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재덕 목사/ 한빛교회

시각 장애자는 어떤 꿈을 꿀까? 일반인들은 보는 꿈을 압도적으로 많이 꾼다. 그 다음으로 많이 꾸는 꿈의 순서는 듣는 꿈(청각), 맛보는(미각) 꿈, 접촉하는(감촉) 꿈이며, 냄새맡는(후각) 꿈은 거의 없다. 그런데 시각 장애자들은 형체나 빛깔을 보는 꿈은 거의 꾸지 못하며, 주로 소리를 듣는 꿈이나 어떤 물건에 부딪히는 꿈을 꾼다고 한다.

 꿈에 속은 적이 있다. 거리에 재화가 무진장하게 있었다. 가슴이 벅찼다. 마음껏 주웠다. 그러나 깨어보니 허망하게도 꿈이었다. 후에 다시 똑 같은 꿈을 꾸었다. 이번에는 속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꿈속에서 살을 꼬집었다. 그랬더니 신기하게도 감각이 전혀 없었다. '에이 이거 꿈이구나, 속지 말고 잠이나 자야지' 하고 계속 잠을 잤다. 아침에 깨어보니 과연 꿈이었다.

이런 경험이 없었을 때는 사람들이 생각지 못한 좋은 일을 만났을 때 '이게 꿈이야, 생시야' 하며 자신의 살을 꼬집는 것을 그저 유치한 감탄법으로만 생각했었다. 그러나 이제는 자신의 살을 꼬집는 것이 꿈과 생시를 구분하는 현실적인 방법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꿈에 허망하게 속지 않으려면 자신의 살을 꼬집으면 된다. 하지만 누구나 자신의 살을 꼬집는 일이 많았으면 좋겠다.

 그렇지만 꿈이 이렇게 허망한 것만은 아니다. 꿈에서 힌트를 얻기도 한다. 재봉틀의 발명과 벤젠의 화학적 고리(F.A 케쿨레)의 발견이 그렇다. G. 타르티니라는 작곡가는 꿈에서 들은 음악으로 곡(악마의 트릴로)을 작곡했으며 목사님들은 꿈속에서 얻은 힌트로 설교를 만들기도 한다.

 그런데 만약 잠에서 꿈을 없애면 어떻게 될까? 잠을 얕게 자는 잠(렘수면 rapid eye movement:눈동자가 빨리 움직이는 시기)과 깊게 자는 잠(논렘 수면 nrem:눈동자의 움직임이 없는 시기)으로 나눌 수 있다. 이중에서 얕게 자는 잠의 시기에 꿈을 꾼다. 자는 사람의 눈동자가 실룩실룩 움직이는 것은 바로 꿈속의 장면을 쫓고 있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하룻밤에 이러한 얕은 잠과 깊은 잠을 다섯 차례 반복한다. 따라서 꿈을 꾸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사실은 하룻밤에 네 번 이상의 꿈을 꾸고 있는 것이다. 단지 깨어났을 때 그 꿈을 기억하지 못할 뿐이다. '잠자는 것은 곧 꿈꾸는 것(셰익스피어)'라고 할만큼 누구나 꿈을 꾼다.

 잠의 이런 주기를 관찰하여 얕은 잠에 들어갈 때 잠을 방해하면 꿈을 꾸지 못하게 할 수 있다. 그렇게 꿈을 꾸지 못하도록 실험을 했다. 그 결과 그 사람은 긴장과 불안이 늘고, 집중력이 쇠퇴하고, 화를 잘 내며, 가벼운 기억 상실증 증세까지 보였다. 그리고 고양이 실험에서는 고양이는 일주일만에 죽었다.

꿈과 인생
 살아 있는 사람들은 매일 누구나 잠을 잘 때 꿈을 꾸는 것처럼, 살아 있는 인생은 내일에 대한 꿈이 있다. 남녀노소 누구나 어떤 처지와 상황에서도 나름대로의 크고 작은 꿈이 있다. 그러나 만일 내일에 대한 꿈이 없다면 그 인생은 병든 인생이 되거나 죽은 인생이 될 수 있다. 아니 이미 병들었거나 죽은 인생일 수도 있다.

 여객선에서 한 남녀가 만났다. 둘은 하선 후에 다시 만날 약속을 했다. 그러다가 그만 배가 난파됐다. 대부분의 승객들은 살아나지 못했고 오직 그 남녀 한 쌍만 구조되었다. 그들이 구조될 수 있었던 것은 물에 빠진 후에 다시 만날 꿈으로 절망과 고통의 바다를 인내했기 때문이다. 이들을 살린 것은 구조라기보다 꿈이다. 꿈이 있는 사람은 멸망하지 않는다. 어떤 시련과 역경도 이겨낼 수 있다. 꿈은 인생의 생명과 원동력이다.

 또한 꿈이 인생의 크기와 모양을 결정한다. 한 사람의 인생은 그의 꿈을 초월하지 못한다. 작은 목표의 꿈을 꾸면 큰 목표를 이룰 수 없거니와 작은 목표도 이루지 못한다. 그러나 큰 목표의 꿈을 꾸면 작은 목표 이상의 목표를 이룰 수 있으며, 적어도 작은 목표는 이룰 수 있다. 또한 인생의 색깔은 꿈의 색깔로 결정된다. 칙칙한 꿈으로는 아름다운 인생을 살 수 없다. 아름다운 색깔의 꿈을 가져야 최소한의 기본적인 색깔이라도 있는 인생을 살 수 있다.

오직 돈과 명예만의 칙칙한 꿈으로는 아름다운 인생을 살 수 없다. 해외토픽에서 의사가 돈 때문에 환자를 고통스럽게 하거나 죽이는 희한한 기사를 보거나 듣는다. 그 의사는 단지 돈의 칙칙한 꿈으로 의사가 되었기에 돈을 위해서라면 환자를 죽일 수도 있었던 것이다. 만약 그가 생명을 사랑하는 아름다운 꿈으로 의사가 되었다면 그는 환자를 고통과 죽음에서 구하는 아름다운 의사가 됐을 것이다. 한 사람의 칙칙한 꿈은 자신의 인생을 칙칙하게 만들뿐만 아니라, 세상을 도탄에 빠지게도 한다. 칙칙한 꿈을 가진 법률가, 정치가, 의사, 군인, 목사가 자신의 뜻을 이루면 많은 사람이 고통을 당한다.

꿈, 응답, 계시
 야곱이 아버지를 속이고 형의 축복을 가로챘다. 그리고 빚쟁이가 야반도주하듯 황망하게 도망했으며, 처량하게 돌 베개를 베고 노숙하게 되었다. 그날밤 황량한 그곳에서 야곱은 꿈을 꾸었다(창 28:11-15). 그런데 그 꿈이 이루어졌다.

 그날밤 야곱이 꾼 그 꿈은 계시가 아니라 응답이다. 야곱이 아무런 요구도 하지 않고 소원도 없었음에도 하나님께서 일방적으로 꿈속에서 약속을 제의하신 것이 아니다. 야곱의 요청이 있었기에 하나님께서는 그날밤에 꿈으로 응답하신 것이다. 한낱 개꿈이라도 이유와 원인 없이 꾸지 않는다. 하물며 더욱이나 하나님께서 주시는 꿈은 본인의 의사와 관계없이 꾸지 않는다. 솔로몬의 꿈도 계시가 아닌 응답이다. 미처 생각지도 못한 것에 대한 계시가 아니라 간구에 대한 응답이다.

대개의 꿈은 계시로서가 아니라, 응답으로서 주어진다. 따라서 간구가 없으면 꿈도 없다. 야곱과 솔로몬의 꿈과 같은 꿈을 꾸기를 원한다면 야곱과 솔로몬과 같은 간청과 헌신의 서원이 있어야 한다. 그들은 자신들의 삶이 하나님께 드려지기를 원했고 하나님께서는 그들의 서원을 받으셔서, 꿈으로 응답하시고 약속하신 것이다. 그리고 하나님께서 그들의 꿈을 이루어주셨다.

 어차피 야곱은 아버지를 속여서 형에게 주어질 축복을 가로채지 않아도 하나님께서는 야곱에게 복을 주셨을 것이다. 반면에 에서는 야곱에게 팥죽으로 농간을 당하지 않아도 에서는 믿음의 계보를 잇지 못한다. 이삭이 속지 않아도 야곱에게 그와 같은 복이 주어진다. 야곱에게는 꿈이 있었고, 에서에게는 꿈이 없었기 때문이다. 꿈이 있는 야곱에게 믿음의 계보가 이어졌으며, 꿈이 없는 에서는 역사의 주변에 머물렀다. 

 성경의 장자권은 일반 가정의 장자권과 다르다. 성경에서 의미하는 장자권은 믿음의 계보를 잇는 것이다. 일반 가정의 장자권에 대해서는 소탈하게 대해도 좋다. 그러나 성경에서의 장자권은 하나님의 사람이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성경에서의 장자권은 믿음을 지키는 것과 일반이며, 하나님의 사람이 되는 것을 뜻한다.

따라서 야곱이 교활하게 팥죽의 하찮은 것으로 형이 수고하여 허기진 것을 이용해서 장자권을 사고, 패륜아처럼 시력을 잃은 아버지를 도와드리지 않고 가증스럽게 속여서 축복을 가로챈 것은 그만큼 하나님의 사람이 되고 싶었던 것을 반증한다. 반면에 에서는 하나님의 사람이 되는 것을 소홀히 여겼다. 장난처럼 단지 팥죽 한 그릇과 장자권을 시원스럽게 바꿀 만큼 장자권을 심상히 여겼던 것은 하나님의 사람이 되는 꿈이 없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야곱의 비열하고 괘씸한 행위가 정당화되는 것은 아니다. 분명히 야곱은 꿈을 이루는 방법이 잘못되었다. 형에게는 팥죽을 기꺼이 베풀어야 했으며, 기력이 쇠하고 시력을 상실한 아버지를 도와드려야 했다. 야곱은 가증스럽게 형의 옷과 가죽 털로 형으로 가장했으며 가축을 사냥한 고기로 위장했다. 그리고는 동화 속에서 늑대가 양의 탈을 쓰고 양에게 접근하듯이 아버지에게 다가가 아버지를 농락했다.

그럼에도 하나님께서 야곱에게 믿음의 계보를 잇게 하신 것은 하나님께서 야곱의 농간에 당하셨거나, 그런 불의를 눈감아 주셨기 때문이 아니다. 실상 야곱은 그 삐뚤어지고 가증한 방법으로 얻은 것이 없다. 오히려 모든 것을 잃었다. 부모와 고향과 형제와 차남에게 돌아올 분깃조차 얻지 못했다. 그는 맨몸으로 혼비백산 도주하여 오랜 동안 힘든 타향살이를 해야 했다. 그리고 외로운 타향살이에서 외삼촌에게 농락을 당했다. 야곱은 교활하고 비열한 방법으로 얻은 것이 없다. 결코 하나님께서는 야곱에게 농락을 당하지 않으셨다.

 야곱의 간교한 술수 때문에 하나님께서 에서에게 줄 몫이 없는 것이 아니다. 에서는 하나님에 대한 꿈이 없었기에 받을 분깃이 없었던 것이다. 에서는 장자권을 팔고, 야곱은 장자권을 샀지만 결코 하나님은 장자권을 팔지 않으셨다. 아버지 이삭은 야곱에게 속았다고 하지만, 하나님은 속지 않으셨다. 하나님께서 인정하신 것은 야곱의 속임수와 치사한 방법이 아니다. 그의 꿈이다. 그렇기에 그를 받으셔서 변화되도록 역경을 주셨다. 그런 후에 믿음의 계보를 잇게 하셔서 역사의 주인공, 승리자가 되게 하셨다. 야곱은 꿈(간구)이 있었기에 꿈(응답)을 꾸었고 결국 꿈이 이루어졌다. 그는 꿈(응답)을 꿀만큼, 계시를 받을 만큼 꿈(간구)을 꾸었다.

멀어짐으로 가까워지는 꿈
 때로 하나님께서 주신 꿈일지라도 멀어질 때가 있다. 그러나 꿈에서 멀어짐은 곧 꿈의 성취와 가까워짐을 의미한다. 하나님께서 아브라함에게 75세에 이삭을 약속하셨다. 하지만 약속은 좀처럼 이뤄지지 않고 자꾸자꾸 해를 넘겼다. 인간의 생리적인 면에서 보면 한해가 지나가는 것은 한해만큼 그 꿈과는 멀어지는 것이다. 무려 25년까지 멀어졌다.

그것은 영 가능성이 없음을 의미한다. 그러나 75세에서 멀어졌지만 100세에는 가까워지는 것이다. 아브라함의 꿈은 멀어질수록 가까워진 것이다. 그것은 요셉도 마찬가지다. 그의 꿈은 형제들의 곡식 단이 자신에게 절하는 것이며, 해와 달과 열한 별이 자신에게 절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의 꿈은 노예가 되고 죄수 됨으로 점점 멀어져 갔다. 아주 멀어져 버렸다. 그러나 그렇게 꿈과 멀어짐으로 꿈과 가까워졌다. 그렇기에 때로는 인내와 믿음이 있어야 꿈을 이룰 수 있다. 

꿈의 모양
 그러나 하나님께서는 모든 꿈을 존중하시는 것은 아니다. 하나님께서는 꿈의 모양보다 꿈의 목적을 보신다. 만약 의사가 되는 것이 꿈이라면 하나님께서는 단지 의사라는 꿈의 모양을 보시지 않고, 왜 의사라는 꿈을 꾸는지 그 목적을 보신다.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는 목적의 꿈을 하나님께서는 존중하시며 들어주신다. 야곱과 솔로몬이 그저 꿈을 꾸었기에 성취된 것이 아니다. 꿈을 성취하여 그저 세상 사람이 되는 꿈은 존중되지 않는다.

하나님의 사람이 되고,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는 꿈이 존중된다. 어떤 꿈을 가지느냐보다, 왜 그 꿈을 가지느냐가 중요하다. 더 이상 칙칙한 꿈을 꾸는 사람들의 꿈은 이뤄지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런 이들의 꿈이 성취되는 날 많은 사람들이 고통을 당하기 때문이다. 모든 하나님의 사람들은 하나님께서 인정하시는 꿈을 꾸었으면 좋겠다.

 하나님께서는 하나님에 대한 꿈이 있는 사람들의 꿈을 이루어주신다. 꿈의 크기와 꿈의 종류가 그의 인생을 결정한다. 야곱과 에서의 운명은 그들의 꿈의 크기와 모양대로 되었다.  꿈이 없는 자에게 꿈이 없다. 하나님에 대한 꿈이 없는 자에게 하나님께서 꿈을 주시지 않는다. 꿈이 없는 자는 이룰 것이 없다. 하나님에 대한 꿈이 있는 자에게 하나님께서 꿈을 주신다. 그리고 하나님께서 주신 꿈은 반드시 그 꿈이 성취된다. 하나님께서 그 꿈을 이루게 하시기 때문이다. 야곱이 그랬으며 요셉이 그랬고 솔로몬이 그랬다. 새로 시작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다. 2001에 큰 꿈을 꾸자, 아니 혹 작은 꿈일지라도 아름다운 꿈을 꾸자. 그래서 야곱의 꿈이 성취되듯이 모든 그리스도인들의 꿈이 성취되는 한해가 되었으면 한다.
(월간 <교회와신앙> 2001년 1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