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훈 교수 / 평택대학교 신약학, 스텔렌보쉬대 신학대학원(Th.M, Th.D)

한 때 힘과 활력이 넘쳤던 교회가 목회자와 교회 지도력의 문제로 약해져서 중병에 걸린 사람처럼 돼 버리고 마는 것을 보는 것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입니다. 이럴 때는 기도합니다. '참된 부흥을 주옵소서', '주님께서 다스려 주옵소서', '그냥 내버려두지 마시고 주님께서 직접 수습해 주셔야 합니다'하고 말입니다. 주님의 이름을 내건 교회이기 때문입니다.

 사도행전을 보면 사도들과 교회들을 통해 그리스도께서 어떻게 사역하셨는지 알 수 있습니다. 승천하신 주님께서 성령을 통해 하시는 사역이 얼마나 힘있게 펼쳐지는가를 보는 일은 가슴 벅찬 일입니다. 그런 부흥과 역사가 다시 있었으면 합니다. 비록 사람이 사도행전의 캐릭터들로 나타나지만, 그 배후에는 당연히 그리스도와 성령이 계시는 것이 아닙니까.

 이 글에서는 먼저 사도행전의 사역(목회와 선교)의 특징들을 개괄적으로 살펴본 다음에 전체를 장별로 묶어서 각기 그리스도의 사역이 어떻게 나타나는지 찾아보려 합니다.

가. 사도행전의 사역의 열 가지 특징

역동성: 교회는 활발히 움직였고 멤버의 수에 관계없이 언제나 적극적이었습니다(물론 그것은 성령의 능력을 입음으로 그같이 되어졌을 것이다). 이 역동성은 현재의 상태에 가만히 있지 않고 어떻게 하든지 세상에 그리스도의 주님 되심을 전하며, 주님을 인정하지 않고 있는 그 상태를 뒤바꾸어 놓으려는 적극적인 열망과 열심이 있었다고 말할 수 있겠습니다. 교회가 이런 역동성을 잃어버리면 그 땐 잠자는 교회가 됩니다. 그래서 하나님의 부흥이 필요합니다.

담대한 신앙과 사역: 사도행전에서 사도들과 성도들은 그 어떠한 외부의 위협에도 굴하지 않는 담대한 신앙을 보이고 있습니다. 감옥에 가두는 것, 민중의 소요를 일으켜 위협을 가하는 일, 심지어 돌로 치고 죽이는 것, 그 어느 것도 이들이 가진 담대한 신앙과 담대한 사역의 마음을 꺾을 수 없었던 것입니다. 이런 담대함은 부활하신 생명의 주님을 믿고 있었기 때문일 것입니다. 하나님 나라가 세워지고 확장하는 곳에는 이런 믿음의 사람들이 있습니다.

완전한 헌신과 비용 드리기: 하나님의 나라를 세우는 일에는 완전한 헌신이 요구됩니다. 이것도 아니고 저것도 아닌 식의 재보는 투자가 아니라, 자신의 몸을 불살라 드리는 전폭적인 헌신이 필요합니다. 사도들의 헌신은 이와 같습니다. 그래서 주님을 섬길 때 드는(들) 그 어떤 비용도 아까워하지 않았던 것입니다. 그리스도께서 그의 나라를 세울 때 모든 것을 드리셨던 본을 사도들도 그대로 따르고 있습니다. 주님과 그의 나라의 사역에 드리는 완전한 헌신입니다. 이렇게 드리는 곳에 주님의 나라가 확장되곤 했던 것입니다.

주님의 주님 되심: 예수 그리스도께서 세상의 '왕과 구주'가 되신다는 이 확신은 사도들의 언행의 기반이었습니다. 주님께서 제대로 알려져 있지 않는 사실이 견딜 수 없어서 복음을 전할 수밖에 없었고 주님께서 주님으로 존귀와 영광을 받지 않는 현상을 볼 수 없어서 죽음을 무릅쓰고 주님의 주님 되심을 증거했던 것입니다. 이들에게는 권력자의 힘과 세상의 영광이 주님의 주님 되심에 비할 때 참으로 아무 것도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주님의 나라는 그 안에 주님의 왕과 주님 되심이 드러나는 곳일 뿐 아니라, 이 실제를 세상으로까지 확대시킬 수밖에 없는 선교 공동체의 기능을 합니다. 주님은 모든 이의 주님이시기 때문입니다. 이게 바뀔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하나님의 주도권: 사역의 전반에 하나님의 역사가 주도적으로 드러나는 현상이 두드러집니다. 성령은 임하셨고 하나님께서는 많은 일에 적극 개입하셨습니다. 주님은 모든 일의 배후에 함께하시는 분이셨습니다. 하나님 없이 되는 일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사도들은 헌신할 수 있었습니다. 자신을 불사르게 내드릴 수 있었습니다. 늘 새롭게 힘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그 일은 모두 하나님의 일이었습니다. 주님이 주도하시고 계심을 분명히 알기 때문에 멈춰 설 수 없었던 것입니다. 그들은 임재와 동행을 믿었기 때문에 기도할 수 있었고 하나님 나라를 위해 담대히 전진할 수 있었습니다. 이것이 성령의 사역입니다.

팀사역: 사도행전의 사역의 특징은 파트너와 함께 하는 팀사역 방식입니다. 베드로와 요한이 팀으로 사역했고 바나바와 사울(바울)이, 또 바울과 실라, 또는 디모데 등과 팀으로 함께 사역했다는 것입니다. 물론 두 사람이 사역할 때 둘이 똑같은 사역과 기능을 감당할 필요는 없었습니다. 은사와 능력을 주신대로 하면 됐기 때문입니다. 이런 협력 정신은 서로의 존재와 상대의 사역에 대해 인정하는 부분에서도 드러납니다. 예루살렘의 사도들은 바나바와 바울의 사역을 인정하고 있었습니다. 이들이 예루살렘에서 파송된 선교사들이 아니었는데도 말입니다. 누가 주도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주님께서 주님 되시는가, 그의 나라의 일이 진척되는가의 이슈가 더 중요했기 때문입니다.

형제 사랑: 그리스도의 나라의 중요한 특징은 형제 사랑입니다. 이것이 안될 때 교회는 분열이 되고 이것이 잘될 때는 교회는 부흥의 때를 맞이하고 있을 때입니다. 서로의 필요를 도우며 함께해 가는 일은 초대교회의 돋보이는 특징입니다. 그리스도의 나라와 세상의 나라의 차이점은 바로 이 점에서도 뚜렷하게 나타났던 것입니다.

가르침과 전도: 사도들의 선지자적 선포는 사도행전의 핵심적인 사역입니다. 교회의 성도들에게는 그리스도와 그의 말씀을 가르쳤고 교회 밖의 사람들에게는 주님이 어떤 분이신지, 그분에게 어떻게 반응해야 하는지를 선포하였습니다. 그들은 무엇을 전해야 할지 제대로 훈련받았던 인물들입니다. 혹 그들이 할 말을 모를 때에는 성령께서 할 말을 그들에게 주셨을 것입니다. 주님을 가르치는 일이 그들의 주임무였습니다.

순전함과 성결: 그 나라의 또 다른 특징은 성결입니다. 거짓과 속임과 이기적 욕심이 없는 것입니다. 만일 그곳에 이런 류들이 있다면 그건 그의 나라를 무너트리려는 사탄의 도구라 할 수 있습니다. 사도들의 언행 속에 주님과 그의 나라를 위한 순전한 마음과 헌신, 그리고 그의 사역을 감당할 때의 거룩함이 뚜렷이 나타납니다. 그래서 그 나라는 활짝 꽃피워갈 수 있었을 것입니다.

목회와 선교: 사도들에게 있어 목회와 선교는 뚜렷하게 구별되지 않습니다. 가라고 하시는 곳에 가서 복음을 전하고 또 그리스도의 말씀을 가르칩니다. 그것이 다입니다. 국내다, 해외다 그런 구분이 초기에는 없습니다. 그 어느 곳이든, 성령이 인도하시는 곳이 사역지입니다. 복음을 들어야 하는 대상에게는 복음전도(선교)를, 말씀을 제대로 가르쳐 행하게 해야 할 곳에는 목양적 가르침의 사역을 하는 것입니다. 누가 어느 쪽을 더 해야 하는지도 그리스도의 권한입니다. 단지 '하라'하시면 하는 것입니다.

나. 사도행전 사역(목회)의 흐름

나라의 시작(1-2장)

하나. 예수 그리스도의 나라 세우는 사역이 사도들에게 전수됩니다. 1장은 나라를 세우기 위한 전초적 준비 단계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주님은 부활하신 이후에도 하나님 나라에 대한 개념을 반복해서 말씀해주셨습니다(1:3). 이 '하나님 나라'의 개념은 사도행전 전체를 해석하는 데 필요한 마스터 키의 역할을 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참조 28:23, 31).

둘. 사도들은 그 나라를 주님이 이 땅에 계시는 동안 세우길 기대했습니다(1:6). 그러나 육적인 방법이 아니라, 영적인 방법으로 세워질 주님의 나라는 그렇게 세워질 것이 아니었습니다. 제자들은 기다려야 했습니다. 주님이 승천하셔야 했고 성령이 오셔야 했습니다. 그래서 위로부터 능력을 입은 성령의 사람들인 사도들 자신들을 통해 부활하신 그리스도의 복음이 증거되며 그의 나라가 세계 곳곳에 세워지고 확장되어야 했던 것입니다. 그것이 주님의 프로젝트였습니다.

셋. 그래서 주님은 승천하셔야 했습니다. 주님의 공간적, 시간적 한계를 넘어선 성령의 사역이 필요한 때가 되었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래야 그리스도인의 공동체가 어느 곳에 있든지 그곳에 성령을 통해 왕과 주님이신 예수께서 임재하시며 주님의 사람들을 그의 말씀 가운데 다스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모든 곳, 모든 민족에 하나님의 나라와 그의 교회를 세우기 위해서는 예수께서는 승천하셔야 했고 성령은 오셔야 했습니다.

넷. 예수께서 승천하실 때 그 모습 그대로 다시 오실 것이라는 천사의 전언(1:11)은 이 하나님 나라의 사역의 시작과 끝을 주님께서 주도하실 것임을 분명히 하는 말씀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는 알파와 오메가이십니다. 이 말은 그의 나라를 이 땅에 세우시는 주님은 그 일을 직접 행하시는 사역의 주체가 되십니다. 시작하신 분일 뿐 아니라, 마무리할 때 추수하시는 분이 되십니다.

다섯. 그의 나라는 120명의 일반 구성원과 주님으로부터 지도력을 위임받은 11명의 사도들로 시작하였습니다. 승천하신 그리스도는 여전히 그들의 주님이셨습니다. 베드로의 선제적(initiative) 지도력은 주님을 대신하는 일이었습니다. 이미 그는 주님으로부터 어느 정도의 지도력을 인정받은 바 있습니다. 그는 가룟 유다의 지도력을 대신할 맛디아를 제비로 선발하게 했습니다(1:26).

여기서 누가 지도력을 행사하는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 나라를 어떻게 하면 세울 것인가가 중요합니다. 그래서 다른 사도들은 베드로의 제안에 의문을 제기할 필요가 없었을 것입니다. 후에, 사도행전 13장 이후에 베드로 자신도 교회의 지도적 사역을 감당하게 된 야고보와 바울의 지도력을 존중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주님을 전심으로 따르던 베드로에게 누가 권한을 소유하는 지의 문제가 그리 중요한 것은 아니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여섯. 첫 수확을 감사하는 절기인 오순절, 그 날에 성령이 강림한 것(2:1)은 이 날이 하나님의 섭리로 이미 준비되었던 날임을 드러내는 것입니다. 그의 나라를 위한 추수가 시작된 것입니다. 성령을 체험한 120명이 바로 첫 수확이었습니다. 그날 3천명이 더해졌을 때, 이들도 그 첫 수확에 참여한 이들이 됩니다. 주님께서 성령으로 임재하며 역사하시는 그리스도의 나라와 그의 교회는 이렇게 시작되었습니다.

일곱. 성령은 바람의 소리로 나타나 그들이 모여 있는 집에 가득하였고 이와 함께 불의 혀 같은 것이 갈라져 각 사람의 위에 임하였습니다(2:2-4). 모인 모든 일들이 성령으로 충만하였고 성령이 그들을 움직여 각색 방언으로 말하게 하였습니다. 이 사역의 주도권은 사람이 아니라 바로 위로부터 보냄 받으신 성령이셨습니다. 이것으로 그의 나라는 하나님의 주도권으로 시작되고 부흥되며 확장되어 갈 것을 분명히 합니다. 사람은 이끌어짐을 받는 대상입니다. 그러나 능력이 주어질 때, 그들은 주님의 담대한 제자로 변하게 됩니다. 그것은 주님이 성령으로 말미암아 그들을 통해 나타나시고 이들을 통해 그의 일을 하시기 때문입니다.

여덟. 여러 다른 지역에서 온 많은 유대인들이 이 새 역사의 증인으로 출현합니다(2:5-13). 그들은 놀랐고 당황했습니다. 그러나 그 비밀은 알 수 없었기 때문에 결국 그 때의 현상을 무시하며 심지어 술 취한 것으로 조롱하기까지 했습니다. 영의 일을 육의 사람이 알 수 없는 것은 분명합니다. 그러나 이런 이들을 다시 영의 나라로 초대한 것은 성령으로 충만함을 입었던 베드로의 설교였습니다. 전하는 자가 없이 들을 수 없고, 듣지 않고 믿을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아홉. 베드로는 보냄 받은 선지자의 역할을 훌륭하게 수행합니다. 한 어부 출신의 무식했던 인간 베드로로서가 아니라 그는 바로 그리스도를 대신한 선지자로 그곳에 섰습니다. 입술을 열어 요엘 2장과 시편 16장을 가지고 설교할 때 그것은 위로부터 부어지는 성령의 능력(empowering power of the Holy Spirit)으로 그렇게 한 것입니다. 사람들의 현재의 상태에 대한 하나님의 진단과 분명한 뜻을 전하면서 회개를 촉구하는 그의 모습은 선지자였습니다. 그리고 그 힘은 그리스도에게서 온 것입니다.

열. 사람들의 반응은 조롱에서 마음의 찔림으로 바뀌어집니다(2:37). 그 날 삼천 명이 세례를 받고 그리스도의 나라의 멤버가 되었습니다.

열 하나. 2장 마지막 부분(42-47절)에는 사회의 새로운 대안으로서의 하나님의 나라의 특유한 모습이 잘 드러나 있습니다. 새로운 교회 공동체는 그리스도를 주(왕)로 모시는 나라입니다. 그 나라 특유의 문화가 가지고 있는 진실된 아름다움이 진득이 배어있는 멋을 거기서 봅니다. 그곳에는 왕이신 그리스도의 다스리심이 있고 사도들의 선지자적인 가르침이 있으며 서로에게 제사장적인 섬김을 먼저 베푸는 그런 그리스도의 나라였습니다. 하나님은 찬미를 받으셨고 백성들은 이들을 칭송했으며 그 모임에 속한 수는 더해만 갔습니다. 그 나라는 그렇게 세워져 갔던 것입니다.

세상과의 첫번째 갈등(3-4장)

하나. 세상의 나라와 하나님의 나라와의 한 판 부딪침은 불가피합니다. 언제고 큰 소리를 내며 부닥치게 되어 있었습니다. 그것은 결국 하나님의 나라가 세상의 나라를 흡수할 때 나는 소리입니다. 세속의 현상을 그대로 둘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이 일은 의외로 빨리 왔습니다. 성전에 기도하러 가던 베드로와 요한을 통해 다리를 못쓰던 한 지체자가 완전한 치유를 받았습니다(3:4-7). 이 사건은 곧 사람들을 심히 놀라게 했고 그들에게 충격을 주기에 충분했습니다(3:9-11). 그들은 급히 달려가 한 행각에 모이기 시작했습니다.

둘. 베드로는 이를 계기로 그곳에 모인 이들에게 예수 그리스도의 죽으심과 부활하심을 담대히 증거하게 됩니다('우리가 이 일에 증인이로다', 3:15). 그들에게 회개와 죄용서, 그리고 그 이름을 믿을 것을 요한과 함께 전하는 베드로는 다시 한 번 선지자직의 직무를 다합니다.

셋. 제사장직의 수행으로서의 치유 사역과 뒤따르는 선지자직의 복음 전파의 사역은 베드로와 요한에게는 무척 중요한 일로 바로 그들의 스승인 그리스도를 대신하는 사역이었습니다. 다른 말로 해서 주님은 이들을 통해 그의 사역을 하고 계셨던 것입니다. '우리 개인의 권능과 경건으로 이 사람을 걷게 한 것처럼 왜 우리를 주목하느냐?'(3:12) 베드로는 주님께서 하시는 일임을 말하고 싶었던 것입니다. 3:22-24에서 그리스도의 선지자 되심을 강조했던 베드로의 설교도 이와 무관치 않습니다.

넷. 그리스도를 대신한 일꾼인 베드로와 요한과 반대되는 인물들은 제사장, 성전 맡은 자, 사두개인들(4:1)입니다. 이들 대립되는 인물들은 당연히 사도들의 가르치는 사역과 예수의 부활을 증거하는 일을 싫어합니다. 그것은 그리스도의 나라를 세워가는 일을 찬성하지 않는 사람들이 반드시 있을 것임을 알려주는 일입니다. 특히 세속의 힘을 사용해서 복음을 막는 일, 방해와 차단의 일은 언제나 있을 것입니다. 두 사도는 잡혀 옥에 갇혔습니다. 그렇지만 이미 전파된 그리스도의 복음을 듣고 주를 따르게 된 이들은 5천 명이나 있었습니다(4:4). 이렇게 복음의 세력은 확산되게 됩니다.

다섯. 영적 지도자는 세상과 사람의 위협을 두려워하지 않습니다. 그것은 그리스도께서 만유의 주가 되심을 알기 때문입니다. 주님의 왕권에 대한 바른 인정은 사람으로 보이는 것을 의지하지 않게 하며 육체의 고난을 두려워하지 않게 합니다. '무슨 권세와 뉘 이름으로 이 일을 행하였느냐?'(4:7)는 질문으로 시작된 재판은 '우리는 보고들은 것을 말하지 아니할 수 없다'(4:20)는 사도들의 선언으로 그 심리가 마감됩니다. 철저히 그리스도를 왕으로 섬기는 이들 사도들의 말씀을 통해 그리스도는 드러나며 세상은 위축이 됩니다.

여섯. 세상의 위협에 가장 효과적으로 대응하는 방법은 합심하여 기도하는 일입니다(4:23-31). 이 일은 '대주재'이신 하나님께 나아가 그의 권능과 크신 이름에 호소하여 위로부터 오는 능력을 힘입고 문제의 해결을 얻기 위해서입니다. 그것은 하나님을 의지하는 행위입니다. 그들은 왕이신 주님을 의지한다는 고백을 했던 것입니다. 그러므로 해서 혹 있을 수 있는 나약한 이들의 신앙을 강하게 할 수도 있었을 것입니다.

일곱. 기도는 응답되었습니다. 그들은 그 어떤 두려움 없이 하나님 나라를 세워갈 수 있었습니다. 성령의 충만함, 담대한 말씀의 전파, 한 마음과 한 뜻으로 서로 돕고 세우는 일, 그리고 실제적인 나눔(4:31-35) 등은 바로 기도 응답의 산 증거였습니다(그리스도의 사역은 이렇게 이뤄지고 있었습니다).

여덟. 그리스도는 하늘에서 지휘하셨고 그의 나라는 사도들과 믿는 자들의 사역을 통해 이 땅에 세워져 갔습니다. 세상에 예수를 주와 왕으로 모시는 그룹이 생겨난 것입니다. 그의 주 되심을 선포하며 그의 이름으로 행하며 그가 행하셨던 대로 치유와 말씀 전파의 사역을 행하는 일로 그의 나라는 조금씩 확장되고 있었습니다. 그의 나라는 이렇듯 가만히 앉아 세워졌던 것이 아닙니다. 많은 일들을 통해 전투적인 사건들이 벌어졌습니다. 빛의 나라를 세우는 일은 근본적으로 어두움의 세력을 꺾는 영적 전쟁이기 때문입니다.

나라의 내적 문제(5-6장)

하나. 처음으로 그리스도의 나라의 하나됨(unity)을 깨는 일이 등장했습니다. 그것은 물질과 관련된 거짓된 행위에서 비롯되었습니다. 물질로 사람들에게 인정받으려 했던 것으로 보이는 아나니아와 삽비라 부부는 거짓된 행위로 인해 베드로의 권징을 받고 그 자리에서 죽게 됩니다(5:1-10). 처음으로 행해진 교회의 권징인 이 사건은 그 나라의 순수성이 얼마나 중요한지와 그리스도의 교회의 능력이 어떠한지를 알려주는 사건이 됩니다. 이 사건은 주님의 나라에 참과 거짓이 섞일 수 없음을 알려주는 중대한 사건이었습니다. 그 결과 교회와 이 소식을 들은 사람들이 하나님을 두려워하는 일이 일어났습니다(5:11). 주님은 사람이 함부로, 맘대로, 멋대로 할 수 있는 분이 아니셨습니다. 주님은 하나님이셨습니다.

둘. 거짓된 것을 그의 나라에서 분리시켰던 위의 사건은 오히려 사람들로 경건한 긴장을 하게 했고 진실된 마음과 온전한 믿음으로 왕이신 주님을 섬기게 하는 계기가 됐습니다. 주님은 여전히 사도들을 통해 놀랍게 역사하셨고 믿는 이들은 다시 마음으로 하나가 되었으며 서로 모이기를 힘썼고 백성들의 칭찬도 받았습니다. 그럴 때, 주님께로 나아오는 무리가 많게 되었습니다(5:12-16). 그리스도의 나라와 교회는 다시 제 자리를 찾았고 예루살렘에서 점차 그 터를 넓혀가고 있었습니다.

셋. 그 나라를 위협하는 일이 다시 시작됩니다(5:17이하). 이번에는 여러 사도들이 투옥되었습니다. 그러나 천사가 옥문을 열고 이들을 풀어냅니다. 하나님의 놀라운 역사는 진행되고 있었습니다. 사도들은 입술로 주님을 증거하며 세속적인 힘이 있는 당시의 대적자들은 이들을 힘으로 누르려 합니다.

넷. 사도들은 당당합니다. '사람보다 하나님을 순종하는 것이 마땅하니라'(5:29). 예수를 하나님께서 높이셔서 '왕과 구주'(5:31)로 삼으셨다고 당당히 선포합니다. 증인으로서의 사도들의 증거는 계속되고 있었습니다. 심지어 채찍에 맞으면서도 그들은 오히려 그리스도를 위한 능욕을 기뻐하기까지 했습니다. 사도들이 어디에 있든지 예수 그리스도에 대해 가르치며 전도했던 모습을 봅니다(5:42). 이러한 증거와 가르침은 그리스도의 나라를 이 땅에 세우는 가장 중요한 수단입니다.

다섯. 그 나라의 하나됨을 깨는 두번째 사건이 6장에 나옵니다. 과부의 구제에서 비롯된 헬라파 유대인들과 히브리파 유대인들의 갈등이 그것입니다. 이런 일은 이미 사도 12명이 급격히 수가 불어가는 교회의 모든 사역을 도맡아 하기에는 한계에 다다랐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일의 분담과 계속된 지도력을 세우는 일이 필요했습니다.

여섯. 사도들의 일차적인 관심은 말씀을 증거하는 일과 기도하는 일(주님과의 교제)이었습니다. 그러나 목회는 이 일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상당히 종합적인 일인 목회를 몇 사람이 모두 맡아 그들만의 힘으로 하기에는 적합하지 않았습니다. 할 수 있는 대로 더 많은 사람이, 그러나 참으로 신실하고 훈련된 이들이 그리스도의 사역을 나눠 맡는 것이 필요합니다. 사도들의 귄위와 지도력을 존중하되, 전체적으로 하나됨을 유지하며 각각의 능력을 따라 맡겨진 것을 감당하여 그의 나라와 그리스도의 몸을 세우는 것입니다.

일곱. 이 일이 잘 되었을 때, 교회에는 기쁨이 있으며(6:5), 하나님의 말씀은 힘을 얻고, 그의 나라는 더욱 확장됩니다(6:7). 이처럼 리더십의 적절한 분배와 계승, 성공적인 팀사역은 교회와 그의 나라를 세우는 사역에 무척 중요합니다. 특히 신실하고 좋은 일꾼을 세우는 일은 교회에 큰 힘이 됩니다. 이럴 때 교회는 더 나은 목회가 시행될 수 있습니다.

첫번째 순교와 복음의 확장(7-8장)

하나. 초대 일곱 집사 중 한 사람인 스데반은 지혜와 성령이 충만한 대표적인 주님의 일꾼이었습니다. 그리스도의 복음에 대한 그의 변론(7:1-53)은 대적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찔렀고 심히 분노하게 하였습니다. 그들은 결국 스데반을 돌로 쳐죽였습니다. 그리스도 이후, 첫번째 순교가 교회에 일어났습니다.

둘. 순교의 사건은 표면적으로는 교회를 대적하는 그룹이 힘을 얻는 것처럼 보이게 합니다. 그러나 실제로 순교자의 피는 그리스도의 나라를 세우고 확장하게 하는 생명력 있는 씨앗이 되곤 합니다. 스데반의 순교도 그런 것이었습니다.

셋. 5장의 거짓(부패) 사건과 6장의 분열 위기, 그리고 7장의 핍박은 모두 그의 나라와 교회를 무너트리기 위한 사탄의 파상적인 공격에서 비롯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 교회가 이들을 어떻게 극복하는지 눈 여겨 볼 필요가 있습니다. 앞의 두 가지는 내적인 문제이고 뒤의 것은 외적인 문제입니다. 교회로 교회 되지 못하게 하는 사탄의 전략에 적절히 대처하는 것은 무척 중요합니다.

넷. 그런데 교회에 가해진 물리적인 핍박은 오히려 복음을 유대와 사마리아 곳곳에 흩어지게 하는 교회의 또 다른 기회가 됩니다(8:4). 그 어떤 사탄의 공격도 주님은 기회로 만드실 수 있다는 것을 기억할 필요가 있습니다. 주님께서 복음을 전하도록 명하신 그 다음 지역인 '사마리아'에도 그리스도의 나라가 전파되기 시작합니다.

다섯. 빌립은 이 일을 위해 귀하게 쓰임 받은 사람이었습니다. 스데반과 빌립은 집사의 신분이었지만 하나님 나라를 세우는 일에 크게 쓰임 받습니다. 스데반은 복음이 유다, 사마리아 전 지역에 흩어지게 하는 일에 순교로, 빌립은 사마리아인들과 에디오피아 사람에게 직접 복음을 전하는 일을 통해서 각각 쓰임을 받습니다. 주님의 나라가 서는 일에는 이처럼 주님께서 쓰시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여섯. 사마리아의 마술사 시몬은 가짜 복음을 만든 사람입니다. 그는 돈으로 성령의 능력을 사려했습니다(8:18-19). 그는 명예와 권력과 자신의 탐욕을 위해 하늘의 은사를 얻기 원했던 사람이라 할 수 있습니다. 악독과 불의는 그를 가리키는 말이었습니다(8:23). 그는 자신만 망하게 하는 사람이 아니라, 사람들을 멸망으로 이끄는 자입니다. 탐욕과 악의를 가진 이단적 종교인은 사람을 파멸시키는 사탄의 앞잡이입니다.

이방 선교의 준비(9-12장)

하나. 교회가 핍박과 환난을 겪으며 얻은 성과는 영적 지도력의 승계 및 확대, 그리고 복음전파의 확산, 새로운 인물의 영입 등이라 할 수 있습니다. 9장은 새로운 인물 사울(바울)의 영입을 그려주고 있습니다. 사울은 주님께서 그의 나라의 본격적인 확장을 위해 직접 뽑은 유능한 장군과 같은 인물입니다. 주님께서 직접 나타나심으로 그의 회심에 개입하셨다는 것(9:3-7)은 그를 특별한 계획 가운데 선택하셨음을 의미합니다. 주님의 나라를 위해 가장 적합한 인물을 선발하실 권한이 그에게 있음을 드러냅니다.

둘. 한 극렬한 적대자의 회심 사건은 또한 주님께서 뜻만 있으시면 그 누구라도 굴복시킬 수 있는 전능하신 왕이심을 드러내는 사건이었습니다. 그의 나라를 위해 싸움을 벌이는 영적 군사들이 참으로 두려워해야 할 존재는 없는 것입니다. 용감한 적장이라도 넘어뜨리며 그 어떤 지혜자라도 거꾸러뜨릴 것입니다.

셋. 사울이 교회에 발을 들여놓게 하는데 쓰임 받는 인물들이 있었습니다. 아나니아는 그를 가르치며 세례를 줌으로써(9:17-18), 그리고 바나바는 그를 그리스도인의 교제권에 들어오게 함으로써(9:27), 또 다른 형제들은 그를 실제적으로 도움으로써(9:30) 그리 하였습니다. 다른 이들을 세우는 일에 주님의 도구가 되는 일은 참으로 중요합니다.

넷. 그 결과 교회는 힘을 얻고 그 나라의 수는 더해져 갑니다(9:31). 그것은 당연한 결과입니다.

다섯. 베드로의 순례 사역(9:32-43)을 통해 그리스도의 목회를 보게 됩니다. 그는 그리스도를 대신해서 성도들을 심방하며 그들의 여러 가지 필요를 채워주고 있었습니다. 그것은 주님께서 그에게 주신 목양의 사역이었습니다(요21:15-17).

여섯. 9장의 사울을 부르신 사건과 10장에서 베드로를 통해 고넬료 가정을 세례 주게 하신 사건은 주님께서 계획하셨던 이방 선교를 위한 전초적인 사건들이라 할 수 있습니다. 예루살렘을 거쳐, 온 유대와 사마리아까지 퍼진 복음 전파와 주님의 나라의 확장은 이제 땅 끝까지 이뤄지는 일(1:8)을 위해 한 걸음씩 그 과정을 밟고 있었던 것입니다.

일곱. 고넬료 가정의 구원의 일이 베드로를 통해 이뤄져야 할 이유는 분명합니다. 베드로가 기독교회의 정통성을 대변하는 핵심 인물일 것입니다(11:1-18에서 어떻게 베드로가 이 사건을 변호하는지 보십시오. 10장의 사건과 11장의 베드로의 설명을 통해 사건이 실제적으로 반복되어 그려지는 것은 이 사건이 무척 중요했음을 알려주는 예가 될 수 있습니다). 이 일은 후에 바울이 이방 선교에 앞장을 설 수 있게 하는 단초가 되는 것은 물론입니다.

여덟. 11장 뒷부분(19-30절)에는 바울의 선교 이전에 이미 이방인을 위한 사역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음을 알려주는 일들이 기록되어 있습니다. 특히 안디옥 교회는 바로 이렇게 해서 세워진 교회였습니다. 그곳에서 처음으로 '그리스도인'으로 불리는 기념비적인 사건이 있었습니다. 특히 바나바와 사울의 팀 사역은 무척 아름다운 것이었습니다. 목회는 이런 것이구나 하는 것을 알게 해주는 부분입니다.

아홉. 12장의 헤롯의 핍박 사건은 그만큼 교회가 힘을 얻어 커왔다는 증거가 됩니다. 야고보 사도가 이때 죽임을 당합니다(12:2). 베드로가 잡혀 투옥되지만 천사가 직접 출현하여 베드로를 옥에서 건져줍니다(12:7-11). 이 사건을 통해 감옥에서 건져주시는 하나님의 손길을 베드로는 다시 한 번 체험하게 됩니다. 교회는 핍박의 사건이 있을 때마다 기도하는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12:5, 12). 주님의 도움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열. 천사를 통한 베드로의 탈옥 소식은 교회에 큰 힘을 주었고 반면에 헤롯과 그 그룹엔 큰 고통이었을 것입니다. 헤롯은 결국 하나님의 진노를 사서 죽음에 이르게 됩니다(12:21-23). 한 쪽은 승리하였고 다른 한 쪽은 패망하였습니다. 한 쪽은 힘이 없어 눌릴 수밖에 없고 다른 한 쪽은 힘으로 상대를 누를 수 있는 것 같았지만, 결국 마지막 승리는 그 힘으로 되는 것이 아니었음을 알려줍니다. 하나님의 말씀은 더 흥왕해져 갔습니다(12:24).

열 하나. 결국 순수가 혼잡을 이깁니다. 진리가 거짓을 이기게 되어 있습니다. 복음이 물리적 힘을 누르게 되어 있습니다. 교회가 자신의 순수성을 주 앞에 지키며 왕이신 그리스도의 다스림을 받고 있는 한 그렇습니다.

바울의 선교여행(13-21장)

하나. 이 부분은 바울을 통해 이방 선교의 장이 본격적으로 펼쳐지는 부분입니다. 첫번째 선교여행(13-14장)은 바나바와 함께 팀을 이뤄 사역했습니다. 바보(13:6-12), 비시디아 안디옥(13:14-52, 21-23), 이고니온(14:1-5, 21-23), 루스드라(14:6-20, 21-23), 더베(14:20-21) 등의 지역이 대표적인 지역으로 약 1990km의 거리의 여정으로 대략 2년 정도 소요된 선교여행으로 추정됩니다. 이 때까지는 바나바가 선임자의 역할을 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둘. 첫번째 선교여행이 끝난 후 일어난 사건은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예루살렘 회의가 열린 것입니다. 또 하나는 바나바와 바울이 각기 다른 선교팀을 구성하게 된 것입니다. 예루살렘 회의는 하나님 나라의 확장사(擴張史)에 있어서 상당히 중요한 사건이라 할 수 있는데 이는 다소 실험적인 성격을 띈, 바나바와 바울의 이방선교의 업적을 공인해주고 유대계 그리스도인과 이방계 그리스도인 간의 서로의 간격을 좁혀주는 일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 일에 베드로와 의인 야고보는 중대한 발언을 함으로써 바른 방향으로 이끌었습니다. 특히 바나바와 바울의 선교사역이 예루살렘의 사도 그룹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안디옥 교회 자체의 결정으로 시행된 것인 점을 감안할 때, 이들의 사역 결과를 기쁨으로 승인해 준 예루살렘 회의는 그리스도와 그의 나라를 세우고 확장해 나가는 일에 헌신해 온 당시의 사도들과 장로들의 마음이 얼마나 주 안에서 순전했던 것인지를 읽을 수 있는 부분입니다. 서로 하나된 큰 나라를 세우는 일에 진력하게 된 사건이었습니다.

셋. 바나바와 바울이 마가 요한의 일 때문에 다투며 헤어진 일은 일견 바람직하지 않는 일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두 팀이 나눠져 각기 최선을 다하는 선교팀을 구성한 것으로 볼 때, 그 결과는 반드시 나쁜 것이라 할 수 없을 것입니다. 설혹 나뉘었다고 그 나라의 사역을 중지할 수는 없는 것입니다.

넷. 두번째 선교여행(16-18장)은 루스드라(16:1-3), 빌립보(16:12-40), 데살로니가(17:1-9), 베뢰아(17:10-14), 아덴(17:15-34), 고린도(18:1-17), 에베소(18:19-21) 등이 주요 사역지가 되는데, 모두 4320km에 이르는 거리로 대략 2-3년의 기간이 걸린 선교여행으로 추정됩니다. 첫번째 여행보다는 두 배가 넘는 거리의 선교 여정이었습니다. 하나님의 특별한 뜻에 따라 사역의 영역이 소아시아에서 유럽으로 확장된 역사적인 사건이 있었습니다. 물론 이 때에도 로마와 같은 지역에서는 이미 복음이 들어가 있었고 교회가 세워졌던 것으로 보이는데 바울 팀(바울, 실라, 디모데, 누가)의 사역으로 유럽(마게도냐와 그리스 지역)의 주요 지역에 하나님의 나라의 불길이 타오르는 계기가 된 것은 부인할 수 없을 것입니다.

다섯. 세번째 선교여행(18-21장)은 약 4년에 걸친 여행으로 에베소(19:1-41), 드로아(20:6-12), 밀레도(20:15-38), 두로(21:1-6), 가이사랴(21:7-16) 등에서의 있었던 일이 부각되어 있으나 실제에 있어서는 지난 2차 여행에서 선교했던 마게도냐와 헬라 지역의 주요 도시들을 다시 돌며 말씀으로 가르치고 격려했던 사역이었습니다. 여정의 거리는 2차 여행보다 조금 적거나 같았을 것입니다. 이런 점을 통해 볼 때, 바울의 선교 사역이 늘 개척만 하는 사역이 아니라 이미 개간한 터를 다시 굳게 하는 사역에도 많은 힘을 기울였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여섯. 바울의 팀이 가는 곳에는 늘 환영과 반대가 공존했던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늘 반대했던 것도 아니고 늘 환영받았던 것도 아닙니다. 그러나 그의 팀은 그 어떤 반응이 주어진다 할지라도 하나님 나라의 사역에 최선을 다하는 일을 멈추지는 않았습니다.

일곱. 그 어떤 고난과 핍박, 또 몰이해와 거절이 있어도 굽히지 않는 복음 전도자의 용기를 봅니다. 바울의 일행은 참 많은 고난을 받았습니다. 비시디아 안디옥에서는 쫓겨났고(13:50), 이고니온에서는 돌로 치려고 달려드는 일이 있었고(14:5), 루스드라에서는 돌로 쳐서 죽은 것 같이 되었고(14:19), 빌립보에서는 끌려가 매로 많이 맞고 감옥에 갇혔었고(16:19-26), 아덴에선 비웃음을 받기도(17:32) 하였습니다. 그러나 그들은 굴하지 않았습니다. 하늘과 땅의 권세를 가지신, 만왕의 왕 예수 그리스도께서 이들의 주님이셨기 때문이었습니다.

여덟. 그리스도는 어느 지역에서도 주가 되셔야 했습니다. 그분만이 주님이신 것입니다. 이것이 바울 선교팀의 분명한 입장이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곳이 소아시아이든, 유럽이든 관계없이 주의 복음은 전파되어야 했고, 주님은 높임을 받으셔야 했습니다. 그리고 주님께서 다스리는 나라가 세워져야 했습니다. 이것처럼 분명한 사실은 없습니다.

아홉. 바울의 사역에는 선지자적 사역과 함께 제사장적인 사역이라 할 수 있는 치유의 사역이 병행했습니다. 이고니온에서(14:3), 루스드라에서(14:8-10), 에베소에서(19:11-12), 그리고 드로아에서(20:10-11) 그 같은 치유의 기적들이 일어납니다. 그에게 이런 능력이 늘 주어졌는지는 알 수 없지만, 그에게 있어서 이 같은 사역은 하나님 나라의 사역을 하는데 많은 도움을 준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일입니다.

그러나 그의 제사장적인 사역은 치유의 사건보다는 그가 밀레도에서 에베소의 장로들에게 권면하던 말씀(20:17-38) 가운데, '모든 겸손과 눈물'(19절), '내가 삼년이나 밤낮 쉬지 않고 눈물로 각 사람을 훈계하던 것'(31절), '이 같이 수고하여 약한 사람들을 돕고'(35절) 등의 표현에서 더욱 엿보인다 하겠습니다. 그에게 있어서 병 고치는 사역이 주가 된 것도 아니고, 병 고치는 사역이 외면된 것도 아니었습니다. 오직 그리스도가 증거 되는 일과 그의 이름이 높혀지는 것, 그리고 형제들이 사랑과 은혜로 돌봄을 받는 것 외에 바울의 관심은 없습니다.

열. 바울 사역에 있어서 중요한 특징 중 하나는 팀 사역입니다. 처음에는 바나바와 마가, 그 다음에는 실라, 디모데, 누가, 소바더, 아리스다고, 세군도, 가이오, 두기고, 드로비모 등 많은 이들이 바울과 동역을 했습니다. 그 외에 브리스길라와 아굴라 등도 바울과 함께 사역한 사람들입니다. 팀 사역, 팀 목회, 이것이 그의 사역의 큰 특징이라 할 수 있습니다. 예루살렘 회의 이후에 실라를 만났고(15:40), 루스드라에서 디모데를 얻었고(16:1-3), 브리스길라와 아굴라는 고린도에서 만났으며(18:1-3), 제 3차 여행에서는 더 많은 동역자들을 만났습니다(참고, 20:4-5). 팀 사역은 주님께서 주시는 꿈의 사역을 끝까지 이루는 일에 많은 도움이 됩니다.

로마로 가는 바울(21-28장)

하나. 예루살렘으로 가면 잡힐 것이라는 몇 차례의 경고를 바울은 무시합니다. 그것은 고난을 두려워하지 않는 바울의 믿음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일입니다. 잡힘을 받을 것을 알면서도 그가 가야 했던 것은 주 안에서 하고자 했던 일, 자신에게 주어진 일을 멈추지 않으려는 바울의 심정 때문이었을 것입니다.

둘. 바울의 잡힘과 심문, 그리고 로마로 호송된 사건이 21:27에서 시작해서 28:31까지 지속됩니다. 그에 대한 심문은 산헤드린 앞에서(22:30-23:10), 총독 벨릭스 앞에서(25:1-12), 아그립바 왕 앞에서(25:13-26:32) 진행됩니다. 이 부분은 주님께서 받으시던 심문과 고난을 기억하게 하는 장면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이런 점에서 바울은 주님의 뒤를 따른 사람입니다. 바울은 심문을 받은 후 로마 시민의 자격으로 로마 황제 가이사에게 소를 함으로써 로마로 향하게 됩니다(27:1-28:16).

셋. 죄인의 신분으로 로마로 향하는 바울의 모습은 죄인으로서의 암울한 기색이 없습니다. 주님을 위해 받는 고난을 자랑스러워하는 믿음의 모습을 봅니다. 가는 도중 유라굴로라는 태풍을 만나 파선하여 결국 멜리데라는 섬에 오르게 되는 사건의 과정은 사도행전의 마지막 부분을 장식하는 정점(climax)과 같아서 하나님께서 함께하는 자에게 어떤 일이 있는지를 보여주는 멋진 장면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이 사건에서도 바울은 주님을 높입니다. 주님의 주님(왕) 되심이 드러납니다. 그리고 바울은 이때 다른 이들을 돌봅니다. 물론 가르치는 사역이 있습니다.

넷. 로마에 도착해 옥에 갇힌 바울이 하는 일은 하나님 나라와 주님을 전하는 일이었습니다(28:23, 31). 그것이 그가 하고자 하는 모든 말을 포함한 주제라 할 수 있습니다. 주님께서 승천하시기 전에 하나님의 나라를 제자들에게 설명하셨던 일(1:3)이 사도행전의 마지막 장면에서 바울이 그 주님과 하나님의 나라를 담대히 전하는 일(28:31)로 이 역사서가 마감되고 있는 것입니다. 그러나 사도행전의 역사는 계속 되고 있음을 압니다. 그 날까지 말입니다.
(월간 <교회와신앙> 2001년 4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