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재덕 목사/ 한빛교회

여자세상
 천국은 여자의 멍에와 굴레가 없는 곳이다. 장가가고 시집가는 것이 없으니 말이다(마 22:30). 그렇기에 여자들은 꼭 천국에 가야 한다. 그래서 교회에는 여자 성도들이 많은가보다. 아마도 천국은 여인들의 세상이 아닐까 싶다.

 그리고 아직은 교회가 여자들이 직장과 가정과 사회의 그 어느 곳보다는 존중받는 곳이다. 또한 교회는 남자들에게는 나오려면 포기해야 할 것이 많은 곳이지만 여자들에게는 포기할 것보다 유리한 점이 많은 곳이다. 보통의 가정주부는 교회에 출석하는 것만으로도 적어도 매주 한 번씩은 일상에서 벗어날 수 있다. 더욱이나 성가대와 교사가 되거나 자치기관에 소속되면 주부의 일이 아닌 일을 할 수 있다. 교회는 집안에만 갇혀 있는 주부들이 부엌과 먹고사는 가사에서 벗어나 자신을 발견할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말은 제주도로 보내야 하고 자식은 서울로 보내야 하지만 여자는 교회에 가야 한다. 그러면 복도 받고 여자의 굴레가 없는 천국까지 가서 영원히 행복할 수 있다.

여자의 과거
 그러나 정작 성경은 여자에게 가혹한 것처럼 보인다. 어떤 이들은 에덴동산에서 하와가 먼저 유혹을 받았다고 하여 인생의 모든 책임을 여자에게 돌린다. 에덴동산 범죄사건의 여자인 하와가 주범이었지만 남자인 아담은 종범일 뿐이었다. 그래서 남자들은 여자들을 죄의 원흉으로 흘겨본다. 이것 때문에 여자를 열등하게 취급하는 것을 정당하다고 여긴다. 정말 성경은 여자에게 모든 책임을 떠넘기고 여자에게 가혹한가?

 결국 아담과 하와는 같이 징계를 받았다. 그런데 남자보다 여자의 징계가 혹독했다. 남자는 수고하고 땀을 흘리도록 되었다. 그리고 여자는 잉태와 해산의 고통과 수고와 남편을 사모하고 남편에게 다스림을 받도록 되었다. 그러나 여자는 그것뿐만 아니었다. 동서고금을 통해 항상 남자처럼 수고하고 땀을 흘리는 것은 마찬가지였다. 차라리 여자는 노예라는 것이 솔직한 평가일지도 모른다. 문명이 발달하지 않을수록, 미개할수록 남자는 하는 일이 없고, 여자가 종처럼 모든 일을 한다.

 디모데는 '아담이 꾀임을 보지 아니하고 여자가 꾀임을 보아 죄에 빠졌다(딤전 2:14)' 고 여자의 쓰라린 과거를 들춘다. 그렇기에 여자는 계속 노예가 되어야 한다는 것인가? 또한 에스겔 36장 17절에는 '인자야 이스라엘 족속이 그 고토에 거할 때에 그 행위로 그 땅을 더렵혔나니 나 보기에 그 소위가 월경 중에 있는 여인의 부정함과 같았느니라' 는 말씀이 있다. 이스라엘의 한심하고 구제불능의 죄를 여인의 매달 있는 행사에 비유하고 있다. 그렇다면 매달 있는 여인의 행사가 그렇게도 구제불능 일만큼 부정하단 말인가?

 성경은 여자의 매달 있는 행사에 대해서 처음부터 모질게 취급하고 있다. 일찍이 레위기 15장에서 이것을 7일 동안 부정하다고 했다. 오죽이나 불결하면 그 여자를 만지는 자는 누구든지 불결하고, 누웠거나 않았던 자리도 부정하여 만지는 자도 부정하는 것이다. 그래서 만진 자는 옷을 빨고 몸을 씻게 했다. 얼마나 불결한지 그 여인의 좌석과 침상에 있던 물건을 만지는 것조차 부정타고 했다.

 여자들의 생리 현상은 자신들이 원해서 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도둑질을 했기 때문에 생긴 것도 아니며, 살인했기에 생긴 것도 아니다. 이 생리 작용은 누구보다 거룩하고 의롭다해도 하는 것이다. 그것은 오히려 자녀를 출산하는 거룩한 생리 현상이다. 그런데 마치 추하고 더러운 것처럼 취급하고 있다. 커다란 죄인처럼 다루고 있다.

 필자는 대머리라는 말만 나와도 민망하고 마치 욕하는 것처럼 들리는데 이 성경을 읽는 여자들의 심정은 어떠할까? 무엇을 그렇게 잘못했나? 무엇이 그렇게 더러운가? 성경은 진정 여자를 불행케 하는가? 성경은 진정 여자를 슬프게 하는가?

여자의 휴가
 그렇지 않다. 절대로 그렇지 않다. 구약의 율법 중에 신약에 와서 완성되어 폐해진 것들이 있다. 음식에 대한 규정이 그러하며, 피의 제사도 그러하다. 그리고 피의 개념도 더 이상 절대적으로 먹어서는 안 되는 것이나, 여호와의 증인들처럼 수혈을 거부하는 규례로 삼을 필요도 없고 그래서도 안 된다. 따라서 여자의 매달 있는 행사에 대한 개념도 그렇다. 더 이상 부정하지 않고 부정할 필요도 없다.  

 실상 율법의 이 여자의 매달 있는 행사에 대한 규정은 여인을 보호하는 은혜다. 성경은 이 규정으로써 여인들을 비하시키려는 것이 아니다. 위생용품이 없는 그 옛날에 여인들이 이 행사 때에도 일상의 생활을 해야만 한다면 얼마나 괴롭고 고통스러웠겠는가? 그런데 여인들의 행사 때를 극단적으로 부정하다고 함으로 남자가 가까이 하지 못하게 하고, 생활에서 열외시켜서 몸조리만 하도록 함으로 여인들에게 휴가를 부여한 것이다.

그렇기에 이 규정은 여인들을 격리케 함으로서 오히려 여인들을 보호하는 결과가 되었다. 비록 부정하다는 흉한 가면을 씌웠지만 실상은 이 부정하다는 규례는 여인들에 대한 배려이고 안식이었다. 하나님께서 니느웨성이 악독하다고 험하게 표현하셨지만 그것은 오히려 그들을 구원케 하심이었다. 마찬가지로 분명히 성경이 여자들에 대해서 부정한 가면을 씌웠지만 그것은 은혜이다. 결코 여자를 비하시키라는 가르침이 아니다.

주방장
 또한 남자들이 전가의 보도처럼 인용하는 '아담이 꾀임을 보지 아니하고 여자가 꾀임을 보아 죄에 빠졌음이니라' 라는 굴레와 같은 말씀도 여자를 억압하라고 하신 말씀이 아니다. 여자를 중요시하기 때문에 하신 말씀이다.

 위생검사라는 것이 있다. 위생검사는 식당의 손님이 받지 않고 주방장이 받는다. 그런데 주방장을 위생검사 하는 것은 주방장을 업신여기기 때문이 아니다. 식당에서는 주방장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만약 손님에게 위생의 문제가 있다면 손님 개인의 문제로 끝난다. 그러나 주방장에게 위생상 문제가 있다면 그 피해는 식당 전체로 커진다. 한편 에덴 동산에서도 여자가 전체 영향을 끼쳤다. 너무나도 분명히 여자는 능동적이었고, 남자는 피동적이었다. 선명하게도 그때 여자는 주범이었고, 남자는 종범이었다. 그런데 오늘날도 역시 믿음에서 여자의 역할이 그때처럼 결정적인 비중을 차지한다. 그래서 여자들에게 그토록 에덴동산의 사건을 굴레 씌워서 그렇게 조심케 하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남편이 아내를 전도하기보다 아내가 남편을 전도한다. 아버지가 자녀를 전도하기보다 엄마가 자녀를 전도한다. 가정에서 신앙교육을 아버지보다 어머니가 시킨다. 자녀들은 신앙의 영향을 아버지에게서보다 어머니에게서 받는다. 교회의 원동력인 새벽기도와 철야기도를 여자가 주로 한다. 평균적인 기도의 시간이 남자보다 여자가 절대적으로 길다. 대부분의 교회에서 구역장은 남자가 아닌 여자이다. 교회학교의 교사도 여자들이 대부분이며, 식당의 봉사는 전부 여자들이다.

주님의 십자가까지 따라간 것은 남자가 아닌 여자였으며, 주님의 무덤에 먼저 달려갔던 것도 여자였다. 일반적으로 교회의 서리집사님 중에는 여자가 70% 이상이다. 각 교회의 전도대원은 여자다. 대형교회들이 대형교회임을 자랑할 때 여자를 빼고서는 대형교회임을 자랑할 수 없다. 부부 중에 누군가 바람이 났음에도 믿음 때문에 가정을 지키는 것은 아내인 여자들이다. 대부분의 여집사님들은 교회에서 금하고 있는 술도 마시지 않고 담배도 피우지 않는다. 통상적으로 여자 성도들이 더욱 말씀을 믿고 순종한다.

 언제가 있었던 고난주간 동안 아동부 특별새벽기도회였다. 그때 막내인 8살짜리 딸도 참석했다. 스스로 깨어날 수 없었다. 그래서 엄마가 딸을 깨우곤 했다. '○○아 한국교회는 여자들이 끌고 가야해 일어나서 어서 새벽기도회에 가야지' 하고 웃으면서 깨우면, 딸은 그 농담을 얼마나 알아들었는지 배시시 웃으며 일어나서 새벽기도회에 가곤 했다. 한국교회의 여인들을 보는 것 같았다.

 심방 때 차를 대접받는다. 차에 맛있고 보기 좋게 잣이 띄워져 있다. 그런데 간혹 쪄든 잣이 있다. 그때 속으로만 괴로워하면서 먹기도 하지만 때로는 요령 있게 쪄든 잣을 골라내고 차를 마신다. 그러면 여전히 차는 맛있다. 그러나 찻물이 잘못되었다면 별 수 없이 버려야 한다. 여인들은 교회에서 잣이 아닌 찻물이다. 여인들의 신앙이 잘못되면 교회 전체를 버려야 할 것이다.

 이렇게 여인들이 중요하기 때문에 에덴의 비극이 반복되지 않게 하려고 마치 굴레처럼 '아담보다 이와가 유혹을 받았다' 고 하는 것이다. 에덴 동산에서는 여인에게 문제가 있어서 죽음이 세상에 왔다. 하지만 나사렛과 베들레헴에서는 여자인 마리아 때문에 구원이 세상에 왔다. 더 이상 하와는 없고 마리아만 있게 하려고 여자들에게 굴레를 씌우는 것이다. 식당에서 손님보다 주방장이 중요하기 때문에 위생검사를 하는 것처럼 믿음에서 여자의 역할이 중요하기 때문에 성경은 여자에게 가혹한 것이다. 그럼으로 여자교우들은 중요한 역할을 감당해야 한다. 그것은 종교성이나, 사회적인 환경에서도 그렇다. 통상 남자보다는 여자들이 더 종교적이다.

  이제 어떻게 할 것인가? 어떻게 하면 전체에 영향을 미치는 여자들이 에덴 동산의 하와가 되지 않고 베들레헴의 마리아가 될 수 있을까?

 모든 여자 교우들은 곱고 아름다운 옷을 입었으면 좋겠다. 화장도 아름답게 하고 귀걸이도 예쁘게 달면 좋겠다. 그러나 그런 것으로만 자신을 확인하고 나타내려고 해서는 안 된다. 그것으로 칭찬을 받으려고 해서는 안 된다. 그것은 세상 사람들의 방법이다. 그것은 동창회 때나 할 일이다. 그런 것으로 생활이 어려운 사람들을 주눅들게 해서는 안 된다. 그것으로 뽐내려고 해서는 안 된다. 아담한 옷을 입고 염치와 정절로 자기를 단장해야 한다. 땋은 머리와 금이나 진주나 값진 옷이 아닌 오직 선행으로 자신을 꾸며야 한다.

'일절 순종함으로 종용히 배우라 여자의 가르치는 것과 남자를 주관하는 것을 허락지 아니하노니 오직 종용할지니라' 는 말씀을 거북해하기만 할 것이 아니라 에덴 동산의 실수를 반복하지 않는 말씀으로 삼아야 한다. 믿음으로 아름다워져야 한다. 믿음과 사랑과 거룩함에 거해야 한다. 기도와 봉사와 사랑과 헌신과 순종 때문에 아름다워야 한다. 칭찬을 들어야 한다. 그러면 에덴 동산의 하와가 아닌 베들레헴의 마리아가 되어 승리할 수 있다(딤전 2:9-15).

불어라 치맛바람
 한 동안 한강의 기적이라고 하여 경이적으로 경제성장을 할 때, 그 비결을 묻는 외국인에게 우리 나라의 교육열이라고 소개하곤 했다. 우리들 누구나 그렇게 믿고 있다. 그런데 그 교육열의 한 가운데는 치맛바람이 있다. 고무신을 신고 보릿고개를 넘던 때가 마치 먼 옛날 같다. 하지만 그리 오래된 일이 아니다. 이렇게 흥청망청할 수 있고, 비만을 염려할 만큼의 경제력이 된 것은 치맛바람 덕택이다. 그리고 한때는 복부인들의 치맛바람이 이 나라의 경제를 쥐고 흔들었다. 과거에 치맛바람은 부정적인 면도 있었다. 하지만 치맛바람을 바르게 사용하면 유익한 큰 힘을 얻을 수 있다. 치맛바람은 우리에게 있는 좋은 자산이다.

 남자들이 믿음을 갖기에는 현실조건은 열악하다. 포기하고 절제해야 할 것들이 많다. 술, 담배, 주일성수, 사회관습과 기독교교리의 배치 등이 그렇다. 믿음대로 살면 성공할 수도 출세할 수도 없다고 생각들 한다. 그러니 믿음이 없는 남정네들이 어떻게 쉽사리 교회로 발을 들여놓을 수 있을까? 혹 특별하고 남다른 사연이 있기 전에는 쉽지 않은 일이다. 그리고 또한 믿음을 가졌다고 해도 바쁜 사회생활 때문에 교회생활에 충실 할 수 없다. 새벽에 출근하여 밤늦게 퇴근하는 남자들이 무슨 교회의 활동을 할 수 있겠는가?

 그러나 여인들은 종교적이기도 하지만, 현실적으로도 집안 살림을 효과적으로 한다면 교회활동을 할 수 있는 시간을 얼마든지 만들 수 있다. 그래서 여성도가 대예배는 물론이거니와 구역예배, 새벽기도회, 문상, 문병, 봉사 등의 대부분을 담당하고 있다. 전쟁 중에 남편과 자식을 숨겨두고 가정을 보호한 것이 또한 여인이었는데 교회도 그렇지 않은가?

 이미 한국교회를 부흥시킨 원동력이 여인이다. 그리고 한국교회의 장래의 희망도 올바른 치맛바람에 있다. 교회에서 치맛바람이 힘차게 불었으면 좋겠다. 오염되지 않은 말씀의 치맛바람, 교회와 나라를 살릴 수 있는 공의의 치맛바람이 거세게 불었으면 좋겠다.
(월간 <교회와신앙> 2000년 12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