 생명의 길에 서 있는 독자들로 하여금 죄에 대해 단호한 태도를 갖도록 촉구하는 부분입니다. 그리스도의 죽으심과 살아나심과 관련하여, 그리스도와의 연합을 통해 몸과 지체의 사욕을 벗어나 하나님께 온전히 드리는 삶을 살도록 초청하는 말씀인 것입니다(11, 13, 19절 등의 권유형, 또는 명령형 부분을 특히 참조할 것). 그리스도인의 내면 세계는 그리스도와의 연합을 통해 점차 죄의 세력이 힘을 발휘할 수 없는 영역이 되어야 합니다. 그리스도의 구원은 윤리적, 삶의 영역에 적용되고 있습니다. 이제 하나님의 종으로서 거룩함의 열매를 맺는 것이 당연합니다(6:22).

셋. 바울은 7장에서 세 가지를 말씀해 줍니다. 첫째, 그리스도께서 죽으심에 참여함으로 우리도 율법에 대해서 이미 벗어났다는 사실(7:1-6), 둘째, 그런데 율법은 우리에게 죄에 대해 가르쳐주는 역할을 한다는 점(7:7-13), 셋째, 아직도 우리에게 육신의 모습이 아직 남아있다는 안타까운 사실(7:14-24)입니다. 그렇지만 속사람과 겉사람의 갈등이 있는 것은 그리스도로 인해 우리가 구원 받았기 때문(구원이 없는 자는 그런 갈등이 없을 테니까)일 것입니다. 그러므로 오히려 감사할 수 있습니다(7:25).

넷. 그리스도인의 승리에 대한 말씀은 8장에서 꽃을 피웁니다. 7장에서 죄의 문제로 갈등을 겪고 있던 그리스도인은 이 장에서 결국 어떻게 승리할 수밖에 없는가를 알게 됩니다. 이제는 '죄와 사망의 법'에서 해방되고 '생명의 성령의 법' 아래 있을 뿐 아니라(2절), 우리 안에 거하시는 그리스도의 영으로 인하여 언젠가는 부활의 몸을 얻을 것이며(11절), 성령께서 직접 우리가 하나님의 자녀인 것을 증거하시며(16절), 장차 족히 비교할 수 없는 영광 (18절)과 몸의 구속을 얻을 것(23절)이며, 우리를 불러 의롭다 하신 하나님께서 우리를 영화롭게 하실 것(28-30절)입니다. 하나님이 우리를 위하기 때문에 우리를 대적하거나 우리의 죄에 대해 송사하고 정죄할 자가 없으며(31-34절), 우리를 그리스도의 사랑과 하나님의 사랑에게 끊을 수 있는 존재는 그 어디에도 없습니다(35-39절).

이것은 우리 그리스도인들이 죄의 문제와 육체의 연약함을 완전히 벗어냈다는 것을 뜻하는 것은 아닙니다. 여전히 육신대로 살지 말고 영으로써 몸의 행실을 죽이도록 권고를 받으며(4-8, 12-13절), 그 어떤 연약함(죄의식과 그 휴유증 등)으로 인해 두려워하지 말 것(15절), 육체의 문제와 싸우는 노력과 그로 인한 고난을 소망으로 참아낼 것(17-18, 23-25절), 성령께서 우리의 연약함을 도우시며 이를 위해 간구하신다는 사실(26절)과 그리스도 예수께서 하나님 우편에서 우리를 위하여 간구하신다는 사실(34절), 그래서 궁극적으로 모든 것이 합력하여 선을 이룬다는 사실(28절)을 믿고 담대하게 살아나갈 것을 말씀합니다.

그리스도의 목회적 가르침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 가운데 하나는 그리스도인으로 하여금 죄와 죄의식에서 벗어나 하나님의 은혜와 그 구원의 승리를 누리는 삶을 살도록 돕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바울은 성도들이 하나님의 은혜에 감사하며 그로 인한 승리와 영광을 기대하며 주님에 대한 믿음과 인내로 살아 가는데 필요한 말씀을 전해주고 있습니다. 이 말씀을 이해하는 이들은 죄의 문제에서 벗어나 하나님의 의에 참여하며 때로 육체의 한계와 연약함으로 어려움을 겪지만 실망하지 않고 믿음과 소망을 가지고 살아나가는 강한 그리스도인들이 될 것입니다. 이로써 그의 나라에 필요한 정예 군사들이 만들어집니다.

9:1-11:36 구원에 대한 섭리와 인간의 책임, 유대인의 구원

하나. 자신의 민족의 구원에 대한 바울의 관심이 짙게 나타나는 부분입니다. 육체로 오신 예수 그리스도의 민족이면서 주님을 배척한 이들, 바울의 동족이면서 바울의 복음 메시지를 듣지 않는 이들 유대인 구원에 대한 궁금함이 있을 것입니다. 무엇보다도 바울 자신에게 가장 큰 아픔('큰 근심'과 '그치지 않는 고통')이 됐습니다(9:2).

이 유대인의 구원과 관련해서 바울이 말하고자 하는 것은 다음과 같이 세 가지입니다. 첫째, 구원은 본래 하나님의 권한이고 그의 영역이므로 이에 대해 사람이 뭐라 말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9:15-18, 20-29). 둘째, 그렇지만 믿음으로 반응하지 않는 사람은 그 자신이 이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입니다(9:30-10:21). 셋째, 하나님께서는 자신의 백성인 유대인을 버리지 않으셨고 언젠가는 구원으로 이끌어주실 것이라는 점입니다(11:1-32).

구원에 있어서 하나님의 섭리와 인간의 책임의 문제, 그리고 유대인의 구원의 문제에 대한 궁금한 질문에 대해 바울은 체계적으로 설명을 합니다. 그의 설명이 독자의 궁금증과 알고 싶은 바를 모두 풀어줄 수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이런 난해한 주제를 다루고 있는 그의 신학적 노력은 돋보입니다. 이 주제들에 대한 그의 탁월한 식견과 가르치고자 하는 열정은 대단합니다. 그의 이런 노력은 독자들에게 이들 주제에 대한 중대한 통찰력과 적절한 해답을 얻게 해주기에 충분합니다.

둘. 그의 글에는 동족에 대한 사랑과 하나님에 대한 경외, 그리고 독자에 대한 관심이 고루 배어나옵니다. 구원 문제를 다룰 때 자칫 소홀해 지기 쉬운 한 쪽 면(예컨대 인간의 책임이나 하나님의 섭리)이 없도록 그는 조심하고 있습니다. 인간의 책임을 강조한다고 하나님의 섭리와 주권에 손상이 가해져선 안 된다는 것을 그는 알고 있습니다. 하나님의 구원을 강조하더라고 인간의 책임이 무시돼선 안 된다는 점도 그는 파악하고 있습니다. 교리적인 설명이긴 하지만 그 내용에는 또한 그의 동족에 대한 깊은 애정이 담겨 있습니다. 이방인 독자들에 대한 관심(그들로 교만하지 않게 하면서 구원의 분명한 확신에 거하게 하는)도 어느 정도 엿볼 수 있습니다. 이것은 바울의 목회 마인드가 어떠한지 알려주는 단면이기도 합니다.

하나님은 찬양 받으십니다. 마지막 부분(11:33-36)에서 하나님의 주권적 사역은 높임을 받으시고 인간은 무릎 꿇고 그의 앞에 엎드리게 됩니다. 그는(그분만이) 왕이시기 때문입니다.

12:1-15:13 하나님과 서로에 대한 헌신

하나. 하나님의 구원은 우리의 헌신으로 이어져야 합니다(12:1-2). 그것은 하나님에게 행하신 일에 대한 인간의 자연스런 응답인 것입니다. 바울은 이런 점에서 철저한 헌신과 변화(transformation)를 우리에게 요구합니다. 하나님에 대한 지식이 반드시 우리의 삶의 변화로 나타나야 한다는 것입니다.

하나님에 대한 헌신은 서로에 대한 헌신과 분리되지 않습니다. 이것은 주신 직분과 은사에 따라 서로에게 지체가 되어야 한다는 것(12:3-8)을 뜻하며, 또한 하나님과 서로에 대해 섬김과 사랑의 열심을 다해야 한다는 것(12:9-21)을 의미합니다.

바울이 여기서 권면하는 하나님과 사람에 대한 태도와 행위는 무척 실제적이고 구체적인 것입니다. 이것은 믿음과 행함이 분리될 수 없음을 뜻합니다. 그리스도인들이 이같이 행할 때, 그리스도인의 공동체는 하나님의 나라로 일컬어질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스도의 말씀이 시행되는 나라입니다.

둘. 그리스도인의 삶은 교회에서만 아니라 사회에서도 구체적으로 나타나야 합니다. 정부와 사회의 권세에 대한 태도(13:1-7), 그리고 이웃에 대한 태도(13:8-10)에서 하나님의 뜻을 따라야 합니다. 특히 육신을 따라 어두움의 일에 참여하지 말고 주 예수 그리스도로 옷입어야 합니다(13:11-14). 시대에 따라 말씀의 적용은 다소 차이가 있을 수 있을지 모르지만 사도 바울이 그리스도인의 사회생활에 대해 하나님의 거룩함과 사랑과 의에 근거한 삶을 요구한 것은 진지하게 생각해야 합니다. 하나님의 나라를 먼저 추구하는 그리스도인에게도 이 땅에서의 사회생활이 무척 중요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사회의 현장에서도 '그의 나라'가 임하고 '그의 뜻'이 이뤄져야 하며, 이 부분에서도 '나라' 백성다운 모습이 드러나야 합니다.

셋. 14장은 그리스도인 개인의 상호관계에 있어 어떤 마음과 자세로 서로를 대해야 하는가를 말씀해 주는 부분입니다. 바울이 여러 번 반복하며 강조하는 주 테마는 형제를 판단하지 말라는 것(1, 3, 10, 13절 등)입니다. 이것은 서로를 용납하며 서로 화평하고 서로를 세우는 일을 위해 헌신할 것을 촉구하는 말씀(특히, 1절과 19절)과 깊은 상관성이 있습니다. 형제가 자신과 다르다고 비판하고 정죄하지 말라는 말씀은 이미 그리스도께서 금하신 것(예, 마7:1-5)과 같습니다. 서로에 대한 비판은 그 나라의 '하나님의 사업'(20절)을 무너지게 하는 일이 될 수 있습니다.

모두 서로 주를 위해 사는 존재임을 인정해주고(7-8절), 먹는 것과 마시는 것과 같은 별거 아닌 사소한 차이와 서로 다른 부분 때문에 서로를 판단(정죄)하거나 서로에게 상처를 주지 말고(13, 15절) 성령 안에서 '의와 평강(화평)과 희락(기쁨)'을 좇아 행하라(17절)는 말씀을 주십니다. 이 부분이 문제가 돼서 무너지는 그리스도인의 모임과 교회가 있다는 것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입니다. 그의 나라의 한 영역이 그렇게 무너질 수는 없는 일입니다.

넷. 서로의 약점과 문제들을 비판하는 일보다는 강한 자가 연약한 자의 부족을 끌어 안고 서로를 세우는 일이 그리스도를 닮는 일입니다(15:1-3). 그래서 서로 뜻을 같이 하고 서로 용납하여 한 마음과 한 입으로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며(15:5-9) 이를 통해 '모든 기쁨과 평강을 믿음 안에서' 충만함을 입고 성령의 능력으로 소망이 넘치게 되길(15:13) 바울은 기원하고 있습니다. 

그리스도의 목회는 이처럼 그 나라의 백성이 하나님에 대해서, 서로에 대해서, 사회에 대해서 나라 백성 다운 삶을 실제적으로 살아가도록 이끄는 노력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바울은 이 일에 헌신하고 있습니다.

15:14-16:27 마지막 인사와 권면

하나. 바울은 마지막 부분에서 자신이 이방인을 위한 그리스도 예수의 일꾼으로 사역하고 있음을(15:16) 분명히 밝히고 이를 가능하게 하려고 하나님께서 그에게 필요한 말씀과 사역의 놀라운 힘을 주셨고(15:17-18), 그래서 그가 여러 곳을 다니며 이 복음 사역을 감당할 수 있었음(15:19)을 언급합니다(이 부분은 앞의 1:1-17과 서로 짝이 되는 말씀입니다). 그리고 바울은 로마에 가기 원했던 자신의 심정을 다시 한 번 밝힙니다. 그는 로마를 통해 유럽의 마지막 땅인 서버나(스페인)로 가려고 한다고 말합니다(15:23, 28). 그러나 지금은 먼저 마게도냐와 아가야인들의 헌금을 전하러 예루살렘으로 가야 합니다(15:25-27).

그는 주님의 부르심에 순종하여, 가능한 모든 사람에게 그리스도의 복음과 그의 말씀을 전파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우리에게 보여줍니다. 로마서는 그의 이런 모습이 진하게 배어나는 서신입니다. 이 글을 통해 바울의 순전한 마음을 알고 있는 이들은 누구나 그의 헌신과 열심을 다하고 있는 모습으로 인해 감사하지 않을 수 없을 것입니다. 자신의 부르심을 따라 최선을 다하는 사역자의 모습은 참으로 아름답고 귀합니다. 그 자신의 명예나 부를 위한 것이 아닌, 오직 그리스도를 섬기는 일과 성도를 섬기는 일을 위해 힘을 다하는 사역자의 열심은 우리의 마음에 감동을 주기에 충분합니다. 그의 사역 태도와 마음은 어느 모로 보나 그의 주님이신 예수 그리스도를 닮았습니다. 그리스도는 그를 통해 사역하고 계십니다.

둘. 바울은 로마의 성도들에게 기도를 부탁합니다(15:30-33). 기도를 통해 그와 협력하여 사
역할 것(동역)을 요청한 것입니다. 그의 사역이 기도의 힘이 없이는 되지 않을 것을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기도를 통해 역사하시는 하나님의 손길이 없어서는 안 된다는 사실을 알고 있을 뿐 아니라, 그는 또한 다른 이들의 기도의 도움을 필요로 할 만큼 겸손했습니다. 그의 기도제목은, 첫째는 유대인들을 구원하는 일을 할 수 있도록, 둘째는 예루살렘에 가는 일이 형통하도록, 셋째는 로마에 가는 일을 위해서 등 모두 세 가지였습니다.

셋. 마지막 문안 인사를 곁들인 16장을 보면 바울이 한 사람, 한 사람에 대한 관심과 배려가 얼마나 많은지 알 수 있습니다. 그는 여러 믿음의 인물들을 한 사람씩 추천하고 소개합니다(1-16절). 이들 각자에 대한 바울의 관심과 사랑이 큰 것을 읽을 수 있는 대목입니다. 반면에 그릇된 이들에 대한 경계도 빼놓지 않습니다(17-18절). 로마의 성도들을 격려하고 계속 승리의 길에 설 것을 권유합니다(19-20절). 바울과 함께 사역하고 있는 이들의 인사를 전하고(21-23절) 마지막으로 모든 것을 가능케 하신 영원하신 하나님에 대한 찬양으로 서신을 마칩니다(25-27절).
(월간 <교회와신앙>2001년 5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