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재덕 목사/ 한빛교회

이루어지지 않은 사랑
 갑돌이와 갑순이가 한 마을에 살았다. 두 사람은 서로 사랑했다. 한 사람만의 짝 사랑이 아니었다. 분명히 서로가 사랑을 했다. 그러나 서로 겉으로는 안 그런 척 했다. 그러다가 갑순이가 다른 남자에게 시집을 갔다. 갑순이는 갑돌이를 사랑을 했지만 다른 남자의 품에 안겨야 했고, 갑돌이는 갑순이를 사랑했지만 다른 남자의 품으로 보내야 했다. 그리고는 한없이 달을 보고 울었단다. 얼마나 슬펐을까?

 로미오와 줄리엣 사랑 이야기보다 더욱 애처롭고 애잔한 사랑노래다. 가수들이 이 노래를 아무리 흥겹게 불러도 이 사랑노래는 들을 때마다 가슴이 짠하다. 왜! 그들은 그렇게 한없이 울만큼 사랑했지만 사랑을 이루지 못했을까? 항간에는 동성동본이기 때문이라고 하지만 그렇지 않다. 사랑의 힘은 대단하여 동성동본 금혼법으로는 사랑을 막지 못한다. 동성동본이지만 사랑을 이룬 이들이 얼마든지 있다. 단지 서로가 '겉으로는 안 그런 척' 했기 때문이다. 서로의 마음을 몰랐기 때문이다. 갑돌이는 갑순이가 자신을 사랑하는 줄을 몰랐고, 갑순이는 갑돌이가 자신을 사랑하는 줄 몰랐기 때문이다. 그들이 만약 자신을 사랑하는 상대방의 마음을 알았더라면 어떻게 해서든지 사랑을 이루었을 것이다.

 이처럼 남녀간에는 상대의 마음을 모르면 사랑을 이룰 수 없고, 직장인은 상사의 마음을 모르면 승진할 수 없고, 군대는 적의 마음을 모르면 승리할 수 없고, 수험생은 출제자의 마음을 모르면 합격할 수 없고, 기업은 소비자의 마음을 모르면 실패한다. 그리고 성도는 하나님의 마음을 모르면 복을 받을 수 없고, 형통하지 못하며, 작거나 큰 어려움을 당할 수 있다. 이스라엘이 하나님의 뜻을 모르고 아이성으로 진격했기에 패배의 수치와 낭패를 당했고, 가룟유다는 하나님의 뜻을 몰랐기에 저주스럽게도 하나님을 십자가에 못 박게 했다. 그리고  세상 사람들은 하나님의 뜻을 모르기 때문에 영원한 불 지옥에 간다.

복과 저주
 그러므로 하나님의 음성을 듣는 것은 큰복이다. 하나님의 뜻을 알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에 하나님의 음성을 들을 수 없음은 불행이다. 하나님의 뜻을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성도는 주님의 음성을 들을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은 성도가 받는 큰복이다. 반면에 성도가 주님의 음성을 들을 수 없음은 저주이며 화이다. 작게는 복을 놓칠 수 있으며, 크게는 하나님의 진노가 임한다.

 주님의 음성은 오직 사랑의 말뿐이다. 때로는 부모의 말도 사랑이 아닐 수 있다. 사람의 말은 사랑의 말도 사랑의 말이 아닐 수 있다. 그러나 주님의 말씀은 어떤 경우의 어떤 말씀도 오직 사랑의 말뿐이다. 심지어 하나님께서 엘리야를 통해 사르밧 과부에게 마지막 양식조차 바치라고 한 몰인정한 말도 사랑의 말씀이었고, 니느웨성 사람들에게 악독하다며 40일 후에 멸망할 것이라는 독설도 구원을 위한 사랑의 음성이었다.

 그럼에도 주님의 음성이 사랑의 음성으로 들리지 않는 것은 믿음이 없기 때문이다. 주님의 음성에 대해 낯을 붉히고, 마음을 경직시키고, 귀를 닫는 것은 병든 믿음이다. 한낱 텔레비젼 연속극을 보면서도 웃고 즐거워하면서, 말씀을 들을 때면 언제나 얼굴이 굳어지고 시선을 아래로 향하게 하거나 예배와 설교에 집중하지 않고 딴 짓을 하면 병든 성도다. 혹시 하와는 예배 시간에 '선악을 알게 하는 나무의 실과는 먹지 말라 네가 먹는 날에는 정녕 죽으리라'(창 2:17)는 말씀을 들을 때 그렇게 하지 않았을까? 그러면 주님의 음성을 듣지 못한다. 그런 이는 윙윙하는 소음과 잔소리만 들으며, 들어도 믿지 못하고 오히려 싫어하고 거북해한다. 그래서 결국 하나님의 뜻을 알지 못하기에 갑돌이와 갑순이처럼 항상 무언인가를 놓치는 인생이 된다. 하와는 생명의 말씀을 귀찮게 여겼기 때문에 반대로 어둠의 말을 달콤하게 여기게 되어 죽음과 고통을 자초했다.

 흔한 것이 예배요 설교다. 하지만 흔하기에 하찮은 것이 아니라, 오히려 언제든지 하나님의 뜻을 알 수 있으니 큰복이다. 하나님께서는 자주 말씀하신다고 하여 불필요한 말씀을 중언부언하시지 않는다. 매번의 예배와 설교 때마다 꼭 필요한 복된 음성을 들려주신다. 그렇기 때문에 소홀히 하지만 않으면 예배의 횟수대로 복을 받는다.

가끔만 복을 받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따라서 그때 그때마다 받아야 한다. 때로는 니느웨성 사람들에게처럼 독설로, 사르밧 과부에게처럼 몰인정하게, 때로는 벳세다 들녁에서처럼 감미롭게 항상 꼭 필요한 복된 뜻을 전하신다. 그런데도 흔해서 쉽게 들을 수 있다고 예배와 설교가 시시하게 여겨진다면 복 받지 못할 믿음이다. 예배를 드리고, 설교를 듣고, 성경을 읽는 것을 즐거워해야 한다. 하나님의 뜻을 알 수 있는 것이 복이며 생명인줄 알아야 한다.

 인생 중에 돌파구 없는 막막한 일을 당하는 것이 불행이 아니다. 아브람처럼 '내가 네게 지시할 땅으로 가라'(창 12:1)는 음성을 듣지 못함이 환난이다. 하나님의 음성을 들을 수만 있으면 길이 열린다. 베드로는 '깊은 데로 가서 그물을 내려 고기를 잡으라'(눅 5:4)는 음성을 들었기에 전문 어부가 밤이 맞도록 수고하여도 잡을 수 없었던 불가능한 조건에서도 그물이 찢어지도록 물고기를 잡았다.

기적이 이루어진 이유
 홍해 바다가 갈라졌다. 그래서 이스라엘은 드디어 적의 위협으로부터 완전히 벗어나 출애굽할 수 있었다. 홍해 바다가 갈라진 것은 기적이며, 생명이고, 구원이며, 복이다. 그런데 그 홍해의 기적에는 기적이 일어날 수 있는 3가지 요소가 있다. 모세와 지팡이와 방향인데(출 14:16) 그 중에 제일은 방향이다.

 만약 반대편에서 반대방향으로 모세가 그렇게 했더라면 기적이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그것은 하나님의 방향이 아니기 때문이다. 하나님의 방향은 이스라엘이 출애굽 하여 시내산에서 율법을 받아 가나안으로 입성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시내산과 가나안쪽을 바라보고 애굽을 벗어나는 방향으로만 홍해 바다가 갈라진다. 따라서 홍해가 갈라진 것은 모세의 방향이 하나님의 방향과 맞았기 때문이다.

 성도의 방향이 하나님의 방향과 같으면 하나님께서 역사하신다. 기적이 일어난다. 반면에 하나님과 방향이 같지 않으면 응답을 받지 못한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꽤 많은 성도들의 기도는 자신의 방향만을 고집한다. 오히려 하나님께서 자신의 방향으로 맞추도록 하나님께 강요하고 협박하기까지 한다.

 예전에 시골길을 걷다가 소달구지라도 만나 얻어 탈 수 있으면 좋았다. 하지만 목적지가 같아야 한다. 설령 안락한 승용차가 태워준다며 친절을 베풀어도 방향이 같지 않으면 차를 타는 복을 누릴 수 없다. 성도의 방향이 하나님과 같기만 하면 길이 열리며 기적이 일어나고 큰 응답을 받을 수 있지만, 성도의 방향이 하나님과 같지 않으면 사랑과 은혜가 많으신 하나님이시라도 그에게는 인색한 하나님이 될 수밖에 없다. 땀이 흘러 내려 피 방울처럼 되도록 기도해도 이루어지지 않는다.

성공의 지름길
 아이들은 어릴수록 어른의 뜻을 분별치 않고 응석을 부린다. 그래도 많은 것을 얻을 수 있다. 우유를 먹을 수 있고 깨끗한 기저귀를 얻을 수 있다. 하지만 그렇게 해서 얻는 것은 그에게는 절실한 것이기는 하지만 자질구레한 것뿐이다. 마찬가지로 특별하게 하나님의 뜻을 분별치 않은 기도나, 하나님의 방향을 살피지 않고 하는 기도일지라도 꽤 많이 필요한 응답을 받을 수 있다.

웬만한 기도는 하나님의 뜻과 비슷할 것이며, 하나님의 방향과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상의 큰 응답은 받지 못한다. 소비자의 생각을 파악하지 못하는 기업은 제품이 아무리 훌륭해도 성공할 수 없다. 기업의 성공지름길은 소비자의 마음을 파악하는 것이다. 그리고 신앙인의 성공지름길은 하나님의 뜻을 분별하여 따르는 것이다. 주님처럼 하나님의 뜻만을 구할 때 크고 온전한 응답을 받는다.

화(禍)를 부르는 기도
 하나님의 뜻에 맞지 않는 기도는 간절할수록 고통을 당한다. 철야, 금식으로 몸부림치며 기도를 해도 도무지 기도가 이루어지지 않으니 얼마나 힘들고 고통스럽겠는가? 그런데 하나님의 뜻에 맞지 않는 기도임에도 응답을 받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런 응답의 결과는 고통과 화가 따른다.

 사사시대에 이스라엘이 왕을 구했다. 당시 사사 후보들에게는 문제가 있는 반면에 이웃 나라의 왕정제도가 좋아 보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하나님께서는 왕정제도의 폐해를 염려하시면서 안 된다고 하셨다. 그럼에도 백성들은 막무가내로 자신들의 뜻만을 고집하여 계속해서 요구했다. 마침내 하나님께서는 백성들의 잘못된 요구를 들어주셨다. 왕정제도를 허락하시고 사울을 왕으로 주셨던 것이다. 하지만 그 응답으로 이스라엘은 훌륭한 왕도 있어 좋은 때도 있기는 했지만, 많은 왕들은 백성들을 도탄에 빠지게 했다. 결국 이스라엘은 불 신앙의 길로 인도되어 멸망했다. 

 왜 하나님께서 백성들의 잘못된 기도에 응답하셨을까? 그것은 하나님께서는 요청하는 사람의 믿음의 수준에 맞춰 은혜를 베푸시기 때문이다. 그런 응답이라도 하지 않으면 더 불행해지기 때문이다. 분명히 하나님의 방법이 더 좋은 것이었지만 백성들은 그것을 감당할 만한 믿음이 없었다. 그래서 하나님께서는 이스라엘 백성들의 믿음의 수준에 맞춰 은혜를 베푸셨고 구원의 경륜을 이루신 것이다. 마치 의사가 환자를 치료할 때 최적의 치료를 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 부작용이 동반하는 치료일지라도 실시하는 것이 환자에게 도움이 되는 것과 같다. 따라서 최적의 응답을 받으려면 하나님의 온전하신 뜻과 방향을 따라야 하며, 감당할 만한 믿음이 있어야 한다.

 개업예배 요청을 받았다. 전문적인 술집은 아니었지만 음식의 특성상 술도 제공하는 상점이었다. 차마 당장 그만두라고 하지는 못하고, 설교를 하면서 신앙인에게는 어울리지 않는 기업이므로 할 수 있는 대로 빠른 기간 안에 업종을 전환할 것을 권면드렸다. 그러나 그 교우는 그만한 믿음이 없었으며, 하나님의 뜻을 분별하고자 하는 마음이 없었다. 오직 하나님께서 자신의 방법대로 복을 주시기만을 바랬다. 결국 몇 명의 술손님을 위해서 주일 새벽까지 술을 팔아야 했으며, 오래지 않아 몸과 마음이 곤고해지고, 경영이 어려워져 상점 문을 닫았다. 그 교우가 받을 수 있는 복은 그것이었다. 

 성도들은 주님의 겟세마네의 기도를 본 받으려고 한다. 주님처럼 땀을 피 방울처럼 흘리도록 열심히 기도하려고 한다. 하지만 더욱 본 받아야 할 것은 자신의 고민을 그렇게 간구 했으면서도 결론으로 '내 원대로 마옵시고 아버지의 원대로 되기를 원하나이다' 하신 것이다. 성도는 그렇게 하나님의 뜻을 구하고 따르는 신앙을 가져야 한다. 비록 '잔'이 지나가기를 구한 주님의 기도가 이루어지지 않고 십자가를 지고야 마셨지만 겟세마네의 기도는 대성공이었다. 하나님의 뜻이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성도에게서 하나님의 뜻만이 이루어진다면 확실한 성공만이 있다. 그러나 그런 복은 그러한 믿음의 분량이 있어야 한다.

능력의 사람들 
 군인들에게 총, 대포, 비행기 등 여러 가지 장비가 지급된다. 그것으로 자신과 가족과 나라를 지킬 수 있으며 승리할 수 있다. 그러나 그 장비들을 정확히 모르면 패한다. 하나님께서는 성도들에게 기도라는 초강력의 무기를 주셨다. 그렇지만 하나님의 뜻을 구하지 않고 어린아이 같은 막무가내 기도를 하면 작은 것들만 얻을 뿐이다. 그러므로 성도는 큰 응답을 받으려면 하나님의 뜻을 찾고 하나님의 방향을 따라야 한다. 이를 위해 겉의 몸부림뿐만이 아닌 마음의 몸부림도 있어야 한다. 그리고 일상 중에 성실한 신앙생활의 훈련을 해서 하나님의 뜻을 감당할 수 있는 믿음을 갖추어야 한다. 그래서 하나님의 뜻을 알고 방향을 맞추면 길이 열리고 기적이 일어난다. 가장 큰복을 받는다. 주님처럼 대승 할 수 있다.

 능력을 행하는 사람들은 하나님의 뜻을 알고 구하고 하나님의 방향에 자신의 방향을 맞추는 사람들이었다. 그들은 홍해를 갈랐고 태양을 멈추게 했다.
(월간 <교회와신앙> 2000년 10월호)