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역 목회자들에 의해 설립된 서울 서부권 최초의 점자도서관 간판.

서울 강서구 공항동 301-13번지. 2005년 말 이곳에는 한강이남 서부지역 최초의 점자도서관이 문을 열었다. 최초라고는 하지만 기존의 점자도서관이 강북지역에 몰려있고 강서구의 시각장애인만 하더라도 파악된 숫자만 1800여 명에 이름을 감안하면 ‘왜 이제야’하는 생각이 먼저 든다. 최근 <교회와신앙>이 강서점자도서관을 찾아 그 역할과 향후 계획, 도서관을 이끌어 가는 이들의 고충을 들어봤다.<편집자주>

강서점자도서관(관장 전명진)은 지하 1층 30여 평 규모에 사무실과 서고, 열람실을 갖췄다. 녹음도서 제작을 위한 녹음실도 있다. 현재 점자도서는 388종 1600권, 녹음도서 179종 879개 테이프, 전자도서 500종 1500여권과 일반도서(묵자도서) 722권을 갖추고 있다. 도서관에서 직접 점자도서를 제작하고, 녹음도서 제작도 꾸준히 진행하고 있어 보유목록은 꾸준히 늘고 있다.

▲ 점자프린터를 이용한 점자도서 제작과정을 설명하고 있는 송재욱 사서.

강서점자도서관은 지난 2002년, 시각장애인 1800여명이 거주하는 관내에 점자도서관 개관의 필요성을 공감한 이수영 목사(신성교회), 강학성 목사(벧엘장애인교회), 최윤권 목사(개화교회), 오세광 목사(공항벧엘교회) 등 몇몇 지역 목회자들에 의해 첫 논의가 이뤄졌다. 이후 준비과정을 거쳐 지난 2005년 7월 21일 서울시 허가를 득하고 재원을 마련해 이곳 공항동에 터전을 마련했다.

▲ 점자 책들이 구비된 도서관 내부.

지역 목회자들이 중심이 돼 이사진을 구성하고 문을 연 만큼 2005년 개관식은 개관감사예배로 드렸다. 최윤권 목사는 “세상에 많은 빛이 있어도 부패, 비리, 다툼 등 마음속 어둠이 있다면 세상은 두렵고 어두운 곳”이라며 “점자도서관을 통해 시각 장애인들이 예수를 만나고 마음속의 빛을 얻기 바란다”고 말했다. 최 목사는 “개관예배 특송 시간에는 시각 장애우들이 직접 찬송가를 불러 잔잔한 감동을 전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 지난 2005년 개관예배 모습.

강서점자도서관은 앞으로 점자·녹음도서 제작과 대출 등 기본사업을 중심으로 중도실명자 및 시각장애인 대상 재활교육, 일반 구민대상 실명예방교육, 장애인 야유회와 문회기행, 독서토론회와 백일장 등 문화사업, 점자판 구정소식 제작 및 시각장애인 전용 ARS, BBS 운영 등 폭넓은 사업을 펼치게 된다.

또한 도서관을 직접 방문하기 어려운 시각장애인이라면 우편을 통한 도서대여도 가능하다. 도서관에 전화로 회원가입한 후 점자도서목록을 받아 원하는 도서를 신청하면 우편으로 점자도서를 보내준다. 반납도 도서관에서 보낸 포장상자를 사용해 우체통에 넣는 것으로 가능하다.

▲ 개관예배에서는 시각장애인들이 직접 특송을 불러 참석자들의 마음을 뜨겁게 했다.

점자도서관의 기능은 단순히 도서대여에서 끝나지 않는다. 도서관은 현재 주2회의 정기 교육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시각장애인을 대상으로 하는 점자교육, 보행교육 등 제반 재활교육과 함께 일반인을 대상으로 하는 중도실명 예방교육도 진행된다. 시각장애인들의 재활을 위한 생활훈련의 장이 되고 있는 것.

그러나 대상이 반드시 시각장애인에만 국한하지는 않는다. 송재욱 강서점자도서관 사서는 “(점자도서관은) 독서가 어려운 중증장애인들은 물론 노안으로 인해 독서가 불편한 노인분들에까지 서비스의 폭이 넓다”고 설명한다.

특수도서관임에도 국가나 지자체 사업이 아니라는 점에서 재정적 어려움을 타개하는 것이 점자도서관의 관건이다. 현재는 개관을 주도한 교회들이 후원금을 모으고 있으나 벌써부터 갈 길이 멀다.

먼저, 시각장애인을 대상으로 하면서도 지하에 위치한 점부터 문제다. 전명진 관장의 가장 큰 바람은 “하루빨리 지상으로 올라가는 것”이라고 할 만큼 시각장애인들이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지상으로의 이전이 시급하다.

일반도서 1권을 점자도서로 만들 때 백과사전 3∼4권 분량이 될 정도로 부피가 큰 점자도서와 기자재를 비치할 공간확보도 곧 닥쳐올 해결과제다. 관장을 포함한 상주인원 4명이 보통 책 1권당 2개월 가량이 소요되는 녹음도서제작과 점자도서제작을 비롯한 제반업무를 돌보는 일도 벅차다. 때문에 도서관은 도서의 워드입력과 녹음을 도와줄 자원봉사자의 손길을 절실히 기다리고 있는 형편이다.

▲ 개관식 참석자들이 현판식을 진행하고 있다.

1800명의 관내 시각장애인. 인근 자치구까지 포함한다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점자도서관의 이용수요를 감안할 때 강서점자도서관의 출발은 분명히 미약하다. 그러나 그 필요성과 사회적 기능을 따진다면 여느 훌륭한 도서관에 못지 않은 성장을 기대할 수밖에 없다(강서점자도서관 2661-2278 www.ksbl.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