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55년, 작은 천막교회 하나가 세워졌다. 교인이라고는 십 수 명에 불과하고 예배당은 작고 볼품없었지만 손 모아 천막교회를 일으켜 세운 이들의 가슴엔 이 땅의 복음화에 대한 뜨거운 불길이 솟았다. 그리고 51년이 지난 오늘. 그들의 뜨거운 열정은 1500여 성도들의 신앙공동체 발음교회(권오륜 목사)로 성장했다.

▲ 발음교회는 공동체의 건강성을 바탕으로 지역을 섬기고 있다.

발음교회는 지난해 창립 50주년을 맞아 뜻 깊은 결실을 맺었다. 경기도 부천 중동에 작은 개척교회를 연 것이다. 부목사와 교인 3가정을 보내 시작한 제자교회는 개척 1년여 만에 어느덧 50여 명 신자들의 소중한 공간이 됐다. 제자교회를 시작으로 발음교회는 꾸준히 개척교회를 늘여갈 계획이다.

해외교회 개척도 차근히 준비해가고 있다. 창립 기념일인 지난 2005년 5월8일, 교회의 창립멤버들을 초청해 기념행사도 열었다. 교인들 모두가 교회의 자랑스런 역사를 되새기는 계기가 됐다. 88체육관에서 진행한 전교인 체육대회는 그간 예배공간이 부족해 주일예배를 4부로 나눠 드리느라 서먹했던 교인들이 한자리에서 어우러진 화합의 장이었다.

발음교회의 독특한 점은 신자들에 의해 자발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다양한 소그룹 활동에서 찾을 수 있다. 예배가 하나님과 인간의 종적 관계를 강화한다면, 활발한 소그룹 활동은 교인들 간의 횡적 관계를 돈독히 해 사회적 선교를 위한 힘과 바탕이 된다.

현재 발음교회에는 플루트, 바이올린, 드럼, 축구, 족구, 영화감상, 영어, 봉사활동 등 수십여 소그룹이 한 주일 내내 모임을 갖는다. 덕분에 교회는 늘 교인들의 발걸음이 끊이질 않고, 교인들은 개개인이 2, 3개의 그룹활동을 갖는다. 이런 소그룹활동의 활성화는 권오륜 목사의 부임 이후 눈에 띄게 성장했다. 권 목사는 22년 간 임직하고 소천한 이주식 목사와 21년 간 임직 후 은퇴한 김종택 목사에 이어 발음교회의 세 번째 담임으로 부임했다.

지난 2003년 교인들이 마련해 준 안식년 기간 동안 권 목사는 미국 풀러신학교에서 학업을 계속했다. 당시 부흥하는 미국교회의 ‘살아있는 예배’를 경험한 권 목사는 귀국 후 이를 발음교회에 적용했다. 예배와 소그룹 활동을 씨줄과 날줄로 엮어내자, 교회는 어느새 활력을 찾고 생기가 넘쳐나기 시작했다. 예배에도 파격적 변신을 가져왔다. 4부의 주일예배 중 1, 2부는 전통적인 예배로 3부와 4부는 찬양예배를 비롯한 다양한 형식을 가미한 실험을 이어갔다. 교인들의 취향과 감흥에 따라 예배는 어느덧 한판 축제가 됐다.

▲ 뜨거운 영성을 추구하는 발음교회 성도들

이러한 활력은 지역사회에 대한 교회의 책임과 역할로 이어졌다. 발음교회는 현재 해외선교사 11명과 국내 개척교회, 기관 등 16곳을 지원하고, 지역주민들을 대상으로 하는 경로관광과 장학사업, 결식자 급식사업, 호스피스 봉사활동 등을 활발히 펼치고 있다.

교회의 문턱도 낮추기 시작했다. 예배시간 외에는 주차장을 무료개방하고, 누구나 신청만 하면 본당과 식당을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강당이 없는 인근 미즈메디 병원의 조회, 재건축조합의 총회, 비신자들의 결혼식, 발산동 노인잔치 등이 이곳 발음교회에서 열린다.

예배를 통한 영적 교류와 소그룹 활동을 통한 사회적 교류가 발음교회를 부흥케 하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

“예배·선교·섬김 균형잡힌 교회 추구” 권오륜 목사 인터뷰        ▲ 발음교회 권오륜 목사 발음교회 권오륜 목사는 교회의 51년 역사를 자랑하기보단 “51년이나 지역사회에 터를 잡아왔는데도 무엇 하나 (지역에)큰 일을 한 게 없다”고 반성한다. 부임 후 9년이란 세월동안 지역주민 새 식구를 두 배 이상 늘이고, 교회의 사회선교 사역의 폭을 대폭 넓혔는데도 겸손하게 자책한다. “교회의 존재가 모든 지역주민들에게 유익이 돼야 합니다. 주민들의 필요를 채워줘야 하는 거죠. 아직 갈 길이 멉니다.” 권 목사가 말하는 주민들의 ‘필요’란 종교적 측면과 세상적 측면을 두루 아우른다. 영적 안식과 풍요는 물론 물질, 교육, 문화 등 세상의 아픔과 부족함을 보듬고 채워줄 의무가 있다는 것이다. 권 목사가 강조하는 목회의 중점은 ‘균형 잡힌 교회’다. 교회의 목적인 예배와 교육, 섬김과 선교 중 어느 한곳에도 치우치지 않는 것. 권 목사는 이를 “다른 말로는 신앙의 보수와 진보의 조화, 영적인 것과 사회적인 것의 조화라고도 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자칫 어느 한쪽에 치우쳐 집단이기주의에 빠지고 마는 일부 한국교회의 부작용을 경계한다는 의중이다. 고령화 시대 노인문제에 깊은 관심을 두고 있는 권 목사는 차후 노인복지를 중심으로 하는 지역복지관의 건립을 장기 비전으로 품고 있다. “현재 진행 중인 식사대접이나 재택 봉사 등의 활동을 조직화·체계화할 생각입니다. 가능하다면 소년소녀가장, 독거노인 층을 넓은 의미의 ‘새 가족’으로 꾸려볼 생각입니다. 물론 생활비와 공간은 복지관이, 지원은 교회가 감당하는 형식이죠….” 한참 얘기를 이어가다 돌연 “아직 실현도 못한 일을 떠벌리니 민망하다”며 입을 다문다. 그래도 “어렵겠지만 가능하다”고 말하는 권 목사의 목소리엔 분명한 소신과 자신감이 엿보인다. 발음교회를 ‘토양이 좋은 교회’라 말하는 권 목사. “교인들 스스로가 교회의 대소사와 활동을 자발적으로 꾸리고 이끌어 가는 공동체성이 강한 교회예요. 목회자의 재충전과 교육에까지 교인들이 직접 나서니 늘 생기가 넘칠 수밖에 없습니다.” 권오륜 목사는 한국신학대학, 서울대 사범대학, 한신대 신학대학원을 졸업하고 미국 풀러신학대학원에서 수학했다. 영남중학교, 양평중학교에서 교편을 잡았으며 성산교회, 사계교회, 강남교회를 거쳐 지난 1996년 발음교회에 부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